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인터뷰>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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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서현양 사건 막는 게 목표"

[일요시사=정치팀] 20년 넘게 여성운동가로 활동해 온 민주당 비례대표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 총선을 통해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남윤 의원은 이후 보건복지위와 여성가족위를 오가며 수많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 남윤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지도 어느새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여성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싶다며 정치에 입문한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은 매년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 피해자인 이서현(8세)양은 새엄마에게 무려 3년간이나 학대를 당한 끝에 갈비뼈 16개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새엄마 박모씨는 사람들 앞에서는 이양을 극진히 간호하면서도 뒤에서는 이양을 학대하는 잔혹한 이중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을 더욱 경악케 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들은 아직도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진 경우가 많다. 남윤 의원의 활약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다음은 남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 20년 넘게 여성운동가로 활동하셨는데, 정치 입문을 결심한 이유는?
▲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상임대표 임기를 마치고, 시민이 주인 되는 시민정치를 위해 같은 뜻을 가진 분들과 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를 만들었다. 이후 혁신과통합, 시민통합당, 민주통합당으로 이어지는 야권통합 과정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대안적 시민주체의 형성'을 통해 2012 진보개혁세력의 집권, 2014 지방자치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발의했던 법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은?
▲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은 어린이집의 정보를 매년 1회 이상 공시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지난 해 12월부터 어린이집의 정보가 공시되고 있다. 이전까진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어떤 교사가 근무하는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비용이 다른 어린이집의 비용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린이집 정보공시를 통해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정보를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어 어린이집 간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 지난해 국민적 최대 관심사였던 일본산 수입식품 안전관리의 문제점에 대해 강도 높게 추궁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본산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방사능검사증명서를 요구하면서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추가 검사증명서를 요구하지 않고 통관을 허용하는 허술한 대응을 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해 수산물에 대해서도 방사능 검사를 추가로 하도록 개선했고,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 폐수를 바다로 유출시킨 사실을 인정한 이후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의 수산물 수입 중단을 강력히 촉구해 8개현의 수산물에 대해서는 전 품목을 수입을 중단토록 하는 데 앞장섰다.

- 20년 넘게 여성운동가로 활동했고 현재 여성가족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외면하고 '그들만의 담론'에 빠져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예를 들어 호주제 폐지 등은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일반 여성들의 피부에 와 닿는 담론은 아니다.)
▲ 호주제 폐지와 더불어 '20세 이상 성인 남자만 종중 회원으로 인정되어 미성년자와 여성을 배제해온 관습과 대법원 판례'가 깨지는 등 이제 여성들도 재산 등의 문제에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현실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은 그동안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성폭력방지법 제정 등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각종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던 현실에서 어느 정도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또한 출산휴가 확대 및 유급육아휴직제도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모성보호관련법안을 통과시켜 맞벌이 부부의 최대고민인 육아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여성운동은 어떤 면에서 본다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분명한 점은 여성운동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바꾸는 하나의 커다란 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여성계 목소리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

- 작년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셨다. 해당 특위는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폐지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남겼는데.
▲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성폭력특별법 친고죄 폐지를 이뤄낸 일은 매우 기쁘다. 이는 강간 등 성범죄가 개인의 명예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인권 차원의 사회적 범죄임을 확실히 하게 된 것이다. 당시 연이어 발생한 성폭력 사건들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많이 발의됐다. 특히 저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이나 모든 공공기관에서 성폭력과 관련한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해 현재 이 법안이 시행 중이고 이 제도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폭력예방교육과가 신설되기도 했다.

- 현재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었는가?
▲ 작년 11월12일 시민사회, 정당, 종교계 등이 총망라된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가 출범했다. 이후 작년 12월23일에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안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각 정당과 공동 발의 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시민사회, 종교계와 각 정당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민주당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국민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많은 현장을 누빌 생각이다.  

-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 지난해 10월 울산 울주에서 계모의 학대로 여덟 살 이서현양이 사망한 사건은 우리나라 아동보호시스템이 커다란 허점을 드러낸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래서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를 구성해 제가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울주 사건은 무엇보다 재학대사건임에도 재학대를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했다는 점, 아동보호전문기관간의 연계 및 사후관리가 미흡했다는 점, 신고의무자들의 피학대사실 인지와 신고가 미흡했다는 점, 학대사실을 알지 못해 친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고 가정법원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통해 재학대를 예방해야 한다. 또 건강한 가족기능 유지를 지원해 더 큰 피해의 확대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19대 국회 등원 후 1년 반 동안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성 평등을 위한 다양한 법과 예산을 만들어내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대외협력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민생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등원 이후 각계로부터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보답하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남윤인순 의원 프로필>

▲ 인천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상임의장
▲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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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