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사람들 릴레이인터뷰 2>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DJ는 국민 속 영원한 지도자…역사가 평가할 것”



대학 시절 차별 없애기 위해 ‘김대중’에 평생 각오
DJ공적은 ‘화해와 용서’, 복지·문화에 대한 기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동교동계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랜 시간 김 전 대통령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삶을 생생히 목도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세간에 알려진 ‘김대중’보다 더 따뜻했던, 눈물 많고 정 많은 김 전 대통령을 보았고 민주화를 위해 끝없이 투쟁한 인동초 삶의 곁에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유훈도 이들에게는 평소 들어오던 말일 뿐이다. 동교동계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일면들과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되새겨봤다.

‘새파랗다’고 할 만큼 젊은 나이에 ‘김대중’에 평생을 바치자고 각오했고 아내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더 좋다고 외친 이가 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다.
김 전 대통령과 인생의 굴곡을 함께하면서 좋은 일보다는 궂은 일이 더 많았을 터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모신 것이 내 인생의 가장 성공적인 일”이라며 “평생 존경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물고기가 바다를 떠나 존재할 수 없듯 김 전 대통령은 그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 DJ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언제인가.
▲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는 고향이 같다. 전라남도 신안이다. 대학 재학시절 고향 선배가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는데 같이 가서 인사를 하자고 해서 찾아가게 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 대학 재학시절부터면 상당히 오래된 인연이다. 그러나 DJ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나는 가정교사 등을 하며 고학했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경상도 분이 나는 전라도 사람이라 안 된다고 했다. 출신 지역 때문에 차별을 당한 것이다. 이러한 차별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차별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차별철폐’는 내 평생 과업이 됐다.
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전라도 출신의 좋은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좋은 정치를 하고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지역적 차별은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더니 김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 ‘내 평생을 바치자’고 각오했다.

- 이후 계속 DJ 곁에 있었던 것인가.
▲ 1963년 김 전 대통령이 6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 선거 운동원으로 뛰었다. 1967년 6·8 선거 때도 선거운동을 하러 내려갔었다.
1971년 대선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후보로 세우기 위해 도별 조직책이 마련됐다. 각 도마다 담당자를 둬서 민심을 모으는 것이었는데 당시 나는 경상남도와 부산에서 지지자를 끌어 모았다. 중앙 정치인이 지방 정당 당원들을 포섭한 것은 정당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이 1970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영삼 후보를 이겼다.

- 이후 DJ는 박정희 정권의 정적으로 지목되면서 모진 고생을 하게 되지 않나.
▲ 1972년 유신 후 1987년 복권될 때까지 16년 동안 함께 고생했다. 감옥에 갇히고 미행당하고 연금되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감시당했다.


- DJ의 대권 도전을 위해 경상남도, 부산에서 활동했다고 했는데 당시 지역감정을 생각하면 힘든 시도였을 것 같다.
▲ 김 전 대통령은 신안군, 목포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각 도에 사람이 배치돼야 하는데) 경상도 사람이 없었다. 내가 경상남도에 갔다. “전라도 사람이라 못 믿겠다”던 사람들이 “한 동지는 경상도 사람 같다”고 할 정도가 됐다. 그때 맺은 인연이 상당하다. 경남이나 부산에 가면 광주에 가는 것보다 더 알아줄 정도다.

-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청와대나 내각에서 일할 기회가 많았을 것 같은데 국회에만 있었다는 점도 의외다.
▲ 1992년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그리고 1997년 대선이 치러졌다. 당시 동교동계 7인이 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장관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성명을 발표한 이들 중 남궁진 전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고 문화부장관을 한 것 외에는 다른 이들은 약속을 지켰다.
1998년 원내총무가 됐고 2000년 사무총장, 2002년 최고위원선거에서 1등을 했다. 국회, 당을 지키겠다고 다짐했고 끝까지 약속을 지켰다.
 
- 개인적으로 본 DJ는 어떤 사람이었나.
▲ ‘보통 사람’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희로애락을 다 가지고 있었다. 손자 손녀들과 놀 때는 평소의 근엄함은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웃고 안아주고 장난치는 모습이 천진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눈물이 많고 정에 약했다. 동정심이 많았다.

-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준비된’ 이미지였는데.
▲ 공적인 면에서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자기 페이스대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매사를 철저히 준비했고 그날 일은 그날 해야 했다. 검토해야 하는 서류가 쌓여있으면 새벽 2시가 되었든 3시가 되었든 다 처리를 했을 정도다.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았다.

- 한 전 대표에게 DJ는 어떤 의미인가.
▲ 김 전 대통령과는 1967년 이래 43년의 인연이다. 살아오면서 김 전 대통령의 생활과 생각, 사고의 전부를 함께하게 됐다. 심지어 아내가 ‘김 전 대통령을 택하겠소, 나를 택하겠소‘ 했을 때도 김 전 대통령을 선택했을 정도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고기가 바다를 떠나 존재할 수 없듯 그는 내 생활의 전부였고 우리(동교동계 인사들)의 모든 것이었다.

