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청부살인 진실 공방

"결정적 물증 없어, 재판 가면 무죄"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현역 서울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시의원은 친구 팽모씨를 사주해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송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이 제시하는 정황 증거들엔 허점이 많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지난달 24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친구 팽모씨를 사주해 수천억원대 자산가 송모씨를 살해한 혐의다. 현역 정치인이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충격적인 사건에 정치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열한 진실공방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말 경기도 부천의 한 식당에서 10년 지기인 팽모씨에게 자신이 5억원 상당의 빚을 진 송모씨를 죽이고 차용증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당시 팽씨는 김 의원에게 7000만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송씨를 살해하면 빚을 모두 탕감해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송씨의 출·퇴근 시간과 동선을 파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짰고, 지난 3월3일 팽씨는 김 의원으로부터 건네받은 흉기로 송씨를 살해한 후 중국으로 도주했다.

사건 다음날에는 김 의원이 팽씨에게 300만원 가량을 지급한 정황도 포착됐고, 3월5일에는 김 의원이 중국으로 도주하는 팽씨를 인천공항 인근까지 차로 데려다 준 사실도 확인됐다. 두 사람은 범행을 전후해 대포폰과 공중전화로만 통화를 하는 등 수상한 정황도 이곳저곳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문제는 경찰이 지금까지 결정적인 증거는 단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도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면서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이를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우선 경찰은 김 의원이 살인을 지시한 동기에 대해 당초 송씨에게 빌린 5억원 가량의 빚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인 김 의원과 수천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송씨가 로비관계로 얽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경찰은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같은 내용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랬던 경찰이 이날 오후부터 갑자기 송씨가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된 자신의 땅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해달라며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고작 빚 때문에 살인교사를 했다고 보기에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낀 경찰이 뒤늦게 동기를 추가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를 방증하듯 한동안 이 같은 주장을 펼치던 경찰은 지난 3일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결국 살인교사 혐의로만 김 의원을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주장해온 김 의원의 살인교사 동기를 입증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 된다.

물증 못 찾고도 경찰은 '여유만만'
내놓은 정황증거는 모두 허점투성이


또 경찰의 설명대로 송씨가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폭로할 경우 송씨 역시 뇌물공여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데 송씨가 이를 폭로하겠다며 김 의원을 협박했다는 경찰의 주장은 처음부터 의문점이 많다.

경찰은 차용증의 존재를 팽씨가 알고 있다는 점도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정적인 증거로는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팽씨에게 차용증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의원이 팽씨에게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던 차용증은 사건현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의 설명대로 차용증을 회수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질렀다면 팽씨가 차용증을 현장에 놔두고 도주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차용증이 금고에 들어있어서 회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차용증이 금고에 들어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금고에 들어있는 차용증을 회수할 방법도 강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인부터 저질렀다는 설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팽씨의 증언대로라면 최소한 2년 전부터 준비한 범행이다. 팽씨에게 CCTV동선까지 알려줬다던 김 의원이 왜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경찰은 팽씨와 송씨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살인교사가 아니라면 팽씨가 송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 역시 허점이 있다. 송씨와 김 의원은 오랫동안 스폰서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송씨의 존재를 팽씨가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역에서 송씨는 강서구에서 아시아나(강서구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 다음으로 세금을 많이 낸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유명한 갑부였다. 그런 송씨를 입소문을 통해서라도 팽씨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의 변호인 측은 김 의원이 팽씨에게 돈을 갚을 것을 독촉하자 팽씨가 돈을 훔치기 위해 송씨를 살해했고,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김 의원에게 앙심을 품게 된 팽씨가 자신의 형을 감형받기 위해 김 의원을 모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시무시한 살인교사 지시를 식당에서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고, 김 의원이 굳이 사건이 발생한 날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팽씨에게 전달했다는 정황 증거들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면 팽씨에게 전달할 돈 정도는 미리 인출해놨어야 한다.

게다가 김 의원은 과거에도 생활이 어려운 팽씨에게 종종 돈을 준 적이 있다. 또 경찰에 붙잡힌 후 이처럼 모든 것을 쉽게 털어놓을 팽씨라면 왜 범행모의과정에서 녹취록 등 결정적인 증거를 남겨놓지 않았는지도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물론 그간 김 의원의 행동이 수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은 설사 김 의원이 진짜범인이라고 하더라도 변호인과 머리를 맞대고 조금만 의논한다면 얼마든지 반박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김 의원의 변호인은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에 대해 지금까지 조목조목 반박자료를 내놓고 있다. 이대로라면 김 의원을 기소한 검찰이 공소유지도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직접 법조계의 자문을 구해본 결과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시키려면 살해동기, 돈의 흐름, 증인 등이 확실해야 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확보된 것이 없다"며 "이대로 재판에 들어간다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이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살인교사 동기는 흔들리고 있고, 팽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은 그간 채무를 변제해주기로 한 것이라 돈의 흐름이랄 것도 없는 상황이다. 또 이번 사건은 철저히 두 사람이 모의한 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증언해 줄 증인이라고는 살인용의자인 팽씨 단 한 명뿐이다.

진실은 미궁 속으로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03년 발생했던 '주지승 살인교사 사건'도 직접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양심고백을 했으나 살인교사 용의자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가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후에야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미 유명한 '낙지살인사건'의 경우는 이번 사건보다 더 확실한 정황 증거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용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경찰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의 언론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강서경찰서 장성원 형사과장은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건 <일요시사>와의 통화과정에서 불쾌감을 내비치며 답변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했다. 때문에 본지는 이에 대한 경찰 측의 입장을 들을 수가 없었다. 과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역 시의원의 청부살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의 진실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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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