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CNK 기획입국 의혹

MB정권 실세들 날릴 '다이아 게이트' 열릴까

[일요시사=사회팀] 2000년대 초반까지 목욕탕 주인이었던 그는 아프리카에서 광산을 발견하며 일약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전직 부장판사, 현직 방송사 간부, 정치권 핵심 인사까지 차례로 그와 손잡았다. 정부가 보증 선 노다지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여기저기서 돈뭉치가 굴러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주식시장에 밀물처럼 들어왔던 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이 남자는 다이아몬드를 쥐어주겠다며 호언장담했다. 오덕균 CNK 대표. 그는 유능한 사업가일까. 아니면 희대의 사기꾼일까. 갑작스러운 그의 귀국에 관심이 모아진다.

해외 다이아몬드 개발을 미끼로 주가조작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아온 오덕균(48) 씨앤케이인터내셔널(CNK) 대표가 도피생활 2년여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 13일 카메룬 현지에서 자진 귀국할 뜻을 검찰에 전한 오 대표는 23일 새벽 4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가조작 몸통
2년 만에 귀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선봉)는 귀국한 오 대표를 현장 체포한 뒤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송했다. 이날 오전 6시3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오 대표는 "광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오 대표는 사회고위층은 물론 정관계 핵심인사가 연루된 CNK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 착수 2주 전인 2012년 1월8일 광산 사업 등을 이유로 카메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오 대표는 그로부터 2년 넘게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오 대표가 소환조사에 불응하자 CNK 변호인을 통해 귀국을 종용했다. 그러나 오 대표는 광산 기공식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귀국을 미뤘다. 참다못한 검찰은 외교부와 공조해 오 대표의 여권 반납을 명령했다. 그러나 오 대표는 이마저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같은 해 3월6일 오 대표의 여권을 무효화했고,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인터폴에 공개 수배했다.


한 달 뒤 오 대표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4월에서 5월 중으로 귀국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주 카메룬 한국대사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린 오 대표는 자신의 무죄를 항변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짜에도 오 대표는 입국하지 않았고, 검찰은 인터폴에 요청해 오 대표의 수배 단계를 적색으로 높였다.

'주가조작 몸통' 2년 도피 오덕균 구속
입국 전 핵심공범 자수…시기 조율한 듯

그럼에도 오 대표는 카메룬에 남아 별다른 제재 없이 사업 활동을 계속했다. 이를 지켜보던 검찰은 2012년 8월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인도청구를 카메룬 측에 정식 요청했다. 하지만 카메룬은 이를 거부했다. 이렇듯 신병 확보에 난항을 겪던 검찰은 지난해 2월19일 오 대표를 기소 중지한 뒤 국내에 있는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CNK 수사는 사건 관계인이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난항에 부딪혔다. 그 사이 오 대표는 틈틈이 국내에 있는 측근들을 통해 "카메룬에서 볼 일을 다 보면 당당히 돌아가겠다"고 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카메룬은 2012년 8월 다이아몬드 수출입과 관련한 국가들의 협의기구,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y Process)에 가입했다. 이는 CNK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호재였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수출입에 관한 사항을 조정하는 UN 산하 국제 협의체다. 가입건만 놓고 보면 얼마가 됐든 간에 다이아몬드는 진짜 있었던 셈이다.

핵심공범 자수
입맞춤 있었나

관련 보도 직후 "카메룬 광산에 다이아몬드가 없다"고 했던 여론은 주춤했다. 주가도 반등했다. 오 대표는 국내 취재진을 카메룬으로 불렀다. 다이아몬드가 매장돼 있다는 광산이 공개됐다. 채굴 과정도 보여줬다. 오 대표는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CNK가 광산 개발에 따른 토지사용권을 획득했다는 공시가 나왔다. 당연히 주가는 뛰었다. 주주들이 오 대표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오 대표가 중국 대기업의 투자 유치를 받아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카메룬 모빌롱 다이아몬드 광산에 대한 5000만달러(한화 약 550억원)의 지원이 있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오 대표는 성공을 확신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생겼다. 지난해 말,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공범 중 한 명인 CNK 이사 정승희씨가 전격 귀국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8일 도피생활을 마치고 자진 귀국한 정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앞서 정씨는 오 대표와 함께 카메룬에서 4억2000만캐럿이 매장된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고 속여 주가를 띄우는 수법으로 900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같은 날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적다는 사유였다.

