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살인적 구조조정 실상

“사장님 악명대로 피바람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보험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정문국 ING생명 사장. 그는 올 초 ING생명 사장이 되면서 직원들을 위한 경영을 약속했다. 구조조정은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정 사장의 약속은 반년도 되지 않아 깨졌다. 그의 악명대로 임원들은 줄줄이 나갔다. 직원들은 퇴직압박에 시달렸다. 정 사장이 취임하고 나서부터 ING생명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노조는 정 사장의 취임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지난달 29일 희망퇴직 기간이 끝났다. 그동안 수많은 ING생명 직원들이 퇴직면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 갔다. 임신 중이었던 한 여직원은 면담을 받다 쓰러졌다. 또 다른 직원도 ‘차라리 자살을 하고 싶다’고 호소하다 실신했다.

구조조정 전문가
거짓말도 전문가

지난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PEF)에 인수된 ING생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정문국 사장이 지난2월 ING생명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동조합은 정 사장의 취임을 강력 반대했다. 그는 보험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 사장은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재직했던 때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원들을 폭행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정 사장은 이러한 꼬리표를 떼기 위해 취임 전부터 먼저 노조에 손을 내밀었다. ‘노사 간 상호신뢰와 협력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취임식 직전에는 이명호 노조위원장을 따로 만났다. 그렇게 정 사장은 노사 화합을 위해 적극 노력했다. 이때만 해도 정 사장의 태도에 노사 분위기는 훈훈했다. 그런데 그의 약속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깨졌다. 정 사장은 6월부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임원 및 부장급부터 대폭 감축했다. 정 사장은 임원 32명 중 16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중복 부서를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75명에 달했던 부서장급 인력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희망퇴직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정 사장은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메시지를 보내 직원들로부터 한바탕 욕을 먹었다. 그는 사내인트라넷의 CEO메시지를 통해 “희망퇴직 시행이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회사 또한 새롭게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냈다.

이와 함께 희망퇴직 교섭을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정 사장은 “회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모든 직원들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변화만이 모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한 성의를 다해 희망퇴직 제안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러한 정 대표의 메시지에 ING생명 노조는 분노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정문국 사장이 말하는 ‘희망퇴직’은 과연 누구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며 “바로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의 간절한 희망일 뿐, 노동자들에겐 ‘퇴직보상금’이라는 일시적인 당근을 제시해 절망적인 선택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합법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쓴 ‘희망퇴직’ 과정에서 조직내부의 갈등과 불안감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노조는 지난해 12월 ING생명을 인수할 당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던 MBK파트너스가 반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겼다고 규탄했다. 경영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희망 없는
희망퇴직

ING생명은 희망퇴직 대상을 정해놓고 면담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5년차 이상, 차장급 이하의 직원들이다. 2011년 1월1일 이후부터 입사한 직원은 제외됐다.


정 사장은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직원들에게 근속연수의 1.25배에 해당하는 퇴직금에 10개월치 월급을 얹어주는 ‘1.25N+10’ 패키지를 제시했다. 예컨대 급여가 400만원이고 10년차 직원이 희망퇴직을 하면 1.25 곱하기 10에 10을 더해 22.5개월치 평균 급여로 900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희망퇴직자는 예상보다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구조조정 전문가’정문국 사장 진두지휘
노조에 먼저 손 내밀더니…뒤돌아 뒤통수

오히려 면담진행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ING생명 두 직원이 면담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후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치달았다. ‘찍어내기’ 논란이 이어졌다.

ING생명 한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임신 6주째였던 여직원은 면담 당시 퇴직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도 사측이 3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그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온 끝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측이 육아휴직 중이거나 임신 중인 여성 직원에게 주로 퇴직강요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신한 여직원이 실신한 뒤 노조 측은 ‘면담을 통해 퇴직을 압박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사측은 용어 순화 등 압박 수위를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의 직원들에 대한 면담은 이어졌고, 또 다른 직원이 쓰러졌다. 이 직원 역시 퇴직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해당 부서장이 ‘너와는 같이 일 못 한다’ ‘우리 부서에 네 자리가 없다’며 8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그는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며 ‘차라리 자살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결국 지난달 25일 그는 실신해 병원에 실려갔다.

익명을 요구한 ING생명 직원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총 8회에 걸쳐 소위 ‘찍퇴’ 면담을 실시했다”며 “면담과정에서 과중한 스트레스로 이 직원은 동료들에게 한강에서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 중압감을 토로했음에도 불구하고 7차면담을 진행했다”며 “면담진행과정의 강압과 폭언에 근육 경직 및 호흡곤란을 일으켜 동료들이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긴급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두 직원은 휴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ING생명은 해당 직원이 병원에 실려 간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희망퇴직 제도를 알렸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5년 이상 근무자들이 주로 면담을 받았지만 특정 대상을 찍어서 면담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희망퇴직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정도였다”라고 해명했다.

