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조희대 <대구지법원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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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라인에 SKY 출신…새롭지 않은 ‘뻔한 인사’

[일요시사=사회팀] 조희대(56·사법연수원 13기) 대구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으로 내정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로 조 법원장을 임명 제청했다. 조 법원장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3일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이 된다.




새 대법관에 조희대 대구지법원장의 이름이 오를 예정이다. 대법원의 구성은 아무런 변동이 없어 보인다. 고위 법관 출신 일색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빼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공정 판결 중시
소신 있는 법관


지난 25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조 법원장을 임명제청 했다.

대법원은 “조 법원장은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해박한 법이론과 엄정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해 온 정통 법관”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이기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5명의 법조인을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로 선정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임명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유념하고 심사대상자들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검증함과 아울러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대법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은 물론 재산·납세·병역·도덕성 등에 있어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적격자를 추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는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54·연수원14기) ▲사공영진 청주지방법원장(55·연수원13기)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2·연수원16기)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56·연수원13기)였다.

이기수 위원장은 “이번에 추천한 제청대상 후보자들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인간미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이끌어갈 만한 법률전문가”라면서 “지식과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겸비한 인물들”이라며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위원회가 과거 후보를 3∼4명 추천하던 것과 달리 5명이나 추천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5명이 후보로 추천된 것은 2011년 이홍훈 전 대법관 후임으로 박병대 대법관을 포함한 5명이 추천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 추천은 3명이 보통이고 많아야 4명이 되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5명이 추천된 것은 정병두 검사장을 넣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법원의 다른 부장판사도 “검찰이 특정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자신있게 미는 걸로 봐서는 이번에 임명제청이 안되면 다음에 또 대법관 임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권에서는 정 검사장이 추천된 것을 두고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 박선영 의원을 포함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용산참사’ 사건과 ‘PD수첩’ 사건에 관여한 사람을 국가권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해야 할 대법관 자리에 추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법관에 검찰 ?을 뒀던 관행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재야법조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말하면서 재야법조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재야법조인을 천거해도 후보자가 되지 않아 변호사단체가 현직 판사들을 추천하는 식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업법관의 승진 구조에 따라 대법관이 충원되다 보니 대법원 구성이 너무 균일화돼 다양한 이익과 생각이 상존하는 국민 일반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는 판결이 잇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TK’바통 터치
선후배 대법관


조 법원장에 대한 평판은 법조인으로서 괜찮은 편이다. 아쉬운 점은 대법원의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조 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인 것이다. 여성도 박보영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으로 단 2명에 그친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이자 후배 임명 제청
박 대통령 선택은?…청문회 무사통과할까?


굳이 대법원의 다양성을 찾자면 출신 지역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출신지역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경기 2명, 충남 3명 부산·경남 2명, 광주·전남 3명, 제주 1명 등이다.

조 법원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차한성 대법관 또한 경북 출신으로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조 법원장은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엄정하고 공정한 판결을 중시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해 힘쓴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7년 서울고법 부장 시절, 수원역 노숙 소녀 폭행치사 사건을 맡아 1심에서 유죄를 받은 노숙 청소년 4명을 심리하면서, 이들의 자백에 합리성과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다른 2명까지 향후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 피의자로 지목됐던 30대가 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범인으로 지목됐던 이들 모두가 누명을 벗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지난해 10월1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노숙자 강모(35·정신지체 2급)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일관되지 않고 증거도 부족해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백한 이유는 범행을 부인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염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이 자백을 종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정황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를 데리고 수원역에서 학교까지 1시간 걸어가면서 폭행장소를 찾아내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갔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고, 범행장소 인근에 있던 수많은 CCTV에 피해자와 피고인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자백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숙자 강씨는 지난 2007년 5월17일 동료 정모(34)씨와 함께 가출해 수원역에서 생활하던 김모양을 인근 고교로 끌고 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이후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정씨가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자 강씨도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이날 판결로 2007년 5월17일 새벽 수원시 한 고교 화단에서 노숙자 김모양(당시 15세)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의 피의자로 몰렸던 7명이 모두 누명을 벗게 됐다.


당시 수원남부경찰서는 수원역에서 노숙하던 정신장애인 강씨와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한 뒤 자백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벌금 200만원, 정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이듬해 1월 수감 중인 한 소년수의 제보를 받아 수사를 벌여 강씨 등은 단순가담에 불과하고 가출 청소년 최모군(당시 18세) 등 5명이 범행을 주도했다며 이들을 김양 살해범으로 붙잡았다.


서울대 법대
대법관 독식


수감 중이던 정씨는 최군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는 물론 가출 청소년들도 김양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당시 수원역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가 검찰로부터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최군 등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200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같은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혐의를 인정할 만한 물증과 자백의 경위가 석연치 않아서였다. 또 정씨가 청구한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2012년 10월 같은 이유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3월 공직자 재산내역 공개 당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 7억7300만원을 포함해 9억589만8000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예금자산은 대구은행과 신한은행 등 2485만원이다.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국회 인사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원공무원들이 뽑은 최고 법원장 중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27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조 법원장은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12년 9월부터 대구지방법원장을 지내고 있다. 가족관계는 부인 박은숙 여사와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원칙론자’해박한 법지식·공정 재판 
소수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


그는 법원 내에서 ‘학구파’로 꼽힌다.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와 국제거래·해상운송에 관한 다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그의 연구실적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환경법 판례 교재를 만들고 민사집행법 교재도 전면 수정·보완하는 등 법 이론에 해박한 법조인이다. 이러한 학구열과 더불어 소탈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도 받는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후배 법관은 물론 일반 직원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잘 어울린다는 후문이다.

조 법원장은 병역도 충실했다. 육군 중위로 군생활을 마쳤다. 20세인 장남 창훈씨는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알려진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사석에서는 잔정이 많은 판사로 통한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법원 판례와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원칙론자이면서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판례에는 과감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부동산실명제를 어기고 명의신탁을 해놓았다가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으려 한 사람이 냈던 민사소송에서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로 정면 비판하며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엄정한
선비형 법관


이후 이런 논리가 확산됐다. 자연스레 같은 취지의 판결이 많이 나왔고, 부동산실명법을 확고하게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재판을 맡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인계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배정한 사건으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들이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2011년 2월 민사 재판에서 이 회장의 배임을 인정해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맡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임 검사 중 하나가 어린이날에 가족을 모두 데리고 에버랜드에서 접대를 받았다. 그러나 삼성특검의 수사 결과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조희대 법원장은?]

▲경북 경주
▲대구 경북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사법연수원 13기
▲서울형사지법
▲서울민사지법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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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