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죽어나간' 형제복지원 원장 재산 추적

생지옥서 벌어 1000억 숨겨뒀다

[일요시사=사회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활발한 입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서울과 부산에서 시민을 상대로 서명을 받으며,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발생한 형제복지원의 비극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러나 비극을 잉태한 형제복지원의 박인근은 여전한 침묵 속에 있다. 전두환정부와 결탁해 피의 대가로 돈을 불린 박인근 일가의 재산을 들여다봤다.

부산역에서 울산 방향으로 40여분을 차로 달리면 신시가지 개발이 한창인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굽이진 산길을 거슬러 올라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차가운 쇠창살과 덤불 위로 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와 완벽히 격리된 그곳엔 사람이 있었다.

형제복지원 사건
끝나지 않은 고통

형제복지원의 후신인 실로암의집은 여전히 건재하다. 건물 외벽에는 믿음·소망·사랑이란 문구가 또렷하다. 1991년 12월16일 설립된 실로암의집에는 47명의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실로암의집을 운영하고 있는 법인은 형제복지지원재단(이하 형제재단)이다. 형제재단은 무연고 장애인과 여성·아동 등을 불법 감금해 강제노역을 시키고 구타와 고문, 성폭행, 암매장 등으로 수용인 531명의 목숨을 앗아간 '형제복지원 사건'의 당사자 박인근 원장(이하 박인근)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법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던 박인근은 출소 후 법인 이름을 재육원, 욥의마을, 형제재단 등으로 수차례 바꾸면서 복지사업과 수익사업을 병행했다.


1929년에 태어난 박인근은 2011년 4월7일까지 형제재단에서 이사로 활동하면서 사우나, 해수온천,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했다. 이후 형제재단은 박인근의 3남 박천광 이사(이하 박천광)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한 관계자는 박천광이 형제재단을 물려받은 이유에 대해 "장남과 차남은 전처의 자식이라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형제재단은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실로암의집을 운영하면서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다. 5년 평균 한 해 10억원의 예산이 법인 운영비, 장애인 생계급여 등을 명목으로 형제재단에 지원된다.

출소 후 법인명 바꾸면서 복지·수익사업
재산 불려 2010년 전후 자녀들에게 상속

실로암의집과는 별개로 박인근은 영리를 위한 사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굴렸다. 비교적 최근까지 형제재단은 사상해수온천과 빅월드레포츠센터라는 수익업체를 갖고 있었다.

지난 6일 발급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형제재단은 2004년 1월 사상해수온천이 자리한 토지와 5층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하지만 사상해수온천의 지번상 토지는 2012년 12월 부산시에 압류됐고, 2013년 4월과 8월에는 각각 건물이 압류됐다. 지난해 10월2일 해당 토지와 건물은 한꺼번에 임의 경매돼 채권의 소유가 한 은행에 넘어갔다. 박천광은 이렇듯 재산을 처분하고 있었다.
 

사상해수온천은 정상 운영 중이었다. 기자는 사상해수온천의 실질 소유자인 박천광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사님은 자리에 안 계시다"는 말만 들었다. 해당 토지와 건물은 2009년 6월 100억여원의 은행 대출을 위한 담보로 사용된 전력이 있다.

빅월드레포츠센터 역시 정상 운영되고 있었다. 찜질방과 불가마, 사우나, 헬스 시설을 갖춘 빅월드레프츠센터는 2002년 1월 형제재단이 토지 및 건물을 전부 매입했다가 2011년 12월 A사로 소유권 일체가 이전됐다. A사는 노인을 상대로 한 서비스센터를 운영했던 법인으로 사회복지시설을 겸하고 있는 형제재단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박인근이 수사를 받을 때 일부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들이 앞장서 구명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그들은 '박인근은 부산에서 좋은 일을 한 사람'이라며 '시대가 어쩔 수 없어 그랬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횡령·사기 혐의
박인근 부자 기소

2012년 9월 부산시는 법인의 재산 매각 대금을 개인용도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박인근을 형사고발했다. 당시 박인근은 법인 재산을 매각한 대금 중 36억여원을 공사비 지출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며 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 14억53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형제재단은 사회복지법인이기 때문에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상 재산의 매매·증여·교환·임대·담보제공 등 처분과 관련한 사안은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박인근은 사상해수온천의 수익금 12억원가량을 유용하거나 장기차입을 명목으로 시의 허가를 받아 빌린 16억4000만원을 용도를 알 수 없는 곳에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은 이로부터 1년이 지나서야 사건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인근 부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하여 횡령한 돈이 18억40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지난해 12월 국고보조금 1억77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박인근 부자를 추가 기소했다. 같은 혐의로 생활지도원 김모씨와 형제재단도 피고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건은 지난 1월13일 법원에 접수됐다.

