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월드컵 황당 마케팅 열전

대목 놓칠라…불붙은 골목길 배달 전쟁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개막 휘슬이 울렸다. 기업들의 마케팅 월드컵도 시작됐다. 그동안 세월호 침몰 여파로 마케팅 활동을 자제했던 기업들은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FIFA(국제축구연맹)나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가 아닌 대부분의 기업들은 물량공세 작전, 매복 마케팅기법 등으로 어떻게든 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각종 사건 이후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로 기업들은 마케팅을 자제했다. 그래서 재계는 브라질월드컵이 반갑다. 브라질월드컵은 침울해진 재계 분위기를 반전시킬 결정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아왔던 탓일까. 기업들의 홍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별의별 마케팅 기법이 쏟아지고 있다. 마케팅 전쟁의 성패는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간 소비자의 시선을 얼마나 강하게 사로잡느냐에 달렸다.

법망 피해
매복 마케팅


월드컵 마케팅에도 ‘돈의 힘’이 중요하다.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파트너가 된 기업은 마케팅을 펼치는데 유리해진다. 코카콜라, 아디다스, 에리메이트항공, 비자카드, 소니 그리고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현대·기아자동차가 FIFA 공식파트너다.

이들 6개 기업은 매년 국제축구연맹에 3억7000만 달러(3800여억원)를 후원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월드컵이 없는 해에도 후원금을 내야 한다. 대신 FIFA가 주관하는 모든 공식 대회에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고 월드컵 로고 및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공식 파트너 외에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기간에 한정해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갖는 FIFA 월드컵스폰서가 있다. 맥도날드, 존슨앤드존슨, 버드와이저, 캐스트롤, 콘티넨탈, 모이파크, 오이, 잉리 등 8개 기업이 FIFA 월드컵스폰서다.

국내에서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가 되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축구협회 공식지정 기업은 하나은행, 금호아시아나, KT, 삼성, E1, 다음, 스포츠토토, 하이트, 현대차, 삼일제약, 교보생명, 나이키 등이다.

FIFA는 월드컵이란 명칭, 공식 로고, 휘장, 월드컵 경기장면, 관련 엠블럼 등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축구협회도 호랑이 엠블럼, 국가대표팀 경기 장면, 대표팀 유니폼, 협회 휘장 등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가 FIFA나 축구협회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내용을 마케팅에 활용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들은 마케팅을 할 때 대표팀 유니폼 및 호랑이 마크, ‘남아공’, ‘월드컵’ 관련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붉은색 티셔츠’도 축구협회에서 판매하는 물품 이외에는 나눠줄 수 없다.

세월호 여파 눈치만 보던 재계
월드컵 계기로 만회 기회 노려

그렇다고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최고의 마케팅 기회를 날릴 기업들이 아니다. FIFA의 규제는 피하고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의 아이디어 전쟁이 치열하다. 물량공세, 독특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우회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규제를 교묘히 피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매복 마케팅’이다.

일반명사인 ‘축구’, ‘골’, ‘응원’, ‘승리’ 등의 표현과 응원 장면 등은 지적재산권 대상이 아니어서 어느 업체나 사용할 수 있다. 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월드컵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월드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이런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식품업체들은 월드컵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축구공 모양을 넣어 포장하고 있다. 제빵업계 및 커피업체들은 축구공 모양의 빵, 빙수 등을 출시하고 있다. 광고모델들도 월드컵 기간만큼은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농심은 컵라면 ‘육개장 사발면’에 들어가는 맛살을 축구공 모양으로 바꿔 출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월드컵 케이크’를 내놓았고, 축구장 모양의 케이크 ‘축구하는 뽀로로와 크롱’과 붉은악마를 표현한 ‘레드벨벳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축구를 주제로 제작한 ‘사커 도넛’ 4종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4강 가면
전액 현금화

특히 공식 후원사에서 제외된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카드사들은 직접적으로 월드컵 단어를 쓸 수 없어 혜택을 통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골 넣은 선수를 맞히거나 대표팀이 16강 이상 진출하게 되면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캐시백 혜택을 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팀이 4강까지 진출하면 사용액을 전액 모두 현금화해주기도 한다.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KB국민카드는 대표팀이 4강 진출 시 응모자 중 200명에게 이용액의 100%를 캐시백 해준다. 8강 진출 시에는 50%, 16강 진출 시에는 25%를 돌려준다. 삼성카드는 대표팀 전체 골 수와 16강, 8강 진출 여부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벌인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한 고객 중 1000명을 추첨해 대표팀이 행사 기간 기록한 골 수 및 16강, 8강 진출에 따라 서비스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신한카드도 골을 넣는 선수를 맞히면 3000만원까지 캐시백해준다.

