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불황에 성기수술 호황?

엄마가 딸 데려와 "거기 좀…"

[일요시사=사회팀] 수도 한복판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성형거리'가 있는 나라. 여성 10명 중 8명이 성형을 꿈꾸는 나라. 대한민국은 '성형왕국'이란 오명 속에 오늘도 '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경기는 불황이라고 하지만 성형 산업은 늘 호황, 몇 년 전부터는 미용을 위해 성기에 칼을 들이대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사랑조차 성형이 필요한 시대,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주말이면 번화가 일대의 숙박업소는 불야성을 이룬다. 객실로 모여든 커플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애정을 확인한다. 교외에 있는 숙박업소도 마찬가지. 1박2일의 황홀함에 취한 남녀는 밤잠을 설치며 서로를 탐구한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잠든 사이 부부가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부부 생활의 반은 속궁합'이란 속설처럼 이들은 잠자리로 결혼 생활의 행복을 가늠한다.

성생활 관심↑

사회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 외의 것에 관심을 쏟게 됐다. 특히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과 질 높은 성생활은 우리 시대의 화두로 자리했다. 일부 20∼30대 중에선 '누구와 잤느냐'로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연애와 결혼에 혈안이 된 이들은 “기본 스펙이 좋아야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많은 이가 공통으로 동의하는 '스펙'은 외모다. 외모는 취업이나 이직, 승진과 같은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한 취업 포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채용이 발생했던 기업 19곳 중 7곳은 평가 기준에 외모가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 복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4명은 외모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틈엔가 외모는 현대인이 놓쳐선 안될 덕목이 됐다. 지난 1월 한 인터넷매체가 10∼30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꼭 이루고 싶은 소망' 1위는 외모개선(34%)이었다. 이어 2위는 자기계발(30.8%)이었는데 상당수 여성은 ‘외모개선도 자기계발’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지난 2월 서울 한 병원에서 조사한 '스스로 평가하는 외모만족도' 결과도 외모의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향후 성형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39%는 '반드시 할 것', 47.6%는 '상황이 되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답했다. '절대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해당 병원은 "성형수술이 자기관리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몸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한쪽에서는 섹스어필을 강요받고, 또 한쪽에서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긴 결과,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성형왕국'이 되었다. 국제미용성형외과의사협회(ISAPS)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형시장은 약 5조원 규모로 전 세계 성형시장(전체 21조원)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 1위다.

그런데 예비 성형 고객들이 성형을 하고 싶어 하는 부위는 얼굴뿐만이 아니다. 가슴과 엉덩이 등 옷을 입었을 때 태가 나는 부분은 물론이고, 평소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신체 부위에도 칼을 대고 있다고 한다. 한 성형업계 관계자는 소음순 성형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소음순 성형이 미용 행위로 각광받고 있다"며 "경제 불황의 여파에도 성기능과 관련한 수요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직 의사가 밝힌 사례는 더 구체적이다. 그는 "엄마가 자기 딸을 데려와 소음순 성형을 함께 상담할 정도로 여성성형이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의학기술의 발전, 매력적인 신체를 갖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 성에 대한 개방적인 인식 등이 함께 맞물린 결과다.

또 다른 성형업계 종사자는 우리나라 여성이 여성성형을 받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아내가) 자신감을 찾기 위해 남편 몰래 병원을 찾거나, 남편의 권유를 받거나, 바람피우는 배우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성형을 상담한다"면서 "여성은 살면서 노화 등으로 성기가 원형을 잃는데 (간단한 성형으로) 젊었을 때의 탄력을 되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 마디로 질 높은 성생활을 위해 성형을 한다는 것이다.

여성 줄이고 남성 늘리고…콤플렉스 극복
질 높은 성생활 화두 "아랫도리 성형 늘어"

그런데 성기성형만 놓고 보면 남성도 성형시장에 발을 들인 지 오래다. 음경확대술 등 일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남성은 상당수가 왜소한 음경으로 고민하고 있다.


과거 남녀관계에서 여성은 관계 만족도 등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했다. 남성 역시 자신의 작은 심벌을 알리는 게 창피스러워 쉬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여성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능동적인 요구를 하기 때문에 남성 입장에서 '성기 콤플렉스'에 시달릴 가능성은 과거보다 커졌다.

지난 18일 한 유력 일간지의 보도를 일부 인용하면 남성의 큰 음경은 질, 자궁경관과의 마찰범위를 늘리기 때문에 성적 쾌락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남성의 음경 사이즈가 실제 성적 만족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남성의 음경길이가 길수록 여성이 더 쉽게 오르가즘에 도달했다는 외국 연구 사례도 있다. 남성이 본능에 가깝게 크기에 집착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성에 눈을 뜬 20대 남성부터 30∼40대 돌싱남, 황혼 재혼을 앞둔 50대 이상의 장년층까지 성기능과 관련한 상담은 폭넓게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외과적 수술이 동반된다. 이제 갓 만난 여자친구의 쌍꺼풀수술은 두 눈 부릅뜨고 반대했던 남성이 성관계 실패 후 남성성형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듯 요즘은 남녀 간의 사랑마저 의료의 힘이 좌우하는 실정이다.

성기도 등급?

그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악용해 성형을 부추기는 세태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2년 전 한 여성은 출산 후 정기검진 차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원치 않는 수술을 유도를 받았다. "부부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으면 이참에 수술을 하라"는 권유였다.

또 다른 여성은 진료 중 '성기 모양이 다른 사람보다 예쁘다'는 칭찬인지 희롱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여성의 성기를 미의 기준으로 평가, 등급을 매기는 사람이 과연 정상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 사회가 아름다움을 놓고 병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젠 보통의 남성도 여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를 들락거리는 건 흔한 일이 됐다. 종국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성기도 생김새로 품평 받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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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