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파일> 금단의 구역 GOP에선 지금…

휴전선 지키는 병사들이 위험하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21일 오후 강원 고성군 동부전선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모두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상을 입었다. 한 여름 22사단 GOP 초소에서 일어난 대형 인명사고. 30년 전 같은 부대에서 똑같은 사건으로 모두 15명이 사망했던 22사단은 이번 총기사건으로 병력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툭하면 인명사고가 일어나는 GOP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요시사>가 관련 부대 전역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국군 강릉병원으로 한 대의 버스가 도착했다. 치료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의 어깨 밑 상박에 달린 마크는 이들의 소속을 나타냈다. 대개는 8군단 아니면 22사단이었다. 더러는 23사단, 102기갑여단 소속도 보였다.

병원을 찾은 병사들은 군 생활 이후 시작된 크고 작은 병마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치통이나 요통, 일부는 무릎에 물이 차는 증세가 있다고도 했다. 입대 전 현역 판정을 받은 신체 건강한 청년들이 환자가 돼버린 이상한 상황. 특히 무릎에 물이 찼다는 말은 쉬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병사는 군 복무를 다 마치지 못하고 의병 제대했다.

멀쩡한 청년들
환자로 나온다

또 다른 병사는 "거듭된 경계 근무로 가슴이 답답하고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 병사는 하루 4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씩 경계 근무를 섰다고 했다. 평생 운동을 해본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말한 이 병사. 결국 그는 군의관의 권고로 민간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 병사는 치료 목적인 병가를 내면서도 선임병들의 눈치를 살폈다. 해당 병사가 소속된 부대의 근무 계획표를 짰던 행정병은 "네가 부대를 비우면 인원이 모자라니까 내가 근무를 서야 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행정병은 자신과 친한 고참병들의 근무 편의를 봐주는 대신 계급이 낮거나 소위 만만한 병사들을 혹사시켰다. 상대적으로 기피하는 시간대인 오전 12시~2시 근무를 서게 하고, 오전 6시~8시 근무를 밀어 넣는 식이었다. 후임병은 근무 복귀 후 간부들이 지시한 제초작업에 투입됐고, 오후가 되면 부은 다리를 이끌고 다시 초소에 나갔다.

해가 기울면 쉴 틈 없이 야간 근무를 준비해야 했다. 아픈 병사 입장에서 잠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사수(선임병)보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는 중압감은 항상 후임병을 짓눌렀다. 이마저도 사수가 기분이 나쁘면 근무시간 내내 가시방석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사는 아프다고 말할 틈조차 없었다. 착하면 손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심지어 몇몇 선임병들은 이 병사가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오해했다. 네가 아프건 말건 간에 눈앞에 닥친 근무를 나가지 않으면 누가 대신 근무를 나가냐는 해괴한 논리였다. 만약 부대가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그래서 근무 일정을 짜는데 지장이 없었다면 그들은 후임병의 편의를 봐줬을까.

병력은 없고
근무는 많고

헛된 기대였다. 첫째로 당시 육군은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병력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둘째로 이들의 상급부대인 8군단은 작전지역에 비해 배정 병력이 턱없이 부족한 부대였다. 셋째로 갓 입대한 신병들을 자대에 배치할 시 투입이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근무지는 각 군단 및 사단본부였다. 군 인사담당자는 "지휘관의 계급이 낮을수록 병력을 충원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털어놨다.

먼저 사병의 머릿수를 놓고 윗선에서는 군단장끼리 알력 다툼을 벌인다. 그 다음에는 사단장부터 소대장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짬순'별로 병력이 충원된다. 거느린 병사가 자존심인 군대에서 쉽게 인력 할당(T/O)을 바꾸거나 조정할 수 없는 이유다.

또 군 간부들 입장에서 경계병은 부족해도 되지만 참모병(당번병)이 없는 건 업무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에 자신들을 보좌할 병사를 미리 찾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담당자는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구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근무지가 바로 GOP를 비롯한 전방이라고 담당자는 덧붙였다.