직원 쫓아내고
설계사 늘리기

ING생명은 본사 인원을 감축하는 것과 반대로 설계사 조직은 늘리는데 혈안이다. 정 사장은 설계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단기적 성과의 인센티브 제도에서 장기적 관점의 분할방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ING생명이 도입하기로 한 인센티브 제도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형식과 유사하다. 1년 동안 설계사들의 업무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분기별로 분산해 지급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센티브를 얹어주면서 기존 설계사는 붙잡고 다른 곳 설계사들을 끌어들여 실적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2년여 동안 매각작업이 지연되면서 설계사들의 숫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 사장의 설계사 정책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모집인을 붙잡아 두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사 한 설계사는 “ING생명이 실적이 조금만 괜찮아도 ‘우수설계사 상금’을 주고 이번 여름에도 해외여행을 대거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계사들을 붙잡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당장 ING생명 모집인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길게 보면 실적경쟁 때문에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설계사는 6000여명으로 파악됐다. ING생명 설계사는 2013년 4월 말 6700명에서 2013년 10월 6500명, 올해 1월 6100명, 4월말 현재 6000명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감소폭은 줄어들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내부 상황을 보면 실제 영업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소식이다.

이중에서도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설계사는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ING생명이 조직을 큰 것처럼 보이려고 영업을 하지 않는 설계사들의 자리를 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주주 MBK가 5년 후 ING생명을 재매각할 때 높은 가격을 부르기 위해 본사 조직은 줄이고 영업인원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의 설계사 수당을 높이는 정책은 실적을 높이기 위한 낚싯밥 같은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설계사가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 상품을 판매하려다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연이다.

구조조정은 ING생명이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방식이라고 보았다. 이 관계자는 “외국계 사모펀드인 MBK는 국내 경제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라며 “인수 가격보다 더 비싸게 매각하는 것만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남기기 위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사 정책으로 매각가를 높이기위한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외국계 자본에 먹거리를 떠안겨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희망퇴직? 임직원 줄줄이 잘려
설계사 키워 실적 올리기 복안

정 사장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ING생명를 인수한 직후인 올 2월에 취임했다. 사모펀드는 통상 5년 정도 안에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다음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남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정 사장에게 ‘실적 극대화’를 주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ING생명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이런 맥락일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사장은 희망퇴직 등의 인력 구조조정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ING생명이 지난 2008년 업계 4위에 있을 때 월납보험료가 100억원 수준이고, 임직원 수는 1000명이었다”면서 “현재는 월납보험료 26억원으로 월 매출액이 30% 수준으로 줄었지만 직원 수는 그때와 똑같다”고 희망퇴직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살보험금
과징금 문제도

이런 와중에 ING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400여건, 금액으로는 500억원이 넘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ING생명을 제재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ING생명이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관을 어기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 것을 명백한 규칙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고의가 아닌 과실로 보고 제재 수위는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ING생명에 ‘기관주의’와 과징금 4900만원을 사전 통보했다.

문제는 당국의 제재 수위가 아니라 ING생명이 추가로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다. ING생명이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은 5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분의 1 수준이다.

ING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면 올해 순이익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ING생명의 순이익은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2409억원에서 2012년 1993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실적은 1878억원으로 2012년 같은 기간(1525억원)보다 늘었다.

ING생명은 일단 금융위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ING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의 과징금에 대한 통보는 아직 안 나왔다”며 “정식 통보 전까지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지면 법정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순이익이 줄어들수록 경영진의 성과급도 작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ING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카페베네 '점포 후리기' 백태, 실적에 눈멀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카페베네에 19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가맹점에 할인행사 비용 전액을 떠넘기고 인테리어 시공 등도 본사를 통해서만 하도록 강제한 이유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2010년 8월 통신사 KT와 제휴해 KT 멤버십 회원이 카페베네에서 음식료품을 구매할 경우 가격의 10%를 할인해주는 계약을 맺었다. 할인 금액은 KT와 카페베네가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당시 전체 가맹점 중 40%는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해 제휴할인 서비스 개시를 반대했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할인행사 진행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그해 11월부터 실시했다.

카페베네는 이후 본사의 비용분담분(50%) 전액을 가맹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카페베네는 당초 가맹사업자와의 계약서에서 판촉비용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나눠 내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공정위 측은 카페베네가 가맹본부의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가맹법 위반 역대 최고 과징금

 

또 카페베네는 새로 가맹점을 내려는 가맹 희망자가 매장 인테리어 시공과 장비·기기 조달을 모두 본사 또는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서 하도록 강제했다. 가맹 희망자가 시공 위탁 요구를 거부하면 아예 가맹계약을 맺지 않았다. 카페베네는 가맹 희망자에게 계약 체결 전 미리 점포를 확보하도록 했다. 그런데 가맹계약이 불발되면 예비 가맹점주는 점포 임대료를 날리게 된다. 이 때문에 가맹 희망자들은 본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아울러 카페베네는 지난 6월에도 블랙스미스에 축산물을 공급할 당시 ‘축산물판매업 영업·판매신고’를 하지 않아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 제재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