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세월호 개입설' 진상

동네북 된 NIS "헉"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 전면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등장했다. 세월호 선박 증·개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세월호 참사 이면에 국정원이 있던 것 아니냐"는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의 커넥션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도 있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두 차례 해명자료를 낸 후 입을 닫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국정원 개입설'의 진상을 추적했다.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은 A4용지 5장 분량이다. 2013년 2월26일 오전 11시56분께 저장한 것으로 돼 있다. 작성자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 소속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지적사항
누가 왜 작성했나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25일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대책위는 앞서 세월호에서 인양된 노트북을 복원해 문건을 얻었다.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국정원 지적사항'이다. 항목별로 모두 94가지의 작업 내용이 적혀 있고, 5가지의 불량 항목이 기재돼 있다.

대책위는 문건을 근거로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관리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서에 기재된 사항이 대체로 국정원의 고유 업무와는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 지적사항 첫째는 '갤러리룸(전시실) 천정 칸막이 및 도색작업'이다. 둘째는 '자판기 로비층 테이블 설치 여부'다. 셋째는 '분리수거함 및 재떨이 위치선정', 넷째는 '오락실 바닥 데코타일 신환 및 천정 도색작업'이다. 국정원이 선박 도색이나 가구 배치, 재떨이 위치까지 관여했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어진 지적사항도 다르지 않다. 레스토랑·편의점 유리 파손면 썬팅보수, 여성샤워실 누수 부분 용접 및 배수구 분리작업, 객실 내·외부 유리창 청소작업, 화장실 거울 전체 교체작업 등이다. 'CCTV 추가 신설'이나 '승객 탈출방향 화살표 제작·부착' 등 일부 연관 있는 항목도 있지만 '직원 휴가계획서 작성·제출' '작업수당 보고서 작성' 등의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유가족 대책위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공개
6개 기관 합동조사…불법 증개축 사실 몰랐나

무엇보다 문건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국정원이 세월호의 불법 증·개축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청해진해운은 지난 2012년 10월 115억원을 들여 세월호를 구매했다. 이어 전남 한 조선소에서 선박 4층과 5층을 증축했다. 2013년 2월까지 51억원을 들여 선박개조를 했고, 같은 해 3월15일 인천·제주 구간 항로에 취항했다. 문서 작성일이 2월26일인 것을 고려하면 문제의 지적사항은 첫 출항을 앞두고 정리된 셈이다.

대책위는 '신설된 객실(3·4·5층)의 비상탈출 안내 문구 부착' '전시실(5층) 도색작업' 등이 지적됐기 때문에 국정원이 증·개축을 인지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정부는 청해진해운과 함께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일부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원 말고
기관 더 있다

해당 문건이 들어 있던 노트북에는 “세월호 승선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파일, 조식 메뉴, 운항시간, 공연시간, 입항시간 등이 적힌 파일이 저장돼 있다. 행사용 음악도 포함돼 있다. 대책위는 "개인용이 아닌 선원이 썼던 업무용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건의 신빙성은 의심할 나위 없었다.

지난 26일 기자는 한 선원과 만났다. 그는 문건에 적힌 항목을 보고 의아해했다. "국정원이 왜 지적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모두 단순 작업이다. 집으로 비유하면 형광등을 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조타기·전자변 수리, 비상발전기·마그네틱콘텍터 보수, 메인 엔진 베어링 교환 등 점검 사항이 많을 텐데 그런 점검 사항은 전혀 언급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이 테러를 대비하기 위해 점검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에 실속이 없다"며 "(누군가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을 테니 대충 끄적거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세월호에서 대체 무슨 일을 꾸민 것일까. 국정원의 첫 해명자료는 25일 저녁에 나왔다. 국정원은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의 요청으로 2013년 3월18일부터 20일까지 세월호에서 '보안측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시점이 맞지 않았다. 문건이 작성된 날짜는 2월27일이었다. 국정원은 수정된 해명자료를 이틀 뒤(27일) 배포했다.

2000t급 선박 중 세월호만 
유일하게 국정원 보고 왜?

국정원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2월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예비조사(보안측정 등)를 받았다. 국가보호장비는 보안을 목적으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나 지역, 선박·항공기 등이 지정돼 있다. 국정원은 관계 법령에 따라 국가보호장비를 지정할 수 있다.

국정원은 "보안측정 당시 모두 4가지 항목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 추가 신설(2건) ▲비상시를 대비한 객실 내 일본어 표기 아크릴판 제거 ▲탈출 방향 화살표 제작·부착이다. 남은 항목(96가지)에 대해선 "국정원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증·개축과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은 "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 등과 합동으로 세월호의 미비점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문건에 적힌 '직원 휴가계획서 작성·제출' 등의 사항은 유관기관에서 지적한 것이라고 책임을 넘겼다.

