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올인 '관피아 수사' 중간체크

혼돈의 정국 '게이트'로 돌파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용두사미로 끝날 것인가. 검찰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가 고비를 맞았다.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던 검찰은 기대했던 '대어'를 낚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철피아' 수사가 정상궤도에 오른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거물급 고위 관료나 정치인이 연루된 게이트는 아직 터지지 않았다. '권영모 리스트' '박상은 리스트' 등 소문은 많았지만 정권 초 폭발력이 있었던 대기업 수사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떨어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고 있다. 침몰한 정국의 키를 쥔 관피아 수사,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은 5월19일이다. 박 대통령은 "수십년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인 민·관유착 고리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때를 맞춰 관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민·관유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통일적인 수사체계를 구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세월호 타개'
하명받은 검찰

정부가 관피아 카드를 꺼낸 건 이른바 '세월호 정국'과 관련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공직사회로 돌린 것이다. 내사 없이 기획된 수사라 무리가 따르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문제는 이를 직언할 소신 있는 간부가 없었다는 점이다.

하명을 받은 검찰은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키로 협의했다. 5월21일 관피아 수사와 관련한 '전국 고검 및 지검 검사장 긴급회의'가 열렸다. 1명을 제외한 22명이 전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유일한 검사장이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다.

전국 18개 지검 특수본 구성…척결 사활
특수1부 철피아 속도…대기업 수사 확대


당시 최 전 지검장은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검찰 수뇌부도 최 전 지검장을 찾지 않았다. '윗선'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최 전 지검장. 그러나 그는 두 달 뒤 스스로 옷을 벗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 실패의 책임을 진 것이다. 최 전 지검장이 물러난 수사팀은 표류하고 있다. 수사관들끼리 주먹 다툼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와 더불어 세월호 정국 타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관피아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5월 검찰은 관피아 수사에 착수하면서 선박과 철도, 원전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공공인프라 분야의 비리를 최우선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호탄은 몸집이 큰 서울중앙지검이 쏘아 올렸다.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수사를 궤도에 올린 것이다.

철피아 수사
조현룡 덜미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던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의 측근 2명을 체포했다. 검찰은 철도부품 납품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조 의원의 운전기사 위모씨와 지인 김모씨 등 2명을 조사했다고 알렸다. 조 의원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검찰은 조 의원이 이사장을 지내던 시절 위씨 등이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삼표이앤씨로부터 "위씨 등을 통해 조 의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금품 수수과정에서 조 의원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추궁하고 있다. 금품을 받은 시기와 액수, 구체적인 경위도 함께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주 내로 조 의원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삼표이앤씨는 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2011년부터 코레일 등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이 PST를 고속철도 건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PST는 서울 지하철 중앙선 등 일부 구간에 시험 부설됐다. 그런데 지난 6월 코레일이 현장 점검을 벌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궤도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안전성 논란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책임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은 문제의 PST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공단은 성능검증심의위원회를 열고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렸다. 이에 삼표이앤씨는 호남고속철도 등에 PST 공법을 누차 적용했다.

검찰은 삼표이앤씨 측이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다른 의원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벌인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에는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검찰은 삼표이앤씨로부터 납품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한국철도시설공단 전 감사 성모씨를 구속했다. 성씨는 감사원에서 건설·환경감사국장과 공직감찰본부장(1급)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확인됐다.

철피아 비리로 감사원 공무원 출신이 구속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3일 검찰은 철도납품업체 AVT사 등 관련업체 9곳으로부터 2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감사원 기술직 감사관(4급) 김모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AVT사가 충청권 출신 여당 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AVT사는 지난해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발각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을 시켜 철도시설공단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또 다른 철도관련업체인 H사와 관련한 비리 정황도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사에 대해서는 다른 사정기관의 조사가 시작된 상황이다. 전방위로 확대된 철피아 수사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피아 통피아
성과 이어질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교피아(교육+마피아) 수사에 한창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핵심 인물은 거액의 학교 공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이하 SAC) 김민성(55) 이사장이다. 지난달 검찰은 김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두 차례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003년 SAC 설립 이후 10여 년간 등록금 및 국비 지원금 등 학교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을 상대로 횡령 금액의 정확한 액수와 경위, 교육·문화계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추궁했다. 또 김 이사장이 학교 명의의 건물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매매대금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2년제 학점은행 전문학사과정만 운영되던 SAC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4년제 학사 학위기관으로 승격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이사장은 횡령액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 교육지원국장·교육부 대학정책국장·총리실 부이사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 학장 A씨가 일종의 로비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학교 운영 과정에서 최모 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등 임원진을 상대로 수억원대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학점은행 운영과 독학학위검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SAC와 같은 학점은행 교육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교육부로부터 위임받고, 인가 취소 등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특수2부 '교피아' 난항…로비규명 관건
요란한 특수3부·4부 ‘통피아’도 답보