하나SK카드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배달 및 편의점 이용 시 캐시백을 20%까지 제공하고, 득점 맞히기, 경품 제공 등의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26일까지 10만원 이상을 이용한 회원을 대상으로 국가대표팀의 조별 예선 3경기의 점수 맞히기 이벤트를 연다. 3경기 점수를 모두 맞히면 빕스 5만원 상품권을 준다.

5명을 추첨해 2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시청 광장을 내려다보며 벨기에전을 시청할 수 있는 숙박권도 제공한다.

야식 매출이 느는 점도 카드사들의 마케팅 포인트다. 하나SK카드는 오는 29일까지 ‘배달의 민족’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야식을 결제하면 10%를 캐시백해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삼성카드는 월드컵 기간 중 야간에 외식 업종을 이용한 회원 가운데 100명을 추첨해 이용액 전부를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16강 이상
우대금리 적용

은행권도 월드컵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시중은행들은 월드컵 특수 효과를 노리는 반짝 금융상품들을 선보여 가입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팀 공식 후원은행인 하나은행과 계열사인 외환은행은 월드컵과 연계한 예·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한국 대표팀이 선전할 경우 우대금리를 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의 기본 상품인 예금과 적금 상품을 월드컵과 연계해 내놨다. 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 고객을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3년제 기준으로 기본금리 연 3.4%(1년제 연 2.9%)에 16강 진출 시 연 0.1%포인트, 8강 진출 시 연 0.2%포인트, 4강 진출 시 연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같은 하나금융그룹 회사인 외환은행 역시 ‘오! 필승코리아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1년제 기본 금리 연2.68%에 대표팀 성적에 따라 최고 연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 제공한다. 16강은 0.1%포인트, 8강은 0.2%포인트, 4강은 0.3%포인트다.

월드컵 공식후원사
vs 비후원사 ‘신경전’

다른 은행들도 브라질로 응원을 떠나는 고객이나 여름휴가철을 공략하기 위해 환율 우대 등의 마케팅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14일까지 ‘올라 ! 브라질, 환전 카니발’ 이벤트를 진행한다. 농협은행에서 미국 달러를 환전하는 모든 고객에게 5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이다. 한국대표팀이 8강에 진출할 경우 내달부터 80%로 환율 우대율을 대폭 상향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글로벌 은행의 장점을 살려 브라질 현지로 응원차 출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에서 무료로 발급 가능한 국제현금카드를 통해 현지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광주은행은 다음달 14일까지 ‘광주카드와 함께하는 투혼 이벤트’를 연다. 이벤트 기간 광주은행 홈페이지에 등록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때 포인트를 2배 적립해주고 8강 진출 시 3배, 4강 진출 시 4배를 적립해준다.

기업은행은 ‘2014 FIFA 브라질월드컵 공식 기념주화’를 판매 중이다. 지난 5월19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각각 300세트 한정 판매되는 공식 금화와 은화,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조한 도금 은메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물량공세로
관심 끌기

특히 유통업계는 월드컵 특수를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본선 경기 일정이 주로 평일 새벽이나 이른 시간대에 잡히면서 유통업계는 물량공세라도 해서 소비자들을 붙잡을 태세다. 

CJ오쇼핑은 월드컵 기간 중 여행상품권과 캠핑용품, 포인트 등 총 4억5000만원어치의 경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일본 가전업체 소니와 함께 최대 상금 1억원을 걸고 우승팀 맞히기 이벤트를 연다. 롯데슈퍼는 국가대표팀 8강 진출 시 현금 800만원을 8명에게 증정하는 등 최대 1억원 규모의 생활비 경품을 준비했다. 오픈마켓 옥션도 경품 45만개를 내건다.

