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제2의 전두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판검사도 굽실굽실…‘광주대통령’으로 불렸다

[일요시사=사회팀] 일당 5억원 ‘황제 노역’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의 벌금형 노역이 중단됐다. 검찰은 허 회장의 재산을 찾아내 벌금을 거두기로 했다. 허 회장은 광주교도소 노역장을 나와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이와중에 그는 ‘돈이 없다’며 시간을 끌고 있는 상태다.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허 회장은 도대체 누구일까.

지난 26일 검찰이 일당 5억원 ‘황제 노역’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해 벌금형 노역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노역 중단 결정이 내려진 뒤 허 회장은 검찰을 나와 광주교도소 노역장에서 짐을 챙기고 가족이 몰고 온 차로 귀가했다. 노역장에서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허 회장은 검찰에게 “지금은 돈이 없다”며 미납 벌금 224억원은 지인에게 빌려 1∼2년 내에 갚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역 중단
“돈 없다”

허 회장은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기소돼 2010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판결은 2011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허 회장은 벌금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지난달 22일 귀국했다. 귀국 뒤 그는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벌금을 낼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일당 5억원’ 노역 중이었지만 검찰의 이번 결정으로 노역장에 들어간 지 닷새 만에 형집행정지로 노역을 중단하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노동을 한 시간은 기껏해야 10시간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제대로 된 노동을 했을 리 만무하다. 수사 과정에서 체포됐던 1일도 노역장 유치 기간에 포함돼 254억원의 벌금 가운데 지금까지 모두 30억원이 탕감돼 이제 224억원이 남았다.

검찰은 허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하는 한편, 국내외 은닉 재산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허 회장의 딸 집에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미술품 115점, 골동품 26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지난해 아내가 사망하면서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상속받은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또한 허 회장이 수년동안 매월 1000만원의 건물임대료를 차명 계좌를 통해 받아 관리해왔던 것도 드러났다. 허 회장이 소유 재산으로 밀린 국세와 지방세를 모두 납부한 뒤에야 벌금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재산을 파악해야만 벌금 완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동안 국세청이 파악한 허 회장의 해외재산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체납 세금 징수를 위해 허 회장이 도피했던 뉴질랜드 현지 조사를 벌여 은닉 재산 일부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본격적인 재산 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국세청은 충분한 조사를 통해 숨긴 재산을 모두 확보해 놓은 상태다. 지방세 중 14억원은 허 회장이 소유했던 대주건설 부동산을 압류해 확보했다. 또한 허 회장이 황제노역과 함께, 출소까지 황제대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반 교도소 수감자의 경우 약 200여m에 달하는 교도소 안쪽 길을 걸어 나와 정문경비초소를 통과해 출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허 회장은 개인차량을 안으로까지 들여 자연스럽게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교도소 측은 허 전 회장이 사라진 지 10분여가 지난 뒤 뒤늦게 “허재호 수감자가 출소했다”고 밝혔다.

잘나가던 건설재벌이 돈 없어 노역
5일 25억 탕감…비난 빗발치자 중단

출소 이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27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 허 전 회장 부인 소유인 것으로 알려진 주택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허 회장의 행방을 찾는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허 회장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주택은 약 3000여평의 고급주택으로 알려졌다. 문이 굳게 닫힌 채 주택 내부에 설치된 CCTV만이 오가는 사람을 관찰하고 있다. 허 회장은 전 대주그룹 측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에 대한 특혜 이면에는 그를 둘러싼 화려한 인맥이 자리하고 있었다. 검찰, 법원, 언론 등을 꽉 잡고 있었던 것이다. 허 회장의 아버지 허진명씨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37년간 판사로 일했던 향판이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장과 목포지원장을 지냈다. 허 회장의 매제는 광주지검의 ‘넘버2’ 자리인 차장검사를 지냈다.


사위는 현재 광주지법 형사단독 판사로 재직 중이다. 남동생은 2000년대 법조비리의 상징으로 지목된 전·현직 판사들의 골프모임 ‘법구회’의 스폰서로 알려졌다. 여동생은 지난해 법무부 산하 교정중앙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첫 여성회장이었다.

재소자들을 위해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에는 법무부장관상을, 2010년에는 국민훈장을 받기도 했다. 허 회장이 광주지역 유력 일간지를 거느린 점도 주목된다. 해당 일간지는 2003년 11월 대주그룹의 ‘가족’이 됐다.

