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부자 ‘의문의 피살’ 전말

어떤 원한이기에…머리만 내리쳤나

[일요시사=사회팀] 3000억대 재력가로 소문난 송모(67)씨가 자신이 소유한 4층짜리 상가 건물 3층 관리사무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머리에는 10여 차례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었다. 매우 잔인하게 살해된 것이다. 송씨는 상가를 포함해 주변에 호텔과 사우나, 예식장, 다세대 주택 건물 등을 소유한 자산가로 알려졌다. 그는 한때 인근건물과 대형식당을 소유한 재일교포 이모씨의 재산관리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3000억대의 재력가인 송모(67)씨가 자신이 소유한 S빌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경찰에 따르면 3일 오전 3시19분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 3층 관리사무소에서 송씨가 숨져 있는 것을 그의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부인이 발견

송씨는 머리에 10여 차례 둔기에 맞아 잔인하게 살해된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송씨의 부인은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가보니 관리사무소 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송씨가 발견된 건물 CCTV를 통해 그가 이날 0시50분쯤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 시각 이후부터 약 2시간30분 사이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숨진 송씨가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출혈이 심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송씨는 이미 사망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가 발견된 건물은 본인 소유의 S빌딩이었다. 구체적인 장소는 3층. 폐업한 헬스장을 관리사무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건물 경비원은 “CCTV에 수상한 사람이 있었다”며 “까만 모자를 쓰고 하얀 마스크를 하고 장갑도 끼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가 숨진 채 발견된 이 건물에는 20여개의 임대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송씨는 이 S빌딩 외에도 20여 층 규모의 인근 화곡동 E호텔과 4층 규모의 B웨딩홀, 다세대주택건물 등을 소유한 자산가로 알려졌다.

송씨는 강서구 일대에서 ‘신생재벌’이라 불릴 정도로 잘나가던 부자였다. 그는 한때 내발산동 대형식당과 인근 호텔을 소유하고 있던 재일교포 이모씨의 재산관리인으로 활동하다 매매계약서와 영수증을 위조해 이씨의 1000억원대 재산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이씨가 사망한 뒤 재산처리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사기혐의로 기소돼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송씨는 거액의 재산 형성과정에서 이씨의 서류와 인감을 위조해 재산을 가로챈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사기혐의에 대해서는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사문서위조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송씨가 살해된 건물 인근의 한 상점 주인은 “송씨가 복잡한 부동산분쟁에 얽혀 있어 골치 아파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씨가 수천억원대의 재력가라는 사실과 재산분쟁이 있었다는 점, 살해 방식이 잔인한 점 등을 토대로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송씨의 주변인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강서구 재력가 자신 건물서 숨진 채 발견
무려 10여 차례 둔기 맞아 잔인하게 살해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송씨가 사업을 크게 한 만큼 원한관계에 의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사람도 여러 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씨 빈소가 차려진 신촌의 한 병원 장례식장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병원 관계자들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대낮에 40대 건설업자가 피살된 지 하루 만에 60대 재력가가 피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시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일 강남 피살사건은 고급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30대 남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이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3일 오후 3시15분께 서초동 L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이모(38)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왼쪽 허리와 목 부분을 흉기에 찔린 이씨는 곧바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착하기 전 이미 숨졌다. 경찰은 이씨가 채권·채무 관계에 있던 고향 선배 조모(39)씨와 조씨의 지인과 사업관련 내용을 상의하기 위해 일행 한 명과 함께 이 아파트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지인은 이 아파트 주민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씨는 전남 지역에서 사채업과 예식장업을 해왔고, 이씨와 조씨는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현장을 비롯한 아파트 주변 CCTV를 분석하고 숨진 이씨의 일행을 조사하는 한편 조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했다. 용의자 조씨는 이씨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다가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정다툼’ 전력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유서에 “미안해요 엄마. 내가 이씨를 살해했다. 이씨의 유족들에게도 미안하다”는 내용을 남겼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조씨가 이씨로부터 사업자금을 빌린 후 갚지 못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고 알려졌다. 조씨가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채무관계 원한으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결론짓고 관련 수사를 종결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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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