이마트는 월드컵 기간 중 치킨과 수입 캔맥주를 동시에 구매할 경우 가격을 10∼2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선보인다. 영업 마감 시간에 맞춰 진행하는 야식 타임세일도 적극 진행할 방침이다. 대표팀이 선전하면 소비심리가 확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경품행사도 따로 준비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휴가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스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의미로 4개 대학 축구팀이 참여하는 ‘프링글스 드림컵’ 대회를 개최했다. ‘프링글스 드림컵’ 대회에 참가하는 4개 대학 축구팀 가운데 한 팀을 선정해 ‘응원단장’에 지원하고 팬들에게 가장 많은 투표를 받으면 여름 휴가비 100만원을 제공한다.

물량 공세로 ‘밀어붙여∼’
독특한 홍보 ‘톡톡 튀기’

증권사와 보험사의 물량공세도 만만치 않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옥토 대한민국 승승장구 이벤트'를 다음 달까지 이어간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500만원 상당의 여름휴가지원금, 3D LED TV 등을 지급하는 경품행사를 준비했다.

또 펀드·보험 등 우리투자증권 적립식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 5000명에겐 선착순으로 ‘응원 티셔츠’를 증정한다. 메리츠화재는 이달 한 달 동안 ‘월드컵 승리 기원’ 이벤트 기간으로 삼아 홈페이지를 방문해 응모하면 TV, 월드컵 공인구 등을 준다.

식품업체 농심의 독특한 보도자료도 화제가 됐다. 농심은 ‘베스트 일레븐’ 보도자료를 통해 라면을 축구 포지션별 국가대표로 묘사해 호기심을 유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농심 ‘신라면’이 담당한다. 중앙미드필더는 농심의 짜파게티, 너구리, 오뚜기의 ‘진라면’이 맡았다. 주로 모디슈머들이 열광하는 곳이다. 측면 미드필더는 여름철에 인기 있는 팔도 비빔면과 태풍냉면이 차지했다.

수비수에는 ‘안성탕면’을 주축으로 언제든 공격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오징어짬뽕’과 ‘참깨라면’이 선정됐다. 든든한 수문장 골키퍼는 ‘육개장 사발면’이 맡았다고 농심은 표현했다. 라면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양 날개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태풍냉면’을 두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태풍냉면이 아닌 ‘둥지냉면’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가대표 라면
홍보효과 ‘톡톡’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도 독특한 월드컵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18일, 23일, 27일에는 밤샘 응원한 고객들을 위해 맥도날드 아이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취업지원 사이트들도 응원알바 홍보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시즌을 겨냥해 응원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응원전 스텝알바’를 소개했다. 취업률이 저조해지면서 알바에 관심 있는 구직자들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월드컵 특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드컵 유통업계 희비, 편의점 ‘웃고’ 치킨집 ‘울고’

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이지만 유통업체간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브라질월드컵은 주로 새벽에 볼 수밖에 없어 업계 간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24시간 편의점은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큰 반면 치킨·호프집은 울상을 짓고 있다.

야외 음식점이나 술집에 모여 응원하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애매하다. 월드컵을 기념해 ‘몬스터 치킨’을 선보인 BBQ는 이달 치킨 공급 물량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20% 정도 늘렸다. 하지만 이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일 매출이 최대 90% 이상 신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은 물량이다. 4년 전 오전 3시30분에 열렸던 한국-나이지리아전 당시 매출은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BBQ를 제외하면 나머지 치킨 업체들은 이렇다 할 판촉 전략을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은 월드컵 특수를 준비하고 있다. GS25와 미니스톱은 이달 한 달 동안 수입맥주를 최대 25%와 30%씩 할인 판매한다. CU는 아침까지 경기를 보다가 출근하는 직장인을 겨냥해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같은 아침식사 메뉴를 할인해준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 역시 밤샘 거리 응원으로 뜨거웠던 4년 전과 비교하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에서도 월드컵 수혜주를 맞히는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월드컵의 경우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가운데 한국 경기 시간이 주중 새벽 또는 이른 아침에 예정돼 있어 월드컵 개최에 따른 소비 확대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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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