허 회장 재산
전방위 파악

‘일당 5억원의 사나이’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허 회장은 1942년 전남 광양에서 현직 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광주공업고등학교를 거쳐 한양대를 졸업한 그는 20대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전남 광주 지역 경제 ‘호남 맹주’ 대주그룹의 수장이 됐다.

대주그룹은 7개 사업분야와 함께 15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한때 재계순위 50위권까지 올랐었다. 대주그룹의 모태는 1981년 설립한 대주종합건설이다. 1988년 주택사업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섰다. 대주콘도, 동양상호신용금고, 두림제철산업 등도 이 당시 설립했거나 인수했다.

미디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4년에는 광주방송을 설립했고 2003년에는 <광주일보>와 케이블 채널 <리빙TV>를 인수하기도 했다. 다이너스티 골프장 등 레저분야에도 진출했다. 2000년대 들어 대주건설은 브랜드 ‘피오레’를 앞세워 전국으로 진출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대주그룹 매출은 2000년 3000억원에서 2002년 1조3000억원, 2006년 2조원으로 늘었다. 특히 2007년 분양한 용인 공세지구 사업이 성공을 거두는 등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04년 98위에서 2007년 52위까지 뛰어올랐다. 메이저기업인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잘나가던 대주그룹에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은 2007년 국세청과 검찰이 작정하면서부터다. 국세청은 2007년 6월부터 3개월간 대주그룹 2개 계열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다. 2005~2006년 대주그룹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520억원을 탈세한 사실을 밝혀내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재계는 대주그룹의 조세포탈사건을 두고 배임 또는 횡령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중처벌 소지를 줄이겠다’는 국세청의 당시 방침에 따라 국세청은 단순 조세포탈사건의 경우 검찰 고발을 자제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대주주 또는 대표 등 회사 고위관계자들의 횡령·배임·비자금 조성의혹이 짙을 땐 제한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세포탈사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은 2007년 11월11일 허 회장에게 소환장을 발송했고 같은 달 14일 허 회장은 검찰에 자진 출두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이틀 뒤 검찰은 허 회장에 대해 500억원대 탈세에 개입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허 회장은 대주건설과 대주주택 탈세에 개입한 혐의와 함께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아파트 공사 시행과정에서 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화려한 법조계 인맥
사업마다 특혜 시비


그러나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기각 이유였다. 이에 광주지검은 허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허 회장 지시에 따라 탈세를 실행한 대주건설 전 사장 이모씨와 이 회사 전무 정모씨도 불구속 기소하고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된 대주건설과 대주주택 등 2개 법인에 대해서도 함께 기소했다.

허 회장은 2008년 12월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 받았다. 광주지법은 판결문에서 “조세정의나 조세형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데다 포탈과 횡령 금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등 죄질이 좋지 않지만 조세포탈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득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법인세 탈루부분에 대해 추징금으로 납부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은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0년 1월 진행된 항소심에서 허 회장은 벌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관용성 판결’을 받았다. 광주고법은 허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광주고법의 이 같은 결정은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됐다. 검찰은 대법원 확정 판결 후인 2012년 3월 벌금수배를 내리고 그해 6월 토지 등 13건의 재산 압류·인터폴 청색수배 등의 조치를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법조계·언론계
거느리고 특혜

허 회장이 뉴질랜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2002년이다. 호주 오클랜드에 대주하우징이란 법인을 설립하며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65층 규모의 엘리어트 타워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조선을 비롯해 해운, 금융 등 15개 계열사로 영역을 확대하던 대주그룹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대한조선의 조선소 건립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부산 정관지구, 광주 수완지구 등 미분양 사업장이 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알짜 회사인 대한화재를 3500억원에 롯데그룹에 넘기고 청라지구 등 13개 주택사업장을 매각하는 강수를 뒀지만 그룹을 다시 세우기에는 이미 늦었다.

게다가 허 회장이 5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하고 회사돈 10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룹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허 회장은 현재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며 검찰에 납부 연기를 요청했지만, 뉴질랜드에만 14개에 달하는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KNC 건설을 비롯해 허 회장과 부인이 지분을 각각 46%와 30%를 가진 KNC 건설엔지니어링, 아들이 85% 지분을 가진 KNC 글로벌 매니지먼트 CO. 등이 있다. 이외 허 회장이 지분을 100% 가진 가나다 개발 오클랜드, 투자 코리아 CO.와 부인이 100% 지분을 가진 HH 개발 CO.와 크리스티 부동산 홀딩스가 있다. 상당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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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