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약되는 '변액보험'의 함정

까딱 잘못했다간 몽땅 까먹는다

[일요시사=경제2팀] "10억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의 라이프 플래너입니다" 지난 2006년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한 보험사의 광고 내용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보험사들의 광고를 보면 보험이 마치 내 인생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줄 것만 같다. 그러나 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속내를 살펴보면 쉽게 함정을 발견할 수 있다.




4년 전 서울시 강서구에 사는 주부 권모씨는 재무설계사를 통해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재무설계사는 변액보험으로 10억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권씨는 가입했던 변액보험을 해지했다. 남편의 은퇴와 시어머니 병원 입원으로 목돈이 필요했고, 돈을 입금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씨가 받은 변액보험 해지 환급액은 원금에도 미치지 못한 금액이었다. 들어간 시간까지 생각하면 손해는 막심했다.


복잡하고 미묘


권씨는 "당시 재무설계사가 변액보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마치 투자와 보험이 동시에 가능한 완벽한 상품인 것처럼 설명했다"며 "결국 손해는 모두 내 책임이 돼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적립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배당형 금융상품이다. 초반에 각광받았던 변액보험은 최근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식과 같이 길게 보면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익은커녕 손해를 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단체인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주력상품인 변액보험이 수익률 과대포장으로 민원을 자주 발생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모집인들이 변액보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설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설계자들은 변액보험에 대해 보험료가 모두 펀드에 투자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변액보험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신탁상품과 달리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사망보증비용 등을 공제한 후 펀드에 투자한다. 또 변액보험은 해약환급금의 범위에서 보험료를 중도 인출할 수 있지만 2년 동안은 해약 환급금이 극히 미미하다. 중도 인출하면 보험 보장금액도 줄어든다.

변액보험을 도입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주식시장이 어두울수록 변액보험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이후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였던 미국의 경우 변액보험이 성공했지만 주가가 하락한 일본에서는 변액보험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90년대 초 거품경제가 사라지면서 주가폭락, 저리 등으로 약속한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까먹는 저축성 변액보험이 많이 판매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료 투자해 수익배분 '배당형 상품'
수익률 과대포장…손해나도 소비자 탓
"보장기간 길수록 보험사에 퍼준다"


일본에서도 보험모집인들이 소비자에게 변액보험상품의 투자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한 것도 문제에 일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역시 변액보험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보험소비자협회 운영자이자 '보험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진실'의 저자인 김미숙 대표는 변액보험에 대해 보험사가 투자를 하고 손해는 소비자에게 넘기는 가장 최악의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내 돈 100%를 잃어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보험가입자가 모두 지라고 떠넘기는 게 변액보험 서명확인서라는 부연이다. 보험사가 변액보험을 통해 투자에 대한 수익만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도 계약자에게 전가시킨다.

보험사는 투자에 대한 수익이 생기더라도 보험료를 통해 사업비를 빼간다. 이익이 나더라도 사업비를 차감하고 남는 부분을 돌려주는 셈이다. 결국 변액보험은 소비자 입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보험을 들어야 한다면 보장기간이 짧은 상품에 가입하라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보장기간이 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보험사에 목돈을 미리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80세 만기 보장보험은 80세 이후에야 소비자가 자신의 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80세가 되어 원금을 되돌려 받더라도 그 금액은 화폐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중간에 해지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즉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원금보장’이라는 상품 이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셈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보험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금감원은 정부기관이 아닌 금융위원회가 만든 민간기관이다. 금감원은 보험사, 증권사, 은행 등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금융위는 금감위가 감독한 내용을 통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기관인 금융위가 직접 감독하게 되면 정부에 의해 금융회사들이 좌지우지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란 별도 기관을 만든 것이다.

금감원의 수익은 보험사 민원에서 온다. 민원이 많은 보험사에서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금감원은 민원을 모으는데 그칠 뿐 보험피해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해지하면 손해

보험이 싫다고 해서 보험상품에 대한 지식조차 외면하는 것도 금물이다. 무조건 피하기만 했다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가입 당시 보험계약 약관을 그냥 넘기지 말고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사고 후 병원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병원 진료기록을 모두 보관하고 의료계 종사자의 기록도 모두 남기는 것이 좋다.

또한 보험설계사들은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에게 가입한 보험보다 좋으니 계약을 전환하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존 계약을 해약하고 새 보험에 들면 기존 계약의 보장 혜택은 사라지게 된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감원 변액보험 체크해보니

무려 7개 생명보험사들 '낙제'

금융감독원이 보험설계사의 변액보험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결과 7개사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12월 중 19개 생명보험사 소속 540명의 보험설계사에 대한 변액보험 미스터리쇼핑을 한 결과 AIA생명, ING생명, KB생명, KDB생명, PCA생명, 우리아비바생명, 현대라이프생명 등 7곳이 6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아 저조 등급으로 분류됐다.

특히 AIA생명과 PCA생명은 2년 연속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불완전판매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최초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KB생명, 현대라이프생명, 우리아비바생명 등 3개사의 평가점수는 저조 등급 중 최하위에 해당됐다. 

반면 지난해 저조 등급에 속했던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80점 이상을 받아 양호로 개선됐다. 90점 이상을 받아 우수 등급으로 분류된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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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