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힘받는 'MB 사정설' 막후

"이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겨냥한 사정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는 MB를 직접 칠거 라는 소문도 들린다. 정권 출범 초 박근혜정부는 MB를 간접 겨냥한 수사로 재미를 봤다. 정·재계에 포진한 MB의 측근들은 줄줄이 감옥으로 향했다. 박근혜정부가 MB라인으로 규정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으면서 지난 정권에 대한 사정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또 다시 MB를 겨눈 사정 카드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사정설의 실체와 그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BBK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한 간부급 사정기관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복수 관계자는 지난 정권을 겨냥한 사정 작업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 청산' 카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던 것처럼 박근혜정부도 한때 '파트너'였던 MB를 조준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팔다리 잘린
MB 겨눌까

사실 지난해부터 MB를 간접 겨냥한 수사는 계속돼왔다. 대표적인 것은 원전비리 수사다. 이미 파이시티 사건 등으로 복역 중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두고 원전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항소심을 치르게 됐다.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의 경우도 지난 정권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수사를 받게 된 경우다.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어느덧 항소심 선고를 눈앞에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CJ·효성 등 '친MB기업'으로 낙인찍힌 재벌들은 권불오년을 체감하고 있다.

그간 정·재계 가릴 것 없이 죽은 권력을 할퀴고 물었던 검찰. 그런데 이 모든 수사에서 MB의 이름은 단 한 차례도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 외에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정권 차원의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MB의 대선 전 밀약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밀약은 휴지조각
정권안보가 우선

그런데 MB의 안위를 박 대통령이 챙기기로 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라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측이 한 것은 정치적인 거래이지 누가 누굴 책임지거나 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그는 "선거 전에는 '살아있는 권력'(MB)과 '미래 권력'(박근혜) 간에 어떠한 말이든 오고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면 남는 것은 '산 권력'과 '죽은 권력'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전처럼 힘의 균형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고 (때문에) 구두로 한 밀약 같은 건 언제든 파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MB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으로 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MB를 믿지 않는 박 대통령은 내각을 꾸릴 때도 이른바 친이계 인사들을 배제했다. 차라리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겠다는 게 밖으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었다.

기본적으로 MB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은 MB정권 때 임명된 5대 권력기관장을 모조리 교체했다. 특히 청와대와 엇갈린 행보로 미운털이 박힌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대선 수사 여파가 컸다.

채 총장은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청와대를 발칵 뒤집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박근혜정부는 '정권 안보'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기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지휘에 능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등장도 이 무렵 이뤄졌다.

이후 박근혜정부는 순항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같은 외환도 있었지만 냉정한 평가로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스캔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벼랑 끝에 몰렸다. 세월호 사고가 터진 것이다. 사고를 전후로 70%에 육박했던 국정 지지율은 40%대로 주저앉았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여권은 위기론에 직면했다. 난맥상을 해소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과거로부터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 지난 정권을 사정해 난국을 돌파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MB는 광우병 촛불 정국 이후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을 건드렸다.

따라서 박근혜정부 역시 자신들의 정권 안보를 위해 전임을 공격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이어졌다. 타깃은 MB. 그간 박근혜정부는 호시탐탐 MB를 향한 이빨을 드러냈다. 다만 물리지 않았다는 것이 변수였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원전비리 수사나 4대강 수사 등은 검찰 자의로 대충 얼버무릴 수 있는 수사가 아니다. 정권 차원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어떤 검사가 날림으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원전비리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꼭대기로 가면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나오고, 노무현(전 대통령)도 나오고, MB도 나오는 게 바로 원전비리"라면서 "뿌리가 깊고, 외교적인 문제도 결려 있어서 청와대에서 많은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원전 수사는 처음부터 MB만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대강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4대강 비리를 파헤쳤던 한 국회 관계자는 "장관급까지는 얘기가 되지만 그 위로는 꽉 막혀 있다. 범정(검·경 각 범죄정보과)에서도 자료를 가져갔지만 게이트로 엮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즉 4대강 수사가 게이트로 비화하려면 MB가 직접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그럴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지방선거 넘겼지만
인사실패 불안하다

결과적으로 MB와 연관된 대부분의 수사는 흐지부지 됐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무리한 기소로 벌집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일단은 지방선거 결과를 받아놓고 대응하면 되는 일이었다. 때는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들고 나온 시기였다. 'VIP'의 급작스런 주문에 검찰은 '관피아' 수사를 하기에도 벅찼다는 후문이다.

