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생지옥"…500명 죽었다

부산 지역 최대 인권유린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당시 군사정부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3500명에 달하는 여성·노인·장애인·아동 등을 불법 감금토록 한 한국판 홀로코스트다.

형제복지원이란 수용소에 갇힌 이들은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는 물론 살해와 암매장까지 당했다.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는 주체는 민간이었지만 실제 정책을 수립·장려하고 보조금을 지급한 당사자가 정부 기관이란 점은 국가에게 책임소재가 있음을 드러낸다.

지난해 10월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집을 보면 형제복지원 사건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당시 형제복지원에는 약 3500명의 부랑인, 여성, 노인, 장애인, 아동이 수용되어 있었으며, 12년간 죽어나간 사람만 531명에 달했다.

하지만 그 사망원인은 지금껏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죽은 원생들은 복지원 인근에 암매장되거나 각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가는 등 두 번 죽임을 당했고, 진상 조사과정에서 시신 한 구당 300만∼500만원을 받고 팔았다는 원생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당시 연 20억원이 넘는 정부예산을 받았지만 형편없는 의식주 생활로 단순한 수용에 지나지 않았으며, 수용인(원생)들은 힘겨운 강제노역과 줄빠따·통닭구이와 같은 일상적인 폭행·고문에 시달렸다. 이들은 강제노역을 위해 수시로 다른 지역 수용소에 보내졌는데 이 과정에서 곡괭이로 몸을 찍는 등의 잔혹한 폭력이 벌어졌다.

아동은 적절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고 각종 작업장에 배치되어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다. 여성들은 권력을 가진 직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이때의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얻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어 죽음에 이르는 상황이 반복됐고, 형기 없는 감옥 생활에 지나지 않는 암울함에 자해를 해도 죽게 놔두었다. 도망가다 잡혀오면 매를 때렸는데 심각한 구타로 사망한 사람이 확인됐다. 살아남은 형제복지원 수용인들은 한 목소리로 그날의 기억을 '생지옥'이라고 증언했다.

 

<형제복지원 생존자의 증언>
"계단서 굴려 낙태…아니면 때려서 낙태"


형제복지원 생존자인 정주희(가명)씨는 입소 당시 10살이었다. 그녀는 1982년 봄에 입소한 뒤 1987년 형제복지원이 폐쇄하면서 퇴소했다. 다음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정씨가 증언한 내용 일부다.

"일요일에는 교회 가서 예배를 봤어요. 박인근이 목사였어요. 누가 아프다고 하면 사람들이 와서 배를 만지면서 막…. 당시에는 그게 아픈 걸 낫게 해주려는 건가 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성추행이었어요. 배 만지고 밑에 이렇게 하고. 지금도 잊히지 않고 기억나는 사람이 있는데 박봉석이라고.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지냈는데 애들한테 '아휴 예쁘다' 그러면서 가슴 만지고 밑에 성기도 만지고 그랬어요. 저도 그 피해자 중 하나고. 성관계까지는 몰랐는데 했다는 애들도 많더라고요. 특히 그 사람은 정신지체인 말고 멀쩡한 성인 여자들을 자기 사택에 데려가 그렇게 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김충열. 이 사람도 착해보였는데 여성들을 유린했다고 해요. 그땐 임신이 뭔지를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배가 이렇게 있었다가 어느 날 홀쭉해져 있고…. 그런 언니들이 있었어요. 들은 소문에 의하면 거기가 워낙 넓잖아요. 계단이 굉장히 많아요. 계단에 굴려가지고 낙태를 시키거나 아니면 때려서 낙태를 시키거나. 배가 나온 임신한 여자들을 상당히 많이 봤어요. 한 언니가 맞아서 뒹굴었는데 하체에서 피가 흘렀어요. 배가 홀쭉해진 사람들은 애를 낳아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애를 낳는 거 본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그때 애를 낳아도 못 살아남는 애들이 많았어요. 죽은 애들을 묻은 것 같은 조그만 작은 무덤이 이렇게 있었어요. 23소대(당시 형제복지원은 군대 용어를 사용했다) 철창 쪽에서 보면 무덤이 하나씩 생기는 게 보였어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