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핏줄' 친조카 성폭행 백태

짐승만도 못한 삼촌들

[일요시사=사회팀] 친조카 자매를 성폭행해 임신시키고 출산까지 하게 한 삼촌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또 며칠 간격으로 친형이 죽은 틈을 타 조카를 강간한 인면수심의 삼촌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꽃다운 10대 조카를 노린 이들의 짐승만도 못한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강도·감금·폭행 등 여러 종류의 강력범죄가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범죄는 성폭력이다. 살인에 버금가는 악질 범죄의 대명사인 성폭력은 분노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흔히 성폭력하면 흉악한 얼굴을 한 괴한이 혼자 다니는 여성을 덮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는 사람이
더욱 무섭다

지난 1월16일 여성가족부는 전국 만 19세 이상 64세 미만 남녀 3500명을 조사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의 피해 정도가 심할수록 가해자는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간의 경우는 가해자의 60.1%가 피해자의 지인(친족 포함)이었다. 강간미수 역시 피해자의 61.4%가 가해자와 안면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와 가까웠던 애인, 동네사람, 학교 선후배, 직장상사 및 동료 등은 순간의 욕정으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이처럼 성폭력은 범행 전 피해자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상당수 가해자가 된다. 때문에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고통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조카자매 삼촌 성폭행으로 임신
10대 언니·동생 나란히 출산


특히 피해자와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피해자로 하여금 이런 피해 사실조차 숨기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지난 23일 청주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46)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김씨에게 신상정보 10년 공개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을 함께 선고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던 김씨는 경합범으로 모두 18년을 감옥에서 살게 됐다.

김씨는 당시 10대였던 친조카 자매를 상습 성폭행한 중범죄자다. 이들 자매는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각각 아이를 출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씨)의 범행으로 나이 어린 친조카가 임신해 출산까지 하고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는 등 죄질이 매우 나빠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 고통과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좌절감의 크기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김씨의 죄는 마땅히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조카인데
성노리개로

미혼인 김씨는 충북 음성에 있는 친형 집에서 2011년부터 더부살이를 했다. 친형 부부는 맞벌이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는데 자연스레 김씨는 조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는 '악마'가 됐다.  2011년 11월 김씨는 당시 15살이던 A양을 무참히 성폭행했다. A양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누구도 김씨의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 김씨의 범행은 한 달 새 3차례나 반복됐다.

김씨의 악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A양의 동생도 성폭행했다. 동생의 나이는 고작 13살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A양에게 그랬던 것처럼 동생을 2차례 더 성폭행했다.


김씨의 범행 이후 이들 자매는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범행으로부터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A양과 동생의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김씨의 범행은 A양의 학교 담임교사에 의해 드러났다. A양의 배가 불러오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교사가 A양과 면담을 한 것이다. 발견 당시 A양은 임신 8개월이었다. 손을 쓰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던 것. 뒤늦게 확인한 A양의 동생 역시 만삭의 몸이었다. A양이 먼저 원치 않는 출산을 했고, 동생은 A양의 뒤를 이어 아이를 낳았다.

형수 일간 사이 몹쓸짓
친형 죽은 뒤 또다시…

어린 나이에 출산의 고통까지 겪은 자매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양의 동생은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동생의 건강을 고려해 A양의 사건만 먼저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촌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그 사회적 비난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후 검찰은 동생의 진술을 확보해 김씨를 한 번 더 기소했다.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선 김씨는 징역 8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김씨는 모두 18년을 복역하게 됐다.

친조카를 성노리개로 삼은 '못된 삼촌'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구에서는 친형의 어린 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대구지검 형사3부(이태형 부장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4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2013년까지 경북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친조카(현재 11세)를 4차례 성폭행하고, 1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B씨는 지난해 초 친형(피해아동 아버지)이 숨진 뒤에도 조카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다문화가정을 꾸린 친형과 형수,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중 형 내외가 집을 비운 사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B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구속을 피하기 위해 알코올중독자 행세를 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B씨의 위장 입원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경찰은 사건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대구지검 형사3부 소속 최성겸 검사는 B씨의 입원 경위를 수상쩍게 여겨 직접 정신병원으로 찾아갔다. 이어 B씨가 가짜 환자임을 밝히고, B씨를 구속했다.

