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삼중고’ 내막

기약없는 비상에 직원들 ‘골골’

[일요시사=경제팀] 박효선 기자 = 한때 ‘바이코리아’ 열풍을 이끌며 국내 대표 증권사로 명성을 떨쳤던 현대증권. 하지만 현대증권도 증시 불황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매각을 앞둔 현대증권 사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조건 등 구조조정안을 두고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증권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회사 내부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15년간 강성노조를 이끌어왔던 민경윤 노조위원장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노사의 불편한 관계는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이 ‘비상경영’ 돌입을 선언하면서부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숨만 푹푹
 
윤 사장은 향후 연간 800억∼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에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 사장의 ‘비상경영’ 선언 이후 현대증권은 조직 통폐합과 운영경비 20% 축소 등을 진행했다. 
 
기존에도 현대증권은 임원 축소, 임원 퇴직위로금 폐지, 점포 축소, 리서치센터 구조조정, 운영경비 30% 축소 등의 활동을 추진해왔다. 최근 들어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부터 현대증권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6일부터 나흘간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 희망퇴직자들의 최종 퇴사일은 이달 말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휴직자를 포함한 전체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정년에 해당되는 직원(56년생)이나 기간제 계약직 직원은 희망퇴직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2500여명의 현대증권 직원 중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람은 200여명에 불과했다. 전체 직원 중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600명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외부 경영 컨설팅 결과보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원이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이 남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봉 조정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악의 경우 경영상 해고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희망퇴직자가 현대증권 예상만큼 나오지 않은 이유는 타사보다 적은 퇴직위로금에 있다. 사실상 현대증권 직원들은 ‘삼중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원들의 한숨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된 데다 퇴직위로금마저 다른 증권사에 비해 훨씬 적게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사주로 받은 주식은 반 토박이 났다.
 
현대증권의 위로금은 타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장급은 근속기간(25년 이상이면 6개월치)과 정년까지 남은 기간(15년 이상이면 6개월치)을 합쳐 최대 12개월치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평균 1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과장급은 11개월, 대리는 10개월치 정도다. 앞서 구조조정을 추진한 삼성증권은 부장급이 2억6000만원 규모의 위로금을 받았다. 우리투자증권도 2억4000만원 정도였다.
 
아울러 우리사주로 받은 주식가격마저 뚝뚝 떨어져 직원들은 설상가상의 상황에 내몰렸다. 위로금마저도 토해내야 할 판이다. 현대증권이 유상증자를 할 때 대부분의 직원은 대출을 끼고 우리사주 물량을 받았다. 특히 2007년 현대증권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직원들이 떠안은 우리사주는 반 토막이 났다.
 
타사보다 적은 위로금…우리사주는 반토막
희망퇴직 신청자 당초 목표 절반도 못미쳐
 

2007년엔 주당 1만6400원, 2011년엔 8500원이었다. 그런데 20일 현대증권 종가는 7400원이다. 평균가보다 40%가량 떨어진 수치다. 
 
희망퇴직에 이어 영업점 통폐합도 진행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다음 달 안으로 모두 18개 영업점을 통폐합한다.  
 
현재 현대증권의 영업점은 자산관리센터(WMC) 9곳, 지점 100곳, 영업소(브랜치) 6곳 등 모두 115개다. 이번 영업점 통폐합이 실시되면 지점과 영업소가 각각 87곳, 1곳으로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영업점 수는 기존보다 18곳이 줄어든 97개가 된다.  
 
현대증권은 영업점 통폐합을 내달 27일 실시할 예정이다. 통폐합되는 영업점은 다음 달 26일까지 영업한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대량 해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통폐합에 대해 “해직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위로금에 대해서는 타사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한 대형 증권사들과 최근 2년간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타사와 현대증권의 실적차이가 있다”며 “다른 증권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회사 측의 구조조정안에 분노했다. 이동열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회사의 구조조정안은 역대 최악”이라며 “회사가 내놓은 구조조정안을 백지화하고 다시 교섭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희망퇴직도 노사 간의 합의 없이 진행됐다며 회사가 강제해고를 진행하면 전면파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대증권이 10월 매각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자 이전까지 희망퇴직 및 영업점 통폐합 등 일련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노조는 분노했다. 제값 받고 팔기 어렵다는 우려에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매각을 위해 채권단이 현대증권의 인력 구조조정을 강하게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회자되고 있다. 사실상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증권 매물을 크게 매력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때문에 현대증권은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임박
 
당초 업계는 현대증권 인수 후보로 범 현대가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예측은 빗나갔다. 현대가도 매각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결국 현대증권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증권이 사모펀드에 팔릴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실제 파인스트리트, 자베즈, 오릭스 등 세 사모펀드(PEF)들이 현대증권 매각과 관련해 실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4년 만에 은행권 총파업 예고
 
금융노조가 14년 만에 총파업을 예고했다. 관치금융과 복지축소 등을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26일 찬반투표에서 조합원들의 찬성표가 더 많으면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지부 대표자회의와 중앙위원회를 열고 내달 3일 총파업 계획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금융노조는 산별교섭을 통해 조합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한다. 금융노조는 교섭에 앞서 ▲임금 6.1% 인상 ▲정년 60세 ▲통상임금 범위 확대 ▲국책공기업 자율교섭 보장 ▲근로시간 정상화 ▲여성할당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총파업 결의 이유로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따른 복지축소, 일방적 금융산업 재편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 등을 꼽았다. 
 
금융노조는 “사측과 산별 대표단이 모두 18 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라며 “정부가 알아서 노동자들의 복지혜택을 깎아주겠다고 하는데 사측이 교섭에 합의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금융노조는 2000년 7월 정부주도의 인위적 합병에 반대하며 24개 사업장 6만5000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2012년에는 91.3%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지만 실제 총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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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