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힘받는 'MB 사정설' 막후

"이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겨냥한 사정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는 MB를 직접 칠거 라는 소문도 들린다. 정권 출범 초 박근혜정부는 MB를 간접 겨냥한 수사로 재미를 봤다. 정·재계에 포진한 MB의 측근들은 줄줄이 감옥으로 향했다. 박근혜정부가 MB라인으로 규정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으면서 지난 정권에 대한 사정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또 다시 MB를 겨눈 사정 카드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사정설의 실체와 그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BBK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한 간부급 사정기관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복수 관계자는 지난 정권을 겨냥한 사정 작업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 청산' 카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던 것처럼 박근혜정부도 한때 '파트너'였던 MB를 조준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팔다리 잘린
MB 겨눌까

사실 지난해부터 MB를 간접 겨냥한 수사는 계속돼왔다. 대표적인 것은 원전비리 수사다. 이미 파이시티 사건 등으로 복역 중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두고 원전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항소심을 치르게 됐다.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의 경우도 지난 정권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수사를 받게 된 경우다.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어느덧 항소심 선고를 눈앞에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CJ·효성 등 '친MB기업'으로 낙인찍힌 재벌들은 권불오년을 체감하고 있다.

그간 정·재계 가릴 것 없이 죽은 권력을 할퀴고 물었던 검찰. 그런데 이 모든 수사에서 MB의 이름은 단 한 차례도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 외에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정권 차원의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MB의 대선 전 밀약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밀약은 휴지조각
정권안보가 우선

그런데 MB의 안위를 박 대통령이 챙기기로 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라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측이 한 것은 정치적인 거래이지 누가 누굴 책임지거나 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그는 "선거 전에는 '살아있는 권력'(MB)과 '미래 권력'(박근혜) 간에 어떠한 말이든 오고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면 남는 것은 '산 권력'과 '죽은 권력'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전처럼 힘의 균형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고 (때문에) 구두로 한 밀약 같은 건 언제든 파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MB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으로 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MB를 믿지 않는 박 대통령은 내각을 꾸릴 때도 이른바 친이계 인사들을 배제했다. 차라리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겠다는 게 밖으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었다.

기본적으로 MB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은 MB정권 때 임명된 5대 권력기관장을 모조리 교체했다. 특히 청와대와 엇갈린 행보로 미운털이 박힌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대선 수사 여파가 컸다.

채 총장은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청와대를 발칵 뒤집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박근혜정부는 '정권 안보'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기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지휘에 능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등장도 이 무렵 이뤄졌다.

이후 박근혜정부는 순항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같은 외환도 있었지만 냉정한 평가로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스캔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벼랑 끝에 몰렸다. 세월호 사고가 터진 것이다. 사고를 전후로 70%에 육박했던 국정 지지율은 40%대로 주저앉았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여권은 위기론에 직면했다. 난맥상을 해소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과거로부터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 지난 정권을 사정해 난국을 돌파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MB는 광우병 촛불 정국 이후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을 건드렸다.

따라서 박근혜정부 역시 자신들의 정권 안보를 위해 전임을 공격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이어졌다. 타깃은 MB. 그간 박근혜정부는 호시탐탐 MB를 향한 이빨을 드러냈다. 다만 물리지 않았다는 것이 변수였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원전비리 수사나 4대강 수사 등은 검찰 자의로 대충 얼버무릴 수 있는 수사가 아니다. 정권 차원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어떤 검사가 날림으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원전비리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꼭대기로 가면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나오고, 노무현(전 대통령)도 나오고, MB도 나오는 게 바로 원전비리"라면서 "뿌리가 깊고, 외교적인 문제도 결려 있어서 청와대에서 많은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원전 수사는 처음부터 MB만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대강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4대강 비리를 파헤쳤던 한 국회 관계자는 "장관급까지는 얘기가 되지만 그 위로는 꽉 막혀 있다. 범정(검·경 각 범죄정보과)에서도 자료를 가져갔지만 게이트로 엮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즉 4대강 수사가 게이트로 비화하려면 MB가 직접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그럴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지방선거 넘겼지만
인사실패 불안하다

결과적으로 MB와 연관된 대부분의 수사는 흐지부지 됐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무리한 기소로 벌집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일단은 지방선거 결과를 받아놓고 대응하면 되는 일이었다. 때는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들고 나온 시기였다. 'VIP'의 급작스런 주문에 검찰은 '관피아' 수사를 하기에도 벅찼다는 후문이다.

