'호남고속철도 복마전' MB정부 실세 개입 의혹

국민 안전 볼모로…MB측근 돈 쓸어 담았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송 의원은 2년(2010∼2012년)간 철도부품 제작업체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억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같은 당 조현룡 의원에 이어 송 의원은 구속수사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개입해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것에 있다.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이미 수차례 '철피아'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모 전문건설사 대표 A씨와 지난 정권 실세와의 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건설업계 전문가를 만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호남고속철도요? 문제 많죠. 자금 압박을 받았는지 원가를 절감한다고 여기저기서 부실이 일어난 걸로 알고 있어요. 교량이나 이런 부분들. 설계도 꽤 많이 바꿨더라고요. 발주처가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거예요."

비리 투성이
호남고속철도

당시 기자가 입수한 문건에는 모두 5개 공구(호남고속철도 1-1, 2-3 등)의 원도급사와 도급금액, 공사기간, 설계변경내역 등이 명시돼 있었다. 5개 원도급사가 수주한 금액은 약 1조3200억원. 토공·철콘(철근과 콘크리트), 노반 공사 등을 포함한 호남고속철도 전체 공사비용은 지난해 말 기준 13조원으로 파악됐다. 이 엄청난 공사로 득을 봤던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A씨는 이미 회사를 부도내고 고향으로 내려가 있었다. 공사를 따내기 위해 무리한 저가입찰을 수년간 지속한 게 원인이었다. 전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했던 많은 중소·전문건설사들이 중간에 엎어졌다(부도를 맞았다)"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길이 249.1km의 철도를 '오송∼익산∼광주송정'에 이어 목포까지 연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 중 2006년부터 시작된 KTX 1단계 사업(오송∼광주송정 구간)은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착공 당시엔 이름 있는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렸던 사업이지만 지금은 서로가 슬그머니 발을 빼려 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지난 7월2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건설업계 단일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담합을 주도한 건설사 법인과 주요 임원들은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공정위가 적발한 입찰 담합 규모는 3조5980억원이다. 1단계 사업으로 책정된 사업비가 8조35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공사비의 절반 가까이를 담합한 셈이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대형 건설사 7곳을 특정했다. 건설업계에서 이른바 '빅7'으로 불리는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SK건설·GS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이 지목됐다.

이들은 2009년 6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2조2000억원대의 호남고속철도 노반공사 수주 과정에서 서로 공사를 '나눠먹기'로 공모했다. 13개 공구의 입찰이 진행되자 각 공구별로 낙찰예정업체가 선정됐다.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로 세웠다. 두산중공업·포스코건설·한신공영 등 7개 건설사가 무늬만 경쟁입찰의 들러리가 돼 주기로 했다.

다른 공사구간 입찰도 사전 추첨으로 투찰률이 조작됐다. 가령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차량기지 공사를 희망했던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은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 모여 '사다리 타기'로 업체를 추첨했다.

이른바 '짬짜미'로 불리는 대기업건설사들의 입찰담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점은 유독 정부가 발주한 대형 건설·토목공사가 많았던 지난 정권에서 이 같은 폐해가 도드라졌다는 것이다.

대기업 주도
정부가 묵인


실제로 지난해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건설사 간 담합 과정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권 실세가 뒤를 봐준 것 아니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실에서 나온 문건과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몇몇 건설본부에 특정 건설사를 선정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된다.

먼저 한국철도시설공단 고위 관계자는 하급부서에 특정업체를 선정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내려 받은 담당 부서는 각 건설사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연락을 받은 건설사 임직원들은 대전 소재 한 호텔에 모여 일부 공구 낙찰률을 78.5%로 정하는 등 담합했다.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는 모두 8곳으로 이들이 따낸 공사비는 1조5697억원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8개 건설사가 담합한 78.5%의 낙찰률과 관련해 일각에선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MB정부의 실세가 개입해 '커미션'을 챙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집계결과 모든 공구의 평균 낙찰률은 73.01%였다. 그러나 8개 건설사가 담합한 구간은 낙찰률이 78.52%로 평균보다 높았다. 이 사건을 취재했던 한 국회출입기자는 "높은 낙찰률 때문에 상당한 공사비가 이익으로 남았을 테고, 남은 돈 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합의 배후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고속철도 공사는 지난 이명박정부의 4대강 공사만큼이나 뒷탈이 많은 사업으로 꼽힌다. 이명박정부 임기 말 '몰아치기 공사'로 안전성에 '노란불'이 켜졌던 건 물론이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가 벌이고 있는 '철피아' 수사에서도 '호남고속철도'란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속된 말로 '해 먹을 것이 많았던 사업'이란 얘기다.

