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MLB 3인방' 류현진·추신수·윤석민

시작되는 꿈의 무대 “출격 준비 완료!”

[일요시사=사회팀] 야구인들의 축제, 꿈의 무대라 불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메이저리그 경기 소식에 야구팬들은 벌써부터 설렌다. 특히 ‘코리안 3인방’의 거침없는 활약이 예상되면서 올 시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곧 마운드에 오를 류현진·추신수·윤석민 선수의 빛나는 성적을 기대해본다.

어느덧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이 다가왔다. 미국 본토 개막일은 오는 31일이지만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2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999년부터 야구 흥행과 세계화를 위해 일본·멕시코·푸에르토리코 등 해외에서 정규리그 개막전을 실시해왔다.

올해의 개막전은 호주에서 열린다. 호주에서 개막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따스한 봄날씨와 함께 찾아온 메이저리그 개막이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올해는 류현진(27·LA다저스)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슈퍼코리안 3인방’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메이저리거 3인방

[류현진]

류현진은 시범경기 3경기 만에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선보이며 2년차 징크스 우려를 날렸다. 코리안 빅리거 중 가장 믿음직한 행보라는 평가다. 류현진은 세 번째 시범경기 등판인 지난 11일 애리조나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8대8)에 선발로 나와 5이닝을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막았다.


5회 초 선두타자 마이클 테일러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려 솔로홈런을 내줬다. 삼진 4개를 뺏는 동안 볼넷은 1개뿐이었고 몸에 맞는 공은 없었다. 류현진의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70개의 공으로 5회를 책임지며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충분히 입증한 것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내가 가진 모든 구종(직구·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을 던졌다. 전체적으로 낮게 제구돼 만족한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편안하다. 호주 선발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LB닷컴도 “류현진이 견고한 투구로 5이닝을 막았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17일 콜로라도전에서 한 번 더 던진 뒤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 23일 개막 2차전에 나간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통해 좋은 경기를 보여줬지만, 허니컷 코치는 “체인지업에 대한 상대팀의 연구가 충분한 만큼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사실 류현진은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서 하던 식으로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다 초반 스타트가 좋지 못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의 두둑한 신뢰를 쌓았다.

오는 23일 오전 11시 애리조나와 호주 개막 2차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주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 몸 풀기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 합류 전부터 다소 슬림해진 몸으로 자신의 노력을 보여줬다. 날렵해진 몸으로 변해서일까. 시범경기서도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볼 끝에 힘이 느껴질 정도다. 10kg 이상 감량했다고 알려진다.

다저스 트레이너는 “류현진이 무거운 몸으론 충분히 러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걸 안 것 같다.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야 한 시즌을 버티는 체력이 완성되는 만큼 류현진이 체력 보강 차원에서 감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버페이스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선수로 알려진 만큼 스스로 조절을 잘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보다 커브나 슬라이더 등 제3의 구종이 더 힘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2년 한화 좌완 류현진 LA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한 MLB 전문가는 “미국 무대가 어떤 곳인데 한국 투수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반대로 류현진은 지난해 엄청난 성적을 냈다. 막강 다저스 선발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즌 내내 선발을 지키며 192이닝을 던져 14승 8패 154탈삼진 평균자책 3.00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맹활약으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1위를 차지해 디비전시리즈까지 올랐다. 지난 시즌 한 MLB 전문가는 ‘운’이라며 그를 평가절하 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적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 보다 확실하게 준비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한 시즌에
한국인 3명이나

[추신수]

추신수는 지난 13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를 통해 ‘이상적인 톱타자’라는 극찬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추신수는 선구안과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능력, 볼넷을 이끌어내는 능력, 상대 투수를 지치게 하는 능력을 고루 갖췄다”며 “출루율의 가치가 높아진 지금 추신수는 이상적인 톱타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다.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을 맺으면서 ‘1억달러의 사나이’라 불렸다.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다. 초대형 계약을 했지만 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계약 후에도 오전 5시30분에 가장 먼저 출근할 정도로 초심을 잃지 않았다. 론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는 전형적 톱타자의 예”라며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호평했다.

‘슈퍼코리안’ 올 시즌 긍정적 전망 이어져
“매운맛 보여준다” 빛나는 성적·활약 기대

그러나 추신수는 ‘FA로이드 후유증’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야구계에서도 통용되는 FA로이드 후유증은 FA 대형 계약을 체결한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 첫해 부상과 부진으로 헤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서일까. 추신수는 가장 빨리 캠프에 합류해 몸을 풀고 있다. 아침일찍 나와 웨이트트레이닝과 캐치볼, 타격 훈련을 이어가며 매일같이 훈련을 반복한다.

추신수는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다. 이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아메리칸리그 투수와 겨뤄봤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상을 겪어봤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출루율 4위를 기록하며 출루 기계로서 명성도 떨쳤다. 신시내티 톱타자로 타율 0.285와 홈런 21개, 도루 20개, 타점 54개를 남겼고 0.423의 높은 출루율 보였다.

