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방통위 스캔들 전말

'거사' 끝났지만 첩첩산중…도로 '최시중판'?

[일요시사=사회팀] 종편 재승인 후폭풍이 거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사업자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또 한 차례 종편을 둘러싼 고지전이 예고되고 있다. 같은 시기 조직을 비교적 무난히 이끌었던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낙마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장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거진다. 방통위를 둘러싼 마찰은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사업자(이하 종편)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한 가운데 '봐주기 심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9일 방통위는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31일 승인유효기간이 만료되는 <TV조선>, <JTBC>와 다음달 21일 승인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채널A> 등 4개 방송사업자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유효기간은 3년이다.

종편 재승인
거센 후폭풍

이날 상임위 의결에 앞서 야당추천 인사인 김충식 부위원장과 양문석 위원은 각각 종편 선정 심사위원들이 작성한 채점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고성이 오가던 회의는 야당 추천위원들이 심사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퇴장하면서 남은 세 위원(이경재·홍성규·김대희)의 전원 찬성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정치적 심사'였다는 방통위 안팎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회의 자리에서 양 위원은 "(종편 재승인 검토를 위한) 항목별 채점표를 방통위 사무국에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면서 의혹을 지폈다.

당시 양 위원은 "세부 채점표도 안 보고, 중간 총계도 모르고, 사무국이 만들어준 평가 문건만 보고 어떻게 심의를 하고 의결을 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종기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5월에 백서를 만들어 공개할 내용이지만 그 사항이 공개되면 심사위원의 인적사항 등 심사위원들이 개별적으로 곤란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논란을 없애고자 공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양 위원은 '상임위원의 적법한 권리행사'라는 취지로 채점표 공개를 촉구했다. 그는 "채점표를 보여주지 않으면 (점수)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압박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외부 비공개를 전제로 양 위원에게 채점표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당추천 인사인 홍성규 위원은 "만약 채점표를 공개할 경우 다음에는 아무도 종편 선정 심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의 날선 공방은 결국 채점표를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럼에도 '종편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은 불식되지 않았고 회의는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종편 재승인은 정부·여당이 추천한 3명의 위원만으로 우여곡절 끝에 의결됐다. 그러나 '퍼주기 채점' 의혹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야권의 공세는 점차 격화되고 있다.

종편 재승인 의결 십자포화…봐주기 심사 있었나
친박중진 이경재 중도경질 뒷말…야당과 친해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야당 측 간사인 유승희 의원(민주당)은 종편 재승인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심사 결과를 무효로 선언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또 유 의원은 종편 재승인 과정에 불거진 여러 의혹들에 대해 추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크건 작건 국회 안에서의 진통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국회 밖에서는 법적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 양 위원은 재승인 안건이 방통위를 통과한 다음날(20일) 언론 인터뷰를 갖고 "관련 공무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과 방통위의 재승인 의결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함께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종편발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고 국회나 법원으로 옮겨 붙고 있는 셈이다.


친박 이경재
경질 배경은?

때문에 방통위는 지난 이명박정부 때처럼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둘릴 공산이 커졌다. 최근까지 '이경재 체제'의 2기 방통위는 '최시중 체제'의 1기 방통위와 비교해 여야 합의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3월24일 취임한 뒤 방통위를 별다른 잡음 없이 이끌어왔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오랜 기간 신뢰를 다져왔기 때문에 방통위 안팎에선 그의 연임을 유력하게 내다봤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재신임에 대한 대통령 결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번 달 초부터 본격적인 교체설이 불거졌다.그러나 파행 운영된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2기 방통위는 전원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연임이 점쳐졌던 이 위원장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오는 25일을 끝으로 물러난다는 점이다. 친박 중진으로 알려진 그는 왜 청와대 눈 밖에 난 것일까.

일정대로라면 오는 26일 3기 방통위 출범에 맞춰 청와대는 최소 20일 전까지 차기 위원장을 지명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5일에도 이 위원장을 차기 위원장으로 유임한다는 언질은 없었다. 당시 이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대통령 인사권에 관한 문제로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이 위원장의 교체를 결심한 배경은 대외적으로 이동통신사를 컨트롤하는 문제, 구체적으로 말하면 휴대폰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과다지급 문제 개선을 꾸준히 방통위에 요구해왔다.