- DJ에 관한 일화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1980년 신군부는 내란음모죄로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광주민주화운동도 김 전 대통령이 사주했다고 했다.
당시 신군부는 김 전 대통령에게 타협을 하자고 했다. “대통령이 되는 거 빼고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겠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하도 고통스러워서 ‘외국에서 여생을 보낼까’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군부가 읽어보라며 준 신문 한 부가 김 전 대통령을 결심하게 했다. 그 신문에는 광주사태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는데 김 전 대통령은 ‘광주의 수많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 희생을 당했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나도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죽기로 작정했다. 교수형을 당할 때 어떨까 해서 감방에서 목도 만져봤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대의를 위해서는 목숨도 내걸었고 타협해 본 적도 없다.

- 사석에서 동교동계 분들과는 어떻게 지냈나.
▲ 허물이 없었다. ‘동지’라고 불렀다. 김 전 대통령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총재님’이라고 호칭했다. ‘선생님’은 정계를 떠났다는 의미인 반면 ‘총재’는 현역 정치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992년 김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를 선언할 때도 나는 믿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이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살아남은 것은 할 일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 할 일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때문에 정계은퇴 선언에 다들 눈물을 흘릴 때도 나는 울지 않았다. ‘왜 울어’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정치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DJ의 공과를 꼽는다면.
▲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서울 시청광장에 들러 한 연설이 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인권과 남북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과정에서 권력의 회유와 압력도 있었으나 한 번도 굴한 일이 없다.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다’라는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은 평생 ‘용서와 화해’, 남북의 평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위해 노력했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려고 했다. 납치를 당하고 사형 선고를 당하는 등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보복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가 용서해야 진정한 화해가 이뤄지는 것인데 김 전 대통령은 피해자이면서 전부 용서하고 화해했다. 인간 김대중의 모습이다.

- 인간 ‘김대중’이 쌓은 공적도 있지만 그가 국가발전에 기여한 바도 크다.
▲ 대표적인 것은 노벨평화상,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간 교류와 협력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또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IT사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난 복지와 문화에 대한 부분을 빼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려면 부자에게는 간섭하지 않아야 하고 가난한 이들은 부자가 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때문에 정치의 대상은 가난한 사람, 약자들인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최저가족생계를 보장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을 정착시켜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근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이 칼럼에서 미국의 복지 대통령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한국의 복지 대통령으로는 김 전 대통령을 꼽았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국민연금 적용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한 것,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확대, 장애수당과 저소득층 보육비 지원 및 경로연금의 증액, 사회복지 전문요원 증원 등 사회안전망을 본격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 DJ는 문화를 가까이한 대통령이기도 했는데.
▲ 김 전 대통령은 전체 국가예산에서 문화예산을 1% 확보했다. 파주에 출판단지를 조성해 400억 기금을 조성, 문화 창달에 기여했고 돈이 없어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금을 빌려줬다.
한류의 기틀을 세운 것도 김 전 대통령이다. 당시 문화를 개방하면 일본 문화에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도리어 한류가 일본에 전해지는 계기가 됐다.
역사가 갈수록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은 두드러질 것이다. 지금은 내가 표를 줬느냐 안줬느냐, 내 지역의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하지만 다음 세대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할 것이다.


- DJ 유지를 계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바가 있는가.
▲ 김대중 도서관과 김대중 평화센터가 있다. 이미 김 전 대통령의 유산은 이곳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념사업은 기금을 모으면 그만큼 정부에서 보조를 해준다. 목포시, 전라남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은 온 국민이 이어갈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 속에 영원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 한두 명이 김 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는 건 욕심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DJ의 유언 중 하나가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에서 구민주계의 복당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나.
▲ 당 지도부와 복당에 대한 합의를 봤다. 절차상 문제만 남았다. 당에 들어가면 백의종군하겠다. 당에 협력할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민주당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민주당에 바라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 동교동계가 계속해서 모임을 가질 것인지 궁금하다.
▲ 동교동계는 정치조직이 아니다. 친목을 위해 모일지는 몰라도 정치조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49제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 주최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만찬 회동을 준비돼 있는 걸로 안다. DJ와 YS의 화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 어른이 밥 한 끼 사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화해는 피해자가 용서해야 진정한 화해다. 가해자가 화해를 했다고 해서 화해가 된 것은 아니다. YS는 그동안 김 전 대통령을 많이 공격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를 받아친 적이 없다.
때문에 “화해를 했다”는 YS의 말을 ‘앞으로는 김 전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김 전 대통령을 모신 것은 일생에서 가장 성공적인 일이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가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국장에서 세계 각국에서 조의를 표명하고 조문사절이 찾아왔다. 이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외국 원수들을 만났을 때 어떤 원수든 존경으로 대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대한민국이 큰 나라이고 두려운 나라여서가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살아온 정신, 민주주의 인권 평화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에 존경의 염으로 대한 것이다. 이는 국위선양이며 대외적으로 큰 공적을 남긴 것이라 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세기적 인물이다. 그 같은 인물이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분을 모신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존경의 염으로 모시며 평생 살아갈 것이다.

▲1939년 전남 신안 출생
▲1959년 목포고등학교 졸업
▲1963년 서울대학교 외교학 학사
▲1992년 제14대 국민회의 국회의원
▲1996년 제15대 국민회의 국회의원
▲1998년 국민회의 원내 총무
▲2000년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2001년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한국기원 총재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6·13지방선거대책위원장
▲2003년 재단법인 동서협력재단 이사장
▲2004년 새천년민주당 대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2004년 제17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2005년~2006년 민주당 대표
▲2006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
▲2009년 현 동서협력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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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