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월드컵 황당 마케팅 열전

대목 놓칠라…불붙은 골목길 배달 전쟁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개막 휘슬이 울렸다. 기업들의 마케팅 월드컵도 시작됐다. 그동안 세월호 침몰 여파로 마케팅 활동을 자제했던 기업들은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FIFA(국제축구연맹)나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가 아닌 대부분의 기업들은 물량공세 작전, 매복 마케팅기법 등으로 어떻게든 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각종 사건 이후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로 기업들은 마케팅을 자제했다. 그래서 재계는 브라질월드컵이 반갑다. 브라질월드컵은 침울해진 재계 분위기를 반전시킬 결정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아왔던 탓일까. 기업들의 홍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별의별 마케팅 기법이 쏟아지고 있다. 마케팅 전쟁의 성패는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간 소비자의 시선을 얼마나 강하게 사로잡느냐에 달렸다.

법망 피해
매복 마케팅


월드컵 마케팅에도 ‘돈의 힘’이 중요하다.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파트너가 된 기업은 마케팅을 펼치는데 유리해진다. 코카콜라, 아디다스, 에리메이트항공, 비자카드, 소니 그리고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현대·기아자동차가 FIFA 공식파트너다.

이들 6개 기업은 매년 국제축구연맹에 3억7000만 달러(3800여억원)를 후원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월드컵이 없는 해에도 후원금을 내야 한다. 대신 FIFA가 주관하는 모든 공식 대회에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고 월드컵 로고 및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공식 파트너 외에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기간에 한정해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갖는 FIFA 월드컵스폰서가 있다. 맥도날드, 존슨앤드존슨, 버드와이저, 캐스트롤, 콘티넨탈, 모이파크, 오이, 잉리 등 8개 기업이 FIFA 월드컵스폰서다.

국내에서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가 되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축구협회 공식지정 기업은 하나은행, 금호아시아나, KT, 삼성, E1, 다음, 스포츠토토, 하이트, 현대차, 삼일제약, 교보생명, 나이키 등이다.


FIFA는 월드컵이란 명칭, 공식 로고, 휘장, 월드컵 경기장면, 관련 엠블럼 등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축구협회도 호랑이 엠블럼, 국가대표팀 경기 장면, 대표팀 유니폼, 협회 휘장 등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가 FIFA나 축구협회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내용을 마케팅에 활용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들은 마케팅을 할 때 대표팀 유니폼 및 호랑이 마크, ‘남아공’, ‘월드컵’ 관련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붉은색 티셔츠’도 축구협회에서 판매하는 물품 이외에는 나눠줄 수 없다.

세월호 여파 눈치만 보던 재계
월드컵 계기로 만회 기회 노려

그렇다고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최고의 마케팅 기회를 날릴 기업들이 아니다. FIFA의 규제는 피하고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의 아이디어 전쟁이 치열하다. 물량공세, 독특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우회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규제를 교묘히 피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매복 마케팅’이다.

일반명사인 ‘축구’, ‘골’, ‘응원’, ‘승리’ 등의 표현과 응원 장면 등은 지적재산권 대상이 아니어서 어느 업체나 사용할 수 있다. 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월드컵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월드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이런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식품업체들은 월드컵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축구공 모양을 넣어 포장하고 있다. 제빵업계 및 커피업체들은 축구공 모양의 빵, 빙수 등을 출시하고 있다. 광고모델들도 월드컵 기간만큼은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농심은 컵라면 ‘육개장 사발면’에 들어가는 맛살을 축구공 모양으로 바꿔 출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월드컵 케이크’를 내놓았고, 축구장 모양의 케이크 ‘축구하는 뽀로로와 크롱’과 붉은악마를 표현한 ‘레드벨벳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축구를 주제로 제작한 ‘사커 도넛’ 4종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4강 가면
전액 현금화

특히 공식 후원사에서 제외된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카드사들은 직접적으로 월드컵 단어를 쓸 수 없어 혜택을 통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골 넣은 선수를 맞히거나 대표팀이 16강 이상 진출하게 되면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캐시백 혜택을 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팀이 4강까지 진출하면 사용액을 전액 모두 현금화해주기도 한다.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KB국민카드는 대표팀이 4강 진출 시 응모자 중 200명에게 이용액의 100%를 캐시백 해준다. 8강 진출 시에는 50%, 16강 진출 시에는 25%를 돌려준다. 삼성카드는 대표팀 전체 골 수와 16강, 8강 진출 여부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벌인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한 고객 중 1000명을 추첨해 대표팀이 행사 기간 기록한 골 수 및 16강, 8강 진출에 따라 서비스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신한카드도 골을 넣는 선수를 맞히면 3000만원까지 캐시백해준다.

