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멘붕’ 내막

되는 게 없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롯데그룹이 연이은 악재로 뒤숭숭하다. 신동빈 회장은 사장단회의까지 열고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갑질’ 납품비리를 크게 질책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비리척결 다짐은 금세 무색해졌다. 당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납품사기 혐의로 피소됐기 때문이다. 온갖 비리사건에 휘말린 롯데그룹, 올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롯데홈쇼핑 사건은 충격과 실망 그 자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비리가 밝혀진 다음날인 6월24일 42개 계열사 대표 이사와 임원 등 60여명이 서울 롯데제과 본사에 모였다. 2010년에 이어 4년만으로 같은 곳에서 사장단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개 사장단 회의는 일 년에 한번 열린다. 그런데 창사 이래 최악의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신동빈 회장은 직접 비리 척결 다짐에 나선 것이다.

겹치는 악재
신동빈호 난항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각종 명목의 금품을 받아 챙기는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를 비롯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이 납품비리로 줄줄이 검찰에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홈쇼핑 방송에서 특혜를 주는 대가로 20억원대의 뒷돈을 챙긴 신헌 전 대표 등 임직원 7명을 구속기소하고, 전·현직 상품 기획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신 전 대표는 2007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송 출연과 백화점 입·퇴점 등의 편의 제공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1억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대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이후 롯데쇼핑 대표로 재직했다.


신 전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짜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6억5100여만원을 빼돌렸다. 이 가운데 신 전 대표가 챙긴 금액은 2억2500여만원 가량이다. 신 전 대표는 신격호 롯데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회장을 보좌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에서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부정비리 척결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그간 온 정성을 다해 쌓아왔던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일을 그룹 내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각 사 대표이사들의 책임하에 내부 시스템에 허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각 사 실정에 맞게 부정,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다시 한 번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홈쇼핑 납품비리
부회장 여동생도

그런데 신동빈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금세 물거품이 돼버렸다. 신 회장이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날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납품사기 구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중소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롯데마트 협력업체 등록을 미끼로 사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에서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유통업자 김모씨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 이모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이 부회장의 동생이 롯데마트 고위 임원을 통해 협력업체로 등록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중소형차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이씨에게 아반테 차량을 리스해주고 자동차 보험료까지 지불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부채 1억8000만원만 진채 사업체를 정리해야 했다고 한다.

롯데홈쇼핑 경영진 횡령 비리 일파만파
이인원 부회장도 여동생 납품비리 연루


롯데마트 측은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롯데마트 홍보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인원 부회장은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김씨는) 롯데마트를 고소한 게 아닌 부회장님 동생 한 개인을 고소한 것이기 때문에 그 둘 사이의 문제일 뿐 사실상 롯데마트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미 홈쇼핑 비리로 얼룩진 상황이라 롯데그룹은 곤혹스런 상황이다. 이인원 부회장은 신격호, 신동빈 부자 경영을 보좌하는 그룹의 핵심 리더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롯데쇼핑 대표이사와 그룹 정책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홈쇼핑 채널은 6개에 불과한 독과점 구조다. 그래서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황금 시간대 편성이나 방송 출연 횟수 등을 챙겨주고 편의를 봐주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졌다.

제2롯데월드
인명사고 뒤숭숭

신동빈 회장의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도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는 123층짜리 타워와 별도로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을 지난5월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었다. 그래서 지난3월 롯데는 채용 박람회를 열고 저층부에서 일할 직원을 뽑았다. 고층부를 제외한 백화점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3개동에 대한 공사가 완료 되는 대로 서울시에 임시사용 신청을 낼 방침이었다.

그러나 개장하기도 전에 인명사고가 터졌다. 지난 4월 롯데월드 인부가 숨지는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월드 인부 황모씨는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다 폭발사고로 숨졌다.

이에 따라 제2롯데월드 개장은 예정보다 두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의 반대로 조기 개장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안전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사망 사고를 비롯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서다. 1년 여 동안 4차례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2명은 숨졌고, 6명이 다쳤다.

지난 2월에도 롯데월드타워 47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공사현장 44층 컨테이너 박스에 불이 나 공사자재가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해 6월에는 롯데월드타워 43층에서 거푸집이 무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지고 다섯 명이 다쳤다. 같은 해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작업을 하던 중 쇠파이프가 50m 아래로 떨어져 공사장 앞을 지나던 시민 한 명이 다쳤다.

지난해 3월에는 콘크리트 균열로 안전문제가 제기돼 대한건축학회로부터 정밀 안전진단을 받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과 근접해 있는 석촌호수 물 15만톤이 사라지기도 했다.

