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특별기획> '적신호' 켜진 대기업 총수들 건강 체크

수고들 하십니다! 그런데 안녕 하십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건강에는 왕도가 없다. 다 가진 재벌 총수들도 어쩌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건강.'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재벌 총수들에게 '건강 주의보'가 내려졌다. 총수들이 고령이거나 투병 중인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총수의 건강 악화는 경영공백뿐만 아니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영권 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등 중대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픈' 회장님을 조명해봤다.

재계 1위 삼성그룹 수장이 쓰러졌다.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56분께 호흡곤란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위급한 상황을 보여 인근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해 심페소생술을 받았다. 몇 분만 늦었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조치로 심장기능을 회복한 이 회장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스텐스 시술 후
건강 회복 중

11일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고 다음날 아침 인공 심폐기인 '에크모'를 떼고 기능이 약해진 심장과 장기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체온을 32∼34도 수준까지 낮춰 24시간 정도 유지하는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 기능과 뇌파가 안정적인 상태이며 당분간 진정치료를 계속 받을 예정이다. 그룹 측은 현재 이 회장을 일반병실로 옮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호흡기 관련 질환을 주로 앓아왔다. 1999년 폐 부근 쇄골 밑 림프절에서 선암세포가 발견됐다 림프절이 확대된 증상이 나타나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 회장은 꾸준히 주치의의 검진을 포함해 연 2회 종합정기검진도 받아왔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의 암전문 병원으로 손꼽히는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검진도 받았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저혈당 피로증을 호소했다. 2009년 초에는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4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폐렴 증상으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건강악화설이 돌았지만 퇴원 후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이상설을 일축했다.

지난해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말과 연초에 하와이 등 따뜻한 나라에서 요양하면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최근 거동에 불편함이 있어 회사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지만 거동과 관련한 질환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행사를 마친 뒤 1월11일 출국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한 뒤 출근경영을 이어 왔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건강 관리를 해온 만큼 이 회장의 심장 질환 소식은 재계를 뒤흔들었다. 이 회장은 알아주는 골초였지만 99년 폐 수술 직후 담배를 뚝 끊었다. 어릴 때부터 배운 승마·골프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졌고 일본 유학시절에는 레슬링을 배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저녁 걷기 운동을 해왔고 겨울철에는 스키를 즐겼다.

이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건강 문제가 재계에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고령으로, 또 다른 일부 총수들은 건강 악화로 해당 기업들은 긴장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 1·2세대 지고 후계 3·4세대 시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 "투병 적지 않아"

중환으로 투병 중인 총수는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과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이다. 조석래 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담낭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 작용을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담낭이라는 이름보다 '쓸개'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기소된 조 회장은 사울대병원에서 심장 부정맥 증상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은 6월 중순경 재개될 예정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아 3년째 입원 중이다. 현재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모친 이선애(86) 전 태광그룹 상무도 건강이 좋지 않다. 이 전 회장과 함께 법정구속됐다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3년 1월에는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되면서 재수감됐지만 두 달 뒤 고령성 뇌경색, 치매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이후 세 차례나 연장했다. 이 전 상무는 지난 3월20일 급성 뇌경색이 상당부분 치유됐고 치매 증상도 완화됐다는 의료기록을 토대로 재판부가 형집행정지연장을 불허키로 해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1년6개월의 수감생활을 겪은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이 좋지 않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된 김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을 통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구속기간 동안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의 증세가 겹쳐 서울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섬망은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인해 동반되는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과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심하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는 노년기에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특성상 가족들을 물론 때로는 의료인들마저도 치매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회장 수감생활
기업 노심초사