박인근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무자격자인 김씨를 물리치료사인 것처럼 속여 부산 기장군으로부터 1억27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박인근은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김씨를 결원이 생긴 물리치료사로 둔갑시켰다. 본래 김씨는 생활지도원으로 고용돼야 했지만 생활지도원은 정원이 초과돼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을 박인근은 악용했다. 또 박인근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후에도 아들 박천광과 공모해 같은 수법으로 보조금 5000만원을 추가로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박인근 부자는 횡령과 사기사건 등에 연루된 상황이다. 그렇지만 햇수로 2년이 지났음에도 형제재단에 대한 행정·사법당국의 조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부산시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형제재단의 경우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산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외부 감사를 도입하고, 법인이사 7명 중 4명을 공익이사로 선임하는 등 재단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도록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법인의 노력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법인의 모든 운영에 지자체가 간섭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곳곳에 부동산
자녀가 받았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부산시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한 관계자는 "만약 형제재단을 해산하면 요양시설을 행정기관으로 귀속시키거나 다른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운영권을 이양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까다로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형제재단이 장기차입 허가를 받을 때 부산시에서 편의를 봐준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거액을 대출받는 과정에서도 부산 지역 유력 정치권 인사가 거론될 정도로 박인근 일가와 연관한 정·관계 유착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인근은 "돈으로 여러 인사를 구워삶았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의 막대한 부가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일각에선 박인근 일가의 재산을 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박인근의 재산은 2010년을 전후로 그의 자녀들에게 폭넓게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

부랑인들 모아 감금하고 강제 노역
사망 500명 등 3000여명 피해 집계
폭행고문에 성폭행…진상규명 착수

먼저 큰딸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회복지법인 신양원은 박인근이 형제재단 소유의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 일부가 흘러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인근은 지난 2008년 신양원 산하의 대안학교 신영중·고교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2010년 학교 운영권을 첫째 딸에게 넘겼다. 사실상 증여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첫째 딸 사위가 목사인데 거제도에 있는 교회가 박인근의 재산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골프연습장도 박인근의 재산으로 유명하다. 박인근은 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차명으로 송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해당 골프연습장은 박인근의 셋째 딸과 사위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인근이 둘째 사위를 위해 병원을 지어줬다는 의혹도 있다. 부산에서 울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병원은 의사 신분인 사위가 운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 박인근은 부산·울산·경주 등 동남권 곳곳에 부동산을 소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동산 중 일부는 매각을 거쳐 형제재단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됐다.


박인근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박천광 역시 대표이사에서 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형제재단은 박인근 부자의 후광이 워낙 강한 터라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재단 운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거둘 수 없다.

실로암의집
해결책 없나

실로암의집은 기자의 방문취재를 거부했다. 실로암의집 관계자는 "우리는 말할 것이 없다"며 "장애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설득 끝에 실로암의집과 관련한 한 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복수 제보자는 "실로암의집을 방문했을 때 교회 간판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요양시설에 특정 종교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건 불법이다. 해당 교회는 박인근 일가의 돈세탁 창구로 의심됐다.

하지만 실로암의집은 "지난 부산시 감사 때 지적 받은 뒤 지금은 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로암의집은 형제재단과 다르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로암의집이 있는 지번상 토지와 건물은 모두 가압류가 들어온 상황이다. 부산시 장애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실로암의집 시설에서 근무하는 선생님 대부분은 여자인데 실로암의집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장애인은 모두 남자"라며 "여기서 오는 고충도 헤아렸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기자는 실로암의집에서 내려오며 주위를 둘러봤다. 차도로 한참을 내려가서야 간신히 인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설에서 빠져나온다 한들 어디로도 빠져나갈 곳은 없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 무렵까지 그곳에서 살았다는 한 장애인은 "도망치면 반드시 잡혀와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다만 지금은 과거와 같은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요양인들을 대하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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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