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특별기획> '적신호' 켜진 대기업 총수들 건강 체크

수고들 하십니다! 그런데 안녕 하십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건강에는 왕도가 없다. 다 가진 재벌 총수들도 어쩌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건강.'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재벌 총수들에게 '건강 주의보'가 내려졌다. 총수들이 고령이거나 투병 중인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총수의 건강 악화는 경영공백뿐만 아니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영권 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등 중대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픈' 회장님을 조명해봤다.

재계 1위 삼성그룹 수장이 쓰러졌다.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56분께 호흡곤란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위급한 상황을 보여 인근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해 심페소생술을 받았다. 몇 분만 늦었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조치로 심장기능을 회복한 이 회장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스텐스 시술 후
건강 회복 중

11일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고 다음날 아침 인공 심폐기인 '에크모'를 떼고 기능이 약해진 심장과 장기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체온을 32∼34도 수준까지 낮춰 24시간 정도 유지하는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 기능과 뇌파가 안정적인 상태이며 당분간 진정치료를 계속 받을 예정이다. 그룹 측은 현재 이 회장을 일반병실로 옮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호흡기 관련 질환을 주로 앓아왔다. 1999년 폐 부근 쇄골 밑 림프절에서 선암세포가 발견됐다 림프절이 확대된 증상이 나타나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 회장은 꾸준히 주치의의 검진을 포함해 연 2회 종합정기검진도 받아왔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의 암전문 병원으로 손꼽히는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검진도 받았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저혈당 피로증을 호소했다. 2009년 초에는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4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폐렴 증상으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건강악화설이 돌았지만 퇴원 후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이상설을 일축했다.

지난해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말과 연초에 하와이 등 따뜻한 나라에서 요양하면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최근 거동에 불편함이 있어 회사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지만 거동과 관련한 질환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행사를 마친 뒤 1월11일 출국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한 뒤 출근경영을 이어 왔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건강 관리를 해온 만큼 이 회장의 심장 질환 소식은 재계를 뒤흔들었다. 이 회장은 알아주는 골초였지만 99년 폐 수술 직후 담배를 뚝 끊었다. 어릴 때부터 배운 승마·골프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졌고 일본 유학시절에는 레슬링을 배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저녁 걷기 운동을 해왔고 겨울철에는 스키를 즐겼다.

이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건강 문제가 재계에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고령으로, 또 다른 일부 총수들은 건강 악화로 해당 기업들은 긴장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 1·2세대 지고 후계 3·4세대 시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 "투병 적지 않아"

중환으로 투병 중인 총수는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과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이다. 조석래 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담낭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 작용을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담낭이라는 이름보다 '쓸개'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기소된 조 회장은 사울대병원에서 심장 부정맥 증상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은 6월 중순경 재개될 예정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아 3년째 입원 중이다. 현재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모친 이선애(86) 전 태광그룹 상무도 건강이 좋지 않다. 이 전 회장과 함께 법정구속됐다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3년 1월에는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되면서 재수감됐지만 두 달 뒤 고령성 뇌경색, 치매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이후 세 차례나 연장했다. 이 전 상무는 지난 3월20일 급성 뇌경색이 상당부분 치유됐고 치매 증상도 완화됐다는 의료기록을 토대로 재판부가 형집행정지연장을 불허키로 해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1년6개월의 수감생활을 겪은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이 좋지 않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된 김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을 통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구속기간 동안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의 증세가 겹쳐 서울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섬망은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인해 동반되는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과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심하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는 노년기에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특성상 가족들을 물론 때로는 의료인들마저도 치매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회장 수감생활
기업 노심초사

