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재벌들의 주식기부 비밀

선행 하는 척 뒤에선 ‘호박씨’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재벌들의 주식기부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부분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을 교육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장학 사업은 미래 인재 양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재단 기부가 승계 작업에 이용되는 모습이다. 재벌들의 주식기부 속셈을 파헤쳐보았다.

제약사 창업주들이 잇달아 보유한 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웅제약의 창업주 윤영환 회장이 보유 주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몰빵 않고
쪼개서 기부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이 대웅 주식 107만1555주를 전부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대웅제약 주식 40만4743주도 기부했다.

지난2월에는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부인 정인애 여사가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대량 매각했다. 지난 2009년 타계한 허 회장의 유언에 따라 정 여사는 목암연구소에 110만주, 나머지 339만1740주를 장학재단 등에 기부한 것이다.

광동제약 설립자 고 최수부 회장도 보유하고 있던 광동제약 지분 6.82% 중 4.35%를 가산문화재단에 증여했다. 최 회장의 장남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가 물려받은 지분은 단 1.52%로 재단에 넘겨준 주식보다 적다.


제약업계 회장들이 기부를 해서 재단을 키우는데 관심이 많은 이유는 대부분 자수성가한 창업주들이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시절 바닥부터 시작해 기업을 키우기까지의 서러움을 알기에 그만큼 사회 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대개 인재 육성과 후학 양성을 위해 모교에 사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배경도 있다.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이 되기도 한다. 재단에 보유 지분을 기부하면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웅제약 윤영환 회장의 주식기부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식을 재단에 기부하기 전 윤 회장은 대웅 주식 9.21%를 갖고 있었다. 9.21%의 보유 지분을 윤 회장은 대웅재단, 대웅 근로복지기금, 석천대웅재단 등 세 곳에 각각 나눠 넘겼다.

우선 지난달 윤 회장은 대웅 지분 2.49%를 대웅재단에 넘겼다. 이어 대웅 근로복지기금에 1.77%를 기부했다. 남은 지분 4.95%마저 윤 회장은 설립 예정인 석천대웅재단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윤 회장은 증여세 부담을 덜게 됐다. 증여세법 제48조에 따르면 재단과 같은 공익법인 이 특정회사 지분의 5%(성실공익법인은 10%)를 초과하는 주식 등을 출연 받은 경우 과세하도록 명시돼 있다. 즉 재단에 기부할 때 총 발생주식의 5%만 넘지 않으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윤 회장이 2세에게 직접 증여를 했다면 경영권을 넘겨받을 2세는 증여세 150억원 가량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윤 회장이 직접 증여가 아닌 재단을 통한 기부 방식을 택하면서 해당 2세는 이 같은 거액의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서 윤 회장에게서 가업을 이어받을 자녀들에게도 관심이 몰렸다. 아직까지 대웅제약은 후계구도가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다. 윤 회장 자녀들의 보유 지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웅제약은 지분 40.73%를 보유한 지주회사 대웅이 지배하는 구조다. 대웅은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이 가장 많은 11.61%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장남 윤재용씨(10.51%), 차남 윤재훈씨(9.70%), 장녀 윤영씨(5.42%) 등의 지분율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나마 3남 윤재승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윤 회장이 기부한 대웅재단은 윤재승 부회장이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아울러 대웅재단의 이사장은 윤 부회장의 모친 장봉애씨가 맡고 있다.

미래인재 양성 취지로 교육재단에 쾌척
알고 보니 꼼수…승계 작업용으로 변질

대웅제약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윤 회장의 주식기부에 대해 사회 환원일 뿐 승계 작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제약사는 생명을 다루는 업체다보니 회장님은 평소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으셨다”며 “설립 예정인 석천대웅재단은 의학에 대한 전문 교육을 목적으로 한 재단으로 회장님이 다른 재단에 기부하고 그나마 남은 주식까지 기부하셨을 뿐인데, 이런 과정을 증여세 절감을 위한 의도라고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승계 작업을 위해 증여세를 절감하려는 의도였다면 다른 기업들처럼 우회상장을 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면서 “뭐 하러 재단을 세우고 기부까지 하는 어려운 방식으로 증여세를 덜려고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주식을 나눠서 기부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아래 재단을 지분 확보 수단으로 사용하곤 한다”며 “특히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행위가 빈번하고, 증여세를 피할 수 있어 주식 기부라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특정회사 지분의 5% 이상 주식 기부(신설공익법인 10%) 때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 제도는 지난 1993년 도입됐다. 이후 정치권이나 관련단체, 조세연구원 등에서 이를 완화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매번 경영권 대물림이나 편법적 기업 지배구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번번이 엎어졌다.

