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세월호 후폭풍

속 타는데 내색도 못하고 ‘끙끙’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학생들을 잃은 슬픔에 여행을 가거나 쇼핑 등 소비를 할 만한 심적 여유조차 사라졌다.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고, 우리나라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념일과 연휴가 몰려 업체들은 높은 매출을 예상했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불안한 모습이다.

인천에 사는 김지혜(29)씨는 오는 5월 연휴에 여객선을 타고 가는 여행을 취소했다. 여행 대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택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선박 여행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얼어붙은 소비

평소 김씨는 선박 여행을 자주 애용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고 승무원들의 친절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대부분의 선박들이 간밤에 거센 폭풍우가 치거나 배에 물이 차는 사고가 터져도 선내 방송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여행갈 때는 작은 사고라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세월호 침몰로 아이를 잃은 유가족들의 눈물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런 시기에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미안하고, 이번 연휴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선박 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여행업 전체적으로 퍼지고 있다. 여행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파장은 다른 업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44개 기업의 860개 단체 10만9872명이 국내여행을 취소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각 지역협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 학생, 공무원 등의 단체여행 취소율은 50%를 넘어섰다. 세월호 침몰 이후 학생들의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이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공무원, 기업 등의 단체여행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일반인의 단체관광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박을 통해 울릉도, 흑산도 등 섬으로 가는 여행 취소율은 70%가 넘었다.

이에 따라 5월 초 연휴 특수를 기대했던 여행·관광 업계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대형여행사들은 대부분 10∼15%의 취소율을 보이고 있다. 신규 예약은 지난해와 비교해 저조하다.

하나투어는 5월 황금연휴 특수로 몰려드는 예약을 예상했지만, 사고 이후 예약률이 지난해 보다 50% 줄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개인여행객보다는 수학여행 학생단체, 기업, 공무원 단체 등이 줄줄이 예약을 취소한 상황”이라며 “지난해보다 신규예약자가 절반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소규모 여행사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소규모 여행사들은 매출을 단체여행객들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규모 여행업체들이 이번 사고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업체들은 단체여행객이 주 소비자라서 단체 취소가 줄줄이 이어지면 업체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귀띔했다. 여행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5월 연휴 특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항공업계도 예약 취소율이 급증하고 있다. 역시 개별 취소보다는 학생, 공무원 등 단체 여행객의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저렴한 항공료 때문에 수학여행 수요 대부분이 몰려 있어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티웨이 항공 등 저가항공사는 1000명에서 1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항공권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황금연휴·가정의 달 특수 기대했는데…
관광업 직격탄 호텔·버스·소셜업도 타격


또한 교육부가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금지하며 버스업계도 위기를 맞았다. 경기도전세버스조합에 따르면 세월호 사태 이후 도내 470여개 전세버스 업체가 보유한 1만3000여대의 버스 가동률은 3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수학여행과 소풍 등의 대규모 단체 여행이 집중되는 4, 5월이 최고의 성수기인 점을 고려할 때 저조한 수치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세버스 업체 등이 폐업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여행업계 타격은 호텔업계까지 이어졌다. 기업체, 정부 등이 여행을 취소하면서 특급호텔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된 것이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서울에서 4∼5월로 예정됐던 기업체와 정부 행사, 공연 가운데 13건, 롯데호텔 제주에서 예정됐던 정부 행사 2건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기업체와 공공기관 연회 등 행사 9건,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도 3건의 기업체 행사의 예약이 취소됐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는 선박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소셜커머스들은 5월 연휴가 다가오면서 선박 관련 상품에 대한 높은 매출을 예상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애도 분위기를 고려했다고 입을 모았다.

쿠팡 관계자는 “사고가 터진 직후 자진해서 선박 관련 상품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쿠팡, 티몬, 위메프에서 선박 관련 상품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여행 상품은 소셜커머스의 주력 상품이라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업계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여행 관련 상품을 편성에서 제외했다. 호스트 멘트나 배경음악도 최대한 조용히 이끌어가는 분위기다. 모든 관심이 세월호 방송에 집중되면서 매출도 떨어졌다. GS홈쇼핑, N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전년 동기 대비 5∼15% 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힘들다”

유통업계도 비상이다. 여행이 대거 취소되면서 마트로 이어졌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1.9%, 홈플러스 4.0%, 롯데마트 4.1% 감소했다. 특히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지역의 롯데마트 4개 점포는 사고 이후 매출이 14% 이상 줄었다. 아울러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판촉 및 고객 유치 이벤트 등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했던 유통업체들은 사고 이후 자숙하는 분위기에 마케팅 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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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