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도주로 본' 해외도피 기업인 블랙리스트

돈 들고 튄 회장들 “잘 먹고 잘 산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유 전 회장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회장들의 도피사례는 파다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등 외국으로 도주한 이들은 빼돌린 돈으로 사업을 벌이며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세금탈루,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망친 회장들은 ‘죄 짓고는 못산다’는 옛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란 듯이 잘살고 있다.

도대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어디 숨어 있을까. 검찰이 현상금까지 내걸며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병언 전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검찰보다 한 발 빠르게 해외로 도피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퍼져있는 유씨 일가는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있고, 유씨의 은신처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보다 한발
빠른 도피준비

우선 유병언 전 회장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금수원 신도들의 보호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유 전 회장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은 금수원 내부 혹은 주변 아파트단지다. 금수원은 여의도 절반 크기로 유씨가 내부에 숨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하벙커가 있으면 건물 위주 수색으로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금수원 주변 아파트 단지는 1700여 세대 중 150여 세대를 유씨 일가가 차명으로 소유해 구원파 신도 등에게 임대를 준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금수원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구원파 촌이라 불릴 정도로 신도들이 모여 살고 있어 유씨를 보호하기에 적합하다.

구원파의 신도 집에 은신했을 가능성도 크다. 건물이 많은 서울에서는 위치 추적 반경 안에 건물이 많아 실제 은신처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여수와 보성 일대에서 유씨를 봤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보성에는 유씨 일가 소유의 대규모 녹차밭인 ‘몽중산다원’이 있다.


또 구원파 소유의 전남 신안 염전 지역도 주목되고 있다. 섬 지역이라 구원파 신도가 보호한다면 눈에 띄지 않고 오랫동안 은신할 수 있다. 신안은 유씨의 최측근인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의 고향이다.

검찰의 국내 수색이 실패로 이어지자 해외로 밀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씨는 해운사를 운영해 밀항 루트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유병언도 그들처럼?…어디서 뭐하나
구원파 보호 받고 있을 가능성 높아

유씨 일가족은 검찰이 검거하기 전 모두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매번 검찰보다 한 박자 빨랐다.

유씨의 장남 대균씨는 세월호 사고 사흘만인 지난 4월 인천지검의 수사 착수 하루 전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 그러다 출국금지 된 사실을 알고 공항에 고급 승용차까지 버려둔 채 도주했다.이에 따라 유씨 일가가 검경국가정보원의 인맥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씨의 장녀 섬나씨가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섬나씨가 체포되면서 유씨를 비롯해 대균씨, 차남 혁기씨 등에도 심리적 압박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씨 부자에 대해 전국 A급 지명 수배와 함께 현상 수배를 하고 있다. 현상 수배 이후 제보가 급증함에 따라 경찰은 현상금 10배 상향으로 시민들의 제보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씨의 현상금은 5억원, 대균씨 현상금은 1억원이 걸려있다.


황제노역 허재호
뉴질랜드 백만장자

‘황제노역’으로 지난 3월 공분을 산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뉴질랜드로 도피해 카지노 VIP를 드나들며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허재호 전 회장은 뉴질랜드 최대도시인 오클랜드에서 최고급 아파트로 유명한 메트로폴리스의 팬트하우스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 시가로 46억원이 넘는 초호화 아파트다.

MBC <PD수첩>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이 살았던 아파트는 공시지가만 약 14억(153불)에 달했다. 허씨는 호화 요트를 타고 낚시를 즐기고, 카지노에는 수년간 VIP 회원으로 출입했다. 허씨는 뉴질랜드에서 고층 아파트 건설 사업을 활발하게 운영해 상당한 부동산 소유자로 현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현지 신문에서는 허씨가 ‘백만장자’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클랜드에서 가장 부촌인 타카푸나에서도 손꼽히는 호화 저택과 오클랜드의 ‘노른자’ 땅도 일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 일가와 관련된 부동산 시세는 약 70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황재노역 허재호·한보사태 정태수
해외 도망가 떵떵…초호화 갑부생활

대주그룹은 호남지역에선 유일하게 재계순위 60위까지 올랐던 대기업이다. 1981년 대주종합건설로 시작하여 이후엔 조선, 미디어, 레저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렸다.

그러나 2007년 대주그룹의 총수 허 전 회장 500억 원대 법인세 포탈과 100억 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 2010년 허씨는 항소심 선고 직후 지불해야 할 벌금과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주했다. 당시 허씨는 벌금 254억원 및 국세 134억원, 지방세 24억원 등 400억원 이상을 체납하고 있는 상태였다.

검찰의 지시에 따라 허씨는 귀국 후 지난 3월부터 노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역 일당 때문에 허씨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판결’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소 당시만 해도 허씨에게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던 검찰이 이례적으로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된 2심에서는 허씨의 벌금이 다시 반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하루 노역일당은 5억원으로 두 배 올랐다. 일반인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하루 노역 일당은 5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허씨는 일반인과 똑같은 일을 해도 만 배 높은 일당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황제 노역’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항소심에서 책정한 1일 노역비 5억원으로 환산하면 허씨는 49일 동안 구치소의 일반 작업장에서 청소 등의 잡일만 하면 된다.

한보사태 정태수
풍족한 생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건국 이후 최악의 금융 부정 사건으로 꼽히는 한보사태의 주인공이다. 정태수 전 회장은 1997년 한보비리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뒤, 2005년 사학 재단의 교비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도 기소됐다. 2225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정 전 회장은 역대 최고액 탈세자로 불린다. 정씨는 2007년 은마아파트 상가와 관련된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암 치료를 핑계로 해외로 도주했다. 일본을 거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숨어들었다.

