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골프장을 위한 필수조건 무엇

자연을 잘 살리거나 혹은 코스에 공들이거나…

최근 미국의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베스트코스로 부상하는 골프장엔 세 가지 특징이 두드러졌다. 장엄한 자연을 잘 살렸거나, 코스에 공들인 흔적이 뚜렷하거나, 골프계에 공헌도가 높은 코스들이다.

2013 톱50 중 제주도·강원도가 각 7곳
‘관광자원 개발’ 논리, 링크스 코스 등장

국내에서 바다에 가장 가까이 접한 코스는 1989년 개장한 제주도의 중문컨트리클럽이었다. 14번 홀(파4)과 이어진 15번 홀(파5)에서는 오른쪽 페어웨이 옆으로 중문 앞바다 절벽에서 바다를 조망했다. 15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뒤로 돌아 ‘바다를 향해 볼을 한 개씩은 치고 가야 제 맛’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절벽 밑에서 물질하는 해녀의 민원이 심해지자 골프장은 급기야 캐디로 하여금 바다로 샷하는 골퍼를 단속했다.

자연에 묻히는 이율배반적 코스

그 당시엔 국내 해안가에 코스가 들어선다는 건 꿈도 못 꿨다. 심지어 ‘북한군이 침투할 수 있으니 안 된다’는 안보논리까지 작용했다. 대부분의 국내 코스는 일본 정원처럼 숲속에 앉혀진 파크랜드이거나 산허리를 뭉텅 깎아낸 마운틴 스타일이었다. 자연을 파괴하면서 들어가 자연에 묻히는, 이율배반적인 코스 조성이 당시엔 주류였다.
하지만 외국에서 골프를 경험한 골퍼가 늘면서 캘리포니아의 태평양에 면한 페블비치나 사이프러스포인트처럼 그린 옆으로 파도가 출렁이는 코스가 주는 장엄함이 코스의 이상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물론 <골프다이제스트>가 외국의 수많은 링크스와 시사이드 코스를 골퍼에게 꾸준히 소개하면서, 코스를 보는 수준과 안목을 높여놓은 점도 부정할 수 없다.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해안선에 다가간 코스가 국내에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시뷰(Sea View)이거나 오션뷰(Ocean View)로, 멀찍이 바다가 보인다는 정도였다. 태안비치나 힐튼남해처럼 시사이드(Sea Side)라 해도 수직 콘크리트 제방을 따라 한두 개 홀이 바다와 접하는 게 전부였다.
천연의 해안선을 따라 코스를 조성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수많은 여론의 역풍과 현실성의 장벽에 부닥쳤다. 코스 조성 과정에서 환경 평가, 도시계획위원회 등 인허가를 관장하는 기관에서 ‘수산자원 보호구역에서는 해안선 200미터’ ‘동식물 보호구역에서는 해안선 50미터’라는 기준을 강제했다. 또한 환경단체가 ‘코스에 뿌릴 농약이 바다로 흘러가면 어찌할 것인가’라는 논리를 들이대면 해안선코스 구상은 언제 그랬냐 싶게 사그라졌다. 국내에 링크스, 혹은 시사이드는 이래저래 불가능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해안선 근처엔 코스를 못 만든다’라는 논리는 거세져만 갔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는 다도해는 물론 리아스식 해안에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 많다. 첨단의 코스 조성 노하우가 도입되면서 코스는 다시 바다 쪽으로 전진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 보존’보다는 ‘관광자원 개발’ 논리가 우세하면서 해안가를 낀 코스가 최근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남 파인비치와 거제 드비치에서 보듯, 다도해와 어우러진 한국적 자연환경을 잘 살린 코스가 등장하는 것이다.
파인비치는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홀이 들고난다. 바다 건너 샷을 해야 하는 홀이 나온다. 캘리포니아 해안가 바위섬을 향해 샷을 하고, 바다 절벽을 건너 치는 사이프러스포인트와 같은 스타일의 코스다. 제주도 중문에서 먼 바다를 향해 볼을 날리고 아쉬움을 달래던 골퍼의 열망이 여기서는 코스 안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좋은 코스는 ‘경험과 공들임’ 공통분모
거스르지 말고 잘 어우러지면 높은 평가

드비치에서는 코스 앞바다에 김 양식장이 펼쳐진다. 클럽하우스에서 조망하자면 통영, 마산, 창원이 뱃길로 내다보인다. 툭 튀어나온 반도를 따라 18홀이 오밀조밀 들어앉았다. 세 개의 파3홀이 모두 바다를 향해 내리꽂듯 샷 하는 구조다. 통통배를 타고 드나드는 어부를 보면서 샷을 하고, 임시 선착장까지 내려가 활어 횟감을 흥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비치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바다 끝까지 홀이 뻗어나가지 못한 건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발견되어 해안선과 50미터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환경영향평가 때문이었다.
국내에선 파인비치와 드비치가 대표적이지만,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코스의 핫 트렌드를 들여다보면 바다라는 웅장한 자연 환경에다 코스를 조성한 골프장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뉴질랜드의 케이프 키드내퍼스(Cape Kidnappers), 카우리 클리프스(Kauri Cliffs), 호주 태즈매니아의 반부글 듄스(Barnbougle Dunes), UAE 아부다비의 야스링크스(Yas Links), 멕시코 디아만테(Diamante) 등이 모두 천연 해안선이라는 자연을 코스에 끌어들이고 필드와 녹여낸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 모두 개장 10년 미만의 코스다. 역사성이나 전통으로 높은 순위에 오른 게 아니라 해안선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다양한 설계 노하우 모두 담아낸 코스


