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선택한' 한민구 의혹 백태

이번엔 군피아…진땀 빼는 장군님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한민구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이른바 '군피아'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다가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방산업체들로부터 수백만원의 연회비를 거둔 것은 물론 '전관예우'를 명목으로 고액의 자문료를 국가로부터 받기도 해 인준에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할아버지의 친일 행적 논란 등도 더해져 한 내정자는 십중팔구 진땀을 빼게 생겼다.

청와대가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 김관진 현 국방부장관을 내정한 다음날(2일). 국방부에서는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김 실장의 후임으로 지목된 한민구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김 실장과 함께 근무하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한 내정자가 아직 국회 인준 절차를 밟지 못한 관계로 김 실장이 장관직을 겸임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청문회 험로 예고

같은 날 김 실장은 국방부 간부 조찬간담회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회의를 함께 소화했다. 김 실장은 당분간 국방부 집무실과 청와대를 오가며 1인2역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김 실장의 겸직이 당초 내다봤던 것보다 길어질지 모르겠다. 청문회를 앞둔 한 내정자에게 여러 의혹이 제기됨과 동시에 날카로운 검증 공세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한 내정자가 방위산업체로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학회(포럼)의 회비를 걷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각 언론사로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한민구 내정자는 전역 후 다음해인 2012년 8월27일 미래국방포럼을 설립해 현재까지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방산업체들로 하여금 수백만원의 회비를 부담토록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미래국방포럼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각 업체들로부터 연회비를 받았다. 또 각 방산업체 임원들은 미래국방포럼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미래국방포럼 홈페이지를 보면 특별회원사인 A사를 포함한 다수 방산업체의 배너가 사이트에 게재돼 있다. 김 의원은 "이들 모두가 연간 수백만원의 회비를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육사(육군사관학교) 31기인 한 내정자는 현역 시절 전략통으로 국방부와 육군본부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입지를 다졌다.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 등을 차례로 역임한 그는 군 내부에서도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래서일까. 한 내정자는 퇴역 후에도 국가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고액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장성을 '전관예우'하는 과정에 국세가 동원된 것이다.

지난 7일 김 의원은 한 내정자가 합참의장 퇴임 후 2년 동안 자문료 명목으로 산하기관으로부터 1억4000만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등을 종합하면 한 내정자는 퇴임 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자문위원, 육군본부 정책연구위원회 정책발전자문관, 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 등을 지내며 자문료로 모두 1억40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챙겼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 내정자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자문위원을 2년간 지내면서 급여형 자문료로 7800만원을 챙겼다. 또 의전 성격이 짙은 오피러스 차량(연간 리스료 1377만원·유류비 1100만원)을 제공받았다. 아울러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사무실과 담당 직원 등을 지원받았다.

전관예우 명목 1억4000만원 자문료 챙겨
방산업체 연회비에 아들 군 휴가 의혹도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2년 방사청 기관 운영감사 후 이 같은 감사결과를 통보했고, 이에 따라 방사청은 2013년부터 자문실적에 따라 자문료를 지급하도록 내부 규정을 바꿨다. 차량지원도 폐지했다.

그러나 한 내정자가 받은 전관예우는 이게 끝이 아니다. 그는 육군본부 산하 정책연구위원회 정책발전자문관으로 1년간 143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이어 비슷한 시기에 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로 초빙된 뒤 2년간 모두 20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군 관련 산하기관의 자문위원 제도는 사실상 퇴역 군인들의 급여 보장을 목적으로 운용됐다. "전직 장관, 4성급 장군들을 임명한다"는 정관이 있고, 퇴직 전 직급에 따라 급여를 차등 배분하도록 명시돼 있는 등 문제가 제기됐다.


그렇지만 자문위원 제도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 내정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대목도 있다. 한 내정자 측은 "업무자료 감수나 검토를 비롯한 자문활동을 했고, 관련한 소득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신고해 세금을 납부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이른바 '군피아'를 둘러싼 논란은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피아 외에도 한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거리는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이다. 김 의원은 10일 "한 내정자의 아들인 한모씨가 군 복무 기간 중 총 2개월이 넘는 휴가와 외박을 사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 남양주 71사단 166연대 보급대대 행정병으로 복무한 한씨는 연가휴가 21일, 위로휴가 5일을 포함한 64일(성과제 외박 10일 포함)의 휴가를 보냈다. 이중 포상휴가 일수는 22일이며, 청원휴가 일수는 6일이다. 김 의원은 "한 내정자가 국방부 국제협력관과 정책기획관 등으로 근무할 때 한씨가 군복무를 해 시기가 공교롭게 일치한다"며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내정자 측은 "특혜는 없었다"며 강하게 항변했다. 연가 및 위로휴가 일수는 일반병과 동일하고, 포상휴가도 각 공적(동원훈련 유공, 혹한기 훈련 유공, 분대장 근무 유공 등)에 따라 네 차례 정상 지급됐다는 해명이다. 참고로 국방부가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진성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9년 11월∼2012년 9월 전역한 일반병의 평균 휴가 일수는 43일이었고, 연예병사는 75일이었다.

조부가 친일?

비슷한 시기 한 내정자의 조부는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한 언론은 구한말 항일 의병장이었던 청암 한봉수(1883~1972)가 다른 의병장을 밀고하는 등 일제에 협력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후일 한봉수는 독립운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63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내정자 측은 "이미 학계에서 논의나 검증이 끝난 사안"이라며 관련한 의혹을 일축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 여론으로부터 갖은 검증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한 내정자. 그 어느 때보다 고위공직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지금 그의 앞에는 험난한 지뢰밭이 기다리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민구-박근혜 인연

한민구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안보 공약을 만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국방안보추진단에서 활동했다.

얼마 전 경질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국방안보추진단의 단장이었다. 국민행복추진위 출신 인사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대거 공공기관장으로 발탁됐다. 때문에 한 내정자 역시 국방부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정권 초 이명박정부가 임명한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유임됐기 때문에 한 내정자는 차기를 노려야 했다. 이번 인선으로 한 내정자는 현 정부가 선택한 초대 국방부장관이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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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