텍사스는 추신수에게 ‘잭팟’을 안기며 우승 꿈을 부풀리고 있다. 텍사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다. 시범경기 스타트는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에도 허벅지와 허리 통증으로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실전에서는 달랐다. 추신수는 다년 계약으로 여유있게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초반에 다소 부진하더라도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그의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단기간에 보여주지 못할 경우 그 이상의 비난을 각오해야 하는 게 메이저리그다. 언론과 여론은 항상 그를 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추신수의 타율은 0.176(17타수 3안타)이다.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곧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 정상까지 올라온 추신수 특유의 의지와 집중력이 있기에 순탄한 출발이 예상된다.


한편, 추신수는 지난 12일 뉴욕타임스 지면 하단 광고 ‘BULGOGI?’라는 제목에 추신수 선수가 웃는 모습으로 젓가락에 불고기 한 점을 들고 독자들에게 권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번 광고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에 ‘한식광고 월드투어’를 하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추신수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격 준비 ‘이상무’
컨디션 조절이 관건

[윤석민]

윤석민은 볼티모어와 3년간 최대 1325만달러(약 140억5000만원)에 계약하고 지난달 입단했다. 꿈의 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윤석민은 지난달 19일 볼티모어와 공식 입단식을 갖고 다음날인 20일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중이었던 그는 “훈련이 즐겁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계약 이전부터 꾸준히 공을 던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고 “야구는 (다 같은) 야구다”라는 말로 한국 무대에서의 9년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류현진과 추신수를 바라볼 때가 조금 다르다. 윤석민의 성공을 확신하는 쪽은 “류현진이 미국에서 통했다면 윤석민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류현진은 한국에서 7년 내내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윤석민은 9년 동안 10승 이상을 거둔 적이 2번뿐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민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계약 협상과는 상관없이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개인 훈련을 했고, 어깨 상태도 어느 때보다 좋다. 빅리그 선발을 맡는다면 반드시 그 기회를 잡아 풀타임 선발 투수를 꿰차겠다”고 말했다.

윤석민의 보직은 불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선발은 이르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우발도 히메네스를 비롯해 크리스 틸먼, 미겔 곤잘레스, 천웨인 등 선발진이 이미 구색을 갖춘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댄 규켓 부사장은 윤석민의 선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시범 경기 일정 중 윤석민이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선발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저스 시절 박찬호를 지도하기도 했던 데이브 훨러스 볼티모어 투수코치는 “윤석민이 박찬호보다 미국 문화와 야구에 대한 이해력이 높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류] 2년차 징크스는 없다
[추] 팀내 핵심타자로 우뚝
[윤] 마운드 자리잡기 시동

물론 불안감도 배제할 수는 없다. 월러스 코치는 “통역을 통해도 선수의 의도가 맞는지 항상 의문이 든다”며 “언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올시즌에 한해 마이너리그 강등 옵션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무사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하지만 그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비자 문제로 실전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볼티모어 구단은 지난 11일 “윤석민의 비자 발급 절차가 마무리돼 14일 스프링 캠프가 있는 플로리다주 사라소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번주 시범경기에서 그의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민은 직구가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윤석민의 주무기는 고속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지만 원하는 선발을 꿰차기 위해서는 치열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투구수와 별개로 언제나 힘있는 모습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물론 충분히 그럴 만한 선수로 평가받지만, 계약 협상 기간이 거의 석달이나 걸린 데다 비자 문제까지 겹쳐 상대적으로 충분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보단 기대감이 크다. 좋은 기회가 온 만큼 절박함을 안고 시즌을 맞는다면 놀라운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의 몸 상태는 곧바로 실전 마운드에 올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첫 등판에 1.5군 정도를 상대하게 될 전망이어서 심리적 부담감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추 초심유지
윤, 눈도장 절실

3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한 시즌에 동시 출격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구팬들은 3명의 선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렇듯 슈퍼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의 멋진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깊은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다. 바로 KBO(한국야구위원회)다.

윤석민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마냥 좋지는 않은 표정이다. 지난해 2년 연속 7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한 KBO는 흥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꼽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류현진, 추신수였다. 실제로 지난해 MLB 시청률은 한국 프로야구 시청률을 넘어섰다.

국내 야구팬들이 KBO보다 MLB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거기에 윤석민까지 진출하게 됐으니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서중부에서 활약하는 류현진과 추신수에 이어 동부에서 뛸 예정인 윤석민까지 생각하면 한국 프로야구가 서서히 힘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할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편, 탬파베이 내야수 이학주와 시애틀 1루수 최지만도 생존경쟁도 주목할 만하다. 마이너리그에서 각각 6년, 4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이들은 올해 빅 리그 입성을 목표로 땀 흘리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성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학주는 11일 보스턴전 1타수 1안타로 시범경기 타율이 0.500(8타수 4안타)이 됐다.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곧 제대로 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1경기에 1∼2타석씩 나설 뿐이지만 잠재력이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의 최지만도 9경기에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와 3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언론들의 평가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주가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USA투데이>는 “22살의 최지만은 지난해 세 번의 승격을 거쳐 트리플A 무대까지 올라왔다. 타석에서의 침착함이 예전의 몇몇 실망스러운 부분보다 나아졌다”고 상승세를 짚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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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