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세월호 개입설' 진상

동네북 된 NIS "헉"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 전면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등장했다. 세월호 선박 증·개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세월호 참사 이면에 국정원이 있던 것 아니냐"는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의 커넥션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도 있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두 차례 해명자료를 낸 후 입을 닫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국정원 개입설'의 진상을 추적했다.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은 A4용지 5장 분량이다. 2013년 2월26일 오전 11시56분께 저장한 것으로 돼 있다. 작성자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 소속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지적사항
누가 왜 작성했나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25일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대책위는 앞서 세월호에서 인양된 노트북을 복원해 문건을 얻었다.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국정원 지적사항'이다. 항목별로 모두 94가지의 작업 내용이 적혀 있고, 5가지의 불량 항목이 기재돼 있다.

대책위는 문건을 근거로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관리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서에 기재된 사항이 대체로 국정원의 고유 업무와는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 지적사항 첫째는 '갤러리룸(전시실) 천정 칸막이 및 도색작업'이다. 둘째는 '자판기 로비층 테이블 설치 여부'다. 셋째는 '분리수거함 및 재떨이 위치선정', 넷째는 '오락실 바닥 데코타일 신환 및 천정 도색작업'이다. 국정원이 선박 도색이나 가구 배치, 재떨이 위치까지 관여했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어진 지적사항도 다르지 않다. 레스토랑·편의점 유리 파손면 썬팅보수, 여성샤워실 누수 부분 용접 및 배수구 분리작업, 객실 내·외부 유리창 청소작업, 화장실 거울 전체 교체작업 등이다. 'CCTV 추가 신설'이나 '승객 탈출방향 화살표 제작·부착' 등 일부 연관 있는 항목도 있지만 '직원 휴가계획서 작성·제출' '작업수당 보고서 작성' 등의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유가족 대책위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공개
6개 기관 합동조사…불법 증개축 사실 몰랐나

무엇보다 문건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국정원이 세월호의 불법 증·개축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청해진해운은 지난 2012년 10월 115억원을 들여 세월호를 구매했다. 이어 전남 한 조선소에서 선박 4층과 5층을 증축했다. 2013년 2월까지 51억원을 들여 선박개조를 했고, 같은 해 3월15일 인천·제주 구간 항로에 취항했다. 문서 작성일이 2월26일인 것을 고려하면 문제의 지적사항은 첫 출항을 앞두고 정리된 셈이다.

대책위는 '신설된 객실(3·4·5층)의 비상탈출 안내 문구 부착' '전시실(5층) 도색작업' 등이 지적됐기 때문에 국정원이 증·개축을 인지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정부는 청해진해운과 함께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일부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원 말고
기관 더 있다

해당 문건이 들어 있던 노트북에는 “세월호 승선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파일, 조식 메뉴, 운항시간, 공연시간, 입항시간 등이 적힌 파일이 저장돼 있다. 행사용 음악도 포함돼 있다. 대책위는 "개인용이 아닌 선원이 썼던 업무용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건의 신빙성은 의심할 나위 없었다.

지난 26일 기자는 한 선원과 만났다. 그는 문건에 적힌 항목을 보고 의아해했다. "국정원이 왜 지적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모두 단순 작업이다. 집으로 비유하면 형광등을 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조타기·전자변 수리, 비상발전기·마그네틱콘텍터 보수, 메인 엔진 베어링 교환 등 점검 사항이 많을 텐데 그런 점검 사항은 전혀 언급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이 테러를 대비하기 위해 점검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에 실속이 없다"며 "(누군가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을 테니 대충 끄적거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세월호에서 대체 무슨 일을 꾸민 것일까. 국정원의 첫 해명자료는 25일 저녁에 나왔다. 국정원은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의 요청으로 2013년 3월18일부터 20일까지 세월호에서 '보안측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시점이 맞지 않았다. 문건이 작성된 날짜는 2월27일이었다. 국정원은 수정된 해명자료를 이틀 뒤(27일) 배포했다.

2000t급 선박 중 세월호만 
유일하게 국정원 보고 왜?

국정원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2월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예비조사(보안측정 등)를 받았다. 국가보호장비는 보안을 목적으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나 지역, 선박·항공기 등이 지정돼 있다. 국정원은 관계 법령에 따라 국가보호장비를 지정할 수 있다.

국정원은 "보안측정 당시 모두 4가지 항목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 추가 신설(2건) ▲비상시를 대비한 객실 내 일본어 표기 아크릴판 제거 ▲탈출 방향 화살표 제작·부착이다. 남은 항목(96가지)에 대해선 "국정원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증·개축과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은 "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 등과 합동으로 세월호의 미비점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문건에 적힌 '직원 휴가계획서 작성·제출' 등의 사항은 유관기관에서 지적한 것이라고 책임을 넘겼다.