정씨가 체포되기 2주 전 서울 성북동에 있는 오보코(OVOCO) 갤러리에선 CNK가 주최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전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CNK는 그간 카메룬 광산에서 캐낸 원석을 한국으로 반입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탐사와 생산을 했다는 영상자료와 함께 원석을 나석으로 만드는 시연이 병행됐다. CNK 측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원석은 있고 가공도 된다." 하지만 CNK가 반입한 원석은 고작 2000캐럿. 오 대표가 주장한 4억2000만캐럿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정씨는 전시회 직후 한국 쪽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챘다. 이는 그의 귀국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정상 오 대표와 정씨가 입국 시기를 조율했을 가능성도 높다. 결정적으로 정씨는 구속수사를 피하면서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 오 대표 입장에서 정씨에게 청구된 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시 불붙은
정관계 로비설

이로부터 3개월 뒤 오 대표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2일 변호인을 통해 재기신청서를 제출한 것.  그는 검찰 수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 대표의 귀국 배경을 놓고 복수 언론은 "결국 오 대표가 카메룬에 막대한 양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신이 있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오 대표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 경우를 가정하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킴은 물론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 대표가 꺼낸 승부수는 뭉개졌다.

지난 26일 검찰은 오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매우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과정에 비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CNK는 당시 중앙정부부처의 이례적인 사업 홍보로 3000원대인 주가가 1만8000원까지 급등하는 등 상한가를 쳤다. 하지만 몇 달 사이 매장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 대표는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를 꼬드겨 외교부가 CNK 측 입장을 두둔하는 자료를 배포토록 지시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오 대표 측이 챙긴 차익은 약 9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빼돌린 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대략 1조원대의 돈이 증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NK의 원래 주가는 3000원대였는데 외교부 발표 직후 1만4000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또 7000원대로 내려간 주가는 다시 1만8500원으로 급등했다. 이후 CNK 주가는 검찰 수사로 폭락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3000~4000원대로 수렴되는 분위기. 때문에 몇몇 전문가는 이 시기 주식을 대량으로 매매한 사람을 리스트로 뽑으면 숨겨진 연결고리가 드러날 것이라고 제언한다.


증발한 1조원 어디로?
정관계 로비설 재점화

앞서 검찰은 지난해 2월 CNK 주가조작에 관여한 김 전 대사와 안모 CNK 기술고문, CNK 카메룬 현지법인 기업 가치를 허위로 과대평가한 회계사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오 대표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나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 실장 등에 대해선 단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사법처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 대표의 구속으로 묵혀놨던 정관계 로비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띨지 관심이다. 당시 박 전 차관은 카메룬 정부당국에 CNK의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 획득을 직접 요청하는 등 부적절한 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대가로 박 전 차관이 수십억원의 보수를 요구했다는 증언도 확인된다.

오 대표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매각한 점도 수사대상이다. 오 대표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신주 172만2352주의 인수권을 주당 1262원에 넘겼다. 자신이 매입한 취득가(1599원)보다 더 싼 값에 손해를 보며 판 것이다. 만약 오 대표가 자신의 신주인수권을 정치권 등에 로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밝혀질 경우 지방선거를 앞둔 정국에는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 하필 지금
기획입국 의혹

검찰은 CNK의 BW 매매계좌 수십여개 중 사회지도급 인사 40여명이 연루된 계좌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때문에 정치권은 오 대표가 입을 연다면 지난 MB정권 실세는 물론, 현 정부와 연결된 인사도 수사망에 오르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타이밍이 참 애매하다"며 "기획입국이 아닌가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타이밍에 오 대표가 돌연 귀국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측에서 지난 정권에 대한 사정작업의 일환으로 오 대표를 설득시켰든, 반대로 오 대표 측이 로비리스트를 언급하며 '플리바게닝'을 요청했든, 다시 불붙은 '다이아몬드 게이트'에 눈길이 쏠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