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인터뷰>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29:58
  • 댓글 0개

"제2의 이서현양 사건 막는 게 목표"

[일요시사=정치팀] 20년 넘게 여성운동가로 활동해 온 민주당 비례대표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 총선을 통해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남윤 의원은 이후 보건복지위와 여성가족위를 오가며 수많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 남윤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지도 어느새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여성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싶다며 정치에 입문한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은 매년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 피해자인 이서현(8세)양은 새엄마에게 무려 3년간이나 학대를 당한 끝에 갈비뼈 16개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새엄마 박모씨는 사람들 앞에서는 이양을 극진히 간호하면서도 뒤에서는 이양을 학대하는 잔혹한 이중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을 더욱 경악케 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들은 아직도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진 경우가 많다. 남윤 의원의 활약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다음은 남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 20년 넘게 여성운동가로 활동하셨는데, 정치 입문을 결심한 이유는?
▲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상임대표 임기를 마치고, 시민이 주인 되는 시민정치를 위해 같은 뜻을 가진 분들과 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를 만들었다. 이후 혁신과통합, 시민통합당, 민주통합당으로 이어지는 야권통합 과정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대안적 시민주체의 형성'을 통해 2012 진보개혁세력의 집권, 2014 지방자치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발의했던 법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은?
▲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은 어린이집의 정보를 매년 1회 이상 공시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지난 해 12월부터 어린이집의 정보가 공시되고 있다. 이전까진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어떤 교사가 근무하는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비용이 다른 어린이집의 비용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린이집 정보공시를 통해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정보를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어 어린이집 간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 지난해 국민적 최대 관심사였던 일본산 수입식품 안전관리의 문제점에 대해 강도 높게 추궁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본산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방사능검사증명서를 요구하면서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추가 검사증명서를 요구하지 않고 통관을 허용하는 허술한 대응을 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해 수산물에 대해서도 방사능 검사를 추가로 하도록 개선했고,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 폐수를 바다로 유출시킨 사실을 인정한 이후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의 수산물 수입 중단을 강력히 촉구해 8개현의 수산물에 대해서는 전 품목을 수입을 중단토록 하는 데 앞장섰다.

- 20년 넘게 여성운동가로 활동했고 현재 여성가족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외면하고 '그들만의 담론'에 빠져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예를 들어 호주제 폐지 등은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일반 여성들의 피부에 와 닿는 담론은 아니다.)
▲ 호주제 폐지와 더불어 '20세 이상 성인 남자만 종중 회원으로 인정되어 미성년자와 여성을 배제해온 관습과 대법원 판례'가 깨지는 등 이제 여성들도 재산 등의 문제에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현실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은 그동안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성폭력방지법 제정 등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각종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던 현실에서 어느 정도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또한 출산휴가 확대 및 유급육아휴직제도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모성보호관련법안을 통과시켜 맞벌이 부부의 최대고민인 육아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여성운동은 어떤 면에서 본다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분명한 점은 여성운동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바꾸는 하나의 커다란 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여성계 목소리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

- 작년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셨다. 해당 특위는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폐지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남겼는데.
▲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성폭력특별법 친고죄 폐지를 이뤄낸 일은 매우 기쁘다. 이는 강간 등 성범죄가 개인의 명예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인권 차원의 사회적 범죄임을 확실히 하게 된 것이다. 당시 연이어 발생한 성폭력 사건들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많이 발의됐다. 특히 저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이나 모든 공공기관에서 성폭력과 관련한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해 현재 이 법안이 시행 중이고 이 제도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폭력예방교육과가 신설되기도 했다.

- 현재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었는가?
▲ 작년 11월12일 시민사회, 정당, 종교계 등이 총망라된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가 출범했다. 이후 작년 12월23일에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안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각 정당과 공동 발의 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시민사회, 종교계와 각 정당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민주당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국민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많은 현장을 누빌 생각이다.  

-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 지난해 10월 울산 울주에서 계모의 학대로 여덟 살 이서현양이 사망한 사건은 우리나라 아동보호시스템이 커다란 허점을 드러낸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래서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를 구성해 제가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울주 사건은 무엇보다 재학대사건임에도 재학대를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했다는 점, 아동보호전문기관간의 연계 및 사후관리가 미흡했다는 점, 신고의무자들의 피학대사실 인지와 신고가 미흡했다는 점, 학대사실을 알지 못해 친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고 가정법원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통해 재학대를 예방해야 한다. 또 건강한 가족기능 유지를 지원해 더 큰 피해의 확대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19대 국회 등원 후 1년 반 동안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성 평등을 위한 다양한 법과 예산을 만들어내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대외협력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민생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등원 이후 각계로부터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보답하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남윤인순 의원 프로필>

▲ 인천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상임의장
▲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 제19대 국회의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