6월4일 지방선거 개표결과가 공개됐다. 여권은 기대보다 선전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을 재신임한 국민이었다. 청와대는 국정쇄신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못가 청와대는 발목이 잡혔다. 이번 정부의 고질적인 병폐가 도진 것이다. 바로 '인사 참극'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한 건 뼈아팠다. 국무총리 하나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정부에 언론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지지율은 폭락했다. 이 무렵 등장한 것이 바로 MB사정설이다.

지난 6월30일 <시사저널>은 "검찰이 MB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주)다스(이하 다스)에 대해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검찰발로 다스 수사가 확인된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런데 관련 보도 배경에는 정권의 복합적인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드러내 놓고 수사하자니 다스 수사가 만만한 것도 아니고, 앞선 BBK 수사에서 검찰은 이미 실패를 경험한 바 있는 까닭이다.

한 경찰 전직 고위 관계자는 "BBK는 MB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말했다. BBK 사건은 정권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로 풀어내지 않는 한 규명되기 어려운 사건이다. 국내 사정기관은 물론 해외 사법기관의 전폭적인 공조도 필수다. 복잡한 자금흐름의 종착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장사로 실소유주마저 부정확한 다스 수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다스를 파헤치려면 그 뿌리인 BBK를 함께 건드려야 한다. BBK 사건은 이미 수도 없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늘 '복잡한 사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간략히 살피면 BBK 사건에서 BBK는 김경준씨가 설립한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후 BBK는 코스닥 상장사 옵셔널캐피탈을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씨는 주가조작을 시도했다. 같은 기간 김씨는 BBK로 투자된 회삿돈을 횡령했다. 이 사실을 안 투자자들이 항의했다.

그러자 김씨는 이들의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옵셔널캐피탈의 회삿돈 320억원을 빼돌렸다. 이번에는 옵셔널캐피탈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당시 다스도 옵셔널캐피탈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다스는 투자금 50억원만 돌려 받고 나머지 14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그런데 2003년 김씨가 스위스 은행에 140억원을 예금했다. 예금 직후 김씨는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이 140억원의 소유권을 놓고, 다스와 옵셔널캐피탈 간의 소송전이 진행됐다. 7년간의 다툼 끝에 미 연방법원은 옵셔널캐피탈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의 140억원이 김씨가 옵셔널캐피탈로부터 횡령한 320억원 중 일부라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돌연 140억원을 다스로 송금했다. 다스는 소를 취하했으며,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국내로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MB의 혐의는 명백히 벗겨졌는데 이를 두고 '이면합의'라는 논란이 일었다. 아직까지 김씨가 다스로 돈을 송금한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무엇을 수사하든
당장은 못꺼낸다


일각에선 다스를 MB의 비자금 창구로 보고 있다. 만약 다스와 관련한 계좌흐름을 추적한다면 의외의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BBK와 인연이 깊은 친박계 중 일각에선 "무너진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MB에 대한 사정을 재개하는 것 말고 답이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몇 달 후의 일이다. 당장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터뜨릴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아울러 MB사정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스와 연관이 없는 사건일 수 있다. 한 언론 관계자는 "적당한 타이밍에 여론의 흐름을 돌리기 위해 BBK 카드를 먼저 던져 놓고, 안에서는 수사를 미룬 채 관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물 사랑 하더니…MB 생수회사 고문설 진상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물 관련 사업으로 유명한 A사의 고문으로 위촉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A사는 MB를 고문으로 위촉해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사의 대표는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으로부터 몇 차례 훈장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MB는 서울시장 시절 A사에 특별상을 수여했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공로상도 줬다. A사의 사무실에는 MB와 A사의 대표가 나란히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지낸 MB가 직함을 맡기에는 너무 작은 회사로 보였다.

A사에 전화를 걸었다. A사는 "금시초문"이라며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A사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해당 건(MB를 고문 혹은 이사로 등기한 것 아니냐)은 A사와 관련 없다"는 답변이었다. 확인을 위해 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관련 없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냐는 물음에 A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고문설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가 나온 출처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기자들끼리 도는 '찌라시'인지 아니면 기관에서 나온 '정보'인지를 체크해야한다는 설명이었다.

전직 사정기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A사의 물 사업은 동종 업계에서 큰 사업은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 되는 사람(MB)이 가기에는 먹을 것도 없고, 다소 생뚱맞지 않냐"며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MB가 평소 물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는 내부 주장도 있었다. 혹은 진짜 고문이 된 회사는 다른 회사인데 일종의 '역정보'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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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