검찰이 B씨를 구속한 날, 바로 옆 재판장에선 어린 조카딸 자매를 강제추행한 이모(58)씨가 중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최월영)는 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58)씨에게 징역 8년과 함께 신상정보공개 10년, 전자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수년간 같이 살던 10대 초반의 조카자매를 상대로 지속적인 성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대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위협과 함께 조카 자매의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아버지를 잃은 뒤 함께 생활하던 어린 조카딸을 수차례 성추행하거나 성폭행 시도를 했고 동생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는 등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주체 못한 욕정
살인까지 저질러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는 삼촌이 조카를 범하는 친족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이란 이유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족은 없는 것만도 못한 악의 굴레다. 또 남의 가족사란 이유로 주변에서 쉬쉬하는 사이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 모든 피해자 중 1.1%만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즉 성폭력 피해자의 100명 중 99명은 수사기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또다시 범죄에 노출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 1월13일 이혼한 전처의 10대 조카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모(48)씨에게 강간살인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오씨는 1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2월22일 오후 8시께 진천군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전처의 조카 C(17)양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는 자신의 집으로 놀러온 C양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오씨는 C양이 완강히 저항하자 이성을 잃었고, C양이 도망가려 하자 뒤쫓아가 살해했다. 만취 상태였던 오씨는 조카를 죽인 뒤에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끝까지 추행하는 등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정신감정서와 범행 당시 만취해 있었던 정황을 종합해보면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나 그런 상황에서 저지른 성범죄도 감경사유에서 제외하는 성폭력 특례법에 따라 감형하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오씨는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감형을 위해 노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 잃은 자매 특정 부위 만지작
전처 조카가 저항하자 목 졸라 살해

욕정에 눈 먼 삼촌들 때문에 꽃다운 10대 소녀들은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물론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었다. 또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딸과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동안 가슴에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불행히도 친족 간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찰 집계 기준 1994년 121건으로 보고됐던 친족 강간은 2008년 293건, 2010년 369건을 거쳐 2012년에는 520건으로 늘었다. 직계가족이 저지른 성폭행도 적지 않겠지만 삼촌에 의한 성범죄 역시 친족 성범죄의 한 축을 이룬다.

대다수 피해자
아동과 청소년

친족 강간의 대다수 피해자는 아동·청소년이다. 가해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저항력이 약한 아동·청소년이 성욕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친족 성범죄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친족 간 성범죄는 물증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 전의 일이라 수사기관 입장에서 이를 끄집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친족 성범죄를 외부로 드러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거나 덮어두기만 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주변에서 능동적인 대처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특히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간은 물리적 저항이 없어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에 비춰봤을 때 적극적인 신고와 사법당국의 엄중한 대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카 성폭행한 삼촌
단지 "사랑해서" 무죄?

10대 조카와 성관계를 맺은 20대 삼촌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임선지)는 미성년자인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남모(2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5촌 당숙이던 남씨를 이성으로 좋아했다는 조카 D양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D양은 1·2심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좋아하는 배우를 닮은 삼촌을 좋아했고, 성관계도 싫지 않았다. 과거에 자해를 한 행위도 삼촌에게 여자친구가 있어서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서운했기 때문이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이어 "가출을 자주 해서 부모님에게 혼날까봐 무서워서 처음 경찰에 진술할 때 삼촌의 핑계를 댄 것"이라고 번복 경위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D양의 진술을 받아들이는 한편 1심에서 남씨가 제출한 자백 취지의 반성문에 대해 '어린 조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된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는 남씨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남씨에 대한 의존관계나 그 밖의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진술을 허위로 번복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남씨가 합의 하에 (조카와)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남씨는 지난 2012년 여름부터 자신의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조카(당시 13세)를 성폭행하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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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