김 회장은 지난 5월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 앵커리지로 향했다가 지난 2일 귀국했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의 치료로 병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다시 종로 가회동 자택에서 머물며 마무리 치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금은 전액 납부했지만 사회봉사는 신병치료로 연기된 상태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은 희귀 유전병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CMT라고 불리기도 하는 병으로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운동·식습관
평소 관리법은?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서울구치소 내 병동에 최근 재수감됐다.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후 치료를 받는 동안 체중은 10kg 이상 빠졌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재수감에 따라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657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수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석방된 바 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바이러스 감염 등을 이유로 3개월간 2차 구속집행정지를 연장,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이 회장 측은 항소와 함께 3차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4월 말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삼성과 한화, 효성, CJ, 태광 등이 총수 건강 악화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일부 기업은 "우리 회장님은 괜찮다"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해당 기업 총수의 건강관리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몽구(76)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왕성하게 국내·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건강이 괜찮은 편이다. 경복고 시절 럭비부 주장을 맡았을 만큼 강골이다. 새벽 6시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어김없이 출근한다. 골프는 가끔 치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 술은 적당히 하지만 담배는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는 한식을 위주로 한다. 국내외 사업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는 행보는 현재 건강 상태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10년 정기검진에서 발견돼 심장 점액종 제거 수술을 했으며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됐다 2개월 만에 풀려났을 때 협심증, 고혈압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석방 직후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정밀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구속 전에는 강남성모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았다.

창업 1세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별다른 질환은 없지만 워낙 고령인 탓에 건강이상설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신 총괄회장은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열어온 고향잔치를 올해에는 연기했다.

그룹 측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연기 이유를 밝혔지만 업계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매일 한 명씩 계열사 대표를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숙소로 불러 보고를 받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 총괄회장은 가리는 음식이 없다. 술과 담배는 수십 년 전부터 멀리해왔다.

심근경색·각종 암 경계
우울증에 희귀병도 발병

이동찬(92)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대외활동이 많지는 않지만 지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국내 제약업계 큰 어른인 강신호(88) 동아제약 회장도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의 여러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다. 골프 정규홀을 이동카트 없이 6시간 동안 걷는가 하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소식'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그의 식사량 제한은 유명하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보면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의 식사 비율이다. 맵고 짠 음식은 멀리하고 아침은 필수다. 아침 식단은 토스트 혹은 인절미 세 개, 주스 한 잔으로 가볍게 해결한다. 자사에서 만드는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 3월에는 조선호텔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지주회사인 홀딩스 출범 1주년과 함께 자신의 미수연을 알렸다.

구본무(69) LG그룹 회장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평소 러닝머신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주말에는 거래처 관계자나 계열사 임원, 지인들과 골프장을 돌면서 걷는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술은 적당히 즐기지만 담배는 안 피운다. 구자경(89) LG그룹 명예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지난 7일 천암연암대학 개교 40주년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학교를 둘러보기도 했다.

허창수(66) GS그룹 회장 역시 건강에 문제가 없다. 182cm의 큰 키를 자랑하며 평소 골프와 테니스로 몸 관리를 한다. 테니스 실력은 아마추어 선수급. 걷는 것을 좋아해 재벌 총수치고는 일반인 눈에도 비교적 자주 띈다. 해외출장 시에도 구두와 함께 워킹화를 꼭 챙긴다. 임원들에게 만보기와 워킹화를 나눠 주기도 했다. 술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마시지만 담배는 전혀 안 태운다.

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도 183cm의 큰 키에 건강체질을 자랑한다. 술과 담배, 골프를 안해 '3무 회장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 회장은 등산 마니아다. 틈이 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사찰을 찾아간다. 산에서 사진 찍는 것이 취미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 해외출장 시에는 현지 음식을 많이 먹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생생하다지만
"안심 이르다"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타고난 강골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야구·탁구·농구 등 운동이란 운동은 죄다 섭렵했다. 담배도 끊었다.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을 맡은 뒤로 전직원 의무 금연을 선포했다. 기내 금연과 기내 담배 판매 중단도 지시했다. 회장 취임 전에는 수영으로 몸 관리를 했고 이후에는 골프로 건강을 단련하고 있다. 박 회장도 등산을 즐긴다. 매년 초 계열사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과 등산을 같이한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