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핏줄' 친조카 성폭행 백태

짐승만도 못한 삼촌들

[일요시사=사회팀] 친조카 자매를 성폭행해 임신시키고 출산까지 하게 한 삼촌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또 며칠 간격으로 친형이 죽은 틈을 타 조카를 강간한 인면수심의 삼촌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꽃다운 10대 조카를 노린 이들의 짐승만도 못한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강도·감금·폭행 등 여러 종류의 강력범죄가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범죄는 성폭력이다. 살인에 버금가는 악질 범죄의 대명사인 성폭력은 분노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흔히 성폭력하면 흉악한 얼굴을 한 괴한이 혼자 다니는 여성을 덮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는 사람이
더욱 무섭다

지난 1월16일 여성가족부는 전국 만 19세 이상 64세 미만 남녀 3500명을 조사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의 피해 정도가 심할수록 가해자는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간의 경우는 가해자의 60.1%가 피해자의 지인(친족 포함)이었다. 강간미수 역시 피해자의 61.4%가 가해자와 안면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와 가까웠던 애인, 동네사람, 학교 선후배, 직장상사 및 동료 등은 순간의 욕정으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이처럼 성폭력은 범행 전 피해자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상당수 가해자가 된다. 때문에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고통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조카자매 삼촌 성폭행으로 임신
10대 언니·동생 나란히 출산

특히 피해자와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피해자로 하여금 이런 피해 사실조차 숨기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지난 23일 청주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46)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김씨에게 신상정보 10년 공개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을 함께 선고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던 김씨는 경합범으로 모두 18년을 감옥에서 살게 됐다.

김씨는 당시 10대였던 친조카 자매를 상습 성폭행한 중범죄자다. 이들 자매는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각각 아이를 출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씨)의 범행으로 나이 어린 친조카가 임신해 출산까지 하고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는 등 죄질이 매우 나빠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 고통과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좌절감의 크기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김씨의 죄는 마땅히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조카인데
성노리개로

미혼인 김씨는 충북 음성에 있는 친형 집에서 2011년부터 더부살이를 했다. 친형 부부는 맞벌이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는데 자연스레 김씨는 조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는 '악마'가 됐다.  2011년 11월 김씨는 당시 15살이던 A양을 무참히 성폭행했다. A양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누구도 김씨의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 김씨의 범행은 한 달 새 3차례나 반복됐다.

김씨의 악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A양의 동생도 성폭행했다. 동생의 나이는 고작 13살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A양에게 그랬던 것처럼 동생을 2차례 더 성폭행했다.

김씨의 범행 이후 이들 자매는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범행으로부터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A양과 동생의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김씨의 범행은 A양의 학교 담임교사에 의해 드러났다. A양의 배가 불러오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교사가 A양과 면담을 한 것이다. 발견 당시 A양은 임신 8개월이었다. 손을 쓰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던 것. 뒤늦게 확인한 A양의 동생 역시 만삭의 몸이었다. A양이 먼저 원치 않는 출산을 했고, 동생은 A양의 뒤를 이어 아이를 낳았다.

형수 일간 사이 몹쓸짓
친형 죽은 뒤 또다시…

어린 나이에 출산의 고통까지 겪은 자매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양의 동생은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동생의 건강을 고려해 A양의 사건만 먼저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촌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그 사회적 비난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후 검찰은 동생의 진술을 확보해 김씨를 한 번 더 기소했다.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선 김씨는 징역 8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김씨는 모두 18년을 복역하게 됐다.

친조카를 성노리개로 삼은 '못된 삼촌'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구에서는 친형의 어린 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대구지검 형사3부(이태형 부장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4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2013년까지 경북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친조카(현재 11세)를 4차례 성폭행하고, 1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B씨는 지난해 초 친형(피해아동 아버지)이 숨진 뒤에도 조카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다문화가정을 꾸린 친형과 형수,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중 형 내외가 집을 비운 사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B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구속을 피하기 위해 알코올중독자 행세를 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B씨의 위장 입원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경찰은 사건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대구지검 형사3부 소속 최성겸 검사는 B씨의 입원 경위를 수상쩍게 여겨 직접 정신병원으로 찾아갔다. 이어 B씨가 가짜 환자임을 밝히고, B씨를 구속했다.