지난 2월 있었던 미래창조과학부 및 방통위 업무보고에서도 박 대통령은 "스마트폰 가격이 시장과 장소에 따라 몇 배씩 차이나고,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추운 새벽에 수백 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돼선 안 될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입법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 상임의원들이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들면서 표류했고, 같은 시기 이동통신사 3사의 불법 보조금 경쟁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청와대가 결심을 굳혔다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코드설'이 거론된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여당보다 야당에서 평가가 더 좋아 경질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언론보도를 살펴 보면 야당추천 인사인 김 부위원장과 양 위원은 이 위원장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같은 <동아일보> 출신이자 선후배 관계라는 묘한 인연이 있다. 최근 간담회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이 자신을 추켜세우자 "야당에서 칭찬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뼈있는 응수를 했다.

또 지난달 19일 있었던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 위원장은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직 KBS 앵커출신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임명된 것에 대해 "KBS 윤리강령에 위배됐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청와대의 인사에 부담을 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선거 앞두고
변수 급부상

이명박정부 당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부처인 방통위는 지난 정권 핵심실세인 최시중 전 위원장이 군림하며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이름 높았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로 상당 업무가 이관되면서 조직의 위상과 예산은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정치권이 가장 눈여겨보는 정부기관인데 그 이유는 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방통위는 언론장악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로 의심을 샀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과 관련한 상납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최 전 위원장이 힘을 받을수록 각 언론사 경영진은 최 전 위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회고했다. 또 그는 "현 정부 입장에서 이명박정권의 가장 큰 공로는 언론 환경을 권력을 쥔 편에 유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익혀 알려진 대로 종편 재승인은 선거를 앞둔 야권 입장에서 득이 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특히 비교적 '반야당' 성향이 뚜렷한 <TV조선>과 <채널A>의 존재는 다가올 지방선거의 중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한 보좌관의 말을 빌면 "종편을 놔두는 한 정권 탈환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야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그런데 여기서 종편을 감시·견제해야 할 방통위가 종편의 꼭두각시가 된다면 위기감은 곧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반대로 새누리당 입장에선 종편만큼 든든한 우군이 없다. 새누리당 한 보좌관은 "아무래도 정치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얼굴이나 말을 오랜 시간 노출시켜주는 매체를 찾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종편을 옹호한다기보다는 이해관계가 맞는 거고, 반대로 온라인 언론 생태계에서는 진보 쪽의 주장이 더 비중 있게 실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배경으로 정치권의 주된 관심은 '누가 방송 언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방통위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이들이 정부 통신정책을 좌우하기 때문이 아니라 언론정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험난한 인사청문회가 예고되는데 종편을 내준 야권은 최 내정자를 향한 검증의 수위를 높이면서 난국을 타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21일 최 내정자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최 의원은 "최성준 후보자가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관련한 사실을 공개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지난 2009년 어머니의 사망으로 6억300만원에 해당하는 주택을 상속받았음에도 상속세를 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 후보자 측은 후보자는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데 증빙이 빠져있어 실상을 파악 중인 것으로 답했다.

언론장악 놓고 여야 정치공방 격화
지방선거 앞두고 돌발 변수로 부상

하지만 최 의원은 "국세청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최 후보자가 납세한 현황을 증빙하기 위해 발급한 '납세사실증명 문서'에는 상속세를 납부한 사실이 없었다"며 "상속세법에 따른 세율을 적용하면 1억2000만원의 상속세를 납부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최씨가 20세이던 2005년 7000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동안 꾸준히 예금이 증가해 현재 1억4000만원의 예금재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세금을 납부한 사실이 없었다"며 "만약 세금 탈루가 아니라면 후보자는 최씨가 학생 또는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추궁했다.

최 내정자가 받고 있는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 의원은 '최 내정자 자녀의 세금 탈루 의혹'을 함께 제기하며 각을 세웠다. 최 의원은 "후보자 외동딸인 최씨의 예금재산이 1억4000만원에 이르는데도 증여세 납부사실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임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난항

이처럼 신임 방통위원장을 향한 검증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경우에 따라선 최 내정자가 낙마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법에는 정통하지만 방송이나 통신 영역에서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최 내정자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통위원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방통위 안팎에서 제기된다. 종편 재승인으로 시작된 '방통위 스캔들'은 출범을 앞둔 3기 방통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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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