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총장님 괴메일 추적

무차별 사생활 유포 '누가? 왜?'

[일요시사=사회팀] 서울 소재 A전문대학의 B총장과 일부 교수 간의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쌍방 고소·고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인 A전문대학은 최근 "B총장이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B총장은 과거 민주당 중진급 인사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경력으로 눈길을 끄는데 이 때문에 도를 넘는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일요시사> 앞으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서울 소재 A전문대학 B총장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메일이다. 메일 안에는 B총장의 수상한 부동산 투자 등을 문제 삼은 내용이 A4 2장 분량으로 빼곡했다. 그들은 누구고 왜 투서를 유포하고 있는 것일까.

메일의 진실은?

<일요시사>는 메일의 진위 여부가 궁금했다. 한 언론 관계자는 "비슷한 내용의 투서가 여러 매체로 발송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도 이 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메일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A전문대학 B총장의 전횡이 극에 달했음에도 교육부, 법무부, 검찰 어느 한 기관도 비정상의 정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지난 6개월 동안 교육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이 2014년 3월 서울 한 경찰서로 고소장이 접수됐다. A전문대학 소속 여교수는 성추행 혐의로 B총장을 고소했다. 여교수는 B총장의 개인 오피스텔로 두 차례 방문하는 과정에서 인내 범위 밖의 성추행을 당했다. 여교수는 본인의 신분이 초빙교수였기 때문에 임명권을 쥔 B총장의 방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내용은 녹음을 했다.'

B총장의 프로필은 호사가들이 군침을 흘릴 만큼 화려하다. 그는 민주당 중진급 인사의 후원회장이었으며,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때 각각 영향력 있는 공직을 맡았다. 또 유명 언론매체의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B총장과 관련한 배경은 '공인'으로 손색없다. 하지만 그가 성추행으로 고발당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내막은 무엇일까.


메일을 발송한 3곳은 모두 시민단체다. 이들은 보수 성향으로 설립 이래 전교조 추방 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또 최근에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들 단체 중 한 곳은 이름 있는 교수·변호사 등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들은 명의만 제공했을 뿐 실무진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작은 규모의 한 단체는 홈페이지를 찾기 힘든데 각종 성명서에만 명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 단체는 주로 보수적인 아젠다로 목소리를 내왔다. 때문에 이들이 B총장을 조준한 배경에 의문이 들었다. B총장이 야권과 가까운 인사라 정치공세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사실에 입각한 주장"이라며 "정치 성향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일축했다.

이들 단체 중 한 관계자는 "B총장이 성추행으로 고소된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B총장 측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여교수와 합의, 지금은 고소가 취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교육기관의 수장으로서 성추문에 휩싸인 것만으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녹음 파일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A전문대학 교수들이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이 모든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모 전문대 총장의 여교수 성추행 내용 담겨
교내 알력서 비롯된 실체 없는 음해성 투서

여교수와 친분이 있는 A전문대학 한 교수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고소 이후 학교 측이 압력을 행사해 여교수가 고소를 취하했다"고 말했다. 또 "B총장이 부임한 후 학내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B총장과 관련한 성추문 의혹은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게재돼 있다. 한 지방 음악제에 B총장이 여자 교수 2명과 동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B총장이 신체접촉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내용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음악제 프런트 측에 연락했다. 프런트 측은 "B총장이 개인 신분으로 음악제를 자주 찾은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A전문대학 한 관계자는 "당시 동행한 여자 교수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해당 여자 교수가 의혹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아 만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기자와 통화한 A전문대학의 또 다른 교수는 "최근 고소장을 제출한 여교수 역시 고소를 취하한 후 주변과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건 당사자들이 차례로 발을 빼는 상황. 어찌된 일일까.


B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양모씨와 통화했다. 양씨는 "고소장 접수 후 이틀 만에 고소가 취하됐고,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면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고소를 사주한 배후가 있었다"며 "그들이 학교를 압박할 구실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씨의 말을 종합한 사건 개요는 이렇다. 앞서 의혹을 제기한 모 교수와 시민단체 등은 학교와 B총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형사 고발됐다. 그들은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렇듯 사건이 불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자 협상을 위한 카드로 여교수를 회유해 논란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A전문대학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취재한 기자는 "지난해부터 해당 학교의 교수협의회 측과 양씨를 포함한 경영진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재단 적립금의 용처 등과 관련한 공방이 이번 사건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흙탕 싸움

그러나 교수협의회 측은 "학교가 여러 루트를 동원해 기사화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도리어 학교가 우리를 탄압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학교 측은 "일련의 사건들을 자꾸 띄우려고 주도하는 세력들은 B총장을 몰아내고 교내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라며 "과도한 의혹 제기로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교육부에서조차 문제학교로 낙인찍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엄한 A전문대학 학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받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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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