검찰은 SAC와 평생교육진흥원의 유착 의혹과 함께 SAC 일부 재학생들이 규정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아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인정받는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평생교육진흥원 성과감사실장 문모(43)씨가 구속됐다. 문씨는 학점은행 운영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SAC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경과상 문씨의 구속은 김 이사장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스타 제조기'로 불리며 연예 매니지먼트 1세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이사장은 KBS 탤런트 출신이다. 1987년 우리나라 연기학원의 효시격인 한국방송문화원을 차린 뒤 1989년 매니지먼트사인 MTM을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렇지만 특수2부는 '이름값'에서 철피아 수사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특수2부는 STX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함께 수사 중이다. 교피아 수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인 셈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불구속)한 게 나름의 성과다. 앞으로도 특수2부는 대기업 수사에 좀 더 비중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준정부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과 민간업체 간의 유착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NIPA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등 기존 3개 기관이 통합된 기관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겨졌으며, 정보통신산업과 전자상거래 육성, 소프트웨어 산업 지원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NIPA는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소속 직원과 업체 간의 청탁성 금품이 오간 정황이 있다. 검찰은 NIPA 직원이 특정업체에게 지급 기준보다 부풀려진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NIPA가 업계 관행에 따라 옛 지식경제부 출신 고위 관료들을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NIPA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NIPA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뒤 7월 말까지 공식 브리핑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한 회계장부의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3부 역시 특수2부처럼 다른 수사에 좀 더 힘을 실은 모양새다. 지난달 21일 특수3부는 삼성물산과 삼환기업 등의 하청업체가 도로건설 공사대금을 횡령한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삼환기업이 시공한 함양~성산간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하청업체가 일부 부품의 단가를 부풀려 허위로 청구하거나 설계 기준보다 적은 양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공사대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환기업, 하청업체 1곳을 압수수색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공사·계약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만약 특수3부가 하도급 비리에 집중한다면 통피아 수사는 진척이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찬가지로 통피아 색출에 나선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의 수사 성과에 우려의 시선이 모인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수백억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거액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장병권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을 구속했다. 장 부회장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셋톱박스 전문 업체 인수비용 마련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무담보로 회삿돈을 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 명의로 무단 지급 보증을 하고, 회사의 보증 서류를 위조해 수백억원의 사기성 대출을 받은 혐의도 함께받고 있다.

전방위 수사에도
관피아는 여전해

검찰의 칼끝은 장 부회장의 아버지인 장석하 대표에게도 향했다. 검찰은 장 부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한국전파기지국 전 부사장 최모씨 등을 상대로 장 회장의 범행 가담 여부와 정·관계 로비 여부를 추궁했다.

한국전파기지국은 WCDMA, WiBro, Wi-Fi 등 이동통신서비스에 필요한 설비 구축 및 운용·보수 사업을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이동통신 기지국 사업을 거의 독점으로 수주해 왔다. 297억원 규모의 전국 지하철 LTE망 구축 계약을 KT와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수사 막바지 단계에도 거물급 고위 관료나 대기업 임원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요란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통피아가 아닌 장 부회장 개인 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처럼 철피아 수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관피아 수사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피아 수사에 '올인'한 것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소홀히했던 것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언제나 그렇듯 '진짜 권력'의 구조적인 비리에는 손을 뻗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 출신 고위공직자 집단은 '관피아' 논란을 일으켰다.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각각 LS산전 고문과 법무법인 광장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심사대상 27명 중 17명이 취업승인을 받았다. 취업이 제한된 인사는 4명에 불과했다. 관피아를 잡겠다면서 관피아를 양산하고 있는 정부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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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