김 회장은 지난 5월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 앵커리지로 향했다가 지난 2일 귀국했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의 치료로 병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다시 종로 가회동 자택에서 머물며 마무리 치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금은 전액 납부했지만 사회봉사는 신병치료로 연기된 상태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은 희귀 유전병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CMT라고 불리기도 하는 병으로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운동·식습관
평소 관리법은?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서울구치소 내 병동에 최근 재수감됐다.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후 치료를 받는 동안 체중은 10kg 이상 빠졌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재수감에 따라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657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수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석방된 바 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바이러스 감염 등을 이유로 3개월간 2차 구속집행정지를 연장,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이 회장 측은 항소와 함께 3차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4월 말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삼성과 한화, 효성, CJ, 태광 등이 총수 건강 악화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일부 기업은 "우리 회장님은 괜찮다"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해당 기업 총수의 건강관리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몽구(76)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왕성하게 국내·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건강이 괜찮은 편이다. 경복고 시절 럭비부 주장을 맡았을 만큼 강골이다. 새벽 6시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어김없이 출근한다. 골프는 가끔 치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 술은 적당히 하지만 담배는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는 한식을 위주로 한다. 국내외 사업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는 행보는 현재 건강 상태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10년 정기검진에서 발견돼 심장 점액종 제거 수술을 했으며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됐다 2개월 만에 풀려났을 때 협심증, 고혈압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석방 직후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정밀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구속 전에는 강남성모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았다.

창업 1세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별다른 질환은 없지만 워낙 고령인 탓에 건강이상설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신 총괄회장은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열어온 고향잔치를 올해에는 연기했다.

그룹 측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연기 이유를 밝혔지만 업계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매일 한 명씩 계열사 대표를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숙소로 불러 보고를 받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 총괄회장은 가리는 음식이 없다. 술과 담배는 수십 년 전부터 멀리해왔다.

심근경색·각종 암 경계
우울증에 희귀병도 발병

이동찬(92)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대외활동이 많지는 않지만 지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국내 제약업계 큰 어른인 강신호(88) 동아제약 회장도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의 여러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다. 골프 정규홀을 이동카트 없이 6시간 동안 걷는가 하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소식'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그의 식사량 제한은 유명하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보면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의 식사 비율이다. 맵고 짠 음식은 멀리하고 아침은 필수다. 아침 식단은 토스트 혹은 인절미 세 개, 주스 한 잔으로 가볍게 해결한다. 자사에서 만드는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 3월에는 조선호텔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지주회사인 홀딩스 출범 1주년과 함께 자신의 미수연을 알렸다.

구본무(69) LG그룹 회장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평소 러닝머신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주말에는 거래처 관계자나 계열사 임원, 지인들과 골프장을 돌면서 걷는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술은 적당히 즐기지만 담배는 안 피운다. 구자경(89) LG그룹 명예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지난 7일 천암연암대학 개교 40주년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학교를 둘러보기도 했다.

허창수(66) GS그룹 회장 역시 건강에 문제가 없다. 182cm의 큰 키를 자랑하며 평소 골프와 테니스로 몸 관리를 한다. 테니스 실력은 아마추어 선수급. 걷는 것을 좋아해 재벌 총수치고는 일반인 눈에도 비교적 자주 띈다. 해외출장 시에도 구두와 함께 워킹화를 꼭 챙긴다. 임원들에게 만보기와 워킹화를 나눠 주기도 했다. 술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마시지만 담배는 전혀 안 태운다.

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도 183cm의 큰 키에 건강체질을 자랑한다. 술과 담배, 골프를 안해 '3무 회장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 회장은 등산 마니아다. 틈이 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사찰을 찾아간다. 산에서 사진 찍는 것이 취미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 해외출장 시에는 현지 음식을 많이 먹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생생하다지만
"안심 이르다"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타고난 강골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야구·탁구·농구 등 운동이란 운동은 죄다 섭렵했다. 담배도 끊었다.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을 맡은 뒤로 전직원 의무 금연을 선포했다. 기내 금연과 기내 담배 판매 중단도 지시했다. 회장 취임 전에는 수영으로 몸 관리를 했고 이후에는 골프로 건강을 단련하고 있다. 박 회장도 등산을 즐긴다. 매년 초 계열사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과 등산을 같이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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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