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재벌들의 주식기부 비밀

선행 하는 척 뒤에선 ‘호박씨’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재벌들의 주식기부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부분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을 교육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장학 사업은 미래 인재 양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재단 기부가 승계 작업에 이용되는 모습이다. 재벌들의 주식기부 속셈을 파헤쳐보았다.

제약사 창업주들이 잇달아 보유한 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웅제약의 창업주 윤영환 회장이 보유 주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몰빵 않고
쪼개서 기부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이 대웅 주식 107만1555주를 전부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대웅제약 주식 40만4743주도 기부했다.

지난2월에는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부인 정인애 여사가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대량 매각했다. 지난 2009년 타계한 허 회장의 유언에 따라 정 여사는 목암연구소에 110만주, 나머지 339만1740주를 장학재단 등에 기부한 것이다.

광동제약 설립자 고 최수부 회장도 보유하고 있던 광동제약 지분 6.82% 중 4.35%를 가산문화재단에 증여했다. 최 회장의 장남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가 물려받은 지분은 단 1.52%로 재단에 넘겨준 주식보다 적다.


제약업계 회장들이 기부를 해서 재단을 키우는데 관심이 많은 이유는 대부분 자수성가한 창업주들이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시절 바닥부터 시작해 기업을 키우기까지의 서러움을 알기에 그만큼 사회 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대개 인재 육성과 후학 양성을 위해 모교에 사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배경도 있다.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이 되기도 한다. 재단에 보유 지분을 기부하면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웅제약 윤영환 회장의 주식기부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식을 재단에 기부하기 전 윤 회장은 대웅 주식 9.21%를 갖고 있었다. 9.21%의 보유 지분을 윤 회장은 대웅재단, 대웅 근로복지기금, 석천대웅재단 등 세 곳에 각각 나눠 넘겼다.

우선 지난달 윤 회장은 대웅 지분 2.49%를 대웅재단에 넘겼다. 이어 대웅 근로복지기금에 1.77%를 기부했다. 남은 지분 4.95%마저 윤 회장은 설립 예정인 석천대웅재단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윤 회장은 증여세 부담을 덜게 됐다. 증여세법 제48조에 따르면 재단과 같은 공익법인 이 특정회사 지분의 5%(성실공익법인은 10%)를 초과하는 주식 등을 출연 받은 경우 과세하도록 명시돼 있다. 즉 재단에 기부할 때 총 발생주식의 5%만 넘지 않으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윤 회장이 2세에게 직접 증여를 했다면 경영권을 넘겨받을 2세는 증여세 150억원 가량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윤 회장이 직접 증여가 아닌 재단을 통한 기부 방식을 택하면서 해당 2세는 이 같은 거액의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서 윤 회장에게서 가업을 이어받을 자녀들에게도 관심이 몰렸다. 아직까지 대웅제약은 후계구도가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다. 윤 회장 자녀들의 보유 지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웅제약은 지분 40.73%를 보유한 지주회사 대웅이 지배하는 구조다. 대웅은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이 가장 많은 11.61%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장남 윤재용씨(10.51%), 차남 윤재훈씨(9.70%), 장녀 윤영씨(5.42%) 등의 지분율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나마 3남 윤재승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윤 회장이 기부한 대웅재단은 윤재승 부회장이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아울러 대웅재단의 이사장은 윤 부회장의 모친 장봉애씨가 맡고 있다.

미래인재 양성 취지로 교육재단에 쾌척
알고 보니 꼼수…승계 작업용으로 변질

대웅제약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윤 회장의 주식기부에 대해 사회 환원일 뿐 승계 작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제약사는 생명을 다루는 업체다보니 회장님은 평소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으셨다”며 “설립 예정인 석천대웅재단은 의학에 대한 전문 교육을 목적으로 한 재단으로 회장님이 다른 재단에 기부하고 그나마 남은 주식까지 기부하셨을 뿐인데, 이런 과정을 증여세 절감을 위한 의도라고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승계 작업을 위해 증여세를 절감하려는 의도였다면 다른 기업들처럼 우회상장을 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면서 “뭐 하러 재단을 세우고 기부까지 하는 어려운 방식으로 증여세를 덜려고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주식을 나눠서 기부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아래 재단을 지분 확보 수단으로 사용하곤 한다”며 “특히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행위가 빈번하고, 증여세를 피할 수 있어 주식 기부라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특정회사 지분의 5% 이상 주식 기부(신설공익법인 10%) 때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 제도는 지난 1993년 도입됐다. 이후 정치권이나 관련단체, 조세연구원 등에서 이를 완화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매번 경영권 대물림이나 편법적 기업 지배구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번번이 엎어졌다.

