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좋고 임차인 좋은 “틈새시장 열린다”

  • 김해웅 heawoong@ilyosisa.co.kr
  • 등록 2014.02.24 1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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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관리업’ 대해부

지난 7일 도입된 ‘주택임대관리업’이 부동산 업계의 새로운 틈새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택을 전문적으로 임대·관리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이 임대주택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법 개정안 시행…등록 대상·기준 완화
민간 임대사업자 늘어 전월세난 해소 전망
 
대규모로 공급하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늘어나면 전월세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제혜택이 전무해 선진국처럼 임대관리업이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관리업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지난 7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임대관리업 등록 대상과 기준을 종전보다 완화했다.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은 100가구, 위탁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은 300가구 이상으로 사업을 하려는 경우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활성화?
아직 역부족 지적
 
등록요건으로는 자기관리형은 자본금 2억원과 전문인력 2명, 위탁관리형은 자본금 1억원과 전문인력 1명을 보유해야 한다. 종전 자기관리형은 등록요건이 자본금과 전문인력이 각각 5억원, 3명, 위탁관리형은 각각 2억원, 2명이었지만 업계 의견을 수렴해 문턱을 낮췄다.
주택임대관리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국토부 장관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는 자본금·사무실 확보를 증빙하는 서류, 전문인력의 요건을 증명하는 서류 등이다. 해당 지자체장은 요건을 확인한 후 등록증을 교부하고 임대인·임차인이 임대관리업자로 등록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그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만약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신청하면 주택임대관리업 등록이 말소된다. 등록 이후 3년간 영업실적이 없는 경우와 임대인·임차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영업정지 처분된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하려 할 때에는 위반행위와 금액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통지를 받은 임대관리업자는 30일 이내에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는 주택임대관리업자가 임대보증금에 대한 반환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증회사가 보증금을 반환하는 보증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보증상품의 가입을 증명하는 보증서를 제시해야 한다. 대한주택보증은 주택임대관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증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보증상품은 주택임대관리업자의 자본금·영업규모, 신용도 등을 반영해 차등화된 요율(1.08?5.15%)을 적용할 예정이다. 1등급은 월세 50만원 주택에 3개월분(150만원)의 계약이행을 보장하는 보증상품에 가입하면 연간 1만6200원의 보증료를 내면 된다.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상품은 보증금액의 0.06%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료로 납부해야 한다.
이밖에 개정안은 주택건설사업자 등록기준 중 사무실 구비요건을 현행 33㎡에서 22㎡ 이상으로 낮췄다. 또 조합사업의 투명성과 조합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주택법에 따라 공개해야 하는 계약서나 사업시행계획 밖 사업추진 과정에서 변경되는 사업비나 계약에 관한 사항도 공개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주택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이 신설돼 시설·임차인 관리에 부담을 느끼던 민간의 임대주택 시장 참여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관리업체에 주기로 한 세제상의 혜택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제도도입의 취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롤모델은 일본
월세 형성 관건
 
새로 시행된 주택임대관리업을 하겠다며 등록을 신청한 사업자는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서울 강남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임대관리업 도입 후 7일과 10일 이틀간 전국의 시·군·구에 접수된 등록 신청을 집계한 결과 모두 11곳이 등록을 신청했다. 주택임대관리업은 집주인(임대인)을 대신해 세입자(임차인)로부터 임대료를 징수하고 전·월세집을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는 업종이다.
유형별로는 자기관리형이 3곳, 위탁관리형이 6곳, 두 가지 유형을 모두 영위하겠다며 신청한 곳이 2곳이었다. 자기관리형은 임대관리업자가 전·월세집의 공실이나 임차료 미납 등의 위험을 떠안고 집주인에게 매월 정액의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임대관리업자도 관리 수수료를 정액제로 받는다. 위탁관리형은 이런 임대 리스크를 집주인이 지면서 임대관리업자는 매월 실제 들어온 임대료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게 된다.
지역별로는 자기관리형·위탁관리형을 모두 하겠다고 신청한 2곳은 서울 강남구에 신청서를 냈고, 자기관리형 3곳은 서울 서초구, 경기 안산, 경기 수원에 1곳씩 신청을 했다. 위탁관리형 6곳은 서울 구로에 1곳, 서울 영등포에 1곳, 서울 강남에 3곳, 경기 수원에 1곳 등이었다.
국토부는 “사업장 소재지와 관계없이 어느 지역에든 등록신청을 할 수가 있는데 대체로 영업 대상 지역에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대인-임차인 모두 윈윈 기대
신청 이틀 새 11곳 ‘흥행 예고’
 
11개 업체 중에는 KT의 자회사인 KT리빙, 신영에셋, 라이프테크, 플러스엠파트너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주택임대관리업을 도입하면서 큰 규모로 사업을 하는 곳은 부도 등 문제가 생길 경우 집주인이나 세입자에게 피해가 크다고 보고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초기에는 의무 등록 대상만 등록을 하겠지만, 집주인들이 임대관리를 맡길 때 관리업체의 안정성이나 신용 등을 꼼꼼히 따지다 보면 아무래도 등록된 업체를 찾게 되면서 의무 대상이 아닌 업체들의 등록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앞으로 운용 실태 등을 살펴가며 주택임대관리업이 활성화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방침이다. 외국에는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발달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나라로 일본이 있다. 일본은 민간 임대주택의 85%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주택임대관리업체가 관리하는 주택은 80% 수준인 약 900만호에 달한다.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열리고 2011년 12월 주택임대관리업 등록제가 도입되면서 일본에서는 다이토 켄타쿠, 레오 팔레스21, 세키수이 하우스, 스타츠, 다이와리빙 등 230여개의 기업형 주택임대관리회사가 등장했다. 특히 시장 점유율 1위인 다이토 켄타쿠가 관리하는 임대주택은 무려 70만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제도나 시장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임대주택 시장은 월세 중심이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전세 제도가 중심이다. 전세 제도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전세금(상당한 보증금)을 주고 주택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월세 제도와 달리 월 단위로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하지 않는다. 또 같은 월세 형태라고 해도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높은 보증금이 없다.
 
업체 간 경쟁으로 
임대료 하락 예상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월세 시장이 얼마나 형성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월세와 더불어 높은 보증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증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도 차후 다뤄져야할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임대주택을 민간 업체가 위탁 관리할 경우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대인이 주택 관리를 업체에 위탁하면 임대료의 일부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임차인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료가 소폭 상승하더라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업체 간 경쟁으로 임대료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는 임차인의 구매 의지를 꺾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되면 임대인은 임대료 체납 등 악성 임차인 퇴거 문제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안정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불성실한 시설 관리로부터 보호받고 보증금 등 재산 소실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아직 세제개편이나 금융지원 등 제도적으로 보완될 부분이 남아 있지만, 잘 정착된다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윈윈 하는 날이 앞당겨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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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