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지방선거의 꽃은 누가 뭐래도 서울시장선거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 서울의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동안 정치권은 지방선거의 승패를 판가름 해왔다. 때문에 내년 서울시장선거를 둘러싼 정치권의 경쟁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연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의 선택에 따라 2014년 지방선거의 구도와 판세는 완벽하게 달라진다.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이다. 정치권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는 종종 지방선거 전체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곤 한다.
특히 내년 6월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된다. 박근혜정부로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탄탄한 지지세를 구축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근 앞 다퉈 '박원순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이런 속사정이 있다.
서울시장 전념
복잡해진 판세
자천타천으로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돼온 박 시장은 지난 7일 "차기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사회자가 "유력한 대통령후보이기 때문에 초청했다"며 농담을 던지자 "차기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 서울시정에 전념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박 시장이 내년 서울시장 재선 도전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못 박으면서 새누리당은 박 시장을 꺾을 인물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반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울시장 후보군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미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명단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리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말 대신 "검토해 본 바가 없다"는 애매모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선 박 시장의 아성을 무너뜨려야만 하는 새누리당에선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지난 선거에서 박 시장과 대결했던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원희룡 전 의원,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다.
현재 1위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이기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려워
면면이 무척 화려하다. 현재까진 박 시장이 흔들리지 않는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박 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승리를 거두기도 해 박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박 시장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깊은 인연이 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낮은 인지도를 가진 박 시장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안 의원의 '양보'였다.
당시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며 약 50%의 지지를 얻고 있던 안 의원은 단 5%의 지지를 받고 있던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며 물러났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박 시장의 합류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박 시장은 신당 합류설이 나올 때마다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박 시장의 거취와 관련해 여전히 세 가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 가지 가능성
박원순의 선택은?
첫 번째 가능성은 안철수신당(이하 신당)행이다. 안 의원 측의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지난 달 18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다소 뜬금없는 발언을 했다. 이날 송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해 민주당을 탈당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 줄 것을 제안했다.
송 의원은 그러면서 "민주당이 20% 정도밖에 지지를 못 받는 상태에서 아무리 박 시장이 잘하고 있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내년 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형태로 어떻게 힘을 모으느냐는 많은 변수를 갖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야권연대 가능성을 말한 게 아니라 박 시장이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신당에 합류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박 시장은 이미 민주당적을 유지하고 내년 선거에 나설 것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밝힌 상태여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송 의원의 발언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발끈했다. "정치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송 의원의 발언을 폄하하기도 했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언"이라면서 "박 시장이 안 의원을 영입한다면 모를까, 안 의원의 영향력은 찻잔 속의 태풍이다. 이미 박 시장은 민주당원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진짜 정치를 모르고 하는 소리는 민주당 아닌가? 아무런 사전교감 없이 갑작스럽게 그런 발언을 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아무리 박 시장이라고 해도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적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면 된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도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대권 도전 안한다고 얼마나 공언하고 다녔나? 그런데 대선 출마했다. 그런 게 정치판이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박 시장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다. 박 시장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은 다소 생소한 이야기다. 정치권에서도 그다지 언급된 바가 없다. 그러나 당내 기반이 취약한 박 시장이 내년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박 시장이 경선에서 패하게 된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될 것이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경선이 치러질 쯤이면 신당에서도 이미 서울시장 후보가 정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박 시장은 신당행을 선택할 수도 없다.
박 시장은 정통 민주당원 출신이 아닌 탓에 민주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이 매우 빈약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최근 당원과 대의원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공직후보 선출방식을 바꿨다. 더욱이 이번 경선에서는 박 시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모바일투표도 하지 않는다.
경선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비를 내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일반당원의 투표가 절대적이고,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10%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시장이라도 당내 경선에서 반드시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서울시장 재선이 유력한 박 시장을 추대 방식으로 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꽤 힘을 얻고 있지만 경선이 강행 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한 선거라고 판단하는 민주당 내 많은 거물급 인사들이 서울시장 선거에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강력하게 경선을 요구하고 나서면 박 시장으로서도 경선을 피할 명분이 없다.
민주당 남을까?
안철수 택할까?
현재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박 시장과 대결을 펼쳤던 3선의 박영선 의원과 당시 보선에서 박원순 후보 측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재선의 이인영 의원이 있다.
또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이 주도하는 '꿈보따리정책연구원'을 창립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책연구원을 시작으로 추 의원이 본격적으로 서울시장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외의 이계안 전 의원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잠정 후보군 난립, 안개 속 선거판세
박원순 선택 따라 요동치는 정치권
세 번째로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역시 박 시장이 민주당적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큰 장애물은 신당이다. 신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경우 표가 크게 분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현재는 단독 선두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신당과 표가 분산된 상태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야권 승리의 훼방꾼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지만 전국정당을 표방한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선거에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신당 후보와 박 시장이 모두 출마한 후 여론조사 대결 등을 통해 단일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안 의원 측에서는 단일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단일화를 거칠 경우 선거 과정에서 야권이 민생을 착실하게 챙기기보다는 단일화 자체에만 매진한다는 느낌을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고, 단일화 과정에서 야권 후보들 간의 이전투구가 벌어져 단일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상대 지지층을 전부 흡수하기 힘들다는 약점도 있다.
경선은 부담
배신도 부담
박 시장의 경우는 재보선에서 단일화 과정을 거치고도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지난 2010년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나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하고도 선거에서 패한 것이 단일화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유력하게 흘러나오는 설이 '안-박 간접 연대설'이다.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으면 민주당은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간접적 연대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0월 경기도의 모 지역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신당의 삼자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신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의원 측이 당선 가능성이 낮고 야권의 분열만 조장하는 서울시장 선거를 포기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올인하면 안 의원 측과 박 시장 측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이란 평가다.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 시장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의 선택에 따라 2014년 지방선거의 구도와 판세는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