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보험상품의 비밀 -‘태아보험’ 함정은?

“부모될 준비 되셨나요?” 무턱대고 가입했다 낭패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다. 노산으로 인해 선천적 질환을 가진 신생아 출산율도 늘어났다. 아픈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치료비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에 따라 태아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엄마의 마음을 잘 파고든 이 상품은 부모가 고민 없이 가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태아보험 안에도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무턱대고 가입했다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에 붙는 신생아보장 특약이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병과 선천성 이상에 대해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특약으로 판매하고 있다.

임신 필수품

대부분 선천적 장애, 저체중아 육아급여금, 어린이 심장수술, 다운증후군 등이 보장된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암, 백혈병 등까지 보장해준다. 태아보험은 대부분 임신 22주 전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가입과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는 만큼 임산부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추후 보장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출산 후에는 태아보험이 자동 삭제된다. 이후 자녀가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보험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자녀 출산 후에는 따로 태아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보험설계사의 부주의로 아이가 태어나고도 어린이보험으로 전환되지 않고 태아보험인 채로 남아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태아보험료가 그대로 빠져나간다. 이러한 설계사의 실수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자는 출산 후 아이의 주민등록등본을 보험사에 보내는 것이 좋다.


태아보험의 보장내역은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마다 다르고, 각사마다 그 기준도 달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어렵다. 태아보험을 판매하는 회사가 많아 소비자가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우선 삼성생명의 태아보험은 출산 시 아이가 다운증후군으로 진단되면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한다. 신생아가 선천성 식도폐색증, 선천성 담도 폐색증 또는 선천성 장 등에 걸려 해당 부위에 직접적인 조작을 가하는 수술을 받게 되면 보험료를 지급한다.

즉 개흉수술 또는 개복수술을 받았을 때 보험료가 나온다. 어떤 수술이냐에 따라 지급하는 보험료는 다르다. 출생 시 체중이 1.5kg미만일 경우 100만원, 체중 1.5∼2kg미만일 때는 50만원을 보장해준다.

교보생명은 임신 23주 이전까지 태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신생아 중대질환, 저체중아일 경우 육아비를 지원한다. 태아가 뇌성마비로 진단받게 되면 1000만원을 지급한다. 개흉수술 시에는 1000만원을 지원한다. 심장시술비는 200만원을 지급한다.

태어나 발생하는 질병·선천성 이상 보장
사은품으로 현혹…사망하면 보험금 없어

LIG손해보험의 태아보험은 ‘New 희망플러스자녀보험’에 붙는 특약이다. 기본적으로 20년 납부에 100년 만기계약이다. 즉 태아부터 성인까지 보장한다. 정신, 지적, 자폐성 장애 1급, 2급 또는 3급 진단 시 보험료를 지급한다. 다만 4등급 이상의 장애는 보장받지 못한다. 가입자의 자녀가 출생시 체중 2kg이하인 경우에는 가입금액의 1%를 지급한다. 장해를 가지고 태어나면 가입금액의 10%, 심한 장해는 가입금액 100%를 보장한다.

현대해상의 태아보험 역시 ‘굿앤굿어린이CI보험’을 통해 임신 22주 전까지 가입할 수 있다. 담보별 보험료는 성별, 나이, 직업, 가입금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엄마의 질병에 따라 보장금액이 커질 수 있다. 기본계약은 20년 납부에 30세 만기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생명보험사보다는 주로 손해보험사에 있는 태아보험을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사의 태아보험은 특정 질병이나 상해에 한에서만 보장하기 때문에 보장폭이 좁다”며 “아무래도 손보사의 태아보험은 생보사에서 보상하지 않는 부분보다 더 세분화 돼있고 보장기간도 길어 소비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입기간이 22주 전까지만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임신 중 검사를 통해 태아의 기형이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역선택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임신 22주까지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생보사의 태아보험과 손보사의 태아보험 차이는 이렇다. 생보사들의 태아보험은 암, 백혈병과 같은 중대한 질병에 고액의 보험금을 보장한다. 다만 감기, 피부병과 같은 소액질병은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특정 질병으로 인한 수술비나 진단비를 받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적합하다.

반대로 손보사의 태아보험은 각종 질병 혹은 상해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면 해당 금액을 실손으로 보장한다. 특약을 활용해 암, 각종 진단금 또는 수술비를 추가해 설계가 가능하다.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병원비를 사용한 만큼 보장받을 수 있어 보장 폭이 생보사에 비해 비교적 넓은 편이다. 다만 손보사의 태아보험은 대부분 비갱신만 가능하다. 비갱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입 시 금액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손보사의 태아보험은 특약사항이 세분화돼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생보사보다 유리하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의 특약에 포함되기 때문에 따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태아보험에 가입하기 전 임산부 뿐 아니라 남편의 가족력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특정 보험사만 고집하기보다 최소 2∼3개 상품을 비교해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이 빠르고 청구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태아보험은 특약사항에 불과하지만 임산부 입장에서는 안 들수 없는 상품”이라며 “엄마들의 자녀에 대한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든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만기환급형 보험 상품을 좋아하는데 환급형보다는 저렴한 순수형이 낫다”며 “만기환급형을 선택하고 싶다면 차라리 저축형 어린이 보험을 따로 추가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태아보험의 경우 어린이보험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보장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사은품보다 질”

아울러 태아보험 사은품에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유모차 같은 비싼 사은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은품에 집착하다 보장내용을 살펴보지 못해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보장의 질을 따져보고, 아이가 성인이 되면 다른 보험에 가입하게 되기 때문에 굳이 보장기간을 100세까지 길게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태아보험 선천이상이란?

태아보험에서 말하는 선천이상이란 염색체 이상(다운 증후군), 언청이, 외모기형, 뼈, 내장 기관의 기형 등이다. 저체중아의 기준은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2kg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아기가 거꾸로 출산되는 경우, 출산 시 아기가 자궁에 걸려 혈액공급이 차단됐을 경우, 탯줄이 아이의 몸에 감기면서 오는 신체마비도 태아보험 보장범위에 해당된다. 


다만 동네 병원에서 받는 감기치료 같은 소액질병치료는 거의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가 심장질환에 걸리더라도 상태에 따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이가 출생후 사망하면 태아보험은 무효가 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태아보험에 가입하기 전 임신 14∼23주에 하는 산전기형아 검사를 미리 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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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