6월4일 지방선거 개표결과가 공개됐다. 여권은 기대보다 선전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을 재신임한 국민이었다. 청와대는 국정쇄신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못가 청와대는 발목이 잡혔다. 이번 정부의 고질적인 병폐가 도진 것이다. 바로 '인사 참극'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한 건 뼈아팠다. 국무총리 하나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정부에 언론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지지율은 폭락했다. 이 무렵 등장한 것이 바로 MB사정설이다.

지난 6월30일 <시사저널>은 "검찰이 MB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주)다스(이하 다스)에 대해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검찰발로 다스 수사가 확인된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런데 관련 보도 배경에는 정권의 복합적인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드러내 놓고 수사하자니 다스 수사가 만만한 것도 아니고, 앞선 BBK 수사에서 검찰은 이미 실패를 경험한 바 있는 까닭이다.

한 경찰 전직 고위 관계자는 "BBK는 MB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말했다. BBK 사건은 정권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로 풀어내지 않는 한 규명되기 어려운 사건이다. 국내 사정기관은 물론 해외 사법기관의 전폭적인 공조도 필수다. 복잡한 자금흐름의 종착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장사로 실소유주마저 부정확한 다스 수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다스를 파헤치려면 그 뿌리인 BBK를 함께 건드려야 한다. BBK 사건은 이미 수도 없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늘 '복잡한 사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간략히 살피면 BBK 사건에서 BBK는 김경준씨가 설립한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후 BBK는 코스닥 상장사 옵셔널캐피탈을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씨는 주가조작을 시도했다. 같은 기간 김씨는 BBK로 투자된 회삿돈을 횡령했다. 이 사실을 안 투자자들이 항의했다.

그러자 김씨는 이들의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옵셔널캐피탈의 회삿돈 320억원을 빼돌렸다. 이번에는 옵셔널캐피탈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당시 다스도 옵셔널캐피탈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다스는 투자금 50억원만 돌려 받고 나머지 14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그런데 2003년 김씨가 스위스 은행에 140억원을 예금했다. 예금 직후 김씨는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이 140억원의 소유권을 놓고, 다스와 옵셔널캐피탈 간의 소송전이 진행됐다. 7년간의 다툼 끝에 미 연방법원은 옵셔널캐피탈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의 140억원이 김씨가 옵셔널캐피탈로부터 횡령한 320억원 중 일부라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돌연 140억원을 다스로 송금했다. 다스는 소를 취하했으며,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국내로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MB의 혐의는 명백히 벗겨졌는데 이를 두고 '이면합의'라는 논란이 일었다. 아직까지 김씨가 다스로 돈을 송금한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무엇을 수사하든
당장은 못꺼낸다


일각에선 다스를 MB의 비자금 창구로 보고 있다. 만약 다스와 관련한 계좌흐름을 추적한다면 의외의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BBK와 인연이 깊은 친박계 중 일각에선 "무너진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MB에 대한 사정을 재개하는 것 말고 답이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몇 달 후의 일이다. 당장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터뜨릴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아울러 MB사정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스와 연관이 없는 사건일 수 있다. 한 언론 관계자는 "적당한 타이밍에 여론의 흐름을 돌리기 위해 BBK 카드를 먼저 던져 놓고, 안에서는 수사를 미룬 채 관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물 사랑 하더니…MB 생수회사 고문설 진상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물 관련 사업으로 유명한 A사의 고문으로 위촉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A사는 MB를 고문으로 위촉해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사의 대표는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으로부터 몇 차례 훈장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MB는 서울시장 시절 A사에 특별상을 수여했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공로상도 줬다. A사의 사무실에는 MB와 A사의 대표가 나란히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지낸 MB가 직함을 맡기에는 너무 작은 회사로 보였다.

A사에 전화를 걸었다. A사는 "금시초문"이라며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A사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해당 건(MB를 고문 혹은 이사로 등기한 것 아니냐)은 A사와 관련 없다"는 답변이었다. 확인을 위해 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관련 없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냐는 물음에 A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고문설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가 나온 출처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기자들끼리 도는 '찌라시'인지 아니면 기관에서 나온 '정보'인지를 체크해야한다는 설명이었다.

전직 사정기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A사의 물 사업은 동종 업계에서 큰 사업은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 되는 사람(MB)이 가기에는 먹을 것도 없고, 다소 생뚱맞지 않냐"며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MB가 평소 물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는 내부 주장도 있었다. 혹은 진짜 고문이 된 회사는 다른 회사인데 일종의 '역정보'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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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