롯데월드 공사 과정에서 이 같은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에는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서울시는 판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는 안전점검 항목 264 가운데 무려 187개 항목에서 안전 조처를 취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등이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시행한 ‘제2롯데월드 1차 종합안전점검’ 결과 264개 점검 항목 중 187개 항목에서 안전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층부 개장 이후에도 초고층 건물 공사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 공사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지거나 건축자재가 백화점 등 쇼핑시설 방향으로 떨어질 경우 자칫 대규모 인명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신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러한 롯데월드 사고를 의식한 듯 안전관리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다중 시설이 많은 롯데그룹의 특성상 사업장 안전관리는 매우 중요하다”며 “철저한 안전점검으로 사고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이 몸에 밸 수 있게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LIG손보 인수
눈앞에서 놓쳐

또한 롯데는 LIG손해보험 인수를 눈앞에서 놓쳤다. 롯데손해보험은 LIG인수 후보 금융사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LIG손해보험 측의 반대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실상 롯데는 LIG손보를 인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LIG손보는 업계에서 매력 있는 매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인수 제안 가격을 제시할 때도 롯데는 6400억원을 제시한 KB금융지주보다 100억 높게 불렀다. 하지만 LIG손보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인수에 실패했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이 인수 유력후보군으로 나타나자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이 LIG손보 노조가 롯데의 인수를 유독 심하게 반대했던 이유는 ‘짠돌이 경영’ 때문이다.

노조는 롯데손보를 계열사로 둔 롯데그룹이 LIG손보를 인수하면 동종 업계인 만큼 합병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열악한 근무여건을 들어 강력 반대했다. 돈보다 철저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는 M&A속설을 잘 보여준 셈이다.

업계에서도 롯데를 짠돌이라고 부른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LIG손보를 인수하려면 KB금융보다 100억이 아닌 훨씬 높은 금액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수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결국 돈 때문에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머뭇거렸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 스스로가 금융사를 크게 키울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세무조사 추징 공포
롯데월드 잇단 사고
LIG손보 인수 실패


사실상 롯데그룹은 롯데카드를 제외한 금융사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금융계열사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롯데손보 자체도 2008년 M&A를 통해 만든 금융사이지만, 자체성장이 더디다. 지난 2008년 롯데는 대한화재(현 롯데손보)를 3526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현재 지분가치는 1200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도 4%에서 3.2%까지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름값을 했던 롯데카드마저 올 초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1월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유출된 개인정보 일부는 대출업자 등에게 넘어갔다. 카드 고객들은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롯데카드센터에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롯데카드에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롯데카드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600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했다.

올 들어 고객 정보유출, 리베이트와 탈세, 인명사고 등 각종 사고에 휘말린 롯데그룹. 상반기 마지막을 신헌 롯데쇼핑 전 대표 구속과 부회장 여동생 피소 소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시끄러웠던 상반기가 끝나면서 신 회장은 비리척결을 다짐했다. 롯데그룹의 올해 하반기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나가는 유니클로…롯데 표정관리 왜?

롯데가 온갖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제조·직매형 의류(SPA)업체 유니클로가 효자노릇을 해주고 있다. 유니클로만큼은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1994년 일본이 설립한 캐주얼 의류업체다. 지난 2004년 롯데쇼핑이 유니클로 일본본사와 합작해 FRL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유니클로 영업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한국법인 FRL코리아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법인 설립 후 2005년 3개 점포로 시작한 유니클로는 현재 11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 11월 소공동 롯데영플라자 6층에 입점한 데 이어 2007년 12월 명동점을 열었다. 유니클로 명동점은 전국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실적↑ 매장 확대 ‘효자노릇’
업계선 국내 의류업 잠식 우려
 

FRL코리아는 당초 3년간 롯데 관련 유통망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3년 시한이 지나면서 롯데 외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로 유통망을 확대해 둥지를 텄다. 특히 최근에는 유니클로가 홈플러스를 통해 판매처를 대거 넓혀가고 있다. 이달까지 홈플러스 내 유니클로 매장은 15개로 확대됐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유니클로의 지난해 매출은 6940억원으로 전년보다 37.5% 늘었다. 해마다 30% 이상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SPA 브랜드 가운데 1위를 독점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꾸준한 성장세에 2대주주인 롯데쇼핑은 간접적으로 패션사업부문 매출에 상당한 이득을 맛보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한 일 중에서 일본기업 유니클로를 들여온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롯데가 유니클로를 국내로 들이면서 국내 의류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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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