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이고 '놀러간' 딸 풀스토리

처참히 살해후 태연히 놀이공원행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구박한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태연히 놀이공원에 간 20대 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은 신변을 비관한 어머니의 자살로 묻힐 뻔했으나, 화재현장에서 어머니의 휴대폰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수사로 전모가 드러났다.

 
2년2개월 전만 해도 A씨(20·여)는 어머니 B(48)씨와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겉으론 평범한 가정인 듯 보였으나 집 안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매일 밤 고성이 오갔다. 어머니는 벌이가 시원찮았던 아버지에게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생활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부부싸움은 그저 일상이었다. 

“하도 구박해서…”
 
A씨는 늘 불만이 많았다. 게다가 당시엔 인삼보다 귀하다는 고3이었다. 집에서 공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학원에서 공부할 여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공부와 멀어지게 됐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밤늦게 귀가하곤 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결국 이혼 도장을 찍은 것.
 
부모님이 법적으로 이혼하면서 A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했다. 고성이 잠잠해지나 싶더니 새로운 갈등 국면이 전개됐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닌, 자신과 어머니 간에 갈등의 불이 점화된 것이다. 마찰은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됐다. 식사준비, 설거지, 빨래, 청소 등 기본적인 생활면에서 이견을 나타내며 모녀 간 불꽃이 튀었다. A씨의 늦은 귀가, 돈 씀씀이가 이를 부채질했다.
 
이런 갈등은 2년 동안 이어졌고, 심지어 A씨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됐다. 어머니의 잦은 구박이 학대로 느껴졌던 것이다. 어머니는 평소 A씨에게 “너 같은 딸 싫다” “창피하다” 등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어머니를 향한 A씨의 증오심이 싹트기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러던 지난 4월26일 오전, A씨는 어머니와 식사 도중 또 한소리를 들었다. “넌 왜 그 모양이냐…”. 욱한 A씨는 그동안 쌓여왔던 악한 감정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갈아서 어머니가 마실 물컵에 털어 섞었다.
 
어머니는 아무 의심도 없이 물을 들이켰고, 얼마 후 침대에서 잠들었다. 어머니가 잠든 것을 확인한 A씨는 안방 침대의 매트리스에 불을 붙인 뒤 이날 낮 12시40분께 집밖으로 빠져나왔다. 나올 때는 빈손으로 나오지 않았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의 휴대폰을 챙겼던 것. 
 
잔소리 듣기 싫어 집에 불질러 살인
자살로 위장 위해 가짜 유서도 작성
 
A씨는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외삼촌에게 ‘그동안 미안했다. 우리 딸 좀 잘 부탁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놓고 용인의 한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놀이공원은 마침 튤립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던 시기였다. A씨는 그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구경하면서 놀이기구를 즐겼다. 그 시간, 그의 어머니는 불타고 있었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구박을 한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태연히 놀이공원에 간 20대 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B씨와 단 둘이 살며 집안 일과 친구관계, 휴대폰 요금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자 구박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됐다.
 
이 사건은 처음에 신변을 비관한 B씨의 자살로 묻힐 뻔했으나 화재현장에서 B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수사로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불이 난 시간과 A씨가 집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시간에 큰 차이가 없는 점, 화재 소식을 들은 A씨가 병원이 아닌 곧장 집으로 향한 점, 무엇보다 B씨 휴대폰이 A씨 가방에서 발견된 점 등을 들어 A씨를 추궁한 끝에 “집에 불을 냈다”는 자백을 받아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그러나 방화를 인정한 이후에도 “엄마가 스스로 수면제를 먹었다”거나 “집에 불을 질러 같이 죽자고 해 불을 낸 것 뿐”이라며 일부 혐의와 범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 직후의 각종 정황으로 볼 때 혐의가 충분하다고 보고 A씨를 구속송치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최근 A씨를 존속살해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알리바이 조작?
 
이 사건은 A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함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원지법에서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배심원 재판으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뽑힌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하여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평결을 내리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하여 판결을 선고하는 제도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르는 ‘폭력 벌금’ 얼마나?
 
시비 중 상대방의 멱살을 잡으면 벌금이 50만원, 뺨을 때리면 100만원 이상으로 오르는 등 폭행과 상해, 협박 등에 대한 벌금이 지금보다 2배로 오른다. 대검찰청 강력부는 폭력사범에 대한 벌금기준을 종전보다 2배 올리는 내용의 ‘폭력사범 벌금기준 엄정화 방안’을 이번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벌금기준이 조정되는 것은 1995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고 법원의 환형유치(벌금 미납 시 노역 대체) 금액도 지난 3월부터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른 현실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객관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단계별 분류방식도 도입했다.
 
▲경미한 폭행, 50만원 미만∼100만원 이상 ▲보통 폭행, 50만원 이상∼200만원 이상 ▲ 중한 폭행, 100만원 이상∼300만원 이상을 부과한다. 상해의 경우 치료기간 2주를 기준으로 이보다 길면 초과한 주당 30만원(경미한 폭행), 50만원(보통 폭행), 100만원(중한 폭행)씩 가산된다. 음주·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원칙대로 구속 수사한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