검찰이 B씨를 구속한 날, 바로 옆 재판장에선 어린 조카딸 자매를 강제추행한 이모(58)씨가 중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최월영)는 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58)씨에게 징역 8년과 함께 신상정보공개 10년, 전자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수년간 같이 살던 10대 초반의 조카자매를 상대로 지속적인 성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대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위협과 함께 조카 자매의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아버지를 잃은 뒤 함께 생활하던 어린 조카딸을 수차례 성추행하거나 성폭행 시도를 했고 동생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는 등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주체 못한 욕정
살인까지 저질러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는 삼촌이 조카를 범하는 친족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이란 이유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족은 없는 것만도 못한 악의 굴레다. 또 남의 가족사란 이유로 주변에서 쉬쉬하는 사이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 모든 피해자 중 1.1%만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즉 성폭력 피해자의 100명 중 99명은 수사기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또다시 범죄에 노출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 1월13일 이혼한 전처의 10대 조카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모(48)씨에게 강간살인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오씨는 1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2월22일 오후 8시께 진천군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전처의 조카 C(17)양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는 자신의 집으로 놀러온 C양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오씨는 C양이 완강히 저항하자 이성을 잃었고, C양이 도망가려 하자 뒤쫓아가 살해했다. 만취 상태였던 오씨는 조카를 죽인 뒤에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끝까지 추행하는 등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정신감정서와 범행 당시 만취해 있었던 정황을 종합해보면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나 그런 상황에서 저지른 성범죄도 감경사유에서 제외하는 성폭력 특례법에 따라 감형하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오씨는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감형을 위해 노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 잃은 자매 특정 부위 만지작
전처 조카가 저항하자 목 졸라 살해

욕정에 눈 먼 삼촌들 때문에 꽃다운 10대 소녀들은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물론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었다. 또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딸과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동안 가슴에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불행히도 친족 간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찰 집계 기준 1994년 121건으로 보고됐던 친족 강간은 2008년 293건, 2010년 369건을 거쳐 2012년에는 520건으로 늘었다. 직계가족이 저지른 성폭행도 적지 않겠지만 삼촌에 의한 성범죄 역시 친족 성범죄의 한 축을 이룬다.

대다수 피해자
아동과 청소년

친족 강간의 대다수 피해자는 아동·청소년이다. 가해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저항력이 약한 아동·청소년이 성욕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친족 성범죄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친족 간 성범죄는 물증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 전의 일이라 수사기관 입장에서 이를 끄집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친족 성범죄를 외부로 드러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거나 덮어두기만 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주변에서 능동적인 대처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특히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간은 물리적 저항이 없어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에 비춰봤을 때 적극적인 신고와 사법당국의 엄중한 대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카 성폭행한 삼촌
단지 "사랑해서" 무죄?

10대 조카와 성관계를 맺은 20대 삼촌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임선지)는 미성년자인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남모(2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5촌 당숙이던 남씨를 이성으로 좋아했다는 조카 D양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D양은 1·2심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좋아하는 배우를 닮은 삼촌을 좋아했고, 성관계도 싫지 않았다. 과거에 자해를 한 행위도 삼촌에게 여자친구가 있어서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서운했기 때문이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이어 "가출을 자주 해서 부모님에게 혼날까봐 무서워서 처음 경찰에 진술할 때 삼촌의 핑계를 댄 것"이라고 번복 경위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D양의 진술을 받아들이는 한편 1심에서 남씨가 제출한 자백 취지의 반성문에 대해 '어린 조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된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는 남씨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남씨에 대한 의존관계나 그 밖의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진술을 허위로 번복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남씨가 합의 하에 (조카와)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남씨는 지난 2012년 여름부터 자신의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조카(당시 13세)를 성폭행하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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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