그러한 자연을 코스에 활용한 것이 바다뿐일까. 산도 자연환경의 요소다. 올해 베스트 코스에 든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 핀크스, 롯데스카이힐은 한라산과 산방산, 그리고 제주 앞바다의 자연을 가장 잘 아우르고 있는 코스들이다. 새롭게 베스트코스에 진입한 롯데스카이힐 스카이-오션 코스는 거의 대부분의 홀에서 백록담의 장관을 보거나, 제주 앞바다의 햇볕에 반사되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2013년 톱50 코스 중에 7곳이 제주도에서 나왔고, 7곳이 강원도에서 배출됐다. 코스 설계자는 ‘좋은 코스가 나오기 위한 최고의 조건이 입지’라고 입을 모은다. 산과 바다라는 자연 속에 코스가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앉혀졌을 때 골퍼는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베스트로 뽑힌 코스에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어우러진 곳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부지 면적에서 최고의 레이아웃과 정성이 깃든 웰메이드 코스가 또 하나의 트렌드다.
올해 베스트코스에 새로 진입한 곳 중에는 유독 새로 문을 연 코스가 많다. 이중에는 여주와 이천의 트리오인 해슬리나인브릿지, 블랙스톤이천, 휘닉스스프링스와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에 250여 곳의 코스를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는 송도에 본인의 다양한 설계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은 코스를 만들어냈다. 직사각형의 네모나고 평평한 매립지라는 극도로 제한된 조건 아래, 그는 좁으면서 난이도 높은 그린 에리어, 마운드와 수림, 인조 암반을 최대로 이용해 홀 간 독립성과 난이도를 높인 토너먼트 코스를 창조해냈다.
자연 속에 휴식터를 조성하는 기존의 코스 조성 방식과는 달리, 마천루를 배경으로, 옆 도로와의 차폐(遮蔽)와 안전까지 고려하면서 홀이 이어지는 점 등 ‘도심 속 골프장’의 모델을 제시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제주 클럽나인브릿지의 후광을 입은 골프플랜의 데이비드 데일은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도 다양하고 전략성 높은 홀을 창조했다. 다소 좁은 듯한 코스 부지지만 인공 암반을 활용하면서 시각적인 장대함을 주려했다. 자연스러움을 높은 가치로 여기는 골프 코스에 인공 암반을 활용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이제는 세월이라는 옷이 도드라짐을 충분히 감싸면서 자연스럽게 안착되어가고 있다.
거기에다 골프장의 섬세한 공들임이 더해졌다. 카트 길에도 인조 잔디를 심어 불규칙 바운스를 없애고 시각적인 자연 환경을 만들려 한 점과, 18개 홀의 그린 밑으로 서브에어와 하이드로닉 시스템을 설치해 한 겨울이나 장마에도 최상의 플레이 조건을 제공한다는 점 등 코스에 대한 아끼지 않는 투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높은 안목과 정교한 공들임

블랙스톤이천은 블랙스톤제주의 설계가인 브라이언 코스텔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만하다. 계단식 그린은 핀 포지션에 따라 티 샷과 어프로치를 달리해야 하는 다양성을 제공하고, 커다란 벙커가 확실한 상과 벌의 요소로 작용한다. 또 억지스러운 홀 흐름이나 뭉텅 깎아낸 법면이라곤 찾을 수 없다. 제주가 천혜의 자연 환경의 덕을 보았다면, 이천은 오로지 코스 조형만으로 자연 속에 편안하게 묻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설계부터 공사, 조형(셰이핑·Shaping), 마 무 리 작 업 (매니큐어링·Manicuring), 그리고 조경까지 이어지는 눈썰미 높은 안목과 정교한 공들임의 산물이다.
평창의 휘닉스파크에 이어 보광이 선보인 휘닉스스프링스는 짐 파지오가 한국에서 작업한 첫 번째 코스다. 다양한 오르막 내리막에 다이내믹한 벙커 조성이 뛰어나다. 마운드와 나무와 홀 레이아웃이 차폐 기능을 훌륭하게 하고 있어 독립적이다. 이곳 역시 조형과 마무리 손질이 뛰어난 점은 ‘파지오’ 가문의 특징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을 지낸 오너 홍석규 회장의 안목이 만난 합작품이라 할 만하다.
베스트 코스에 새로 진입한 여주와 이천의 트리오 모두 제주도와 강원도에서 베스트 코스를 조성해본 모기업이 자신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끌어올린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이전의 코스가 모두 좋은 자연 환경 속에서 탄생했다면, 이후의 코스는 경험과 공들임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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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