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산업개발 '수상한 투서' 내막

관피아 천국은 지금 '이전투구'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한전산업개발 현직 임원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한전산업개발은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자회사로 연매출 3000억원에 육박하는 알짜 회사다. 문제의 파일 안에는 임원이 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범죄 경력에 대한 확인서가 담겨 있었다. 그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한전산업개발은 잇따른 법정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시작은 한국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노조는 "첫 단추를 잘못 낀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관피아 천국'으로 전락한 한전산업개발. 자구책은 없어 보인다.

한전산업개발 전·현직 임원들이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들은 부실 경영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의혹을 받고 있다.

갈등 점입가경

지난 5일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김영한 전 대표이사를 비롯해 원성수 전 감사, 최준규 전 관리전무, 신동혁 현 관리본부장 등 10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배임) 및 상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조가 고발한 전·현직 임원 가운데는 자회사 한산산업개발 홍기표 대표이사,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산업개발은 지난 1990년 한전이 100% 출자한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한전으로부터 일감을 받았기 때문에 수익 구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한전은 2002년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밝히자 한전산업개발 지분 51%를 시장에 내놨다. 이를 전량 인수한 곳이 한국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이다. 자총은 전국 150만여명의 회원이 등록된 국내 최대 관변단체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자총은 한전산업개발의 지분을 707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재원을 금융권 대출로 마련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 7월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자총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할 당시 마련한 돈은 6억6000만원에 불과했다"고 알렸다.

그런데 자총은 한전산업개발 대주주가 된 후 이른바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 10여년간 주주배당·사옥매각·주식판매 등으로 모두 1000억여원의 이득을 챙겼다. 노조는 "자총이 (투자 대비) 15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같은 기간 자총이 기업 인사에 개입해 낙하산을 내려 보냈다는 점이다. 노조는 "감사나 관리본부장 등 핵심 요직은 사실상 정권이 내려 보낸 낙하산이 차지했다"며 "낙하산의 배후가 다르다보니 경영진 간 대결구도까지 형성됐다"고 말했다. 현재 한전산업개발에는 이른바 '홍 라인'과 '서 라인'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현직 임원 배임 등 혐의로 검찰 고발
자유총연맹 낙하산 인사 파벌싸움 진통

노조의 고발장과 이사회 문건, 사측이 회계법인에 자체 의뢰한 경영진단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한전산업개발은 신규 사업에서 일부 투자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 노조는 "한전산업개발이 출자회사 형태로 신규 사업에 371억원을 투자했고, 출자회사의 금융기관 차입금 중 271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 최대 642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윤기영 현 감사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제2차 이사회'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대한광물, 양주CC골프클럽, 원일산업개발(이하 원일), 한산산업개발(이하 한산) 등에 약 6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여 결손을 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분법 손실 및 투자주식 손상차손 165억원 ▲대손상각비 75억원 ▲투자사 대한광물에 대한 지급보증 손실 37억원 등 모두 277억원의 투자손실이 계상됐다고 설명했다.

또 노조는 "원일·한산의 경우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의 주장은 이렇다. 홍 이사는 2013년 2월 한전산업개발로부터 한산 주식 80만주(100%)를 10원에 사들였다. 이는 한산이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자본 잠식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산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원일도 매각 대상으로 묶였다. 가계약에서 한전산업개발은 원일·한산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 38억9000만원을 본계약 전 완납받기로 했다.

그렇지만 한전산업개발은 잔금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홍 이사와 본계약을 맺고 모든 권한을 넘겼다. 이후 홍 이사는 한산의 자산 등을 매각해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미납 잔금은 납부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커지자 한전산업개발은 홍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잘못된 계약을 한 회사가 면피용으로 한 것"이라며 의심했다. 홍 이사 역시 "본 계약서에 기입된 일부 조항이 잘못됐다"며 한전산업개발을 상대로 '우발 채무 정산금 지급'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홍 이사는 최근 한산 소유의 땅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측이 지난해 10월 홍 이사의 매각대금 지급기일을 올 10월로 연기해주면서 개인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다. 홍 이사는 자총 전 회장인 박창달씨의 대학 동창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조는 "홍 이사가 계약 당시 한전산업개발과 특수 관계였다"며 "상법상 주식을 취득할 수 없는데도 80만주를 건넨 책임을 경영진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적격업체 수의계약 의혹, 대한광물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의혹들

기자가 입수한 '한전산업 기타비상무이사 및 고문 현황'을 보면 김명환 자총 총재(비상무이사)는 2013년 10월부터 월 1000만원의 활동비를 받았다. 자총 총재는 한전산업개발의 대주주로 비상무이사를 겸한다. 전문 경영인이 아님을 고려하면 과도한 보수다.

또 전임 총재였던 박씨는 퇴임 후 한전산업개발 고문료로 월 650만원을 챙겼다. 원 감사는 퇴직 과정에서 공증까지 받으며 고문직을 약속받았다. 그 대가로 월 470만원의 고문료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는 각각 1년에서 3년까지 급여가 보장됐다. 노조는 "이게 바로 관피아의 전형"이라며 씁쓸해 했다.

한전산업개발은 최근 고액 보수 논란이 불거지자 이들의 보수를 일부 삭감했다. 그렇지만 회사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관피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들의 '이전투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전산업개발 입장은?

한전산업개발이 노조의 고발건과 관련해 보도자료로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642억원의 손실'에 대해 "보고서에서 투자손실을 언급한 바 없으며 투자금 중 상당 부분은 회수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 이사의 이른바 '먹튀' 논란과 관련해서도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해놓은 상황"이라며 "관련 담당자 인사조치 등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활동비 및 고문료와 관련해서는 "총재의 활동료를 300만원으로 하향했고, 박씨에게 지급했던 고문료는 지난 5월 지급 중단했다"고 알렸다. 한전산업개발은 "회사가 내부 갈등 양상에 있다"고 언급한 뒤 "현재 진행 중인 진정, 고소·고발 건이 4건에 달하는데 불합리한 요구를 해오는 경우에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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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