하나SK카드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배달 및 편의점 이용 시 캐시백을 20%까지 제공하고, 득점 맞히기, 경품 제공 등의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26일까지 10만원 이상을 이용한 회원을 대상으로 국가대표팀의 조별 예선 3경기의 점수 맞히기 이벤트를 연다. 3경기 점수를 모두 맞히면 빕스 5만원 상품권을 준다.

5명을 추첨해 2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시청 광장을 내려다보며 벨기에전을 시청할 수 있는 숙박권도 제공한다.

야식 매출이 느는 점도 카드사들의 마케팅 포인트다. 하나SK카드는 오는 29일까지 ‘배달의 민족’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야식을 결제하면 10%를 캐시백해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삼성카드는 월드컵 기간 중 야간에 외식 업종을 이용한 회원 가운데 100명을 추첨해 이용액 전부를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16강 이상
우대금리 적용

은행권도 월드컵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시중은행들은 월드컵 특수 효과를 노리는 반짝 금융상품들을 선보여 가입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팀 공식 후원은행인 하나은행과 계열사인 외환은행은 월드컵과 연계한 예·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한국 대표팀이 선전할 경우 우대금리를 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의 기본 상품인 예금과 적금 상품을 월드컵과 연계해 내놨다. 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 고객을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3년제 기준으로 기본금리 연 3.4%(1년제 연 2.9%)에 16강 진출 시 연 0.1%포인트, 8강 진출 시 연 0.2%포인트, 4강 진출 시 연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같은 하나금융그룹 회사인 외환은행 역시 ‘오! 필승코리아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1년제 기본 금리 연2.68%에 대표팀 성적에 따라 최고 연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 제공한다. 16강은 0.1%포인트, 8강은 0.2%포인트, 4강은 0.3%포인트다.

월드컵 공식후원사
vs 비후원사 ‘신경전’

다른 은행들도 브라질로 응원을 떠나는 고객이나 여름휴가철을 공략하기 위해 환율 우대 등의 마케팅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14일까지 ‘올라 ! 브라질, 환전 카니발’ 이벤트를 진행한다. 농협은행에서 미국 달러를 환전하는 모든 고객에게 5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이다. 한국대표팀이 8강에 진출할 경우 내달부터 80%로 환율 우대율을 대폭 상향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글로벌 은행의 장점을 살려 브라질 현지로 응원차 출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에서 무료로 발급 가능한 국제현금카드를 통해 현지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광주은행은 다음달 14일까지 ‘광주카드와 함께하는 투혼 이벤트’를 연다. 이벤트 기간 광주은행 홈페이지에 등록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때 포인트를 2배 적립해주고 8강 진출 시 3배, 4강 진출 시 4배를 적립해준다.

기업은행은 ‘2014 FIFA 브라질월드컵 공식 기념주화’를 판매 중이다. 지난 5월19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각각 300세트 한정 판매되는 공식 금화와 은화,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조한 도금 은메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물량공세로
관심 끌기

특히 유통업계는 월드컵 특수를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본선 경기 일정이 주로 평일 새벽이나 이른 시간대에 잡히면서 유통업계는 물량공세라도 해서 소비자들을 붙잡을 태세다. 

CJ오쇼핑은 월드컵 기간 중 여행상품권과 캠핑용품, 포인트 등 총 4억5000만원어치의 경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일본 가전업체 소니와 함께 최대 상금 1억원을 걸고 우승팀 맞히기 이벤트를 연다. 롯데슈퍼는 국가대표팀 8강 진출 시 현금 800만원을 8명에게 증정하는 등 최대 1억원 규모의 생활비 경품을 준비했다. 오픈마켓 옥션도 경품 45만개를 내건다.

