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염수정 추기경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3: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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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어른…“내가 모범 보여야죠”

[일요시사=사회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세례명 안드레아) 대주교가 새 추기경이 됐다. 염 추기경은 고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추기경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교회’를 강조하며 “아시아 및 북한 복음화에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천주교계는 들썩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를 새로운 한국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임된 염 추기경은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 복수 추기경 시대를 열게 됐다. 새 추기경들의 서임식은 다음 달 22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다.

“흩어진 양들
하나로 모으겠다

파격적인 행보로 늘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2일 한국교회에 깜짝 소식을 전했다.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염수정을 지목한 것. 다음 날인 13일, 염 추기경은 급작스러운 임명 발표에 적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모두 웃고 있지만 나만 웃을 수가 없다”고 털어놔 추기경으로서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 주변 신부들에게 “부족한 사람이니 많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염 추기경은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주교관에서 열린 추기경 임명 발표식에서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이 시대의 징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복음의 빛으로 밝혀야 할지를 끊임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 지혜와 용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시대의 징표’, 즉 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찾는 게 화두인 셈이다.

염 추기경은 “주님께서는 저를 착한 목자로 세우면서 양들을 사랑하도록 명하셨다”며 “착한 목자가 해야 할 첫 직무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양들을 모두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쪼개지고 충돌하며 갈등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향한 일침이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 사회의 화두는 뭔가라는 물음에 “각자의 바벨탑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그걸 통해선 하나가 될 수 없다. 하느님께선 그런 바벨탑을 부수고 흩어놓으셨다. 그렇게 무너지고 흩어지고 난 뒤에 인류는 하나가 됐다. 거기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길이 있다. 그걸 깊이 들여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염 추기경은 새 추기경으로서의 품위와 겸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축하식에 앞서 도착한 전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이들은 서로 상석을 양보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라며 상석을 비워두는 미덕을 발휘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괄목할 만한 발전에 대한 보편교회의 관심과 국제적 위상 향상을 세 번째 추기경 서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교회와 국민 전체가 기대가 커 어깨는 무겁겠지만 하느님께서 선택하셨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뒤를 밀어주실 것”이라고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종교계도 염 추기경 탄생을 축하했다.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은 축전문을 통해 “염수정 대주교께서 추기경에 임명되심을 원불교의 전교도와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추기경 임명은 한국종교계의 경사라는 것.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경석 한국회장은 “한국에서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하신 것은 가톨릭을 넘어 우리 한국사회는 물론 아시아의 경사입니다”라고 축하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염수정 서울대교구 대주교님이 한국인으로서 세 번째 추기경 자리에 오르시는 것을 지혜와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불자들과 함께 축하드립니다”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염 추기경에게 축하전화를 했다. 박 대통령은 염 추기경과의 통화에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고,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여야 정치권도 염 추기경 서임 소식에 축하의 뜻을 전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는 5년 만에 다시 2인 추기경 시대를 열게 됐다”며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 탄생을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복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을 국민들과 함께 축하드린다”며 “염 추기경의 서임은 한국 교회의 기쁨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큰 기쁨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행렬이 이어졌다.

김수환·정진석 이어 한국 세 번째 추기경
교리 ‘엄격’정치 ‘신중’중도 보수 성향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처음으로 추기경을 서임하는 것으로 바티칸 교황청이 서임한 19명의 새 추기경은 한국, 필리핀,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영국, 니카라과, 캐나다,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아이티, 부르키나파소, 세인트루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선출했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19명의 추기경 가운데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16명은 80세 미만으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스페인, 이탈리아, 세인트루시아 출신 추기경 3명은 80세 이상이므로 이 선거권을 가지지 못한다. 이번 새 추기경 서임으로 콘클라베에 참석해 교황 선거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은 염수정 추기경을 포함해 123명으로 알려진다.

교황 보좌하는
최고의 성직자

염 추기경의 첫 공식 대외 일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한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 수장 아돌포 니콜라스 총장을 면담하는 것이었다. 염 추기경과 니콜라스 총장은 서울대교구와 한국 가톨릭교회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만남에서는 교황 방한과 남북 화해에 대한 기대가 화제가 됐다.

니콜라스 신부는 “만약 교황께서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 교회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방한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 신자들, 사제들과 함께 간절히 교황님 방한을 바라고 있다”며 “총장님께서 많이 기도해 달라”고 전했다.

그간 염 추기경은 보수 성향으로 원칙주의자라 불렸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명동 대성당 미사에서 정의 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의 시국 발언과 관련해 “사제들이 정치·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혀 진보성향 사제단의 정치 참여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최근 염 추기경은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화해하고 일치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겠다”고 밝혀 그간 보수 성향으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은 염 추기경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염 추기경은 경기도 안성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아버지 염한진(갈리스도)과 어머니 백금월(수산나)의 5남1녀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다. 고조부 염석태(베드로)는 우리나라에 천주교회가 창립될 무렵인 1850년 순교했다. 특히 조부모의 신앙심이 두터워 백금월 여사가 시집을 오자 염 추기경의 할머니는 “지금까지 우리 집 안에 성직자가 없었지만 너희 대에서 성직자가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둔 염 추기경의 어머니는 셋째를 뱃속에 가졌을 때부터 “이 아이는 성모님께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염 주교가 태어난 뒤에도 스스로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봉헌하겠다는 약속을 매일 기도로 바쳤다.