국정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원의 미진한 해명을 보강했다. 이 의원은 "2013년 2월26∼27일 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인천해경·기무사·국정원 등 6개 기관이 합동으로 인천항에 정박 중이던 세월호를 점검한 사실이 있다"고 알렸다. 이는 실제 보안측정이 있었던 3월18∼20일에 앞서 시행된 것으로 사전조사의 성격을 띠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점검에 참여한 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이 문건에 명시된 ▲여객구역 비상탈출로 부착(23번) ▲여객구역 안내 문구 부착(24번) ▲구명동의 착용법 안내 문구 부착물 확인(25번) ▲안내방송 멘트 준비(26번) ▲해양안전수칙 CD 준비(27번) ▲해양안전수칙 ALL 채널 준비(28번) 등을 지적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항만청을 포함한 6개 기관의 합동 지적사항"이라는 주장이다.

입 닫은 직원들
진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의문은 남아 있다. 왜 하필 문서 제목을 '국정원' 지적사항이라고 했을까. 국정원 간부는 지난달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이하 정보위) 결산보고 회의에 참석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이 죽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가 어떤 경위로 작성됐고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된 셈이다.

기자는 문건에 등장하는 몇몇 회사와 접촉했다. 가장 많은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G사는 소재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인천에 소재한 동명의 건설회사는 "우리는 해운 쪽과 아무 관련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S사도 마찬가지였다. S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비슷한 내용의 문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작업을 할 수도 없고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세월호와는 무관해보였다.

P사는 달랐다. 화장실 거울 교체작업 등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P사는 평택지방항만청이 공고한 다른 용역 계약에도 입찰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P사는 "당시 작업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선박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건 맞는데 그 작업을 누가 지시한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G사와 함께 대부분의 작업을 한 '더난터'는 청해진해운 계열사다. 지난 2012년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가 자신의 친척 이름으로 세운 회사다.  대개의 선박수리회사가 항구 주변에 있는 것과 달리 더난터는 산기슭에 사무실이 있다. 금수원과 가까운 경기 안성 보개면이 주소지다. 더난터의 임원들은 유병언 일가가 소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검찰은 앞서 세월호 참사 원인(화물 과적) 규명 과정에서 더난터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에서는 더난터와 관련한 공식 브리핑이 없다. 국정원의 세월호 증·개축 개입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정원 직원이 탑승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월호 탑승자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인천지검은 해당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위)' 소속 한 관계자는 "그런 말들이 있었지만 확인 결과 청해진해운에서 고용한 선원으로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난터 관계자는 국정원의 작업 지시 범위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이 관련 부분까지 수사할지는 미지수다. 기자는 문건에 등장하는 '차장님' 임모씨와 통화했다. 임씨는 청해진해운 소속 직원이었으며 '국정원 지적사항'을 직접 이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임씨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임씨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문건 등장하는 회사·직원 침묵
국정원 "개입사실 없다" 주장

대책위는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 선박은 보안경비 부담 주체가 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인데 세월호만 유일하게 선사(청해진해운)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선박 관리에 개입했기 때문에 보안경비를 부담토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 "국정원의 공식 보안측정은 3월18일 이뤄졌는데 세월호 취항일은 3월15일이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풀리지 않은 의혹이 더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직후 국정원이 최우선 보고를 받은 것도 의문이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를 보면 세월호는 사고 직후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 해운조합에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국정원 지적사항'이 작성되기 하루 전날인 2013년 2월25일 작성됐다.

지난달 10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국내 1000t급 이상 내항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을 모두 분석한 결과 해양사고 시 국정원에 별도의 보고체계를 갖췄던 여객선은 세월호가 유일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씨스타크루즈'도 국정원보고 체계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왜 세월호만
보고 했을까

이에 대해 국정원은 "청해진해운이 정한 것이지 국정원이 문서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국정원은 "2000t급 이상의 선박·항공기는 전쟁·테러 등 비상상황 시 적의 공격으로부터 우선 보호를 위해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정원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과 관련해 "국정원이 대테러 주무기관이어서 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해 청해진해운이 연락처를 기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위는 "세월호를 제외하고 2000t급 이상의 선박 중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 여객선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세월호 특위 한 관계자는 "국정원은 문서화된 사실이 드러나도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적이 없다"며 "누가 의혹을 키우고 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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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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