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멘붕’ 내막

되는 게 없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롯데그룹이 연이은 악재로 뒤숭숭하다. 신동빈 회장은 사장단회의까지 열고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갑질’ 납품비리를 크게 질책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비리척결 다짐은 금세 무색해졌다. 당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납품사기 혐의로 피소됐기 때문이다. 온갖 비리사건에 휘말린 롯데그룹, 올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롯데홈쇼핑 사건은 충격과 실망 그 자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비리가 밝혀진 다음날인 6월24일 42개 계열사 대표 이사와 임원 등 60여명이 서울 롯데제과 본사에 모였다. 2010년에 이어 4년만으로 같은 곳에서 사장단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개 사장단 회의는 일 년에 한번 열린다. 그런데 창사 이래 최악의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신동빈 회장은 직접 비리 척결 다짐에 나선 것이다.

겹치는 악재
신동빈호 난항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각종 명목의 금품을 받아 챙기는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를 비롯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이 납품비리로 줄줄이 검찰에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홈쇼핑 방송에서 특혜를 주는 대가로 20억원대의 뒷돈을 챙긴 신헌 전 대표 등 임직원 7명을 구속기소하고, 전·현직 상품 기획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신 전 대표는 2007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송 출연과 백화점 입·퇴점 등의 편의 제공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1억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대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이후 롯데쇼핑 대표로 재직했다.


신 전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짜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6억5100여만원을 빼돌렸다. 이 가운데 신 전 대표가 챙긴 금액은 2억2500여만원 가량이다. 신 전 대표는 신격호 롯데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회장을 보좌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에서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부정비리 척결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그간 온 정성을 다해 쌓아왔던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일을 그룹 내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각 사 대표이사들의 책임하에 내부 시스템에 허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각 사 실정에 맞게 부정,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다시 한 번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홈쇼핑 납품비리
부회장 여동생도

그런데 신동빈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금세 물거품이 돼버렸다. 신 회장이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날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납품사기 구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중소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롯데마트 협력업체 등록을 미끼로 사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에서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유통업자 김모씨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 이모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이 부회장의 동생이 롯데마트 고위 임원을 통해 협력업체로 등록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중소형차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이씨에게 아반테 차량을 리스해주고 자동차 보험료까지 지불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부채 1억8000만원만 진채 사업체를 정리해야 했다고 한다.

롯데홈쇼핑 경영진 횡령 비리 일파만파
이인원 부회장도 여동생 납품비리 연루


롯데마트 측은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롯데마트 홍보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인원 부회장은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김씨는) 롯데마트를 고소한 게 아닌 부회장님 동생 한 개인을 고소한 것이기 때문에 그 둘 사이의 문제일 뿐 사실상 롯데마트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미 홈쇼핑 비리로 얼룩진 상황이라 롯데그룹은 곤혹스런 상황이다. 이인원 부회장은 신격호, 신동빈 부자 경영을 보좌하는 그룹의 핵심 리더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롯데쇼핑 대표이사와 그룹 정책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홈쇼핑 채널은 6개에 불과한 독과점 구조다. 그래서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황금 시간대 편성이나 방송 출연 횟수 등을 챙겨주고 편의를 봐주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졌다.

제2롯데월드
인명사고 뒤숭숭

신동빈 회장의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도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는 123층짜리 타워와 별도로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을 지난5월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었다. 그래서 지난3월 롯데는 채용 박람회를 열고 저층부에서 일할 직원을 뽑았다. 고층부를 제외한 백화점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3개동에 대한 공사가 완료 되는 대로 서울시에 임시사용 신청을 낼 방침이었다.

그러나 개장하기도 전에 인명사고가 터졌다. 지난 4월 롯데월드 인부가 숨지는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월드 인부 황모씨는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다 폭발사고로 숨졌다.

이에 따라 제2롯데월드 개장은 예정보다 두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의 반대로 조기 개장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안전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사망 사고를 비롯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서다. 1년 여 동안 4차례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2명은 숨졌고, 6명이 다쳤다.

지난 2월에도 롯데월드타워 47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공사현장 44층 컨테이너 박스에 불이 나 공사자재가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해 6월에는 롯데월드타워 43층에서 거푸집이 무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지고 다섯 명이 다쳤다. 같은 해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작업을 하던 중 쇠파이프가 50m 아래로 떨어져 공사장 앞을 지나던 시민 한 명이 다쳤다.

지난해 3월에는 콘크리트 균열로 안전문제가 제기돼 대한건축학회로부터 정밀 안전진단을 받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과 근접해 있는 석촌호수 물 15만톤이 사라지기도 했다.

