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2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 범죄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이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4대악 보험 출시 소식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보험사기단이 악용하고, 실제 피해자는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일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세계최초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 정부 역점 사업인 안전한 사회구현을 위해 4대악 보상 보험을 3월 중에 출시한다.
정부 압박에 눈치
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과제는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4대 사회악 척결'이다. 4대악 척결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고 강조해왔던 내용. 때문에 임기 초반부터 치안 정책의 무게 중심도 4대악 문제에 쏠렸다. 모든 조직이 4대악 척결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인 4대악 보험은 지나치게 성과와 홍보에 염두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4대악 보험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4대악 척결 의지에 따른 것으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임원 회의에서 4대악 보상 보험을 차질 없이 출시하라고 강력 지시했다.
이 보험은 일반 상해보험이지만 일반 보험과 달리 정신적 피해를 보장하는 위자료까지 지급한다. 4대악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할 경우 최대 8000만원의 보험금을 준다. 상해나 정신적 피해를 입을 경우 정액으로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다. 가입 연령은 8세에서 19세까지다.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4대악 보험은 내달 중에 출시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은 이르면 4월 나올 예정이다. 월 보험료는 1만∼2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취약계층은 보험료가 면제된다.
국내 대표적인 손보사인 A사가 보험업계 최초로 4대악 보험 상품을 출시한다. 대상자만 최대 1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A사는 금융당국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부터 4대악 상품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보험개발원의 요율 검증과 금융당국의 상품 허가 등을 거쳐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A사는 "4대악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며 "사망, 후유장해, 상해진단, 정신치료진단, 입원, 통원 일당, 보호자 동반비, 진단서 발급비용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4대악 보험 출시에 소극적이었다. 정신적 피해에 따른 보험금 산출이 쉽지 않고, 적은 보험료에 비해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4대악 보험상품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4대악 보험의 경우 축적된 통계에 따른 요율을 뽑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신 피해까지? 실효성 없는 대책 지적
사기 악용 우려…납입금-지급액 불균형
보험은 과거 일어났던 사례를 분석해 앞으로 일어날 확률에 따라 요율이 정해진다. 요율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불량식품이나 폭력 등에 대한 피해 신고는 얼마든지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따라서 보험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의 공적 영역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실제 보험사들의 이익에 마이너스 부분을 차지한다면 이 상품이 장기간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물리적 피해와 달리 정신적 피해는 측정할 수 없는 주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상금 지급이 달라질 수 있다. 비슷한 사안이라고 해도 피해자에 따라 보험금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특히 4대악 보험은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보험사기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이용해 쉽게 돈을 타 내려는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 적발된 보험사기 사건 중 지난해까지 판결이 나온 82건을 분석한 결과 수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보험사기는 보험에 가입한 뒤 일부러 사고를 내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는 유형이다. 최근에는 여러 명의 공범이 ‘시나리오’를 만들어 역할을 나눠 맡는 등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금융범죄자들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4대악 보험을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건을 만들고, 보험금을 타내면 4대악 보험사기는 적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대악 보험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근본적으로 4대악을 막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은 사후 피해를 보상해줄 수는 있지만 선제적으로 막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실제 피해자들은 오히려 보험사로 인해 더욱 상처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폭력사건은 발생률에 비해 신고율이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상받고자 할 피해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악용 가능성↑
또한 보상을 위해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피해자 신상은 제 3자인 경찰 뿐 아니라 보험사에도 알려진다.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사는 성폭행 및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하며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 4대악 보험 출시 소식에 한 소비자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생각을 해야지 분명 악용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실제 피해자가 있더라도 보험사들이 당사자를 얼마나 들쑤실지 걱정된다”라고 비판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보사들의 고민
금융당국 눈치 보느라…
손해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여파와 한시적인 TM 영업 중단 조치로 손보업계의 수익성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보사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눈치에 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요 손보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데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2013회계연도(2013년 4∼12월)에 총 51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9.3% 감소한 수치다. 동부화재는 전년에 비해 무려 20.7% 감소한 295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고, LIG손보의 순익 또한 16.7% 줄어든 1787억원에 그쳤다. 한화손보는 지난 2013회계연도에 365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