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 항소 노림수

40억 다 내라고? 1원이라도 깎는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와 처남 이창석씨가 1심에서 수십억원의 벌금을 맞은 뒤 나란히 항소해 눈길을 모은다. 검찰은 이들이 자진납부한 추징금 외에도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숨겨놓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재용씨 등은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 이들의 항소는 단순한 시간벌기일까, 아니면 노림수가 있는 고도의 책략일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50)씨와 처남 이창석(63)씨가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 25일 법원에 따르면 재용씨와 이씨의 변호인은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김종호)에 지난 1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추징 작업 박차

같은 날 검찰 역시 이들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형량과 벌금 액수가 적다고 판단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따라서 재용씨와 이씨의 벌금 납부는 항소심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미뤄지게 됐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06년 경기 오산시 양산동 토지 28필지를 445억원에 매각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를 허위로 신고하여 27억71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용씨 등은 28필지를 토지대금 325억원, 임목비 120억원으로 각각 나누어 매매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몄고, 거래 과정에서 임목비를 제외한 가격으로 토지를 넘긴 것처럼 조세당국을 속였다.

당초 검찰은 이들이 토지를 585억원에 거래하고도 계약가를 445억원으로 낮춰 신고했다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심리 과정에서 실제 매매대금이 445억이었다는 재용씨 측의 주장을 받아 들여 동일한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법원은 재용씨 등이 임목비를 허위로 계상해 거액의 양도세를 포탈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용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는 벌금 40억원이 나란히 부과됐다.

선고 직전 재용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고액의 벌금을 낼 수 없는 처지"라며 임목비 산정과 관련한 추가 심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변호인이 제출한 입증 방향과 무관하게 이 사건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재용씨 측 요구를 기각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한 조사 과정에서 (조세 포탈이) 밝혀졌고, (전두환 일가가) 추징금을 전액 납부키로 한 만큼 양형에 반영해 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별히 양형에 참작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23일을 기준으로 전 전 대통령이 내야 할 추징금 2205억원 중 현재까지 집행된 돈은 모두 955억원이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노정환 부장검사)은 추징금 집행을 위해 확보한 책임재산 1703억원 중 422억원을 환수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거둬야 할 미납 추징금만 1000억원이 넘는 셈이다.

판결 직후 재용씨는 "추징금이 성실하게 납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과 상의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항소로 재용씨의 '진정성'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용씨의 항소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1심 선고 직후 복수 언론은 "재용씨가 벌금 납부 대신 교도소 노역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그간 재용씨는 "부친의 추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벌금을 낼 돈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사법당국은 "재용씨 등이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노역이라도 시키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전재용·이창석 집유 선고 후 항소
"벌금 낼 돈 없다" 또 버티기 돌입
단순 시간끌기? 고도의 책략?


그런데 현행법상 노역은 3년으로 제한돼 있다. 벌금 40억원을 1000일 기준으로 분할하면 일당 400만원 상당의 노역이 된다. 일반적인 노역형은 일당 5만원으로 계산된다. 그리고 재용씨의 경우는 벌금을 완납한다고 했을 때 무려 250여년을 일해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상식을 벗어난 형벌이 되는 셈이다. 특히 다른 범죄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을 때 재용씨가 노역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재용씨는 진실로 벌금을 낼 돈이 없어서 항소한 것일까. 이를 두고 검찰과 재용씨 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검찰은 "무기명 채권 등을 추적한 결과 전두환 일가가 자진 납부한 추징금 외에도 수백억원대의 숨겨놓은 재산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두환 일가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인 셈이다.

하지만 재용씨는 "저는 들은 바 없고, 아는 바도 없다"며 '숨겨놓은 재산'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재용씨와 이씨는 포탈된 세액을 납부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재산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들이 갚은 돈은 13억원으로 전해진다. 또 재용씨 등은 "나머지 재산은 모두 압류돼 있어 은닉 재산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던 장남 재국씨조차 은닉한 미술품이 추가로 확인되는 걸 보면 재용씨의 진술은 다분히 신빙성이 의심된다.

검찰은 지난 23일 재국씨로부터 자진납부 형식으로 제출받은 미술품 44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두환 일가가 1703억원 상당의 책임재산을 내놓은 것과는 별개로 발견된 재산이다.

검찰은 경매회사와 화랑 등을 상대로 일가의 거래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국씨가 과거 매각을 시도한 미술품들이 현재까지 거래되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다. 재국씨는 검찰의 추궁이 이어지고 나서야 숨겨놨던 미술품을 꺼냈다. 검찰이 확보한 미술품 경매가는 최소 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일가가 반납한 책임재산 외의 숨겨둔 재산이 발견됨에 따라 재국씨 역시 따로 은닉한 재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아울러 '전두환 비자금'의 관리인인 이씨 역시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넘겨받은 돈이 최소 2000억원으로 알려진 만큼 "40억원을 납부할 수 없다"는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항소로 급한 불은 껐지만 재용씨 등은 또 다시 법정에서 검찰과 진실을 다퉈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검찰 한 관계자는 "(전씨 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주장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즉 향후 재판 과정에서 재용씨의 숨겨진 범죄 사실이 드러나 추가 기소될 확률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재산 더 있나

검찰의 입장과는 반대로 재용씨 등은 향후 벌금액을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용씨는 지난 2004년 167억 상당의 채권과 관련한 조세포탈 사건 당시 벌금액을 낮춘 전력이 있다. 대법원까지 간 뒤 파기 환송된 이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73억5500만원의 채권만 '전두환 비자금'으로 인정돼 재용씨 입장에서는 득을 봤다. 그러나 검찰의 추징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금, 재용씨의 노림수대로 재판이 흘러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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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