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흥국화재 잇단 대표 사직…왜?

또 교체…문책인가 자퇴인가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태광그룹 보험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대표이사가 지난달 잇따라 사퇴했다. 금융권에서는 두 대표의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신구 경영진간의 교체작업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변종윤 흥국생명 대표가 갑작스럽게 퇴임한 데 이어 윤순구 흥국화재 대표가 전격 사임했다.

업계에 따르면 윤순구 대표는 지난달 29일 사표를 내고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다. 윤 대표는 1983년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에 입사해 기획관리실장, 총괄전무 등을 거쳐 흥국화재 부사장에 이어 지난해 6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취임 후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윤 대표의 임기는 2016년 3월까지로, 2년 정도 남은 상태였다.

이래서 잘리고

앞서 변종윤 전 흥국생명 대표이사도 지난달 15일 임기를 1개월여 남기고 사의를 표시했다. 변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6월 흥국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6월 임기가 1년 더 연장됐다.

변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문책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국의 제재가 있기 전 흥국화재에서 흥국생명 대표로 자리를 옮겨 연임 불가 대상에서 빠질 정도로 오너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태광그룹의 경영간섭이 심해 변 전 대표가 경영에서 물러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변 전 대표는 동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흥국생명에 입사해 부산·서울사업단장, 흥국생명 전무, 흥국화재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변 전 대표의 사퇴 이후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신임 대표이사로 김주윤 전 흥국자산운용 사외이사를 내정했다. 

이러한 두 대표들의 사퇴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실시된 태광그룹 계열사 경영진단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적 부진과 취약한 보험금 지급여력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흥국화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와 자산운용 수익률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19억3820만원에 그쳐 전년대비 83.8% 급감했다. 매출도 2조8374억원으로 20.9% 줄고, 영업이익도 334억2316만원으로 43% 감소했다. 보험금 지급 여력도 취약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흥국화재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은 164.2%로 전분기(165.1%)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자본 확충 등 건전성 강화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흥국생명도 저금리 고착화에 따라 자산운영 및 실적도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악화가 사퇴의 주된 배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저조한 경영실적이 CEO 사퇴압박의 주요 원인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CEO 줄줄이 사표…각종 추측 난무
태광 신구 경영진 ‘갈등설’ 확산
“흥국 사장은 1년도 못 버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경영악화보다는 신구 경영진간 교체작업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전 대표와 변 전 대표 모두 그룹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의해 사퇴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진헌진 전 티브로드 대표가 경영고문으로 복귀하면서 태광그룹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진 고문이 복귀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대표들이 줄줄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 고문에 의한 인적 쇄신 작업이 단행되고 있다는 의견이 유력하다.
 

진 고문은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와 흥국생명 대표이사를 지냈다. 최근에는 진 고문이 태광그룹의 경영고문으로 나서면서 경영진 교체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진 고문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대원고, 서울대 동기동창이다.

진 고문과 최근 4년여만에 대표로 복귀하는 김주윤 신임 대표의 관계도 주목된다. 진 고문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2009년 7월까지 흥국생명 대표이사를 지냈다. 당시 김주윤 신임 대표이사가 진 고문에 이어 2009년 7월에서 2010년 6월까지 생명 대표이사를 지냈다. 대표직 바통을 이어받은 모습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로 선후배 사이다. 

심재혁 태광그룹 부회장도 갑작스런 CEO 교체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심 부회장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처외삼촌으로 그를 대신해 공식적으로 경영을 맡고 있다.

지난 2012년 선임된 심재혁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보험계열사 사장들과 의견충돌을 빚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호진 전 회장은 소송과 건강 악화로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경영은 그의 처외삼촌인 심재혁 부회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심 부회장이 그간 특별한 잡음 없이 그룹 경영을 대행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또 다른 변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경질된 이들을 다시 기용하는 모양새 때문에 그룹 수뇌부와 계열사 대표간 등 그룹내 갈등설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태광그룹 보험계열사의 CEO교체는 이전부터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이후 흥국화재 역대 CEO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선임됐던 김용권 전 흥국화재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2년을 넘기지 못했다. 흥국생명도 마찬가지다. 2006년 이후 흥국생명 대표(변종윤 전 대표 제외)들 중에는 1년을 못 넘기고 사퇴한 대표들이 대다수였다.

저래서 나가고

태광그룹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철저한 독립체제로 계열사끼리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심재혁 부회장님은 금융 쪽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데 왜 그런 의혹이 나온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진헌진 고문도 케이블 TV 계열사 티브로드 대표 출신으로 흥국생명에 전혀 개입할 수 없다”며 진 고문과 김 신임 대표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리 학교 선후배라고 해도 그렇게 두 사람 관계를 묶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출판업계 ‘사재기’ 후폭풍

출판업계 최초의 여성 CEO인 박은주 김영사 대표가 지난달 31일 회사에 사표를 냈다. 김영사에 따르면 박 대표는 최근 제기된 ‘사재기’ 의혹 등 유통상에서 불거진 문제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김영사의 자매브랜드인 김영사온이 사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부터 박 대표가 사퇴압박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적도매업체가 이 회사가 펴낸 책을 구입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사재기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사재기 건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 해당 도서는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하지 않아 실체 파악이 어렵다. 이와 별개로 투자 실패 등 회사의 경영실적 악화도 박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1957년 강원 인제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이화여대 수학과를 나온 뒤 미국 뉴욕대대학원에서 출판경영학 석사를 받고 1979년 출판계에 입문했다. 1982년 김영사에 입사해 1989년 32세의 나이로 출판계 빅5로 통하는 김영사의 사장이 됐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94), <정의란 무엇인가>(2010), <안철수의 생각>(2012) 등 베스트셀러를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영사에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자리에서도 곧 물러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한국출판인회의 제8대 회장으로 추대된 박 대표는 도서정가제 강화 법안 통과, 동네서점 활성화 등에 힘쓰며 출판계의 지지를 얻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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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