실제로 GOP는 근무 강도에 비해 늘 부족한 인력으로 아우성이다. GOP 사정에 정통한 전역자가 기억하는 그곳은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전방 GOP의 일반적 근무 여건은 어떨까. 베일을 하나씩 벗겨보자.

GOP는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과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경계초소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최전방에 위치한 GOP는 서쪽으로는 한강 북단, 동쪽으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요충지마다 수없이 설치돼 있다. 길이는 약 250km 이르며 장병들은 각 초소마다 2명씩 근무함을 원칙으로 한다.

22사단 철책관리 허점
작전지역 부족한 병력

남한의 비공식 국경과 근접한 곳이다보니 주 업무는 언제 있을지 모르는 북한군의 도발이나 침투를 상부에 보고하고, 1차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우리 초소 1∼2km 건너편에는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생각만큼 북한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1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도 GOP 내 병사들 간의 갈등이 총기사건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병사들이 소속된 22사단은 동부지역 사단 가운데 유일하게 내륙과 해안 경계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병력 규모는 다른 사단과 비슷하지만 맡아야 할 경계선 길이는 세배 이상 긴 것으로 전해진다. 또 초소가 작전지역에 일정하게 붙어 있는 것이 아닌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어 경계병들이 이동하는 거리가 타 부대에 비해 두배 이상 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있었던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 때 이런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1개 사단을 충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군은 자신들이 설정한 적군(북한군)의 주요 침투 경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토의견을 묵살했다. 22사단의 상급부대인 8군단은 다른 군단과 달리 2개 사단만을 휘하에 두고 있다. 일반적인 군단은 3개 사단을 거느리고 있다. 지금도 22사단 예하 3개 연대는 모두 경계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

22사단의 GOP를 기준으로 이들의 작전지역은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다. 철모와 탄띠 등 군장을 하고 무거운 개인화기를 비스듬히 맨 채 철책이 연결된 가파른 순찰로를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게 초병의 임무다.

초소에 들어가면 하염없이 전방을 바라보다가 누군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암구호로 아군임을 확인하고 초소에서 나와 다음 초소로 이동하는 병사들. 이들은 정해진 순찰로를 따라 철책망에 묶여 있는 순찰패를 흰색에서 빨간색으로 뒤집으며 시커먼 어둠과 싸운다.

새벽까지 이런 단순 밀어내기 근무를 반복하다가 막사(소초)로 들어가면 곯아떨어지는 게 초병이다. 특히 GOP 투입 후 야간 근무조가 되면 밤샘 경계근무 후 동이 트는 새벽이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낮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마저도 군 고위 간부가 시찰을 온다고 하면 일어나서 막사 청소를 해야 하는 게 초병이다. 병사들의 수면보다 윗선이 받는 의전이 더 중요한 게 우리 군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GOP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예비역들이 말하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첫째는 체력적인 부담이다. 워낙 산세가 험한 곳을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발목 염좌는 통과의례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입식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병사들이 요통을 호소한다. 멍하니 서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부족한 인력으로 수면시간마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잠을 쪼개자는 건 다반사며 피로가 누적되기 십상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근무 투입 시 긴장감이 떨어져 '크레모아'와 같은 대형 살상병기를 실수로 작동시키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 예비역은 체력적인 문제는 주변에서 도와주면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GOP는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외부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곳이다. 당국 고위 간부들도 덜컥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바깥 세계와 철저히 유리된 채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고립감이 때론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했다.

GOP에 투입되기 전 병사들은 사전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GOP 투입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소대장은 상부에 보고해 해당 병사를 전보 조치한다. 그러나 한 번 GOP로 들어가면 병사들은 자신들만의 소초에서 생활하게 된다. 10명 남짓한 병사들은 GOP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한 예비역은 "솔직히 막사 안에서 사제 게임기를 갖다 놓고 게임을 하던 외부로부터 반입한 음란서적을 보든 터치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군 내규와 상충하는 일탈도 눈감아줬다는 진술이다.

