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힘받는 'MB 사정설' 막후

"이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겨냥한 사정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는 MB를 직접 칠거 라는 소문도 들린다. 정권 출범 초 박근혜정부는 MB를 간접 겨냥한 수사로 재미를 봤다. 정·재계에 포진한 MB의 측근들은 줄줄이 감옥으로 향했다. 박근혜정부가 MB라인으로 규정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으면서 지난 정권에 대한 사정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또 다시 MB를 겨눈 사정 카드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사정설의 실체와 그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BBK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한 간부급 사정기관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복수 관계자는 지난 정권을 겨냥한 사정 작업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 청산' 카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던 것처럼 박근혜정부도 한때 '파트너'였던 MB를 조준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팔다리 잘린
MB 겨눌까

사실 지난해부터 MB를 간접 겨냥한 수사는 계속돼왔다. 대표적인 것은 원전비리 수사다. 이미 파이시티 사건 등으로 복역 중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두고 원전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항소심을 치르게 됐다.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의 경우도 지난 정권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수사를 받게 된 경우다.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어느덧 항소심 선고를 눈앞에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CJ·효성 등 '친MB기업'으로 낙인찍힌 재벌들은 권불오년을 체감하고 있다.

그간 정·재계 가릴 것 없이 죽은 권력을 할퀴고 물었던 검찰. 그런데 이 모든 수사에서 MB의 이름은 단 한 차례도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 외에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정권 차원의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MB의 대선 전 밀약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밀약은 휴지조각
정권안보가 우선

그런데 MB의 안위를 박 대통령이 챙기기로 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라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측이 한 것은 정치적인 거래이지 누가 누굴 책임지거나 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그는 "선거 전에는 '살아있는 권력'(MB)과 '미래 권력'(박근혜) 간에 어떠한 말이든 오고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면 남는 것은 '산 권력'과 '죽은 권력'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전처럼 힘의 균형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고 (때문에) 구두로 한 밀약 같은 건 언제든 파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MB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으로 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MB를 믿지 않는 박 대통령은 내각을 꾸릴 때도 이른바 친이계 인사들을 배제했다. 차라리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겠다는 게 밖으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었다.

기본적으로 MB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은 MB정권 때 임명된 5대 권력기관장을 모조리 교체했다. 특히 청와대와 엇갈린 행보로 미운털이 박힌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대선 수사 여파가 컸다.

채 총장은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청와대를 발칵 뒤집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박근혜정부는 '정권 안보'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기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지휘에 능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등장도 이 무렵 이뤄졌다.

이후 박근혜정부는 순항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같은 외환도 있었지만 냉정한 평가로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스캔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벼랑 끝에 몰렸다. 세월호 사고가 터진 것이다. 사고를 전후로 70%에 육박했던 국정 지지율은 40%대로 주저앉았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여권은 위기론에 직면했다. 난맥상을 해소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과거로부터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 지난 정권을 사정해 난국을 돌파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MB는 광우병 촛불 정국 이후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을 건드렸다.

따라서 박근혜정부 역시 자신들의 정권 안보를 위해 전임을 공격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이어졌다. 타깃은 MB. 그간 박근혜정부는 호시탐탐 MB를 향한 이빨을 드러냈다. 다만 물리지 않았다는 것이 변수였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원전비리 수사나 4대강 수사 등은 검찰 자의로 대충 얼버무릴 수 있는 수사가 아니다. 정권 차원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어떤 검사가 날림으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원전비리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꼭대기로 가면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나오고, 노무현(전 대통령)도 나오고, MB도 나오는 게 바로 원전비리"라면서 "뿌리가 깊고, 외교적인 문제도 결려 있어서 청와대에서 많은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원전 수사는 처음부터 MB만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대강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4대강 비리를 파헤쳤던 한 국회 관계자는 "장관급까지는 얘기가 되지만 그 위로는 꽉 막혀 있다. 범정(검·경 각 범죄정보과)에서도 자료를 가져갔지만 게이트로 엮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즉 4대강 수사가 게이트로 비화하려면 MB가 직접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그럴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지방선거 넘겼지만
인사실패 불안하다

결과적으로 MB와 연관된 대부분의 수사는 흐지부지 됐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무리한 기소로 벌집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일단은 지방선거 결과를 받아놓고 대응하면 되는 일이었다. 때는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들고 나온 시기였다. 'VIP'의 급작스런 주문에 검찰은 '관피아' 수사를 하기에도 벅찼다는 후문이다.