자사주로
경영권 지키기

회장들은 자신의 기업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자사주를 잔뜩 사들였다가 재단에 기부하기도 한다. 명목은 재단 기부이지만 실제 목적은 ‘경영권 지키기’ 및 상장 유지 조건을 갖추려는 의도에서 자사주 플레이를 강행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경영권 방어 또는 적대적 M&A시 자사주가 무용지물인 이유다. 그러나 자사주를 장학재단 등 공익재단에 기부 또는 출연하면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의결권을 가지면 기업이 적대적 M&A 위험에 처했을 때 재단에 기부된 자사주가 일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회장들이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기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은 지난 2008년 아들인 윤경립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후 꾸준히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고 기부를 하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윤 명예회장은 자사주를 기부했다. 지난달 그는 자사주 3000주를 기부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1만750원으로 윤 명예회장의 유화증권 지분율은 13.55%로 줄었다.

지난 3월에도 윤 명예회장은 자사주 15만주를 기부했다. 윤 명예회장은 보유한 유화증권 주식 5만주와 10만주를 각각 학교와 성보문화재단에 기부했다. 앞서 유화증권 오너 일가도 서울대, 고려대 등 자신들의 모교에 주식을 기부했다.


동시에 윤 명예회장은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공시에 따르면 윤 명예회장은 올해 들어 10차례 이상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적게는 10주에서 많게는 800주를 사들였다. 지난해에도 윤 명예회장은 자사주를 기부하고 대거 매입했다. 당시 윤 회장이 사들인 우선주는 전체 거래량의 약 1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144건의 임원·주주 주요 특정 증권 등 소유상황보고서 중 대부분이 윤 명예회장이 자사주를 사들인 공시였다.

그렇게 사들이고 다시 우선주 3만5000주를 타인에게 증여하거나 기부했다. 지난해 3월 윤 회장은 김종학 감사에게 당시 종가기준으로 1억6200만원 상당의 우선주 1만5000주를 증여했다. 김 감사는 1976년부터 유화증권에 몸담았던 유화증권맨이다. 또 1억200만원 상당의 우선주 1만주를 성보학원에 기부했고 1억350만원 상당의 우선주 1만주도 모교인 고려대에 기부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상장유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사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흘러 나왔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반기 기준으로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수의 1%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다음 반기에도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 수의 1% 미만일 경우 상장 폐지된다. 윤 명예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해준 덕에 유화증권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서 피할 수 있었다. 

쪼개서 기부…속셈은 증여세 절감?
자사주 대거 사들인 뒤 기부 반복

눈높이 교육으로 알려진 대교그룹의 강영중 회장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증권가에서 ‘제2의 윤장섭 회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2012년 강 회장은 자신의 모교인 건국대에 대교 주식 8만2000주를 증여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70여 차례 자사주를 매입하더니 올해도 지난 1월 대교의 우선주 5910주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40차례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그렇다고 강 회장의 지분구조가 취약한 상황도 아니다. 강 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교홀딩스가 보유한 대교 지분만 54.51%나 된다. 다른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62%를 넘는다. 따라서 강 회장 역시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승계 작업도
기부 통해서?

최근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승계 작업 방식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SDS 상장에 이어 삼성에버랜드 상장이라는 두 번째 깜짝 소식에 경영권 승계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과거 이병철 삼성그룹 전 명예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던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받은 승계 방식이 그대로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병철 삼성그룹 전 명예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증여할 때 삼성문화재단에 지분을 넘겼다. 이건희 회장은 이 지분을 사들였다. 이병철 전 회장은 1965년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하고 1977년부터 지분 승계를 시작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납부한 증여 및 상속세는 약 181억원이었다. 당시 주식의 상속은 일반 거래세만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 역시 이 같은 승계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직접 증여에 비해 증여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재단 기부 방식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지 않고 삼성 관련 재단에 넘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5% 미만 지분 기부 시 증여세가 면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이번에는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하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세들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아 적어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3.38%) 만큼은 전량 3세에게 직접 증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직접 상속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남자기 오너일가 지분 처분 '수수께끼'

행남자기 오너일가가 보유 지분을 잇달아 처분했다.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용주 행남자기 회장의 모친인 김재임씨는 주식 10.52%를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김 회장의 동생인 김태성 사장은 보유 지분 10.52% 가운데 5.96%를 장외에서 팔았다. 또 다른 동생인 김태형씨와 김흥주씨도 각각 3.31%와 0.83%를 매도했다. 이로써 김 회장을 포함한 최대 주주 측이 보유한 지분은 종전 58.68%에서 38.06%로 줄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행남자기 측에서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최근 행남자기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행남자기의 2012년 매출은 461억원으로 전년보다 14.1% 감소했다. 그해 3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도 4.7% 줄어든 439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지만 영업 손실로 3억원의 적자를 냈다.

행남자기는 공시를 통해 이러한 의혹들을 부인했다. 행남자기는 공시를 통해 “당사는 대주주 지분 일부를 장외매도 했지만 경영권 매각 추진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와 별도로 자금조달 및 신규사업 검토 중에 있다”고 일축했다. <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