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재벌’ 씨앤앰 접대 파문

노동자에 ‘갑질’ 미래부엔 ‘을짓’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수도권 최대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C&M)이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들의 직원들에게는 ‘갑’의 횡포를 부리더니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무원들을 룸살롱, 골프장 등에서 접대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 여론에 불을 지폈다. 사측은 단순 인사치레였다고 해명했지만 마련한 자리마다 과거 성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사가 동석해 파문은 커지고 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씨앤앰의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무원들을 위한 룸살롱, 골프접대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씨앤앰이 미래부 공무원을 접대한 시기는 묘하다. 3월과 5월은 케이블방송과 관련한 주요 업무·정책발표가 있었던 때다. 씨앤앰과 미래부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이어져 왔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미래부 정책 방향이 케이블 TV사업자에 유리한 쪽으로 잡히도록 ‘관경유착’을 해왔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래부 공무원에
접대하며 ‘굽신’

은수미 의원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08년 외국계 사모펀드가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인수한 씨앤앰이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음지에서 미래부 공무원을 상대로 골프, 룸살롱 접대를 해왔다”고 지난16일 주장했다. 은 의원은 관련내역이 담긴 씨앤앰의 접대비 지출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8일 장영보 씨앤앰 대표는 회의비 및 전략부문이라는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긁었다. 이날 장 대표는 성낙섭 씨앤앰 전무와 함께 서울 강남에 있는 룸살롱에서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 미래부 뉴미디어 이모 과장을 접대했다. 다만 미래부 과장은 식사 자리에만 참석했고 이후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품의서에는 “방송정책 제도 관련 각종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자 관계자를 모시고 간담회를 개최하였음을 보고드리며, 소요경비 집행을 품의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회의 내용에는 “미래부 정책방향 Q&A 및 케이블업계 아젠다 점검(DCS대응 등)”이라고 나와 있다. 이날 ‘룸살롱 회의’에 사용된 금액은 117만원 수준이다.


앞서 3월29일에도 씨앤앰 간부가 미래부 고위공무원을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에 있는 골프장에 데려갔다. 장 대표와 성 전무는 김정무 사무총장과 미래부 박윤현 방송정책진흥국장과 함께 이곳에서 골프를 쳤다.

품의서에는 “방송산업발전에 대한 최신동향 및 타사업자 8VSB(8레벨 잔류측파대) 허용 시 발생되는 문제점 공유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라고 적혀 있다. 이날 비용은 씨앤앰 법인카드로 87만7000원을 결제했다.

고위 공무원들 상대로 접대 사실 폭로
골프장 회동 이어 강남 룸살롱 술자리

은 의원은 접대 기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월과 5월 모두 케이블방송과 관련한 주요 업무·정책발표가 있었던 시기라는 점이다. 5월에는 미래부가 위성방송 임시허가 관련 논의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룸살롱 접대 당일은 KT스카이라이프가 접시 없는 위성방송인 DCS 임시허가 문제를 미래부와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1~2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특히 골프를 친 3월29일은 미래부가 케이블 방송에 8VSB를 허용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게 은 의원의 설명이다. 8VSB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도 디지털 화질을 볼 수 있는 송출 방식이다. 실제 미래부는 3월11일 케이블방송에 8VSB를 허용하고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세부 사안들을 확정지은 바 있다.
 

게다가 3월과 5월 씨앤앰이 마련한 접대자리마다 김정수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김 사무총장은 과거 성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실 방송통신정책행정관으로 ‘청와대 성접대’ 관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케이블업체 티브로드로부터 향응과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돼 해임된 바 있다. 따라서 씨앤앰의 이번 룸살롱 접대도 단순 응대가 아닌 성접대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씨앤앰 해명에
은 의원 재반박


은 의원의 발표 이후 씨앤앰을 향한 비난여론은 거세졌다. 씨앤앰은 보도를 통해 부랴부랴 해명했다. 접대가 절대 아니라며 단순한 인사치레 만남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룸살롱접대에 대해 씨앤앰은 “미래부 과장에게 사측의 현황을 보고하는 단순 저녁식사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접대에 대해서는 “지인과 함께 1명씩 초청해 골프치기를 했는데, 지인이 초청한 사람이 미래부 국장이었을 뿐”이라며 우연한 만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은수미 의원은 씨앤앰을 향한 재반박 자료를 내놨다. 은 의원은 “씨앤앰의 해명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며 “매각을 앞두고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본질을 흐리는 해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 의원은 “회사는 미래부 담당 과장이 새로 들어오면 CEO가 친히 식사를 늘 대접하는지, 늘 회사 현황에 대해 보고를 해왔는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며 “씨앤앰은 개인적인 운동차원의 골프 비용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지, 2012년 6월 당시 중앙전파관리소장이었던 미래부 박 국장과 골프를 치며 간담회를 했던 것은 무엇인지, 왜 최근 미래부 등 여러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로비성 접대(품의서 표현에는 간담회)를 하면서 소속, 직책, 성명을 표시해 증거를 남겨 놓았는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매각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자기보험이 아니냐는 부연이다.