6월4일 지방선거 개표결과가 공개됐다. 여권은 기대보다 선전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을 재신임한 국민이었다. 청와대는 국정쇄신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못가 청와대는 발목이 잡혔다. 이번 정부의 고질적인 병폐가 도진 것이다. 바로 '인사 참극'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한 건 뼈아팠다. 국무총리 하나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정부에 언론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지지율은 폭락했다. 이 무렵 등장한 것이 바로 MB사정설이다.

지난 6월30일 <시사저널>은 "검찰이 MB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주)다스(이하 다스)에 대해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검찰발로 다스 수사가 확인된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런데 관련 보도 배경에는 정권의 복합적인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드러내 놓고 수사하자니 다스 수사가 만만한 것도 아니고, 앞선 BBK 수사에서 검찰은 이미 실패를 경험한 바 있는 까닭이다.

한 경찰 전직 고위 관계자는 "BBK는 MB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말했다. BBK 사건은 정권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로 풀어내지 않는 한 규명되기 어려운 사건이다. 국내 사정기관은 물론 해외 사법기관의 전폭적인 공조도 필수다. 복잡한 자금흐름의 종착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장사로 실소유주마저 부정확한 다스 수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다스를 파헤치려면 그 뿌리인 BBK를 함께 건드려야 한다. BBK 사건은 이미 수도 없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늘 '복잡한 사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간략히 살피면 BBK 사건에서 BBK는 김경준씨가 설립한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후 BBK는 코스닥 상장사 옵셔널캐피탈을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씨는 주가조작을 시도했다. 같은 기간 김씨는 BBK로 투자된 회삿돈을 횡령했다. 이 사실을 안 투자자들이 항의했다.

그러자 김씨는 이들의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옵셔널캐피탈의 회삿돈 320억원을 빼돌렸다. 이번에는 옵셔널캐피탈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당시 다스도 옵셔널캐피탈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다스는 투자금 50억원만 돌려 받고 나머지 14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그런데 2003년 김씨가 스위스 은행에 140억원을 예금했다. 예금 직후 김씨는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이 140억원의 소유권을 놓고, 다스와 옵셔널캐피탈 간의 소송전이 진행됐다. 7년간의 다툼 끝에 미 연방법원은 옵셔널캐피탈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의 140억원이 김씨가 옵셔널캐피탈로부터 횡령한 320억원 중 일부라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돌연 140억원을 다스로 송금했다. 다스는 소를 취하했으며,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국내로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MB의 혐의는 명백히 벗겨졌는데 이를 두고 '이면합의'라는 논란이 일었다. 아직까지 김씨가 다스로 돈을 송금한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무엇을 수사하든
당장은 못꺼낸다


일각에선 다스를 MB의 비자금 창구로 보고 있다. 만약 다스와 관련한 계좌흐름을 추적한다면 의외의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BBK와 인연이 깊은 친박계 중 일각에선 "무너진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MB에 대한 사정을 재개하는 것 말고 답이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몇 달 후의 일이다. 당장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터뜨릴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아울러 MB사정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스와 연관이 없는 사건일 수 있다. 한 언론 관계자는 "적당한 타이밍에 여론의 흐름을 돌리기 위해 BBK 카드를 먼저 던져 놓고, 안에서는 수사를 미룬 채 관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물 사랑 하더니…MB 생수회사 고문설 진상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물 관련 사업으로 유명한 A사의 고문으로 위촉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A사는 MB를 고문으로 위촉해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사의 대표는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으로부터 몇 차례 훈장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MB는 서울시장 시절 A사에 특별상을 수여했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공로상도 줬다. A사의 사무실에는 MB와 A사의 대표가 나란히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지낸 MB가 직함을 맡기에는 너무 작은 회사로 보였다.

A사에 전화를 걸었다. A사는 "금시초문"이라며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A사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해당 건(MB를 고문 혹은 이사로 등기한 것 아니냐)은 A사와 관련 없다"는 답변이었다. 확인을 위해 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관련 없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냐는 물음에 A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고문설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가 나온 출처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기자들끼리 도는 '찌라시'인지 아니면 기관에서 나온 '정보'인지를 체크해야한다는 설명이었다.

전직 사정기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A사의 물 사업은 동종 업계에서 큰 사업은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 되는 사람(MB)이 가기에는 먹을 것도 없고, 다소 생뚱맞지 않냐"며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MB가 평소 물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는 내부 주장도 있었다. 혹은 진짜 고문이 된 회사는 다른 회사인데 일종의 '역정보'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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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