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남 토막살인 '충격' 전말

칼로 난도질하고 전기톱으로 절단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 인근 도로변 골목길에서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됐다. 검정색 여행용 가방에는 피투성이가 된 한 남성의 상반신이 담겨 있었다. 너무나도 끔찍한 모습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결과, 30대 여성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전기톱으로 두 다리를 토막 낸 것으로 밝혀졌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잔인한 영화가 우리 주변에서 현실로 일어났다.

 
지난달 31일 오전,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인부는 야간작업으로 인해 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다. 이 인부는 여느 때처럼 작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담배 한 대를 태우기 위해 공장 밖으로 나와 골목길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상쾌한 아침 공기와 담배 한 모금으로 피로를 달래려던 찰나, 공장 담장 옆에서 수상한 검정색 여행용 가방을 발견했다. 그리고 호기심에 가방 지퍼를 내렸다.

칼 들고 조건만남
 
뻑뻑한 지퍼는 생각보다 잘 내려가지 않았다. 오기가 발동해 힘주어 끝까지 내려 결국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용물이 심상치 않았다. 사람 머리와 비슷한 물건이 있었던 것.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 머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동하는 악취에 내용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 남성의 머리였던 것. 시신은 다리가 없는 상태였다. 휴식을 취하러 나왔다가 봉변을 당한 이 인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즉각적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길가에 수상한 가방이 있다’는 남동공단의 한 공장 인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건 초기에 경찰은 가방에 담긴 시신이 몽골인 노동자라고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제 성관계…흉기로 살해

우발적? 무려 30여곳 찔러

토막 난 시신은 몽골인이 아닌 인천시 서구에 사는 조모(50·남)씨로 밝혀졌다. 이 소식을 접한 살인 피해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믿기 어려운 토막살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한 경찰은 지난달 27일 미귀가 신고가 접수된 조씨임을 확인했다. 이후 시신이 발견된 남동공단 인근 CCTV화면 분석을 토대로 조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고모(36·여)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2일 고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씨와 조씨는 지난달 26일 한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났다. 이들은 이날 밤 경기도 파주시 통일전망대 인근 무인모텔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모텔에 들어가기 전에 핸드백에 미리 흉기를 챙겼다. 고씨는 30cm 길이의 흉기로 조씨의 목과 가슴 등 30여 곳을 찔러 모텔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조씨를 끔찍하게 살해한 고씨는 이후 모텔을 나와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비닐·세제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욕실에서 조씨의 두 다리를 절단한 뒤 세제 등으로 모텔 내부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살인의 현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경찰은 “모텔에 도착할 당시 방 내부는 육안으로 매우 깔끔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고씨는 조씨를 살해한 후 자신의 외제차를 몰고 조씨의 두 다리를 비닐에 싸 파주시 농수로에 버렸다. 그리고 몸통 부분은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장 골목길에 유기했다.
 
혼자 사는 미혼여성 고씨는 범행 며칠 전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조씨를 범행 당일 처음 만났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려 해 저항하던 중 호신용 칼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시신을 옮기기 무거워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몸통 인천 남동공단 골목에
다리는 파주 농수로에 유기
 
별다른 직업이 없는 고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외에는 전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고씨가 조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점에 주목하고, 원한관계 여부도 조사했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고씨가 조씨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핸드백에 미리 흉기를 챙긴 점으로, 계획적인 살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거워 시신 훼손
 
경찰은 모텔 CCTV 분석 결과 고씨, 조씨 외에는 다른 일행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고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고씨의 외모는 여느 30대와 다름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고씨는 혼자 사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가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병력 등 기타 문제는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가 조씨의 다리를 절단할 당시 사용한 전기톱은 국과수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조씨에게 돈이 있는 줄 알고 접근했다가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살해한 것 같다”며 “고씨의 차량에서 숨진 조씨의 휴대전화와 카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살해 동기와 공범 여부 등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기사 속 기사> 살인 부르는 ‘리셋증후군’은?
 
토막살인까지 불러오는 ‘리셋증후군’이란 컴퓨터의 리셋 버튼처럼 범죄를 저지른 후 현실도 리셋할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정신질환 증상이다. 특히 리셋 증후군에 걸린 학생들은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한다.
 
리셋 증후군은 지난 1997년 5월 말 일본 고베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인 중학생이 컴퓨터 게임광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널리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경찰백서에 이 용어가 등장했는데,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리셋증후군을 인터넷 중독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리셋증후군의 대표적인 특징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셋증후준을 가진 사람은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인다. 심할 경우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를 단지 게임의 일종으로 여기고 ‘리셋’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리셋증후군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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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