자사주로
경영권 지키기

회장들은 자신의 기업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자사주를 잔뜩 사들였다가 재단에 기부하기도 한다. 명목은 재단 기부이지만 실제 목적은 ‘경영권 지키기’ 및 상장 유지 조건을 갖추려는 의도에서 자사주 플레이를 강행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경영권 방어 또는 적대적 M&A시 자사주가 무용지물인 이유다. 그러나 자사주를 장학재단 등 공익재단에 기부 또는 출연하면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의결권을 가지면 기업이 적대적 M&A 위험에 처했을 때 재단에 기부된 자사주가 일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회장들이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기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은 지난 2008년 아들인 윤경립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후 꾸준히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고 기부를 하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윤 명예회장은 자사주를 기부했다. 지난달 그는 자사주 3000주를 기부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1만750원으로 윤 명예회장의 유화증권 지분율은 13.55%로 줄었다.

지난 3월에도 윤 명예회장은 자사주 15만주를 기부했다. 윤 명예회장은 보유한 유화증권 주식 5만주와 10만주를 각각 학교와 성보문화재단에 기부했다. 앞서 유화증권 오너 일가도 서울대, 고려대 등 자신들의 모교에 주식을 기부했다.


동시에 윤 명예회장은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공시에 따르면 윤 명예회장은 올해 들어 10차례 이상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적게는 10주에서 많게는 800주를 사들였다. 지난해에도 윤 명예회장은 자사주를 기부하고 대거 매입했다. 당시 윤 회장이 사들인 우선주는 전체 거래량의 약 1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144건의 임원·주주 주요 특정 증권 등 소유상황보고서 중 대부분이 윤 명예회장이 자사주를 사들인 공시였다.

그렇게 사들이고 다시 우선주 3만5000주를 타인에게 증여하거나 기부했다. 지난해 3월 윤 회장은 김종학 감사에게 당시 종가기준으로 1억6200만원 상당의 우선주 1만5000주를 증여했다. 김 감사는 1976년부터 유화증권에 몸담았던 유화증권맨이다. 또 1억200만원 상당의 우선주 1만주를 성보학원에 기부했고 1억350만원 상당의 우선주 1만주도 모교인 고려대에 기부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상장유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사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흘러 나왔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반기 기준으로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수의 1%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다음 반기에도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 수의 1% 미만일 경우 상장 폐지된다. 윤 명예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해준 덕에 유화증권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서 피할 수 있었다. 

쪼개서 기부…속셈은 증여세 절감?
자사주 대거 사들인 뒤 기부 반복

눈높이 교육으로 알려진 대교그룹의 강영중 회장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증권가에서 ‘제2의 윤장섭 회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2012년 강 회장은 자신의 모교인 건국대에 대교 주식 8만2000주를 증여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70여 차례 자사주를 매입하더니 올해도 지난 1월 대교의 우선주 5910주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40차례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그렇다고 강 회장의 지분구조가 취약한 상황도 아니다. 강 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교홀딩스가 보유한 대교 지분만 54.51%나 된다. 다른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62%를 넘는다. 따라서 강 회장 역시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승계 작업도
기부 통해서?

최근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승계 작업 방식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SDS 상장에 이어 삼성에버랜드 상장이라는 두 번째 깜짝 소식에 경영권 승계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과거 이병철 삼성그룹 전 명예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던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받은 승계 방식이 그대로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병철 삼성그룹 전 명예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증여할 때 삼성문화재단에 지분을 넘겼다. 이건희 회장은 이 지분을 사들였다. 이병철 전 회장은 1965년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하고 1977년부터 지분 승계를 시작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납부한 증여 및 상속세는 약 181억원이었다. 당시 주식의 상속은 일반 거래세만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 역시 이 같은 승계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직접 증여에 비해 증여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재단 기부 방식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지 않고 삼성 관련 재단에 넘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5% 미만 지분 기부 시 증여세가 면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이번에는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하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세들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아 적어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3.38%) 만큼은 전량 3세에게 직접 증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직접 상속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남자기 오너일가 지분 처분 '수수께끼'

행남자기 오너일가가 보유 지분을 잇달아 처분했다.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용주 행남자기 회장의 모친인 김재임씨는 주식 10.52%를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김 회장의 동생인 김태성 사장은 보유 지분 10.52% 가운데 5.96%를 장외에서 팔았다. 또 다른 동생인 김태형씨와 김흥주씨도 각각 3.31%와 0.83%를 매도했다. 이로써 김 회장을 포함한 최대 주주 측이 보유한 지분은 종전 58.68%에서 38.06%로 줄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행남자기 측에서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최근 행남자기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행남자기의 2012년 매출은 461억원으로 전년보다 14.1% 감소했다. 그해 3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도 4.7% 줄어든 439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지만 영업 손실로 3억원의 적자를 냈다.

행남자기는 공시를 통해 이러한 의혹들을 부인했다. 행남자기는 공시를 통해 “당사는 대주주 지분 일부를 장외매도 했지만 경영권 매각 추진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와 별도로 자금조달 및 신규사업 검토 중에 있다”고 일축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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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