각종 비리 징후는 뚜렷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특정업체에게 4600여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심 의원은 "호남고속철도를 비롯해 국내 레일체결장치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AVT사가 제출한 탄성패드를 분석한 결과, 샘플 10개 가운데 5개가 하자보증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탄성패드는 고속철도의 충격을 흡수해 주는 레일체결장치의 핵심 부품이며, 문제가 있을 시 열차탈선 등의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13조 대형관급공사…대기업 무더기 담합 과징금
낙찰률 높여 비자금 조성?…누가 커미션 챙겼나
국회의원 등 줄줄이 구속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

지난 7월28일에는 350억원 상당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입찰 담합을 한 8개 전선회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입찰 과정에서 낙찰사, 들러리업체로 역할을 분담해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된 담합업체는 일진전기·LS전선·넥상스코리아·대한전선·호명케이블·TCT·KTC·가온전선 등이다.

이 중 일신전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35억원 규모의 중국산 조가선(주 전력선 지탱 및 전력 공급 보조역할)을 수입해 자사 제품으로 속여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준 미달인 중국산 저가제품이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사용된 것을 의미했다.

또 철도궤도 시공업체인 삼표이앤씨는 안정성에 일부 결함이 있는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PST) 공법을 호남고속철도(익산∼정읍, 7.8㎞) 구간에 적용토록 했다. PST는 철로 레일 아래 자갈 대신 미리 만든 콘크리트 패널을 까는 공법이다. 하지만 PST 공법은 열차 하중 및 고온에 약해 레일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콘크리트가 휘어지는 등 고속철도에 적합하지 않은 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돈 천국
줄줄이 구속

그런데 문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PST 공법을 승인한 사실에 있다. 이 과정에서 검은돈이 오갔음은 말할 나위 없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전 검사 성모씨는 삼표이앤씨로부터 PST 공법의 안정성 문제 등을 덮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성씨는 감사원에서 건설·환경감사국장과 공직감찰본부장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또 최근 AVT사로부터 납품 청탁과 함께 3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도 호남고속철도 비리에 연루돼 있다.

그는 AVT사가 호남고속철도 레일체결장치 독점납품 계약을 맺자 AVT사를 대신해 김광재(사망)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게 3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수수 의혹을 받았던 김 전 이사장은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13일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 호남본부 궤도부장 이모씨와 철도건설 용역업체 KRTC 감리단장 김모씨가 구속됐다. 이들은 한 철도시설업체로부터 호남고속철도 공구 설계 변경 등 편의를 봐주는 대신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의 시설업체는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부담이 가중되자 콘크리트 타설 방법을 변경해 비용 감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고속철도 비리와 관련한 구속 릴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성능 미달인 AVT사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적격 심사를 통과하게 해준 혐의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책임연구원 박모씨가 구속됐다.

앞서 AVT사는 KRRI 측에 의뢰한 성능시험에서 부품 변형 등의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재심사 과정에서 박씨가 만든 위조성적서로 적격 심사를 통과했고, 호남고속철도 독점납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수주액은 450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불량 레일에
위조성적서까지

이런 까닭에 호남고속철도의 안전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담합으로 얼룩진 기초공사와 불량 레일, 성능미달의 부품까지 '제2의 세월호'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는 "2017년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가 건설 과정에서 담합과 부정, 비리, 부실시공으로 열차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국토해양부는 비리와 부실 혐의를 철저히 밝혀내고 부실 시공된 불량자재들을 전면 교체하는 등 실효성 있는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는 조그만 결함이나 문제로도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원가절감을 이유로 하도급업체들을 괴롭혔고, 끝내는 도산시켰다.

국고로 지출된 공사비는 담합으로 뻥튀기됐으며, 현직 국회의원마저 철도비리에 연루돼 구치소에 갇혔다. 정치권에 흘러간 정체불명의 자금은 출처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불행히도 '철피아'가 시작한 돈 먹는 레이스이자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머니게임'은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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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