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다리는 대어들 리스트

잭팟? 대박도 없고 쪽박도 없다

[일요시사 =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근 BGF리테일의 공모주 청약 대박에 이어 삼성SDS의 깜짝 상장 발표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상장한다는 소식은 다른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벌써부터 LG계열사, 현대 계열사, 한화 계열사 등 대어들이 조만간 IPO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년째 가뭄에 시달려왔던 IPO시장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삼성SDS 상장 소식은 오랜 가뭄에 시달렸던 IPO의 단비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상장 후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의한 장외가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어 ‘묻지마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

거품 주의보

삼성SDS의 깜짝 상장 발표는 또 다른 대어들의 증시 입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일부 장외 주식 중개 사이트는 접속자 폭주로 다운됐다. 삼성SDS 주식을 사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사이트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당일 38커뮤니케이션 등 장외 주식중개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현재 삼성SDS는 장외시장에서 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15일 38커뮤니케이션 설문조사에 따르면 5000명 중 3727명이 “삼성SDS의 1년 뒤 주가가 100%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1985년 설립된 삼성SDS는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업체다. 삼성SDS가 상장하게 되면 삼성그룹 내 상장기업 시가총액 순위 3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는 ‘대어’가 나오기는 2010년 삼성생명(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22조원)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최대어로 꼽혔던 현대로템의 공모가 기준 시가 총액 1조9500억원은 가볍게 뛰어넘을 기세다.


그만큼 증권가는 들썩이는 분위기다. 증시에 대기업 우량주가 입성한다는 것은 시가총액 수백억원의 코스닥 기업 수십개가 상장하는 것보다 훨씬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재계는 삼성이 움직이면 다른 기업도 따라가는 식의 움직임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S 상장 소식 여파로 IT업계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비상장 시스템통합(SI)기업 중 지난해 매출 3조원 대를 기록한 LG CNS와 매출 1조원대 규모인 현대오토에버, 한화S&C 등의 기업공개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SDS와 사업구조가 비슷한 LG CNS의 기업공개 여부가 주목된다. 삼성SDS까지 상장하면 LG CNS는 IT서비스 업계 빅3 중 유일하게 비상장 기업으로 남게 된다. 현재까지 IT서비스 업계 빅3 중 상장사는 SK C&C가 유일하다. 이외에도 포스코ICT, 현대정보기술, 동부CNI , 쌍용정보통신 등이 IT서비스 업계의 상장사로 꼽힌다.

IT서비스업체들이 비상장사로 남아있는 이유는 그룹사의 경우 경영권 승계에 있어 IT서비스업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IT서비스는 업계 특성상 그룹사 대부분에 서비스와 용역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수혜처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비상장 기업들은 상장 여부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부터 상장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롯데정보통신은 올해 만기가 도래한 300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상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CP로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고, 이 CP는 IPO에서 모집한 자금으로 갚을 계획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전문가들은 롯데정보통신이 연내 상장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준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오토에버, 한화S&C 등 동종 업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도 상장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LS그룹의 LS전선과 포스코그룹 산하 포스코에너지 등 상장 여부를 망설이던 주요 그룹 계열사들도 상장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다이모스, 코리아세븐, 현대카드 등 우량 대기업 계열사도 대어급 IPO 후보들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법인의 상장도 시기만 남았다는 평가다.


대기업 계열 잇달아 IPO 시장에 등장 예상
삼성SDS 이어 LG CNS·롯데정보통신 가능성

BGF리테일 공모가 끝나고 최근 상장예비심사 기업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업체는 유가증권시장을 노리는 쿠쿠전자다. 올해 BGF리테일을 제외하고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가 전무한 가운데 알짜배기 중견기업 쿠쿠전자가 사장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쿠쿠전자는 국내 밥솥 시장 점유율 54%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5087억원, 순이익은 574억원이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10대 강소기업으로 선정한 파버나인도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파버나인은 TV용 알루미늄 프레임 국내 1위 업체로 85인치 이상 초대형 TV프레임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소주 원료인 에탄올을 제조 및 판매하는 업체인 창해에탄올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소주업체간 경쟁 심화로 에탄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창해에탄올은 복분자, 잎새주 등으로 유명한 보해양조의 모회사다.

그러나 상장 기업에 대한 거품주의설도 거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상장되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SDS의 20만원대 장외가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이 상장했을 때 장외가는 13만원대에 달했다. 그런데 공모가는 11만원에 불과했다. 현재까지도 삼성생명의 주가는 9만원대를 웃돌며 상장 당일 기록한 12만1000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 꼴날라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상장 하게 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장직전에 장외주가가 폭등하는 경우에는 상장 후에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상장 후 폭등하는 경우도 일부 있기도 하지만, 상장 후에 주가가 하락해서 몇 년 째 회복하지 못한 종목도 많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투자는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장외가가 공모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지나친 기대심리는 장외가격에 거품을 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삼성SDS 상장 희비

삼성SDS의 상장 발표에 임직원들의 주식 대박 여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삼성SDS 임직원들이 우리사주로 대박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임직원들이 잭팟을 터뜨리지는 못한다.

삼성SDS는 회사 설립 이후 증자 과정에서 3차례에 걸쳐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나눠줬지만 2001년 이후부터는 우리사주를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1년 이전에 삼성SDS에 입사한 전현직 임직원들만 잭팟을 터뜨리게 된 셈이다. 2001년 이후에 입사한 임직원들은 우리사주 배정이 없어 따로 장외에서 사모으지 않았다면 주식이 없다. 따라서 임직원들 간에서도 우리사주 보유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리게 될 전망이다.


다만 삼성SDS 직원들은 상장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 청약에 기대를 걸 수 있다. IPO기업들은 공모주식의 15%를 직원물량으로 우선 배정한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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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