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40억 투자사기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1: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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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믿고 투자했는데 “사기라니!”

[일요시사=경제1팀] 최근 ‘부동산 투자사기’를 두고 건국대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이 학교 평생교육원의 부동산 강사가 수강생들로부터 4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 결국 숨진채 발견된 것. 피해 수강생들은 해당 강사의 근사한 경력과 건국대라는 명문 간판, 30% 고수익 보장의 유혹에 속아 넘어갔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측은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선부터 그었다.




건국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유명 부동산 강사가 수강생들의 돈을 챙겨 잠적한 뒤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동산경매컨설팅 과정을 강의하던 임모씨는 부실채권(NPL)에 투자하면 연 20∼3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였고, 약 40억원대의 돈을 받아 챙긴 뒤 잠적해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피의자는 자살

건대 부설기관인 평생교육원은 경매전문가 양성을 취지로 부동산경매컨설팅 과정을 개설해 144기 수강생까지 배출했다. 동시에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 동일한 아카데미 과정을 열어 건국대학교 명의의 수료증을 내줬다.

지난 12일 건대 산학협동관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건국대학교라는 이름만 믿고 수강을 결심한 뒤,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입게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임씨는 8년 전부터 경매컨설팅 강사로 활동해오면서, NPL 투자 고수로 소문이 났던 간판 스타였다.

피해자들은 “임씨가 건국대라는 공신력을 강조하며 ‘기수별 NPL 공동투자는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며 “임씨 추천으로 짭짤한 수익을 봤다는 다른 수강생의 성공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투자를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건대 행정대학원생을 포함한 수강생과 임씨를 돕던 연구원, 부동산 아카데미의 자문위원, 주임교수까지 34여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적게는 5000만원부터 많게는 7억5000만원까지 임씨에게 돈을 건넸다.

임씨 명의의 계좌 6개, 건국 아카데미 계좌, 1개, 연구원 명의의 계좌 등 모두 9개 계좌에 돈이 입금됐다. 임씨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한 사람도 있었다. 

경매 컨설턴트 심화반 1기를 수료한 정모씨는 “모두 건국대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투자를 한 것”이라며 “투자에서 수익이 나면 건대 측에 20%의 수수료를 관례적으로 지불한다고 했고, 당연히 정규 수업 중에 있는 NPL에 대한 실전연습이며 지금까지의 관행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문화센터 수료생인 서모씨 역시 “수업과 홈페이지를 통해 성공사례들을 보면서 직접 낙찰받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수수료를 내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수수료는 학교에게 지급하는 것이라 하여 더더욱 학교 측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2009년 107기 과정을 이수한 공모씨는 “5년 전에도 NPL으로 임씨와 교육원 관계자 인솔 하에 정규과정 현장답사가 이뤄진 바 있으며, 당시에도 수강생들의 투자가 이뤄졌었다”며 “이번에는 임씨의 전화를 받고 7월 말 정기 특강수업에 참여하게 됐다가 2억 2천만원의 투자금을 날렸다”고 토로했다.

