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골프장을 위한 필수조건 무엇

자연을 잘 살리거나 혹은 코스에 공들이거나…

최근 미국의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베스트코스로 부상하는 골프장엔 세 가지 특징이 두드러졌다. 장엄한 자연을 잘 살렸거나, 코스에 공들인 흔적이 뚜렷하거나, 골프계에 공헌도가 높은 코스들이다.

2013 톱50 중 제주도·강원도가 각 7곳
‘관광자원 개발’ 논리, 링크스 코스 등장

국내에서 바다에 가장 가까이 접한 코스는 1989년 개장한 제주도의 중문컨트리클럽이었다. 14번 홀(파4)과 이어진 15번 홀(파5)에서는 오른쪽 페어웨이 옆으로 중문 앞바다 절벽에서 바다를 조망했다. 15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뒤로 돌아 ‘바다를 향해 볼을 한 개씩은 치고 가야 제 맛’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절벽 밑에서 물질하는 해녀의 민원이 심해지자 골프장은 급기야 캐디로 하여금 바다로 샷하는 골퍼를 단속했다.

자연에 묻히는 이율배반적 코스

그 당시엔 국내 해안가에 코스가 들어선다는 건 꿈도 못 꿨다. 심지어 ‘북한군이 침투할 수 있으니 안 된다’는 안보논리까지 작용했다. 대부분의 국내 코스는 일본 정원처럼 숲속에 앉혀진 파크랜드이거나 산허리를 뭉텅 깎아낸 마운틴 스타일이었다. 자연을 파괴하면서 들어가 자연에 묻히는, 이율배반적인 코스 조성이 당시엔 주류였다.
하지만 외국에서 골프를 경험한 골퍼가 늘면서 캘리포니아의 태평양에 면한 페블비치나 사이프러스포인트처럼 그린 옆으로 파도가 출렁이는 코스가 주는 장엄함이 코스의 이상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물론 <골프다이제스트>가 외국의 수많은 링크스와 시사이드 코스를 골퍼에게 꾸준히 소개하면서, 코스를 보는 수준과 안목을 높여놓은 점도 부정할 수 없다.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해안선에 다가간 코스가 국내에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시뷰(Sea View)이거나 오션뷰(Ocean View)로, 멀찍이 바다가 보인다는 정도였다. 태안비치나 힐튼남해처럼 시사이드(Sea Side)라 해도 수직 콘크리트 제방을 따라 한두 개 홀이 바다와 접하는 게 전부였다.
천연의 해안선을 따라 코스를 조성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수많은 여론의 역풍과 현실성의 장벽에 부닥쳤다. 코스 조성 과정에서 환경 평가, 도시계획위원회 등 인허가를 관장하는 기관에서 ‘수산자원 보호구역에서는 해안선 200미터’ ‘동식물 보호구역에서는 해안선 50미터’라는 기준을 강제했다. 또한 환경단체가 ‘코스에 뿌릴 농약이 바다로 흘러가면 어찌할 것인가’라는 논리를 들이대면 해안선코스 구상은 언제 그랬냐 싶게 사그라졌다. 국내에 링크스, 혹은 시사이드는 이래저래 불가능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해안선 근처엔 코스를 못 만든다’라는 논리는 거세져만 갔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는 다도해는 물론 리아스식 해안에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 많다. 첨단의 코스 조성 노하우가 도입되면서 코스는 다시 바다 쪽으로 전진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 보존’보다는 ‘관광자원 개발’ 논리가 우세하면서 해안가를 낀 코스가 최근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남 파인비치와 거제 드비치에서 보듯, 다도해와 어우러진 한국적 자연환경을 잘 살린 코스가 등장하는 것이다.
파인비치는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홀이 들고난다. 바다 건너 샷을 해야 하는 홀이 나온다. 캘리포니아 해안가 바위섬을 향해 샷을 하고, 바다 절벽을 건너 치는 사이프러스포인트와 같은 스타일의 코스다. 제주도 중문에서 먼 바다를 향해 볼을 날리고 아쉬움을 달래던 골퍼의 열망이 여기서는 코스 안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좋은 코스는 ‘경험과 공들임’ 공통분모
거스르지 말고 잘 어우러지면 높은 평가

드비치에서는 코스 앞바다에 김 양식장이 펼쳐진다. 클럽하우스에서 조망하자면 통영, 마산, 창원이 뱃길로 내다보인다. 툭 튀어나온 반도를 따라 18홀이 오밀조밀 들어앉았다. 세 개의 파3홀이 모두 바다를 향해 내리꽂듯 샷 하는 구조다. 통통배를 타고 드나드는 어부를 보면서 샷을 하고, 임시 선착장까지 내려가 활어 횟감을 흥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비치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바다 끝까지 홀이 뻗어나가지 못한 건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발견되어 해안선과 50미터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환경영향평가 때문이었다.
국내에선 파인비치와 드비치가 대표적이지만,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코스의 핫 트렌드를 들여다보면 바다라는 웅장한 자연 환경에다 코스를 조성한 골프장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뉴질랜드의 케이프 키드내퍼스(Cape Kidnappers), 카우리 클리프스(Kauri Cliffs), 호주 태즈매니아의 반부글 듄스(Barnbougle Dunes), UAE 아부다비의 야스링크스(Yas Links), 멕시코 디아만테(Diamante) 등이 모두 천연 해안선이라는 자연을 코스에 끌어들이고 필드와 녹여낸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 모두 개장 10년 미만의 코스다. 역사성이나 전통으로 높은 순위에 오른 게 아니라 해안선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다양한 설계 노하우 모두 담아낸 코스

