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끙' 러시앤캐시 속앓이, 왜?

사채 낙인 지우기 "어렵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근 카드사, 은행, 캐피탈, 보험사 등 연이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다. 특히 러시앤캐시는 대부업체 이미지 때문에 신규고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올 초부터 인수하기로 했던 예주·예나래 저축은행 인수도 늦어지고 있다. 오랜 숙원이었던 저축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속을 끓이고 있다.

"잠깐! 벌써 화면을 종료하시나요? 고객님을 위한 특별한 혜택.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모바일 파리바게뜨 쿠폰 즉시 증정(단, 신규고객에 한함)"

러시앤캐시 홈페이지 팝업창에 나온 문구다. 고객이 홈페이지에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파리바게뜨 쿠폰 3000원권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기존고객이 아닌 신규고객만 가능하다. 신규고객 모집을 위해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모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빵 쿠폰 미끼

지난 1월 KB국민, 농협, 롯데 등 카드3사부터 최근 삼성, 농협생명 등 보험사까지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금융업계가 시끄럽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신규모집을 제한했다. 개인정보를 불법 활용하는 대부업체는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게 된다. 대부업자가 개인정보의 불법 유출, 활용에 따른 벌금형 이상을 받은 경우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를 받는다.

은행권 해킹사고 이후 소비자들도 금융사에 신규가입을 하거나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대해 찝찝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러시앤캐시는 파리바게뜨 쿠폰을 동원해 신규 가입자 모집에 나섰다. 이러한 쿠폰증정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소비자의 자발적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쿠폰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금융위원회로부터 신규영업을 최소화하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앤캐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파리바게뜨 상품권 증정을 한다고 해서 고객 유치에 큰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 영업차원에서 진행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도 “하지만 해커가 어떻게 침입할지 몰라 확답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슈화 자체를 꺼리는 눈치다.

대부업 이미지 때문에 신규고객 모집 난항
저축은행 인수 눈앞…엄격한 승인절차 남아

무엇보다 올 초부터 인수하기로 했던 예주·예나래 저축은행 인수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엄격한 승인절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 인수 5년 후까지 대부업 자산을 3분의1 이상 감축해야 한다. 대주주 주식취득승인 신청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창구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저축은행의 대부업체 대상 대출이 금지된다. 대부업 영업수단화 방지를 위해 저축은행 고객의 대부업체로의 알선도 금지됐다.

금융감독원에서도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영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기로 했다. 이후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금감원의 직접 감독과 제재가 가능해질 경우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러시앤캐시는 이러한 금융당국의 요구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대부업 대출 자산 3분의 1 이상을 줄이게 되면 사업규모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년 안에 대부업을 축소하게 되면 지난해 대부업 대출자산 2조원을 기준으로 총 자본금 6000억원 이상을 줄여야 한다.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 인수 승인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승인절차가 남아있다”며 “(금융당국)가이드라인 외의 자세한 내용도 처리부서에서만 알고 우리(홍보팀)도 알지 못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달까지 러시앤캐시는 금융당국과 의견 조율을 통해 5월경 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저축은행으로서 첫 영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기존 고객들을 저축은행으로 옮기고, 연 39%대인 대출 최고금리도 연 20%대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슈 자체 꺼려

대부업계 1위 러시앤캐시는 오래전부터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불법추심’등 대부업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인수가 쉽지 않았다. 2008년부터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은 매번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지만 9번이나 실패했다. 10번째 도전 끝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9전10기’의 성공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불안하다는 평가다.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는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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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