평생교육원 유명강사 수강생들 돈 가로채
건대 측 ‘나몰라라’ 피해자들 소송 준비

건국대 평생교육원 측은 그러나 “임씨와 관련된 사건은 이들이 사설로 만든 심화과정에서 이뤄졌으며,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부동산아카데미의 이름을 악용했을 뿐, 학교 측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에 대한 명성과 신뢰가 아니었다면 임씨 개인을 믿고 투자하는 일이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임씨를 관리하는 주임교수까지 강의 개설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심지어 주임교수까지 피해를 본 상황에서 일반 수강생들이 사설과정인지 정규과정인지를 구분할 수 있겠냐”며 “강사진들과 연구원 등을 포함해 매 수업이 정규과정과 동일하게 진행됐으며 결코 기존의 부동산 아카데미와 무관한 수업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이 사건의 핵심인 NPL의 투자 권유와 상담 또한 이 강의실에서 모두 이루어졌다”며 “심지어 강의실에서 돈을 보내는 등 모든 일이 건대 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수료생 역시 “심화반은 정규 수업의 연장선상일 뿐, 투자를 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 수료생은 “심화과정은 지난해 8월에 시작해 10회로 끝났으며, 이번에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올해 7∼9월”이라며 “심화과정 수료생이 아닌 심화반 수업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조차 투자에 참여해 피해를 봤는데 어떻게 심화반의 문제로 단정 지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점들을 토대로 학교 측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학교에서 간판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데만 급급했지, 실질적으로 강좌를 개설하고 승인을 내주면서 ‘투자에 대한 규제’나 지침 등의 일들을 방관했다는 것이다. 또 학교는 주임 교수를 포함한 그 하부조직에 대한 관리와 단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가 이같은 피해로 이어졌음을 인정하고, 마땅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학교 측의 책임이 없다면 위험인자에 대해 알면서도 단속을 하지 못한 주임 교수의 업무상 배임죄가 있을 것”이라며 “일반 사설 부동산 수업 중에 사기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해서 학교로 들어온 것인데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학교 측은 “무관”

문제는 이 같은 행태를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평생교육원이 대학과 유사하게 운영되면서도 교육기관으로서의 의무에서는 자유로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은 보통 대학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대학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때문에 평생교육원은 배움의 사각 지대에 놓인 이들이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는 이들을 두 번, 세 번 울게 만드는 일들도 여전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학교와는 무관’하다며 선 긋기에 바쁘고, 수강생을 모집할 때는 다시 학교의 이름을 내세워 마치 같은 대학 소속인 것처럼 허위·과대 홍보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본지 932호 22면 ‘건국대 40억 투자사기 내막’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부동산 투자 사기사건에 앞서 해당 강사와 어떠한 공모도 한 적이 없으며, 20% 수수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기사 속 기사>

건국대 평생교육원 관계자 인터뷰

“교수와 강사가 공모해 저지른 일”

건국대 부동산 투자사기 사건과 관련, 피해자들이 건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건대 부동산 투자사기 사건과 관련 공식입장은.
-건국대와는 별개의 과정(심화반)에서 이뤄진 것이며 학교 측의 책임은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피해자들이 수강생 뿐 아니라 연구원과 교수 등 다양한데.
-모두 주임교수와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연구원들은 기존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끼리 임의적으로 만든 단체다.

▲심화반 수업과는 별도로 정규수업의 연장선상에서 투자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것 아니냐. 경매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성공사례를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지나고 보니 과거에 그런 것들이 우리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교육은 주임교수 책임 하에 이뤄진 것이다.

▲주임교수의 책임이 크다는 말인가.
-이번 사건은 주임교수와 유명을 달리한 강사의 공모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

▲주임교수는 건국대에 소속된 교수가 아닌가.
-해당 교수는 임의로 선정해주는 강사에 가깝다. 주임교수라고 불리긴 하지만 학교에서 공식 임명장을 받은 교수는 아니다. 외래 교수라고도 볼 수 없고, 평생교육원 산하기관의 책임강사 정도다.

▲그렇다면 학교 측에서는 이들에게 투자에 대한 별도의 규제를 하고 있나.
-학교에서는 투자는 절대 못하도록 누누이 설명하고 있다. 공동투자는 위험하고 경매에 대한 기본 원리와 시스템만 설명하도록 강조한다.

▲투자 수수료 20%가 건대로 들어간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수료에 대한 말을 듣고 확인해 보니 주임교수가 본인이 수수료를 뗀다고 하면 의심을 받을 것 같아서 학교 쪽으로 들어간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더라. 결론적으로 해당 주임교수가 20% 수수료를 뗀 것이다. 만약 학교에 돈이 들어갔다면 학교에 책임이 있겠지만, 이것은 주임교수가 건대가 된 상황이다. 본인이 다 취한 것이다.

▲주임교수에게 책임을 무는 부분이 있나.
-정규 수업 내에서 문제를 저질렀으면 문제를 삼겠지만 외부에 나가서 본인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일이다 보니 학교 측에서는 출강금지 정도로 끝낼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건국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교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지만, 교수와 강사가 공모해서 밖에 나가서 저지른 일인 만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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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