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조작 출구전략 '액션플랜'

권 과장 살리고 유우성 날린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윗선'을 밝히지 못한 가운데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선 “국정원과 검찰이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가동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특검론'까지 불거지는 등 적잖은 후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수사가 동력을 잃은 채 어느덧 수사결과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14일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데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발표 왜 미뤘나

앞서 검찰은 지난 8일을 전후로 증거조작 사건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오른 주요 피의자 권모 과장(4급)의 자살기도 및 건강악화에 따른 후유증(기억상실 증세)으로 수사 진행에 공백이 생겼고, 조사 대상인 국정원이 초지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로 '윗선' 추적을 방해하면서 결과 발표를 늦추게 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이달 초 관련자 소환조사를 대부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는 수사결과를 정리해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검찰은 지난주 금요일인 11일에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기로 준비했다가 평일 발표로 일정을 틀었다고 한다.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 발표를 금요일에 했다. 금요일 발표는 다음날이 주말이라 여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일요일을 거치면서 여론의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소위 '맞을 매를 덜 맞는' 안전한 선택지인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감찰 결과 발표 등을 모두 금요일에 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안팎으로 강한 비판여론에 직면했는데 특히 검찰을 출입처로 둔 각 일간지의 반발이 거셌다는 후문이다. 또 거듭된 금요일 발표에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검찰 역시 이번만큼은 ‘정공법’을 선택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이 미심쩍다는 것에 있다. 검찰은 증거조작을 지시한 윗선을 들추기 위해 추가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 입증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국정원의 증거조작 시도를 검찰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축소 수사' 논란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은 윗선 중 1명인 최모 대공수사국 단장(2급)을 소환조사하는 등 막판 수사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반발 등 난맥상에 부딪히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 단장은 대공수사국 요원들이 사용한 전문, 공작비 지출 등에 관한 결재권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보고 내용은 자동 결재돼 증거조작 시도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은 최 단장의 직속상관인 이모 대공수사국장(1급)을 소환조사하는 데도 실패했다.

최 단장은 상관의 개입 여부와 관련해 혐의 사실을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기대를 모았던 서천호 국정원 2차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조차 배제됐다. 사실상 동력을 상실한 수사라는 것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남 원장은 논외로 하더라도 수사 책임자인 이 국장마저 강제수사하지 못한 탓에 검찰의 수사의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원 업무 특성상 수뇌부 지시 없이 부하 직원들이 독단적으로 증거조작을 총괄·기획했을 개연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식을 뒤엎는 국정원의 '기상천외한 일탈'은 핵심 피의자의 기소마저 가로막고 있다.

앞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 과장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알려졌다. 복수 정신과 전문의에게 문의한 결과 "연탄가스 중독을 통한 자살기도로 기억상실증에 걸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소견을 얻었다. 이들 중 한 전문의는 "간단한 테스트만으로 권 과장이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뇌손상으로 인한 지각 능력 장애나 기억상실증 등으로 병세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수사팀 '국정원 윗선' 개입 여부 확인 실패
일각서 '특검론' 불거지는 등 후폭풍 적잖아

권 과장은 지난달 19∼21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22일 자살을 기도했으며 그동안 병원에서 안정을 취해왔다. 이로부터 3주가 흐른 지난 10일 검찰은 권 과장이 입원한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병원 측으로부터 진료기록 등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사정기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권 과장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검찰은 권 과장에 대한 대면조사나 소환조사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알렸다.

일각에선 검찰의 병원 방문이 권 과장의 사법처리를 미루기 위한 출구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 입장에선 '피의자 조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국정원 입장에선 검찰이 국정원의 주장(기억상실 증세)을 확인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다. 복수 법조계 관계자는 "권 과장에게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권 과장은 서울 내곡동 국정원 사무실에서 김모(48·구속기소) 과장 등과 함께 증거조작과 관련한 내부 회의를 갖고, 허룽시 공안국이 주선양총영사관에 공문을 전송한 것처럼 인터넷팩스 발신번호를 조작했다.

또 그는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된 이인철(48·국정원 4급) 영사에게 출입경기록발급 확인서 등에 대한 허위 공증을 지시하고, 외교전문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권 과장에게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진다면 검찰의 위신을 땅에 떨어질 공산이 크다.  

엉뚱한데 화풀이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11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 심리로 열린 유우성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영상과 녹취록 등을 포함한 대규모 프리젠테이션(PT)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사건을 맡은 검사들은 각각 역할을 나눠 유씨의 과거행적, 범죄전력, 공소과정 등을 상세히 PT했다.

특히 검찰은 1심에서 문제 삼지 않았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시하고, 유씨의 이름을 중국식(리우지아강)으로 바꿔 표기하는 등 "유씨가 의심스러운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소장에 사기 혐의를 추가할 정도로 사법처벌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공수사 파트너인 국정원에게는 그토록 너그러웠던 검찰. 그러나 유씨에 대해서만큼은 '특수수사' 못지않은 총력전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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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