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선처해 주세요” 허재호 감싼 사람들

[일요시사=사회팀] 2007년, 광주·전남 주요 기관·단체장들이 검찰에 건의문을 냈었다. 수사를 받고 있는 대주그룹에 대해 선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들 단체장들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2007년 11월5일, 광주·전남지역 주요 기관단체장들이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대주그룹에 대한 선처를 건의하는 건의서를 채택해 광주지검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간담회엔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 김종철 전남도의회 의장, 안순일 광주시교육감, 김장환 전남도교육감, 박흥석 광주상의회장 직무대행, 주영순 목포상의회장, 염홍섭 광주전남경총회장, 장용주 광주평화방송 사장신부, 맹인환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장, 현지 원효사 주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주그룹은 30여개 계열사, 5000여명 임직원에 협력업체만 1500여개에 달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라며 “대주그룹이 위기에 처한다면 해남에 건설 중인 조선소 건설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1만여 아파트 청약자들의 선의의 피해, 하도급 업체들의 연쇄도산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무등건설 부도의 악몽을 떠올리며 대주그룹의 위기가 지역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대주그룹이 조속히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선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2007년 지역 기관·단체장 검찰에 건의


대주그룹을 겨냥한 특별세무조사와 검찰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신용등급 하락, 유동성 위기 등이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었다.

대주그룹이 위기에 처할 경우 계열사 종사자들은 물론 협력업체 줄도산이나 아파트 분양 피해, 채권 금융권의 대출회수 어려움, 조선산업 클러스터 차질까지 이어져 지역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거셌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이 지역 4개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사회적으로 투명성을 높여야 할 자치단체와 교육·종교계 인사들이 지역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탈세기업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일부 특정인들의 의견이 지역 전체 여론인 것처럼 비춰진 대주그룹 선처 건의문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대주그룹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탈세를 용납한다면 사회의 기강이 붕괴될 것”이라며 “지역 기관장들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는커녕 부패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도 성명서를 내고 대주그룹에 대한 탈세 수사에서 검찰에 선처를 호소한 광주지역 기관장들을 꼬집었다.

민노당은 “광주시장 및 주요 기관장들의 행위는 평소 법을 준수해야 하는 행정기관장들의 태도로 볼 수 없다”며 “진정으로 지역경제를 걱정한다면 불법적인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법의 선처를 호소하기보다는 현장에 땀 흘리는 건전한 경제인을 지원·격려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기관단체장들의 모임을 주선한 광주시 측은 해명에 나섰다. 광주시는 ‘대주그룹 관련 비판여론에 대한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대주그룹에 대한 선처 요구가 사법처리 자체를 반대하거나 기업주를 감싸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광주시 측은 기관단체장 간담회 당일 검찰청에 건의문을 제출키로 함에 따라 신속하게 건의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선처’라는 용어를 사용, 오해가 생겼다고 전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주그룹을 선처해달라고 건의한 것이 부도덕한 기업주를 감싸는 행위가 아닌지 오해하는 분이 일부 있다”며 “이는 대주그룹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의 지역경제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 해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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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