그러한 자연을 코스에 활용한 것이 바다뿐일까. 산도 자연환경의 요소다. 올해 베스트 코스에 든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 핀크스, 롯데스카이힐은 한라산과 산방산, 그리고 제주 앞바다의 자연을 가장 잘 아우르고 있는 코스들이다. 새롭게 베스트코스에 진입한 롯데스카이힐 스카이-오션 코스는 거의 대부분의 홀에서 백록담의 장관을 보거나, 제주 앞바다의 햇볕에 반사되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2013년 톱50 코스 중에 7곳이 제주도에서 나왔고, 7곳이 강원도에서 배출됐다. 코스 설계자는 ‘좋은 코스가 나오기 위한 최고의 조건이 입지’라고 입을 모은다. 산과 바다라는 자연 속에 코스가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앉혀졌을 때 골퍼는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베스트로 뽑힌 코스에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어우러진 곳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부지 면적에서 최고의 레이아웃과 정성이 깃든 웰메이드 코스가 또 하나의 트렌드다.
올해 베스트코스에 새로 진입한 곳 중에는 유독 새로 문을 연 코스가 많다. 이중에는 여주와 이천의 트리오인 해슬리나인브릿지, 블랙스톤이천, 휘닉스스프링스와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에 250여 곳의 코스를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는 송도에 본인의 다양한 설계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은 코스를 만들어냈다. 직사각형의 네모나고 평평한 매립지라는 극도로 제한된 조건 아래, 그는 좁으면서 난이도 높은 그린 에리어, 마운드와 수림, 인조 암반을 최대로 이용해 홀 간 독립성과 난이도를 높인 토너먼트 코스를 창조해냈다.
자연 속에 휴식터를 조성하는 기존의 코스 조성 방식과는 달리, 마천루를 배경으로, 옆 도로와의 차폐(遮蔽)와 안전까지 고려하면서 홀이 이어지는 점 등 ‘도심 속 골프장’의 모델을 제시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제주 클럽나인브릿지의 후광을 입은 골프플랜의 데이비드 데일은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도 다양하고 전략성 높은 홀을 창조했다. 다소 좁은 듯한 코스 부지지만 인공 암반을 활용하면서 시각적인 장대함을 주려했다. 자연스러움을 높은 가치로 여기는 골프 코스에 인공 암반을 활용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이제는 세월이라는 옷이 도드라짐을 충분히 감싸면서 자연스럽게 안착되어가고 있다.
거기에다 골프장의 섬세한 공들임이 더해졌다. 카트 길에도 인조 잔디를 심어 불규칙 바운스를 없애고 시각적인 자연 환경을 만들려 한 점과, 18개 홀의 그린 밑으로 서브에어와 하이드로닉 시스템을 설치해 한 겨울이나 장마에도 최상의 플레이 조건을 제공한다는 점 등 코스에 대한 아끼지 않는 투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높은 안목과 정교한 공들임

블랙스톤이천은 블랙스톤제주의 설계가인 브라이언 코스텔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만하다. 계단식 그린은 핀 포지션에 따라 티 샷과 어프로치를 달리해야 하는 다양성을 제공하고, 커다란 벙커가 확실한 상과 벌의 요소로 작용한다. 또 억지스러운 홀 흐름이나 뭉텅 깎아낸 법면이라곤 찾을 수 없다. 제주가 천혜의 자연 환경의 덕을 보았다면, 이천은 오로지 코스 조형만으로 자연 속에 편안하게 묻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설계부터 공사, 조형(셰이핑·Shaping), 마 무 리 작 업 (매니큐어링·Manicuring), 그리고 조경까지 이어지는 눈썰미 높은 안목과 정교한 공들임의 산물이다.
평창의 휘닉스파크에 이어 보광이 선보인 휘닉스스프링스는 짐 파지오가 한국에서 작업한 첫 번째 코스다. 다양한 오르막 내리막에 다이내믹한 벙커 조성이 뛰어나다. 마운드와 나무와 홀 레이아웃이 차폐 기능을 훌륭하게 하고 있어 독립적이다. 이곳 역시 조형과 마무리 손질이 뛰어난 점은 ‘파지오’ 가문의 특징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을 지낸 오너 홍석규 회장의 안목이 만난 합작품이라 할 만하다.
베스트 코스에 새로 진입한 여주와 이천의 트리오 모두 제주도와 강원도에서 베스트 코스를 조성해본 모기업이 자신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끌어올린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이전의 코스가 모두 좋은 자연 환경 속에서 탄생했다면, 이후의 코스는 경험과 공들임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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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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