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2팀]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경제혁신 계획에 대한 평가는 구체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천과제가 지나치게 빈약하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 전반에 필요한 주치를 두루 담았지만, 새로운 내용보다는 기존에 나온 대책을 종합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2017년에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 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 4만불 시대로 가는 초석을 다져 놓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474'(경제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 비전이다. '474'는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궁극적인 목표다.
야권에서는 474공약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MB정부의 747공약(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이 이륙도 못하고 사라지더니 박근혜정부에서 474로 환생한 것 같다"며 "국민과 동떨어진 '별에서 온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474정책 역시 전시행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재벌 살찌우기
정부는 이번 개혁에서 규제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나친 규제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년 전부터 박근혜정부가 강조해왔던 경제민주화 정책이 사라지면서 복지 공약도 없어진 것이다.
재벌그룹이 골목상권에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 규제까지를 완화한다면 양극화는 심화될 전망이다. 규제완화로 인해 대기업이 성장하더라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과거 70년대에는 대기업이 투자를 하면 중소기업으로 파급되고 고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이 성장한다고 해서 고용까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투자조차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R&D (연구개발) 공공투자 확대 정책에도 경제 전문가들은 의문을 자아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R&D투자를 5%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매년 약 13조원을 추가 투자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국내 R&D 공공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R&D 투자의 수혜를 받았다. 결국 재벌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실감 없는 장밋빛 청사진 지적
실천 과제도 지나치게 빈약 허점
새 내용 없고 기존대책 보강수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공공부문 개혁 시도는 각광을 받고 있다. 문제는 공기업 낙하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개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임원 자격요건 기준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구체화된 내용은 없었다. 다양한 공공기관 개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공공기관의 부채 200%로 감축 계획에 대한 정교한 대안마련은 없는 상태다.
역대 정권에서도 공공기관 부채와 공적연금 문제점을 해결하려 팔을 걷어붙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수혜자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단지 의지만으로는 개혁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또한 코스닥 분리 문제를 두고 청와대, 기획재정부, 업계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요약보고서'에는 코스닥을 한국거래소에서 실질적으로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코넥스 상장기업이 코스닥으로 단기간 내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신속이전상장제도'와 '야간 달러선물시장' 도입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 계획에는 이런 항목이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코스닥 분리 운영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관련법상 코스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기가 어렵다는 절차상의 이유 때문이다.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 코스닥이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코스닥은 2005년 거래소에 통합된 이후 침체했다. 규제 등 시장 운영방식이 유가증권시장과 비슷해지면서 벤처기업 자금 조달이라는 코스닥 시장의 취지가 흐려진 것이다.
가계부채 악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합리화'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LTV와 DTI 손질은 그동안 부동산 업계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발표 당일까지도 LTV와 DTI에 대한 내용 포함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 악화로 이어질 소지가 큰 탓이다.
금융당국조차 LTV와 DTI의 평균수치를 고려할 때 대출규제를 전반적으로 풀면 가계부채의 질과 양 모두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현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한 라디오를 통해 "지금도 일부지역에 투기가 우려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 이런 상황에 최후보루인 LTV와 DTI 규제마저 풀어버리면 또다시 집 사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은 대체적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의 부채를 늘려서 정부는 시장의 버팀목으로 삼겠다는 얘기다"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LTV와 DTI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제혁신' 정치권 반응은?
정치권에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총리는 "정부 부처 어느 캐비넷 속에 있던 철 지난 문건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국민 트릭"이라고 표현했다. 천 대표는 "잘 살펴보면 '3년 안에 3만불을 넘어 4만불로 가는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썼다"며 "3만불과 4만불의 거리는 아주 멀다"고 비판했다.
보수성향의 언론마저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사설에서 "대부분의 세부 정책들은 이 정부가 집권 후 작년 초 내놓은 140개 국정 과제나 각 부처의 업무 보고 내용과 겹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란 점"이라며 "공공부문 개혁은 역대 정부 모두 큰소리쳤다.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경제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과거 추격형 전략의 한계와 비정상적 관행에 발목 잡혀 저성장 늪에 빠졌다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대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단단히 마음먹고 다시 뛰는 만큼 국회도 여야가 합심해 관련 법안이 적기에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