동성중학교에 다니던 염 추기경은 고등학교 시험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경향잡지를 보고 소신학교 입학 안내문을 보고 신학교에 갈 뜻을 넌지시 비치자 온 가족이 반겼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이때를 회상하며 “아들 앞에서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성직자로 바치겠다는 기도에 응답을 받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가톨릭대 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0년 사제품을 받고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를 거쳐 73년부터 77년까지 성신고등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이태원과 장위동, 영등포 본당 주임 신부 등을 거쳐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과 신학과 조교수를 맡아 가톨릭 교육에 힘을 쏟았다. 92년부터 98년까지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을 맡아 서울대교구의 운영에 큰 기여를 했으며, 서울대교구 제15지구장 겸 목동 성당 주임 신부를 거쳐 2001년 12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돼 2002년 1월 주교품을 받았다.


5년 만에 열린
복수 추기경 시대

또한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로 임명돼 교구장을 보필했으며, 교구 생명위원장과 매스컴위원장, 중서울지역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회의 상임위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감사 등을 맡기도 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옹기장학회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도 맡았다.

2012년 5월에는 서울대교구장 계승이 결정돼 같은해 6월 착좌식을 가졌다. 이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사임 요청을 수락하고 서울대교구 총대리로 당시 주교였던 염 대주교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염 추기경의 세례명은 ‘안드레아’로 두 동생인 염수완·염수의 신부도 현재 서울대교구 내 본당에서 주임사제로 사목하고 있다.

사제 정치참여 비판한 ‘원칙론자’
보수 성향 보여 “갈등 치유할 것”

‘추기경’이라는 용어는 그레고리오 대교황(590~604년) 때에 교회법 용어로 채택됐다. 추기경의 추기는 중추가 되는 기관을 뜻하며, 경은 높은 벼슬에 대한 경칭이다. 추기경의 어원은 라틴어의 ‘카르디날리스’다. 카르디날리스는 문에 다는 경첩·부채의 구심점이 되는 사북을 의미한다.


추기경은 서임되는 즉시 추기경단 특별법에 따라 교황 선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갖게 된다. 통상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공개 추기경회의를 열어 서임장을 낭독해 새 추기경을 정식으로 서임하면 새 추기경은 신앙 고백과 교회에 대한 충성 서약 등을 하게 된다. 교황은 새 추기경에게 붉은 모자를 씌워 준다. 이것은 추기경의 고귀한 품위의 표상이다.

다음날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 추기경과 함께 미사를 공동 집전하며 이때 추기경 반지를 수여한다. 복장은 모두 붉은색이다. 추기경은 합의체적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교황을 보필할 의무를 갖는다. 추기경단의 모든 회합은 반드시 교황이 소집하고 주재한다.

추기경의 가장 큰 권한은 교황 선출이다. 교황의 선종이나 사임으로 사도좌 공석 상태가 되면 15∼20일 사이에 콘클리베를 개시한다. 교황 선거는 오전, 오후 두 번의 투표로 콘트라베는 3분의 2의 다수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되는데 선거는 보통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만 선출권이 부여된다. 이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할 수 없게된다. 선거에 관련된 모든 기록은 교황청 고문서실에 보관된다.

일단 추기경으로 임명되면 추기경으로서 신분상의 지위는 종신직이다. 하지만 80세가 되면 법률상 자동적으로 교황 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직무가 끝난다.

추기경의 숫자는 13∼15세기에는 30명 이내로 일정하지 않았으나 16세기 들어 70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교황 요한 23세가 1962년 추기경 수를 80명으로 늘렸다. 우리나라는 69년 당시 김수환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에 서임되면서 처음으로 추기경을 배출했다. 이후 2006년 2월 정진석 당시 서울대주교가 두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독실한 집안서
성직자 꿈 품어

염 추기경이 서임됨에 따라 상징표지인 ‘문장’도 새로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대주교 때 문장과 거의 비슷하지만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모자와 술의 색깔이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고 술의 단이 4단에서 5단으로 늘었다. 주교의 사도적 권위를 상징하는 모자 아래 5단의 술은 추기경을 상징하며, 십자가는 한국 순교자들의 십자가(칼과 차꼬)로 생명과 부활을 상징한다.

방패 왼쪽의 무지개는 하느님의 구원을 상징하며, 사랑(보라)과 희망(청색)과 믿음(녹색)을 의미한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새 생명의 전령사이자 주님의 성령을 상징한다.

가운데 큰 별은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을 상징하고, 푸른 하늘빛 바탕 위에 두 개의 작은 별은 평화통일을 이뤄야 할 남한과 북한을 뜻한다. 방패의 붉은 바탕은 정의를, 노랑은 평화를, 청색은 희생과 나눔을 의미하고 가운데 손을 잡은 듯 이어가는 문양은 사랑의 연대를 의미한다.

구원과 미래 젊은이들의 꿈과 비전은 정의와 평화, 희생과 나눔의 깊은 연대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표상한다. 닻 십자가와 알파 오메가는 모든 희망과 염원이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이뤄진다는 신앙고백을 아로새긴 것이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Amen. veni. Domine Jusu!)이란 말은 묵시룩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으로 염 추기경의 사목표어다. 염 추기경은 사제서품 때부터 마라나타라는 이 기도문을 사제생활의 모토로 삼아왔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염수정 추기경은?]

▲경기도 안성 출생
▲사제수품 후 불광동·당산동본당 보좌
▲성신고등학교 교사, 부교장
▲이태원본당 주임
▲장위동·영등포동본당 주임
▲카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
▲서울대교구청 사무처장
▲사무처장 겸 청담동본당 주임
▲사무처장 겸 세종로본당 주임
▲제15지구장 겸 목동본당 주임
▲주교수품 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서울가톨릭청소년회 이사장, 한마음운동본부 이사장,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이사장
▲평화방송·평화신문 이사장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겸 총대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중서울지역담당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순교성지 조성위원회 위원장
▲서울대교구 교구장 임명
▲서울대교구 교구장 착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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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