롯데월드 공사 과정에서 이 같은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에는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서울시는 판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는 안전점검 항목 264 가운데 무려 187개 항목에서 안전 조처를 취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등이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시행한 ‘제2롯데월드 1차 종합안전점검’ 결과 264개 점검 항목 중 187개 항목에서 안전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층부 개장 이후에도 초고층 건물 공사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 공사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지거나 건축자재가 백화점 등 쇼핑시설 방향으로 떨어질 경우 자칫 대규모 인명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신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러한 롯데월드 사고를 의식한 듯 안전관리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다중 시설이 많은 롯데그룹의 특성상 사업장 안전관리는 매우 중요하다”며 “철저한 안전점검으로 사고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이 몸에 밸 수 있게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LIG손보 인수
눈앞에서 놓쳐

또한 롯데는 LIG손해보험 인수를 눈앞에서 놓쳤다. 롯데손해보험은 LIG인수 후보 금융사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LIG손해보험 측의 반대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실상 롯데는 LIG손보를 인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LIG손보는 업계에서 매력 있는 매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인수 제안 가격을 제시할 때도 롯데는 6400억원을 제시한 KB금융지주보다 100억 높게 불렀다. 하지만 LIG손보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인수에 실패했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이 인수 유력후보군으로 나타나자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이 LIG손보 노조가 롯데의 인수를 유독 심하게 반대했던 이유는 ‘짠돌이 경영’ 때문이다.

노조는 롯데손보를 계열사로 둔 롯데그룹이 LIG손보를 인수하면 동종 업계인 만큼 합병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열악한 근무여건을 들어 강력 반대했다. 돈보다 철저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는 M&A속설을 잘 보여준 셈이다.

업계에서도 롯데를 짠돌이라고 부른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LIG손보를 인수하려면 KB금융보다 100억이 아닌 훨씬 높은 금액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수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결국 돈 때문에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머뭇거렸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 스스로가 금융사를 크게 키울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세무조사 추징 공포
롯데월드 잇단 사고
LIG손보 인수 실패


사실상 롯데그룹은 롯데카드를 제외한 금융사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금융계열사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롯데손보 자체도 2008년 M&A를 통해 만든 금융사이지만, 자체성장이 더디다. 지난 2008년 롯데는 대한화재(현 롯데손보)를 3526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현재 지분가치는 1200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도 4%에서 3.2%까지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름값을 했던 롯데카드마저 올 초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1월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유출된 개인정보 일부는 대출업자 등에게 넘어갔다. 카드 고객들은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롯데카드센터에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롯데카드에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롯데카드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600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했다.

올 들어 고객 정보유출, 리베이트와 탈세, 인명사고 등 각종 사고에 휘말린 롯데그룹. 상반기 마지막을 신헌 롯데쇼핑 전 대표 구속과 부회장 여동생 피소 소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시끄러웠던 상반기가 끝나면서 신 회장은 비리척결을 다짐했다. 롯데그룹의 올해 하반기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나가는 유니클로…롯데 표정관리 왜?

롯데가 온갖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제조·직매형 의류(SPA)업체 유니클로가 효자노릇을 해주고 있다. 유니클로만큼은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1994년 일본이 설립한 캐주얼 의류업체다. 지난 2004년 롯데쇼핑이 유니클로 일본본사와 합작해 FRL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유니클로 영업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한국법인 FRL코리아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법인 설립 후 2005년 3개 점포로 시작한 유니클로는 현재 11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 11월 소공동 롯데영플라자 6층에 입점한 데 이어 2007년 12월 명동점을 열었다. 유니클로 명동점은 전국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실적↑ 매장 확대 ‘효자노릇’
업계선 국내 의류업 잠식 우려
 

FRL코리아는 당초 3년간 롯데 관련 유통망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3년 시한이 지나면서 롯데 외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로 유통망을 확대해 둥지를 텄다. 특히 최근에는 유니클로가 홈플러스를 통해 판매처를 대거 넓혀가고 있다. 이달까지 홈플러스 내 유니클로 매장은 15개로 확대됐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유니클로의 지난해 매출은 6940억원으로 전년보다 37.5% 늘었다. 해마다 30% 이상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SPA 브랜드 가운데 1위를 독점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꾸준한 성장세에 2대주주인 롯데쇼핑은 간접적으로 패션사업부문 매출에 상당한 이득을 맛보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한 일 중에서 일본기업 유니클로를 들여온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롯데가 유니클로를 국내로 들이면서 국내 의류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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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