또 다른 예비역은 "근무지에서의 겨울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영하의 날씨에 경계근무를 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보여주기식' 근무가 아니냐"는 지적도 덧붙였다. 영관급은 늘 따뜻한 공관에서 자고 '아랫것'들만 국방의 의무라는 핑계로 부려먹는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낮밤 바뀐 밀어내기 근무 반복
험준한 산악지대 오르락내리락
발목염좌 기본…만성수면 부족

실제로 GOP의 겨울은 상상을 초월한다. 식사 후 식판을 닦으려고 물을 묻히면 30초도 안 돼 물방울이 꽁꽁 얼어버리는 날씨다. 매해 10월부터 눈이 내려 4월까지 오는데 허리까지 쌓인 순찰로의 눈을 치우다보면 말 그대로 녹초가 된다고 했다.

이 예비역은 "보급품 지원이 잘 되는 것은 좋았지만 나머지는 다 최악이었다. 그나마 함께 근무 선 또래들과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을 때워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료 전우가 심리적인 지지대가 돼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예비역과 달리 주변 관계가 원만치 않을 경우 GOP 병사들은 내부의 적과 맞서야 한다. GOP 병사들에게는 실탄과 수류탄 등 살상무기가 지급되기 때문에 언제든 대형 인명참사의 소지가 있다. 그래서 당국은 병사들에게 실탄을 제공하면서도 함부로 삽탄(탄창을 총에 끼는 행위)하거나 장전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때문에 빈 탄창을 끼고 서는 경계근무가 무슨 의미냐는 탄식도 들린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막사 안에 있던 병사들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부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해서 GOP 내부의 훈련량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사격훈련은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하고, 북한군이 넘어올 것을 상정해서 하는 가상훈련(FTX)도 실시한다.

물론 훈련 일정이 잡히면 병사들의 휴식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훈련은 이해라도 되는데 원치 않는 작업을 할 때 가장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윗선이 한 번 들러서 이곳저곳을 들쑤시면 멀쩡하던 소초가 바뀐다고 했다. 풀을 벨 때도 각을 맞춰 베야 한다는 지시에 눈살을 찌푸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새로운 초소를 만드는 데 1억원 가량을 쏟았지만 실제로는 1천만원만 줘도 훨씬 좋은 초소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즉 GOP에서 새는 국방비에 관한 진술이었다. 한 GOP 관계자도 이를 긍정하며 "군 시설 환경이 조악하다. 가끔 민간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는데 투명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추위와 싸우고
졸음과 싸우고

더구나 GOP를 직접 관리하는 간부들의 계급이 낮은 것도 상기한 문제점들을 증폭시킨다는 분석이다. GOP 소초장의 계급은 대개 소위에서 중위정도며, 부소초장도 하사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나이가 2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현역병들과 비슷한 또래인 셈이다. 영이 서기 힘든 구조다.

그리고 이들을 정점으로 10∼30여명의 병사가 모여 일어나면 얼굴을 보고 함께 밥을 먹고 모든 책임을 공유한다. 대략 반년 정도는 외박을 나갈 수 없고 단절 없는 내무생활이 계속된다. 요즘 같은 때는 비가 많이 와서 보급로 정비를 해야 하고, 태풍이 찾아오면 보수작업에 여름을 다 보낸다. 강원 산간은 매년 태풍 피해가 극심한 지역이다. 오직 '애국'만을 강조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 직면한 군인들이다.

이들에게 야간 근무 때 주어지는 열상감시장비(TOD)나 야간투시경 등은 이미 노후한 장비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결론적으로 오늘도 몇몇 초소 안에서는 계급 높은 사수가 잠을 자고, 짬 안 되는 부사수가 후방을 살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이 감시하는 것은 언제 올지 모르는 북한군이 아닌 병사들의 군생활을 쥐락펴락 하는 간부이기 때문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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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