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간병보험

'100세 시대' 노후생활 지켜줄까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노년은 어둡고 슬프고 아프다. 방치된 노후생활은 고스란히 금전 부담으로 직결된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간병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마다 보장기간, 보장금액 등 차이가 있어 가입 전 상품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또 같은 회사의 상품이라도 가입자의 나이, 성별, 가입유형, 직업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내달부터는 간병보험의 보상 기준이 되는 장기요양등급 기준이 바뀌면서 보험사마다 약정과 보장내역이 조금씩 변경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민의 노후보장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노후보장 특화보험’ 정책에 따라 보험사들이 간병보험을 내놓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따라 간병보험은 보험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등급 확인부터

간병보험은 보험기간 중에 치매 등 상해, 질병으로 다른 사람의 간병이 필요한 경우 간병자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 보험은 치매나 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이 필요할 때 간병비와 간병연금 등을 보장해준다. 일반 상해나 질병으로 사망시 일시지급 보험금 외에 5년간 매월 유족연금을, 50% 또는 80% 이상 후유 장해 시 5년간 매월 후유장해 연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다만 간병보험은 고령이나 치매로 인한 생활 불편을 지원하는 정부 요양보험과 운영 기준이 다르다. 중증치매나 활동불능 상태 등 특정사유가 발생해야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간병보험을 따로 들기 부담될 경우 연금보험을 가입할 때 장기간병 연금보험을 선택하거나 연금보험 안에서 관련 특약을 넣을 수 있다.

2000년 초기 도입당시만 해도 간병보험은 소비자들에게서 외면을 받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시됐던 당시 분위기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이후 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요양등급을 기준으로 삼은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현재는 손해보험사들의 주력종목이 됐다.

간병보험이 성장세를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 철회와 관련이 있다. 대선후보 당시 박 대통령은 건강보험 내 간병비 추가 항목을 공약에서 제외했다.


이후 민영 간병보험의 시장성이 확보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고령층에 특화된 다양한 상품을 주문했다. 손보업계는 즉시 관련 상품 출시와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치매 진단시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장기요양등급 판정시 장기요양자금이나 간병비를 보상하는 상품이 주류다.

최근 들어 간병보험은 고령화시대와 맞물려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LIG손해보험,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6개사가 판매한 간병보험 신계약건수는 46만건으로 전년(17만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작년에는 4개사(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롯데손보)가 상품을 새로 출시해 취급하는 손보사도 8개로 늘었다.

신계약건수로 보면 지난해에 15만건을 넘게 판 LIG손보가 가장 돋보였다. 2012년 9월에 ‘100세LTC간병보험’을 내놨던 LIG손보는 지난해 만기를 110세로 연장했다. 보장 나이를 늘리면서 LIG손보의 간병보험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출시 이후 총 판매건수는 20만건이 넘는다.

동부화재는 2012년 8월 ‘가족사랑간병보험’을 출시해 지난해 말까지 14만9139건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기세를 멈추지 않고 지난 한 해 동안만 13만4007건의 판매실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대부분의 간병보험은 치매나 활동불능 진단을 받아도 90일이 지나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계약을 체결한지 치매는 2년, 활동불능 상태는 90일이 지나야 보장이 시작된다.

그러나 보험사마다 보장개시일이나 지급사유 등이 달라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해보고 가입해야 한다. 간병보험은 갱신형과 비갱신형으로 나뉘는 만큼 보험료를 손해 보지 않으려면 각각의 보험회사 공시자료를 직접 찾아보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

사고의 발생 원인에 따라 보험료가 지급되는 보장 개시일도 보험사마다 다르다. 치매 등의 진단을 받은 뒤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중증치매나 활동불능상태로 진단받아야만 보험금을 주는 경우도 있고 보장기간이 종신, 100세, 110세로 상품마다 차이가 있다.


각 손보사 주력 상품…보장 비교 필수
같은 회사 상품도 개별에 따라 달라져

특히 다음 달부터는 간병보험의 보상 기준이 되는 장기요양등급이 바뀐다. 내달부터 장기요양등급체계가 기존 3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경된다. 기존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치매 등 환자의 상태를 장기요양인정 점수로 환산해 1∼3등급까지 분류하고 판정해왔다.

1등급은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하는 사람으로 95점 이상인 경우다. 2등급은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75∼95점 이하), 3등급은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장기요양 인정 점수가 51∼75점 이하로 판정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등급별 수급자간 기능 차이가 큰데 따른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구간 폭이 넓은 3등급을 두개의 구간으로 분할하기로 했다. 즉 기존 3등급을 3∼4등급으로 세분화해 장기요양인정점수를 3등급은 60∼75점 이하로, 4등급은 51∼60점 이하로 새로 설정했다. 신설된 5등급은 45∼51점 이하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내달부터 보장범위를 4등급 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다만 5등급 이하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그동안 3등급까지만 간병보험이 적용됐지만, 등급 기준이 바뀌면서 4등급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약정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7월 1일자부터 바뀔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뀌는 보장내역에 대해 “보험사 마다 다르겠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보장내역에 대해서 조율 중”이라며 “새로 생긴 4등급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살펴보겠지만, 5등급 이하는 우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손보사들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편, 정부는 공공 간병보험 신설 공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사회보험 방식의 공공 간병보험을 국민건강보험 내에 추가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간병을 개인의 책임에서 국가가 함께 부담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공공 간병보험이 도입되면 건강보험 가입자는 매월 5220원만 납부하면 된다.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17년 도입할 계획이다.

묻고 따져야

공공 간병보험 공약이 실현된다면 그동안 간병보험으로 재미를 봤던 손보사들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표정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간병보험은 고객이 평소 생활해왔던 경제수준까지 맞춰 보상금을 주지만 정부에서 지원하게 될 간병보험 보장 범위가 보험사 수준까지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이라며 “공공 영역에서 지원하게 될 간병보험금은 사람이 최소한 살 수 있는 의식주 정도만 보장해주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기요양등급 악용 주의보


장기요양등급이 변경되면서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이를 악용해 가입자들을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판매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요양등급이 바뀐다면서 간병 진단금이 줄어들거나,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로 보험가입자 유치에 나서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러한 보험영업조직의 판매를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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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