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군대 안 간 고위공직자와 자녀들

뭣이라, 군대 갔다 와야 성공한다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윤 일병 사망사건의 여파로 군 복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입대할 나이의 아들을 둔 부모들은 입영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채택해 '국민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똑같이 병역을 이행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바 '사회고위층'이라고 불리는 집단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병역을 기피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잇따른 군 관련 사망사건들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들의 병역사항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이 오직 '백성'에게만 병역을 강요해 온 역사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힘이 없어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는, 그래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절규가 이어졌다. 병무청 게시판에는 "우리 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글이 가득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군대는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었다. "군대를 갔다 와야 성공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힘 있는 사람들에게 군대는 피해야 하고, 또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일요시사>는 최근 잇따른 군 관련 사망사건들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들의 병역이행 실태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박근혜정부 들어 임명된 17개 부처 전·현직 장관 및 그 아들(직계비속)들의 병역 사항은 다음과 같다.

아픈 아버지
미국인 아들

지난 6월 사퇴한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74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1976년 1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인사청문회(이하 청문회) 과정에서 현 전 장관은 "당시 결핵성 골수염을 앓아 보충역 판정을 받고 방위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현 전 장관의 장남 현모씨는 1984년 미국에서 출생했다. 이중국적자(미국·한국)였던 그는 2004년 10월 육군으로 입대해 2006년 12월 복무만료(이병) 됐다. 현씨는 산업기능요원 보충역으로 복무했다. 소집해제 후 현씨는 당시 국적법에 따라 2008년 12월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서류상으로 미국인이었던 현씨는 2012년 1월이 돼서야 한국 국적 재취득을 신청했다.


현 전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979년 3월 육군으로 입대해 1980년 4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당시 최 부총리는 한국은행 외환관리부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 부총리의 아들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지난 2005년 병역을 면제(5급)받은 것으로 기록돼있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자신 및 아들의 병역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최 부총리의 아들은 삼성그룹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남수 전 교육부장관은 1975년 3월 공군에 입대해 1976년 3월 복무만료(일병) 됐다. 서 전 장관은 1972년과 1973년 모두 2차례에 걸쳐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이후 그는 색맹과 턱관절 장애를 이유로 1974년 보충역 대상인 3을종(현재 4급) 판정을 받았다.

보충역을 마친 그는 1979년 교육부 사무관으로 임용됐다. 그런데 당시 신체검사에서 시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징병검사 기록(양쪽 0.5)과 공무원 인사기록(양쪽 1.2이상)에 담긴 시력은 서로 달랐다. 청문회 과정에서 서 전 장관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서 전 장관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눈이 피곤하면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답했다.

지난 8일 취임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971년 3월 해군에 입대해 1974년 1월 만기제대(대위) 했다. 황 장관은 당시 군법무관으로 병역을 이행했다. 그러나 황 장관의 아들은 2009년 척추질환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특혜 복무 등 관련한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의혹을 일축했다. 황 장관은 "아들이 미국 영주권자라서 병역의무가 면제인데 아버지를 생각해 입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15개 부처에서도 병역이행과 관련한 개운치 않은 전·현직 장관이 눈에 띄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1979년 4월 육군에 입대해 1980년 5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윤 장관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징병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인 1을종(현재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외무고시 합격 후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3을종 판정을 받았다.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어린 시절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병역 의무가 면제됐다. 그는 1976년 징병검사에서 근육위축, 하지단축 등의 진단을 받았다. 1989년생인 장남은 지난 2008년 징병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고 현역 입영대상으로 분류됐다. 앞서 그는 학업을 이유로 입영을 한 차례 연기했다.


배운 사람들
특례도 다양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폐결핵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는 1975년 징병검사를 연기한 뒤 1977년 최초 징병검사에서 무종(폐결핵 증상) 판정을 받았다. 1978년과 1979년 이어진 재검(재신체검사)에서도 같은 판정이 나왔다. 이 장관은 1980년 병역이 면제됐다.

청문회에서 이 장관은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 장관은 "대학을 졸업하고 (치료를 위해)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갔었는데 집안일을 거들어 완치가 안 됐었다"고 해명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진영 새누리당 의원은 1977년 12월 육군에 입대해 1980년 9월 만기제대(대위)했다. 그의 장남 역시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만기제대(병장) 했다.

반면 후임인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1981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1982년 12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문 장관이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이유는 근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1976년 5월 공군에 입대해 1977년 6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이 장관의 아들은 2003년 11월 1급 판정을 받고 현역 입영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렇지만 입영을 다섯 차례 연기한 끝에 2012년 2월 법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됐다. 법무사관후보생은 사법연수원·로스쿨 등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사람을 병적에 편입해 판사 등의 자격을 취득할 때까지 입대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사회고위층 모든 수단 동원해 병역 기피
17개 부처장관 중 면제 3명·보충역 5명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1976년 3월 육군에 입대, 1981년 3월 복무만료(이병) 됐다. 당시 한국과학원(카이스트의 전신) 학생이었던 최 전 장관은 '병역의무의특례규제에관한법률'에 따라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했다.

최 전 장관은 1974년 서울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산업공학과에서 1976년까지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런데 대학원을 졸업한 최 전 장관은 같은 해 한국과학원에서 동일전공으로 또 다시 석사에 도전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청문회 과정에서 "같은 학위를 두 번이나 취득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한국과학원 학생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를 받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후임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도 병역특례를 받았다. 그는 1977년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군 복무를 시작해 1984년 12월 복무만료(이병) 됐다. 같은 기간 최 장관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국립정보통신대학교에서 전산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유학기간은 1979년 9월부터 1984년 6월까지로 특례 기간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셈이다.