국정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원의 미진한 해명을 보강했다. 이 의원은 "2013년 2월26∼27일 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인천해경·기무사·국정원 등 6개 기관이 합동으로 인천항에 정박 중이던 세월호를 점검한 사실이 있다"고 알렸다. 이는 실제 보안측정이 있었던 3월18∼20일에 앞서 시행된 것으로 사전조사의 성격을 띠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점검에 참여한 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이 문건에 명시된 ▲여객구역 비상탈출로 부착(23번) ▲여객구역 안내 문구 부착(24번) ▲구명동의 착용법 안내 문구 부착물 확인(25번) ▲안내방송 멘트 준비(26번) ▲해양안전수칙 CD 준비(27번) ▲해양안전수칙 ALL 채널 준비(28번) 등을 지적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항만청을 포함한 6개 기관의 합동 지적사항"이라는 주장이다.

입 닫은 직원들
진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의문은 남아 있다. 왜 하필 문서 제목을 '국정원' 지적사항이라고 했을까. 국정원 간부는 지난달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이하 정보위) 결산보고 회의에 참석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이 죽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가 어떤 경위로 작성됐고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된 셈이다.

기자는 문건에 등장하는 몇몇 회사와 접촉했다. 가장 많은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G사는 소재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인천에 소재한 동명의 건설회사는 "우리는 해운 쪽과 아무 관련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S사도 마찬가지였다. S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비슷한 내용의 문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작업을 할 수도 없고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세월호와는 무관해보였다.

P사는 달랐다. 화장실 거울 교체작업 등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P사는 평택지방항만청이 공고한 다른 용역 계약에도 입찰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P사는 "당시 작업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선박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건 맞는데 그 작업을 누가 지시한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G사와 함께 대부분의 작업을 한 '더난터'는 청해진해운 계열사다. 지난 2012년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가 자신의 친척 이름으로 세운 회사다.  대개의 선박수리회사가 항구 주변에 있는 것과 달리 더난터는 산기슭에 사무실이 있다. 금수원과 가까운 경기 안성 보개면이 주소지다. 더난터의 임원들은 유병언 일가가 소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검찰은 앞서 세월호 참사 원인(화물 과적) 규명 과정에서 더난터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에서는 더난터와 관련한 공식 브리핑이 없다. 국정원의 세월호 증·개축 개입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정원 직원이 탑승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월호 탑승자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인천지검은 해당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위)' 소속 한 관계자는 "그런 말들이 있었지만 확인 결과 청해진해운에서 고용한 선원으로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난터 관계자는 국정원의 작업 지시 범위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이 관련 부분까지 수사할지는 미지수다. 기자는 문건에 등장하는 '차장님' 임모씨와 통화했다. 임씨는 청해진해운 소속 직원이었으며 '국정원 지적사항'을 직접 이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임씨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임씨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문건 등장하는 회사·직원 침묵
국정원 "개입사실 없다" 주장

대책위는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 선박은 보안경비 부담 주체가 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인데 세월호만 유일하게 선사(청해진해운)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선박 관리에 개입했기 때문에 보안경비를 부담토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 "국정원의 공식 보안측정은 3월18일 이뤄졌는데 세월호 취항일은 3월15일이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풀리지 않은 의혹이 더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직후 국정원이 최우선 보고를 받은 것도 의문이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를 보면 세월호는 사고 직후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 해운조합에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국정원 지적사항'이 작성되기 하루 전날인 2013년 2월25일 작성됐다.


지난달 10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국내 1000t급 이상 내항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을 모두 분석한 결과 해양사고 시 국정원에 별도의 보고체계를 갖췄던 여객선은 세월호가 유일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씨스타크루즈'도 국정원보고 체계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왜 세월호만
보고 했을까

이에 대해 국정원은 "청해진해운이 정한 것이지 국정원이 문서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국정원은 "2000t급 이상의 선박·항공기는 전쟁·테러 등 비상상황 시 적의 공격으로부터 우선 보호를 위해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정원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과 관련해 "국정원이 대테러 주무기관이어서 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해 청해진해운이 연락처를 기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위는 "세월호를 제외하고 2000t급 이상의 선박 중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 여객선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세월호 특위 한 관계자는 "국정원은 문서화된 사실이 드러나도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적이 없다"며 "누가 의혹을 키우고 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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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