재판 중에도 정씨가 일본으로 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법원의 방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형사 재판 중에는 여권의 효력이 정지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갈 수 없다. 그런데 정씨의 경우 법원의 출국 허가를 받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어떻게 법원이 이렇게 쉽게 출국 허가를 내줬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정씨는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또다시 기업을 경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가 뒤늦게 그의 움직임을 포착하면서 카자흐스탄에 범죄인 신병인도를 요구했지만, 2008년 정씨는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겼다.

키르기스스탄은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이 맺어져 있지 않은 나라다. 덕분에 정 회장은 7년 넘게 한국의 눈을 피해 도피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카자흐스탄과는 2003년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반면 키르기스스탄과 협정하지 않은 것을 교묘히 이용한 셈이다.

정씨는 카자흐스탄 이웃나라인 키르기스스탄의 서북부 탈라스로 은신처를 옮긴 뒤,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숨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정씨는 아들과 며느리가 빼돌린 사학재단 교비를 해외 도피자금으로 썼다고 한다.

장진호, 나라 옮기며 사업가 변신
전윤수, 직원들 월급 떼먹고 잠적


또 한보 그룹 부도 전 사들인 러시아 가스전 지분을 이용해 개인 간호사를 고용할 정도로 풍족하게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씨는 옛 소련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을 옮겨다니며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은 2005년 2월 캄보디아로 도피했다. 장진호 전 회장은 5496억원을 사기 대출받고 비자금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5개월여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풀려난 장 전 회장은 4개월 뒤 가족을 데리고 캄보디아로 도망쳤다.

캄보디아에서 장씨는 은행, 기업형 룸살롱, 개 경주 도박장, TV프로그램 제작사, 부동산 개발 회사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지에서 탈세 문제가 불거지자 중국 베이징으로 거처를 옮겨서 다시 게임 산업 관련 사업을 했다.

탈세자 장진호
현지이름 취득

이러한 소문을 정리해 보면, 장씨는 이전부터 도주를 준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출국 전부터 도피를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장씨는 지난 2002년 찬삼락이라는 현지이름까지 취득해 이미 여권까지 만들었다.

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회사가 부도나기 전부터 캄보디아에 투자한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법정관리가 들어가기 전부터 해외 도주를 미리 계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장씨는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0년 임금체불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도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주했다. 전윤수 전 회장은 돌연 해외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아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취소됐다.

성원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하다. 1977년 용산구 이태원에서 설립된 태우종합개발(주)을 모회사로 한다. 현재 성원건설은 부도로 인해 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씨는 미국으로 도피해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전씨는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임대해 사용했다. 딸의 명의로 고급 승용차 BMW를 구매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임금체불 전윤수
골프장 단골고객

전씨는 미국 생활 도중 불법 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던 적도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전씨는 골프장을 자주 찾았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도 유람을 다녔다고 한다.

현지 이민 사기브로커에게 합법적 체류신분(영주권)을 조건으로 수억원대의 돈을 뜯겼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러한 경제사범 중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한때 경영인들의 영웅이었던 김우중 전 회장은 해외로 도주해 여기저기서 도망자로 살았다. 김 전 회장도 베트남 등지에서 호화생활을 누린 바 있다. 

김씨는 전 대우그룹 계열사에 20조원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이를 통해 9조8000억원을 대출받고 회사자금 32억달러(약 4조원)를 국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1년 지명수배 됐다. 이후 해외에 머물다 4년만에 귀국해 사법처리됐다. 2006년 검찰은 김씨에게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했지만 그는 887억원만 납부했다. 추징금의 0.5%에 불과한 액수다.

이러한 부도덕한 재벌 총수들로 인해 반기업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사고가 터지면 회장들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기업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체포된 유병언 장녀 운명은?
프랑스서 버티기 작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씨가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 아파트에서 체포됐다. 체포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유 전 회장 일가 중 처음으로 장녀의 신병이 확보된 것이다.

섬나씨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 세리졸에 위치한 월세 1000만원대 초호화 아파트에 거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언제쯤 섬나씨가 국내로 송환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섬나씨의 한국 강제송환은 프랑스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지만, 섬나씨가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체포 후 섬나씨는 구금 결정 시한 전 파리 항소법원에 보석 신청을 했다. 그러나 파리 항소법원은 섬나씨의 보석신청을 기각했다.

파리 법원은 한국 정부가 492억원의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섬나씨의 인도 요청을 했으므로 섬나씨를 계속 구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섬나씨 측은 법원의 보석신청 기각에 즉각 반발해 파리의 거물 변호사를 선임했다. 섬나씨의 변호를 맡은 메종뇌브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사건이나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사건을 주로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환 1년 이상 걸릴 수도
월 1000만원 아파트 거주

따라서 섬나씨의 한국 송환을 위한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섬나씨는 구속된 상태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는다.

섬나씨는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면서 유 전 회장 측 계열사로부터 컨설팅 비용 명목 등으로 80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배임 및 횡령)를 받고 있다. 모래알디자인은 세월호 증축 공사에서 유 전 회장의 전시실과 선주실의 인테리어를 맡았다.

앞서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와 차녀 상나씨는 미국 뉴욕 중심가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귀국 통보에 이들은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이들 남매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멕시코 등 제3국으로 도주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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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