이마트는 월드컵 기간 중 치킨과 수입 캔맥주를 동시에 구매할 경우 가격을 10∼2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선보인다. 영업 마감 시간에 맞춰 진행하는 야식 타임세일도 적극 진행할 방침이다. 대표팀이 선전하면 소비심리가 확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경품행사도 따로 준비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휴가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스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의미로 4개 대학 축구팀이 참여하는 ‘프링글스 드림컵’ 대회를 개최했다. ‘프링글스 드림컵’ 대회에 참가하는 4개 대학 축구팀 가운데 한 팀을 선정해 ‘응원단장’에 지원하고 팬들에게 가장 많은 투표를 받으면 여름 휴가비 100만원을 제공한다.

물량 공세로 ‘밀어붙여∼’
독특한 홍보 ‘톡톡 튀기’

증권사와 보험사의 물량공세도 만만치 않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옥토 대한민국 승승장구 이벤트'를 다음 달까지 이어간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500만원 상당의 여름휴가지원금, 3D LED TV 등을 지급하는 경품행사를 준비했다.

또 펀드·보험 등 우리투자증권 적립식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 5000명에겐 선착순으로 ‘응원 티셔츠’를 증정한다. 메리츠화재는 이달 한 달 동안 ‘월드컵 승리 기원’ 이벤트 기간으로 삼아 홈페이지를 방문해 응모하면 TV, 월드컵 공인구 등을 준다.

식품업체 농심의 독특한 보도자료도 화제가 됐다. 농심은 ‘베스트 일레븐’ 보도자료를 통해 라면을 축구 포지션별 국가대표로 묘사해 호기심을 유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농심 ‘신라면’이 담당한다. 중앙미드필더는 농심의 짜파게티, 너구리, 오뚜기의 ‘진라면’이 맡았다. 주로 모디슈머들이 열광하는 곳이다. 측면 미드필더는 여름철에 인기 있는 팔도 비빔면과 태풍냉면이 차지했다.

수비수에는 ‘안성탕면’을 주축으로 언제든 공격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오징어짬뽕’과 ‘참깨라면’이 선정됐다. 든든한 수문장 골키퍼는 ‘육개장 사발면’이 맡았다고 농심은 표현했다. 라면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양 날개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태풍냉면’을 두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태풍냉면이 아닌 ‘둥지냉면’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가대표 라면
홍보효과 ‘톡톡’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도 독특한 월드컵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18일, 23일, 27일에는 밤샘 응원한 고객들을 위해 맥도날드 아이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취업지원 사이트들도 응원알바 홍보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시즌을 겨냥해 응원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응원전 스텝알바’를 소개했다. 취업률이 저조해지면서 알바에 관심 있는 구직자들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월드컵 특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드컵 유통업계 희비, 편의점 ‘웃고’ 치킨집 ‘울고’

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이지만 유통업체간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브라질월드컵은 주로 새벽에 볼 수밖에 없어 업계 간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24시간 편의점은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큰 반면 치킨·호프집은 울상을 짓고 있다.

야외 음식점이나 술집에 모여 응원하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애매하다. 월드컵을 기념해 ‘몬스터 치킨’을 선보인 BBQ는 이달 치킨 공급 물량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20% 정도 늘렸다. 하지만 이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일 매출이 최대 90% 이상 신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은 물량이다. 4년 전 오전 3시30분에 열렸던 한국-나이지리아전 당시 매출은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BBQ를 제외하면 나머지 치킨 업체들은 이렇다 할 판촉 전략을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은 월드컵 특수를 준비하고 있다. GS25와 미니스톱은 이달 한 달 동안 수입맥주를 최대 25%와 30%씩 할인 판매한다. CU는 아침까지 경기를 보다가 출근하는 직장인을 겨냥해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같은 아침식사 메뉴를 할인해준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 역시 밤샘 거리 응원으로 뜨거웠던 4년 전과 비교하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에서도 월드컵 수혜주를 맞히는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월드컵의 경우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가운데 한국 경기 시간이 주중 새벽 또는 이른 아침에 예정돼 있어 월드컵 개최에 따른 소비 확대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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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