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교황 마케팅’ 열전

‘교황님 모시기’ 약발 먹힐까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계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이 땅을 찾았다. 4박5일 일정으로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낮은 곳으로 간다고 했다. 그는 검소한 생활 습관과 소탈함으로 대중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재계도 교황의 방한을 반겼다. 그런데 재계는 교황 방한을 이용해 마케팅 전쟁을 벌였다. 일부 업체들의 무분별한 마케팅은 교황 방한 목적의 본질을 흐려 놓고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의 방한에 재계는 들썩였다. 교황이 방문하면 그 국가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관광업계부터 금융권, 유통업계, 출판업계등 재계는 교황을 브랜드화 하기 위해 마케팅 전쟁에 돌입했다.

과열 현상

광화문 시복식에는 100만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였다. 때맞춰 각종 업계는 교황의 행보를 따라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교황 음료, 교황 와인, 교황 도서, 교황 방문 기념화 등 교황을 내세운 상품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교황 방한 소식을 가장 반긴 곳은 관광업계다. 우선 호텔이 먼저 웃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내·외신 기자들을 위한 메인프레스센터를 마련했다. 15일 투숙 가능한 1120실은 만실이 됐다. 외신기자들이 숙소로 사용해 객실 예약률은 전년 대비 20% 정도 늘었다.


특히 서울 시청과 광화문 주변 호텔이 큰 수혜를 입었다. 16일 진행된 교황의 오픈카 퍼레이드와 시복 미사로 인해 시청과 광화문 주변 호텔들은 높은 객실 예약률을 기록했다. 시청 근처에 위치한 한화그룹의 더 플라자호텔과 프레지던트호텔의 15일 객실 예약률은 100%에 달했다. 미사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이 보이는 더 플라자 호텔의 객실예약은 일찍이 완료됐다. 그런데 정작 교황은 호텔이 아닌 주한교황청대사관에 머물렀다.

기아자동차도 뜻밖의 호재를 맞이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뜻에 따라 방한기간 동안 교황은 기아자동차의 준중형차 쏘울을 이용했다. 교황이 쏘울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기아차는 자연스레 글로벌 광고 효과를 누린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지마다 인근 편의점 매출도 급증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집전'이 열린 대전 월드컵경기장 인근 점포 매출이 전주 대비 58.2% 늘었다.

특히 잘 팔린 상품은 생수(119.2%), 탄산음료(103.4%), 커피음료(101.8%), 아이스크림(108.4%) 등으로 집계됐다. 김밥(68.9%), 샌드위치(32.4%), 빵(21.4%), 유음료(63.4%) 등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교황은 ‘가난한 자의 벗’되라 했는데…
기업들은 ‘돈이 최고’…브랜드화 급급

유통시장도 ‘교황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교황 마케팅’으로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층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에서 ‘석수’를 22만명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자사 제품 12만병을 나눠주고 교황의 퍼레이드가 진행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1.2㎞ 구간의 급수대 12곳에 냉온수기를 설치해 18.9L 제품 2000통을 공급했다. 석수 제품 병에는 교황 한국 방문 공식 로고와 함께 교황 방한 환영 문구를 새겨 넣었다.


대형마트도 교황 방한 특수를 놓치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교황의 15일 대전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에 맞춰 인근 지역 점포에서 할인 행사를 열었다. 홈플러스도 대전 인근 지역에 위치한 13개 매장에서 야외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품 및 양산, 썬캡 등 나들이 용품을 할인 판매했다.

금융권도 교황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였다. 교황 방한을 기념해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교황 방한 기념주화를 교황 방한 전부터 예약 판매됐다.

우리은행에는 은화 3959개와 황동화 3500개 가량의 예약이 몰렸다. 농협 교황 기념주화도 은화 약 2500개, 황동화 약 2300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교황 방한에 맞춰 하나은행의 ‘바보의 나눔 통장·적금’ 같은 천주교 관련 금융상품도 주목받았다.

바보의 나눔 통장·적금은 장기 기증 희망을 등록하거나 바보의 나눔 재단에 기부하는 상품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기려 만들어졌다고 하나은행은 밝혔다. 2011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바보의 나눔 통장에는 18만1367명이 1150억원을, 적금에는 23만7477명이 1조2029억원을 각각 가입했다.

서점가에서는 교황의 어록과 편지, 대담, 화보집 등의 도서 판매가 봇물을 이뤘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은 교황 관련서적 30여종을 줄줄 출간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교황 프란치스코 관련 도서는 41여 종이다. 6월 이후 출간된 프란치스코 교황 관련 도서만 27종이다. 또한 알라딘은 해당 도서들이 현재까지 총 2000부 이상 팔려나가는 등 높은 판매를 보였다.

교황 관련 도서 중 가장 높은 판매를 기록한 도서는 지난 4월 출간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의 <복음의 기쁨>(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이다. 이 책을 두고 ‘정본’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출판사 21세기북스는 로마 교황청과 계약을 맺고 교황의 공식 권고문을 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을 출간했다. 그런데 21세기북스가 출간한 책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복음의 기쁨>에 게재된 교황의 발언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저작권이 있는 책은 번역 출간될 때 한 출판사가 독점 소유권을 갖게 된다. 허가받지 않고 자체 교황 마케팅을 실시한 21세기북스는 천주교 교구의 제재를 받았다.

품질은 뒷전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교황의 방한은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한 브라질을 5일간 방문했을 때 400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어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발생하는 과도한 마케팅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교황의 방한에 업계들이 얻는 경제효과는 분명히 크다”면서도 “사실상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과도하게 마케팅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마케팅으로 바짝 실적을 올리는 데 치중하기보다 품질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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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