그의 아들 역시 2009년 7월 입대해 2012년 7월 복무만료(이병) 됐는데 아버지와 비슷한 특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특례나 질병 없이 건강한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장관들은 없을까.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1977년 육군으로 입대해 1980년 만기제대(병장) 했다. 윤 장관의 아들도 육군병장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최근 신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지명된 김종덕 후보자는 1977년 11월 육군으로 입대해 1980년 8월 만기제대(병장) 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1980년 6월 해군으로 입대해 1983년 6월 전역(중위)했다.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장관 경우, 육군하사로 만기 전역했다. 이기권 현 고용노동부장관은 육군 중위로 3년간의 군 생활을 했다.

지금은 인천시장이 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장관은 1981년부터 1984년까지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다. 전역 계급은 육군중위다. 후임인 정종섭 현 안전행정부장관은 육군대위로 전역했다. 입대일은 1985년 4월, 전역일은 1989년 1월이다.

류길재 통일부장관도 육군병장으로 1982년 12월 만기제대 했다. 국방부는 육군대장 출신인 한민구 전 합참의장이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 취임한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의 경우는 여성으로 병역의무 대상자가 아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1979년 8월 공군으로 입대해 1983년 3월 전역(중위)했다. 본인의 군 복무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청문회 과정에서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장남 윤모씨는 지난 2005년 징병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윤씨는 학업 및 자격시험 응시 등을 이유로 입영을 수차례 연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치르기로 한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1977년 예정된 징병검사를 연기했고 1980년 7월 '만성담마진'이라는 피부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만성담마진은 두드러기가 지속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청문회에서 황 장관은 "경위야 어찌됐든 병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마음의 빚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절반은 1년 내 증상이 호전되고, 5년 내에는 90% 가까이 치료돼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정부 17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 장관을 제외하고 황 장관처럼 병역이 면제된 장관은 모두 3명(18.75%)이다. 보충역 등 대체복무한 장관은 5명(31.25%)이다. 2000년 이후 징병검사를 받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비율은 약 5∼7%로 알려져 있다.

또 직계비속과 관련한 병역기록을 제출한 장관은 12명이다. 이 중 6명은 만기제대 했고, 3명은 입대를 연기했으며, 2명은 공익근무 등 대체복무, 1명은 면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다른 고위공직자 및 직계비속의 병역이행 실태는 어떨까. 장관이 병역을 면제받은 법무부부터 살펴봤다. 김현웅 법무부차관은 육군중위로 군복무를 마쳤다. 그러나 아들은 지난 2009년 질병을 이유로 면제됐다.

현역 찾기가
이렇게 힘드네

김진태 검찰총장은 1975년 5월 육군으로 입대해 1977년 6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김 총장은 당시 시력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의 장남은 지난 2005년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2009년 '사구체신염'이란 질병을 이유로 면제됐다. 청문회에서 김 총장은 "아들이 카투사에 지원하는 등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었다"고 해명했다.

또 검찰 내부 서열 2위로 알려진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1982년 병역이 면제됐다. 면제 사유는 근시였다. 최근 경찰청장에 내정된 강신명 후보자는 육군병장으로 1988년 만기제대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2013년 5월 징병검사에서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으로 확정됐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은 어떨까. 이병기 국정원장은 1975년 5월 육군에 입대해 같은 해 12월 전역(이병)했다. 전역 사유는 가사사정이었다. 6개월 방위로 복무했던 이 원장은 2대 독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범 국정원 1차장과 김규석 3차장은 각각 아들이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차장의 장남은 2011년 9월 육군으로 입대해 2013년 8월 소집해제(이병) 됐다. 김 차장의 장남은 2012년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했다.

사정기관의 한 축인 감사원도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1975년 4월 징병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인 2을종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977년 8월 재검을 통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면제 사유는 근시였다.

5대 권력기관장 도마에
정권 실세들도 유야무야

오는 18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1986년 7월부터 1989년 3월까지 공군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군무이탈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도 병역과 관련해서는 떳떳하지 않았다. 당 최고지도부인 당대표와 원내대표만 임의로 확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74년 4월 육군으로 입대해 1975년 6월 소집해제(이병) 됐다. 김 대표의 병역 이행과 관련해서는 여러 경로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76년 5월 육군으로 입대해 1977년 4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단기 사병으로 복무한 셈이다. 이 대표의 차남은 2000년 징병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2006년 불안정성 무릎관절을 이유로 면제 조치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당 대표가 공석이며, 박영선 원내대표의 경우 여성으로 병역이행 대상자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청와대 사람들의 병역이행 실태를 살펴봤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육군병장으로 제대했다. 하지만 장남 정모씨는 허리디스크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정씨는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재직 중이다.

군대 안 가고
사회서 승승장구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해군대위로 전역했다. 그렇지만 그의 장남은 1997년 수핵탈출증 수술을 이유로 면제됐다. 박흥렬 경호실장의 경우는 차남이 면제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당시 아들의 병세가 위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에서는 5명의 병역기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윤두현 홍보수석, 김영한 민정수석,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은 확인할 수 없었다. 여성인 조윤선 정무수석은 제외했다.

남은 5명 가운데 2명의 군 면제자가 확인됐다. 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1974년 근시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도 1978년 척추회백질염을 이유로 면제됐다.

보충역은 1명이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1981년 6월 육군으로 입대해 1982년 6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의 장남 유모씨는 2003년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지난해 병역기피 의혹이 일기도 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병역기록도 살폈다. 이 중 안 비서관은 1986년 8월 해군에 입대해 1988년 12월 만기제대(병장) 했다. 남은 둘은 병장으로 제대하지 못했다. 이 비서관은 1992년 5월 육군으로 입대해 1999년 2월 복무만료(이병) 됐다. 정 비서관은 1991년 4월 육군으로 입대해 1992년 10월 소집해제(상병) 됐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