씨앤앰은 은 의원의 재반박 자료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은 의원의 재반박 자료는) 전후 사정 설명이 잘못됐다”며 “골프접대 건에 대해 은수미 위원 자료를 보면 마치 우리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한 번도 미래부 국장을 처음 만났다고 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룸살롱 대접을 했다고 하는데 함께 동석한 미래부 과장은 여성분이셨는데 여성분에게 룸살롱 대접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미래부 공무원들을 접대한 것은) 상견례 같은 인사 치레였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그러한 주장은 노조 측의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협력업체 압박하고
노동자 쥐어짜기

고위 공무원들을 극진히 접대한 씨앤앰은 정작 자신들의 직원에게는 인색했다. 상황이 좋을 때는 자기 주머니부터 채우더니 위기에 처하자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씨앤앰의 노사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가 밝힌 씨앤앰의 노조 압박 과정은 이렇다. 2007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사모펀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을 2조75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는 자기자본금 3500억원만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씨앤앰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특히 맥쿼리는 지하철 9호선, 메가박스 등 ‘먹튀자본’으로 유명한 호주 금융투자사다. 때문에 씨앤앰 인수 후 지금까지 ‘먹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두 사모펀드는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회사를 인수했지만 인터넷TV(IPTV)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인수합병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각이 어려워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주주사와 회사가 협력업체를 압박하고, 노동조합을 정리하려 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씨앤앰은 임직원들을 해고하고, 방문판매업체를 끌어들여 협력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노사 상생협약은 어기고 노동조합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상생협약을 통해 ‘업체 변경시 전원 고용승계’를 합의했지만 올해 74명을 해고했다.

씨앤앰의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행태와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은 ▲무분별한 방판계약에 따른 협력업체 영업권 침해 ▲고객관리수수료 일방적 미지급 ▲협력업체에 외상매출금을 발생시키고 재회수 ▲협력업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이유로 일방적 계약해지 및 타 업체 업무이관 협박 등이다.


씨앤앰의 압박은 협력업체가 노동자들을 쥐어짜게 만들었다. 협력업체들의 주된 업무는 고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와 장비 설치다. 그런데 씨앤앰은 협력업체에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력을 가했다. 협력업체들은 씨앤엠이 2010년 1월 본사 업무인 공사 스케줄 및 계약서 관리업무를 하도급 업체들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묘하게…케이블방송 정책 발표 겹쳐
MB정부 때 성접대 연루 인물도 동석

이러한 협력업체를 향한 씨앤앰의 압박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노조 측은 우려했다. 매각을 앞두고 매각가격의 기준이 되는 가입자 수 유지, 확장에 몰두하다보니 고객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씨앤앰은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최초 고가, 이후 저가’ 전략을 개선노력 없이 지속해왔다. 동일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입 시기에 따라 최고 6배 비싼 시청료를 가입자들이 부담하게 만든 셈이다.

실제로 지난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하도급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씨앤앰 협력업체들이 “씨앤앰이 업체들에 매달 700∼1200건의 신규 가입자 유치를 강요한다”고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노사갈등 못 풀면
매각작업 안 풀려

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2009년이다. 당시만 해도 상황이 좋았다. 2009년 씨앤앰은 295억원의 순수익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이 중 84%인 247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는 씨앤앰 노동자들의 파업을 촉발시켰다. 협력업체와 노동자로부터 짜낸 이윤을 기업에 재투자 하지 않고 자기들 주머니부터 채운 것이다. 지난달에는 씨앤앰 본사 노조 및 설치와 AS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처럼 노사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씨앤앰이 노사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매각문제도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원하는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노사 갈등은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노조 갈등도 못 풀고 있는데 이번 미래부 접대 논란까지 겹쳐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여 씨앤앰은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씨앤앰은 노조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힘쓴다는 입장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노조 측과 대화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노조 측과의 의견을 좁히기 위해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애물단지 씨앤앰, 왜? ‘거품덩어리’전전긍긍

씨앤앰은 외국계 사모펀드가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만든 기업 중 하나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페이퍼 컴퍼니 (주)국민종합유선방송을 세워 인수한 회사다. 당시 인수대금은 약 2조750억원이다.

2008년 씨앤앰은 국내 M&A 시장을 달궜다. 당시만 해도 케이블TV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가득 찼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씨앤앰을 두고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엎치락 뒤치락 인수가격을 높이다 공동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남에게 주기는 아깝고, 혼자 인수하기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경쟁자끼리 손을 잡은 기형적 사례다.

하지만 2009년부터 통신사들이 주도하는 인터넷TV(IPTV)가 확산되면서 케이블TV산업은 쪼그라들었다. 결국 MBK와 맥쿼리는 거품덩어리가 된 씨앤앰을 안고 전전긍긍한 상황에 몰렸다. 씨앤앰은 사모펀드의 애물단지가 돼버린 셈이다. 씨앤앰의 현재 가입자당 기업 가치는 50만원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덩치가 큰 만큼 일각에서는 분할매각, 컨소시엄 구성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할매각은 파는 쪽에서 꺼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분할매각 리스크가 커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은 주사업자를 주축으로, 크고 작은 업체들이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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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